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NE – 미래 IN
인간과 바다를 살리는 창발적 사고
우리 사회는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생물공학 등으로 집약되는 새로운 분야는 전통적 학문과 결합하여 기존의 학문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으며, 공학과 의학의 발전에 힘입어 우리의 삶은 물질적으로 더욱 풍요롭게 되고 수명은 연장되었다.
미래 IN
글.김수암 부경대학교 명예교수
급변하는 환경, 불확실한 미래
현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느끼는 거지만, 우리 사회는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생물공학 등으로 집약되는 새로운 분야는 전통적 학문과 결합하여 기존의 학문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으며, 공학과 의학의 발전에 힘입어 우리의 삶은 물질적으로 더욱 풍요롭게 되고 수명은 연장되었다. 하지만, 반대급부로, 개인적으로는 주체하지 못할 정도의 정보 홍수와 빠른 변화 속도에 적응하기 어렵고, 열악해진 자연환경과 업무성과를 중시하는 사회체제 때문에 이전에 비해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지구촌 전체적으로는, 사회의 불균형적 발전과 가파른 인구증가로 인하여 물, 식량, 에너지, 주거지 결핍으로 고통을 받는 사람들의 수가 늘고 있다. 이처럼 21세기의 인간 사회는 과학기술의 발전과 그것의 부정적 효과가 혼재함으로써, 더욱 불안정하고 예측 불가능하게 되고 있다.
바다에 국한하여 얘기한다면, 바다는 항상 우리 곁에 있었지만, 정작 그 본질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았다. 빠르게 변화하는 바다 생태계와 인간 활동에 기인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려는 과학자의 노력은 계속되었지만, 여전히 정답은 보이지 않는다. 생태계가 건강하게 유지될 때 생태계 서비스의 혜택을 최대한 누릴 수 있건만, 우리는 아직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는 방법을 잘 모르는 것 같다.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 성질의 변화, 연안생태계의 붕괴, 그리고 어업자원의 고갈은 자연현상과 인간 활동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복잡계(complex system) 요인 간의 복합적 상호작용의 결과이며, 그 상호작용은 비선형적이고 예측 불가능하다. 복잡계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데이터 해석만이 아니라, ‘관계 속에 탄생하는 질서’를 읽는 지혜가 필요하고, 이러한 지혜는 현재 나타나고 있는 현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분석하는 방법을 개발하거나, 그러한 분석을 시행할 인재를 양성함으로써 취득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그 새로운 시각과 인재 양성의 핵심에 창발적 사고(emergent thinking)가 있다.
창발적 사고란 무엇인가?
미국 물리학자 데이비드 파인스(David Pines)는 창발성(Emergence)을 ‘단순한 미시적 구성 요소들이 상호작용을 할 때, 예상하지 못한, 그리고 예측불가능한 새로운 질서가 나타나는 자연의 보편적 현상’이라고 정의했다. 즉, 창발성은 개별 구성 요소의 단순한 합으로 설명되지 않고, 개체의 상호작용 속에서 새로운 특성이나 패턴이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 개념은 20세기 후반부터 미국 산타페연구소(Santa Fe Institute)에 의해 개념이 정립되었으며, 21세기에 들어오면서 물리학을 넘어, 생명과학, 사회과학, 지구과학에도 확장되고 있다. 이 분야의 학자들은 복잡계가 (1)상호연결성(interconnectedness), (2)비선형성(nonlinearity), (3)피드백 구조(feedback), (4)예측 불가능성(unpredictability)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므로, 복잡계 과학 현상을 창발 현상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21세기 들어와 과학의 발전 속도는 매우 빠르고, 세분화되어 그 학문 분야의 전공자라고 하더라도, 그 전체를 이해하기 쉽지 않은 세상이 되었다. 그리고 자연현상과 인간 활동의 복합적 작용으로 많은 사회적 문제가 발생되고 있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하여 자연계의 작동 원리인 창발성을 모방하는 창발적 사고를 적용하자는 아이디어가 스미스소니언 과학교육센터로부터 제기되었다.
창발적 사고는 복잡계적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고, 예측 불가능성과 상호작용성을 전제로 한 해결책을 찾는 접근 방법으로, 단순한 데이터 해석이 아니라, 패턴을 인식하고, 관계를 탐색하며, 시스템 수준에서 사고하는 방법이다. 즉, ‘답을 찾기 위한 사고’라기 보다는, ‘질서를 발견하는 사고’를 키우는 것이다. 이러한 창발적 사고를 지역 사회의 젊은이들에게 전파함으로써,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에 대한 답을 스스로 발견하고 이해하며 행동하도록 권장한다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목표는 한결 빠르게 달성될 수 있을 것이다.(그림 1)

