MARINE – 해양 IN

현장에서 기록한 바다

해양동물의 삶과 해양 보전의 길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연안 해양 생태계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존재이다.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의 장수진 박사는 행동생태학을 기반으로 남방큰돌고래와 바다거북 등 대형 해양동물의 삶을 연구하며, 과학적 연구를 해양 보전으로 연결해 오고 있다.

해양 IN

글. 편집부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연안 해양 생태계의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존재이다.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의 장수진 박사는 행동생태학을 기반으로 남방큰돌고래와 바다거북 등 대형 해양동물의 삶을 연구하며, 과학적 연구를 해양 보전으로 연결해 오고 있다. 수족관 돌고래 방류 프로젝트부터 야생 개체군 모니터링까지 현장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활동이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꾸준히 기록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에서는 장수진 박사의 연구 여정과 남방큰돌고래 연구의 의의, 그리고 현장에서 체감하는 우리 바다의 현재를 살펴보려고 한다.

Q1.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에 대한 소개와 MARC에서 어떤 연구를 수행하고 계신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는 해양동물의 행동생태를 바탕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이러한 연구가 보전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의미로 만든 비영리 민간 연구단체입니다. 주로 고래류와 바다거북과 같은 대형해양동물의 생태를 연구하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대중 캠페인, 교육 활동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남방큰돌고래, 상괭이, 바다거북의 행동을 기반으로 한 개체군 특성, 직접 조사나 바이오로깅을 통한 서식지 이용에 대한 연구, 음향을 이용한 커뮤니케이션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2. 해양동물 중에서도 남방큰돌고래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석사 과정에서 귀뚜라미의 음향을 이용한 짝짓기 전략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며 쭉 동물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해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돌고래는 동물 의사소통에 있어 고도의 발달을 이룬 동물이라 관심을 가지고 있기는 했습니다만, 해외의 고래류 연구기관을 알아보니 기존에 연구 경험이나 필드 참여 경험이 수개월 이상 있어야만 참여할 수 있다고 해서 포기하고 절지류의 커뮤니케이션 쪽으로 유학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마침 이 시기에 지도교수님이 제돌이 방류 과정에 참여하시면서 박사유학 준비를 하면서 백수로 지내던 제게 이런 프로젝트가 있는데 참여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해주셨고, 제돌이 방류 프로젝트에 행동 연구팀으로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근데 막상 시작해보니 공부할 것도 너무 많고, 할일도 너무 많아서 다른 일을 진행하는 것이 버겁기도 했으나, 돌고래를 통해 연구해보고 싶은 주제들을 발견하게 되어 남방큰돌고래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습니다.

Q3.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언급됐던 제돌이, 춘삼이, 삼팔이, 복순이도 보호, 방류했다고 들었습니다. 이 아이들을 구조하고 훈련시키고 방류하기까지 어땠는지 이야기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제가 수족관 돌고래 방류에 직접 참여한 것은 2013년 제돌이, 춘삼이, 삼팔이 방류 프로젝트입니다. 당시 행동연구팀에서 돌고래들이 수족관에 있을 때부터 가두리 이송과 야생 방류, 그리고 그 이후의 상태까지 파악했었는데, 그 과정에서 돌고래들의 행동 변화를 분석하고, 방류적합성을 판단했습니다. 돌고래가 어디에 있든, 이들의 행동을 꼼꼼하게 파악하고 야생에서 생존이 가능할지, 방류 훈련 과정에서 행동학적으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를 고민하는 역할이기도 했습니다. 2013년 3마리의 돌고래가 방류된 이후, 저는 야생개체군과 방류 돌고래에 대한 모니터링 및 연구를 진행했고, 2015년 이후에는 방류된 돌고래들이 야생개체군과 잘 합류하는지, 야생의 환경에 얼마나 잘 순응하는지를 꾸준히 살펴봤습니다. 덕분에 방류 돌고래의 무리 합류 과정이나 최초로 새끼를 낳아 키우는 과정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4. 현장 조사과정 시 어려움도 많을 것 같은데요. 어떤 식으로 해양동물(혹은 남방큰돌고래)에 대한 데이터를 축적하시나요? 그리고 축적된 데이터는 어떻게 활용하나요?

현장 조사에는 연구 주제에 따라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합니다. 행동관찰의 경우 사전 연구 및 문헌 조사를 통해 특히 행동의 정의와 기준을 정립하는데 꽤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편입니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간격이나 기간은 어떻게 할지, 어디서 데이터를 모을지, 어떤 행동들을 관찰할지, 관찰한 요소들을 어떻게 수치화 하여 분석할지를 사전에 계획합니다. 이 외에 다양한 환경 요소나 관찰자 편향과 같은 요소도 함께 고려합니다. MARC에서 수집한 자료는 크게 수기와 영상, 사진으로 기록되는 행동 관련 데이터와 수중음향장치를 통해 수집되는 음향자료가 있습니다. 야생동물 연구를 주로 하는 만큼 대상 생물이 사전에 예측한 것과 다르게 행동하거나, 혹은 애초에 관찰이 불가능한 상황도 종종 발생하다보니 데이터 수집 기간이 길어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 편입니다. 이렇게 수집된 자료들은 사전 설계한 연구 주제에 따라 다시 정리하여 분석에 활용되고, 장기간 수집된 자료들을 모아 시간에 따른 변화 양상을 파악하는데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Q5. 해양동물의 생태를 보전하는 일을 업으로 삼고 계신데요. 지금까지 가장 어려웠던 점과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는다면?

처음부터 지금까지 늘 어려운 것은 연구비 확보입니다. 국가기관이나 공공연구자가 아니라 민간·현장연구자는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 좀 다릅니다. 저희가 볼 때 조만간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은 것들이 아무래도 연구를 진행하는 시점보다 연구를 완료한 이후에야 의미를 인정받기도 하고요. 다양한 방면으로 연구비를 확보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연구가 주된 활동이긴 하지만 보전 활동을 함께 진행하다보니 현지 주민과 갈등을 빚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의지할 수 있는 동료들과 배울 점 많은 후배들이 있어 목표한 바를 놓치지 않고 이어가고 있습니다. 돌고래를 연구하면서 크게 기억에 남는 일화는… 꽤 많습니다만, 제돌이가 야생방류 후 거친 파도 사이에서 몇 번이고 높이 뛰어오르던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이 첫 번째입니다. 십여 번 이상을 연달아 뛰어오르는 돌고래를 보며 ‘체력도 좋구나…’ 생각했는데 그게 제돌이임을 확인했을 때 무사히 야생에서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안심되면서도 묘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둘째는 2014년 10월에 죽은 사체 주변을 맴돌던 시월이입니다. 해경이 사체를 배에 묶어 끌고 들어오는 과정 내내 배에 바짝 붙어 따라오며 내던 큰 휘슬 소리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세 번째는 삼팔이와 춘삼이의 새끼를 발견했을 때입니다. 단순히 야생으로 돌아가서 생존하는 것 뿐 만이 아니라 새로운 새끼를 낳은 것을 확인한 것은 국내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것보다도 야생에서 새끼와 함께 다닐 수 있는 삶을 되찾는데에 크게 기여했다는 점이 정말 너무 뿌듯했습니다.

Q6. 현장에서 체감하는 우리 해양 생태는 어떠한가요?

사실 대형해양동물 연구를 하다보면 기후변화와 같은 대규모의 변화보다 인간에 의한 영향을 더 크게 체감하게 됩니다. 갯바위마다 가득한 쓰레기들, 얽힌 낚싯줄과 폐어구가 등지느러미를 파고 든 상태로 헤엄치는 돌고래, 목에 걸린 낚싯바늘이 입 밖으로 나온 채 쉬고 있는 바다거북, 3~5마리에 불과한 작은 돌고래 무리에 바짝 접근한 6~8대의 관광선박, 핵심서식지 혹은 인근 지역을 대상으로 계획된 각종 개발 사업들… 그 모든 변화가 직간접적으로 인간에 의해 유래된 것이라는 점에서 해양생물들에게 미안함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습니다.

Q7. 남방큰돌고래의 삶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그리고 해양 쓰레기, 선박 운항, 관광 활동 등 인간의 활동이 남방큰돌고래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사례를 들어 설명해 주시겠어요?

남방큰돌고래는 소리를 잘 활용하는 동물인 만큼 우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동물입니다. 인간이 바다를 사용하게 되면서 바닷속의 소음은 급격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선박 관광은 돌고래 주변에서 꾸준히, 돌고래 무리를 따라 이동하며 소음을 발생시킵니다. 돌고래들은 무리내의 다른 개체들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소리를 이용하여 주변을 인식하는 반향정위를 교란시킵니다. 선박을 회피하기 위해 평소에 하던 행동을 변화시켜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개체군 내의 취약한 개체들부터 이러한 영향으로 인하여 건강에 문제가 생기거나 출생률과 사망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된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지만, 사실 이러한 부정적인 영향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이루어지기 때문에 직접 보면서 깨닫기는 쉽지 않습니다. 만일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이는 단서들이 누구나 확인 가능할 정도로 나타나기 시작하면 이미 그 개체군을 보호하기에는 늦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요 몇 년간은 제주 바다에서 낚싯줄이나 폐 어구에 얽힌 돌고래들도 꾸준히 목격되고 있습니다. 꼬리지느러미가 절단되고, 등지느러미나 가슴지느러미를 파고드는 낚싯줄에 얽힌 이 돌고래들은 대부분 미성숙한 어린 개체들입니다. 인간의 즐거움을 위한 각종 행위가 돌고래들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거나 주변 환경을 이용하는데 심각한 교란을 발생시키는 사례입니다.

Q8. 이러한 문제들이 단순히 한 종의 위기가 아니라, 해양 생태계 전체의 위기와 맞물려 있지는 않나요?

어떤 종의 생존은 그 종을 둘러싼 환경, 즉 서식지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습니다. 생태계 내에서 한 종은 먹이 그물로 엮여 있는 다양한 종과의 상호작용은 물론, 서식지를 구성하는 물리화학적 요소, 서식지를 공유하는 다양한 생물군과 함께 존재합니다. 남방큰돌고래와 같이 최상위포식자이자 조절자로서 기능하는 종의 경우 종의 위기를 마주하게 되었을 때에는 이미 생태계의 기초를 구성하는 상당한 종이 심각한 위협에 처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Q9. 향후 MARC와 박사님이 계획하고 계신 연구의 방향이나 목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저희는 현장에서 행동생태학을 바탕으로 대상생물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볼 수 있는 연구를 꾸준히 진행해 왔고, 앞으로도 진행할 예정입니다. 현재 연구하고 있는 해양포유류나 바다거북은 물론 상어와 같은 다른 대형해양동물로도 연구 범위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연구들은 사실 매 번 필드워크를 할 때마다 떠오르지만 예산과 인력의 제한으로 대부분은 묵혀두고 있는 만큼 연구 환경이 조금은 개선될 수 있기를, 함께 연구하는 동료들이 더 많이 늘어나기를 바라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논문 얘기로 수다를 떨고, 밤을 새며 연구에 대해 토론하고 함께 현장에서 고생할 동료와 후배들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에서 우리가 진행하는 연구가 연구하는 생물의 생존과 보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Q10. 마지막으로, 바다와 돌고래를 지켜보는 연구자로서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생태계 보전이 중요하다는 말은 사실 잘 와 닿지 않습니다. 그 안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들어있으니까요. 바다에 우리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생물이 좀 위협을 받는다고 우리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겁니다. 다만, 그 영향을 준 요인이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무엇이 문제인지 단계를 차근차근 밟아나가다 보면 결국 하나의 생물 종, 작은 서식지, 서식지간의 연결, 생물들 간의 관계라는 복잡다단한 단계를 거쳐 우리가 직접 연상할 수 없는 종류의 변화를 겪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가 우리의 편의를 위해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삼림과 해양 환경을 파괴하고, 생물들의 멸종을 내버려 두는 것은 결국 미래에 인간이 전혀 원하지 않던, 삭막한 삶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인간이 자연을 보면서 얻는 마음의 평안과 위안이 분명히 있을 텐데, 이런 것들이 모두 사라진 자연이 과연 어떻게 다가올까요? 환경오염, 서식지 파괴, 기후위기 등으로 인해 대부분의 생물이 사라질 테지만, 일부 생물들은 살아남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생물들은 인간이 만들어온 도시 환경에 잘 적응해서 살아남은 것일 뿐입니다. 돌고래를 비롯한 한 종, 한 종의 보전이 결국 장기적 관점에서 좀 더 나은 인간의 삶과 연결된다는 점을 기억해 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