(그림 1) 전 지구적 목표 행동의 진행 모델(https://ssec.si.edu/global-goals-research). 미국의 스미스소니언 과학교육센터는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으로, 청소년들이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스스로 “발견”하고, “이해”하며, “행동”할 것을 권장한다.
창발적 사고로 접근할 수 있는 해양의 난제들
오늘날 해양은 수많은 위기에 직면해 있다. 기후가 변하여 바닷물은 변성되었고, 어류자원이 줄어들어 양질의 수산 식품은 사라져가고 있으며, 플라스틱 쓰레기를 포함한 오염물질의 확산으로 전 지구는 몸살을 앓고 있다. 바다에서는 어류의 움직임, 플랑크톤의 대번성, 생물군의 예상치 못한 번성과 붕괴 등이 창발성 발현의 대표적 사례이다.(바다의 창발 현상에 대해서는 2025년 12월 호 참조.)
이러한 복잡한 현상들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그 과정을 파악해야 하는데, 단순하게 하나의 원인과 결과로 현상을 규명하려는 시도는 무언가 부족하다. 예를 들어, 특정 어종의 개체수가 줄어드는 이유는 남획 때문만이 아니다. 수온 상승, 해류 변화, 먹이생물의 감소, 서식지 훼손, 그리고 어업 관리정책까지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이다. 즉, 수산자원량 변동을 한 가지 요인의 변동으로 설명하기보다, <수온-플랑크톤-포식자-인간의 어획 압력>의 상호작용에 의한 복합적인 결과로 보아야 한다. 따라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도 다층적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통합적 접근 방식이 필요하며, 그 현상 속에 내재된 연결과 질서를 찾아내는 도구, 이것이 창발적 사고이다.
해양의 난제를 창발적 사고로 해결해 보자는 접근방법은 단지 철학적 사유가 아니라, 실제 연구 설계와 관리 전략에 적용가능한 과학적 패러다임이다. 그런데 이러한 난제의 본질은 복잡성과 불확실성으로, 복잡계 관계망에서 원인과 결과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고, 서로 피드백을 일으키며 비선형적으로 진화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해양·수산 분야에서는 다음과 같은 사례에 창발적 사고를 적용할 수 있다.
(1)지속가능한 어업 관리: 전통적으로는 특정 어종의 자원량만 관리했지만, 창발적 사고는 생태계 요소들의 상호작용성을 고려하는 ‘생태계기반관리(Ecosystem-based Management)’ 혹은 ‘생태계기반 수산자원관리(Ecosystem-based Fisheries Management)’를 시행하여 어업을 지속가능하도록 관리할 수 있다.
(2)해양 생태계 복원: 맹그로브, 잘피, 염습지 같은 블루카본 서식지 복원 시, 단순히 식물을 심는 것만이 아니라 생물종과 인간 활동의 상호작용을 통한 자생적 회복 과정을 중시한다.(사진 1)
(3)적조·저산소수괴 대응: 단순히 도시에서 흘러들어오는 오염원을 차단하는 접근에서 더 나아가, 수질·기후·생물학적 요인의 복합적 피드백 루프를 고려해 예측과 관리 방안을 수립할 수 있다.
(4)기후변화 적응 전략: 기후변화는 해양 생태계에 비선형적, 예측 불가능한 변화를 초래하는데, 창발적 사고는 불확실성을 수용하면서도 다양한 시나리오 기반 적응 전략을 개발하는 데 유용하다.
(5)해양 정책 및 거버넌스: 여러 국가, 이해당사자, 산업이 얽혀있는 해양 자원 문제는 단순한 규제 일변도의 관리가 어려우므로, 다층적 네트워크를 통하여 협력적 해법을 가능하게 만드는 창발적 접근이 필요하다.

맹그로브 숲

맹그로브 숲 부근에서의 어업 활동과 해변에서의 굴 양식 활동
(사진 1) 중국 하이난섬 맹그로브 서식지. (1) 맹그로브 숲, (2) 맹그로브 숲 부근에서의 어업 활동과 해변에서의 굴 양식 활동
창발적 사고의 교육적 확장
미국은 급속한 기술 발전과 기후위기, 사회변화에 직면한 현대사회에서 당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적 인재를 양성하기 위하여 국가적 차원의 투자와 지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20세기 후반에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교육을 국가전략 사업으로 시행하였다. STEM 교육은 미래사회의 지속가능성과 혁신을 위한 실행전략으로, 단순히 학생들에게 과학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복잡계를 이해하기 위하여 융합적 사고와 창의적 역량을 함양하는 것에 초점을 둔다. 이를 달성하기 위하여 교육의 형평성과 접근성 보장이 중요하며, 다양성을 반영한 교육 설계가 필요한데, 교사 역량 강화, 커리큘럼 혁신, 정책 지원을 STEM 교육 확산의 핵심으로 보았다.
스미스소니언 과학교육센터는 STEM 교육에서 한발 더 나아가, 과학 현상의 이해와 난제 해결을 위한 방법으로, 복잡계 이론과 창발성을 핵심 개념으로 삼는 교육 방침을 제시한다. 학생들이 자연과 인간 시스템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탐구하는 과정에서 ‘전체는 부분의 합이 아니다’라는 창발적 사고를 갖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교사들은 새로운 교수법과 협력적 학습 환경을 통해 학생들이 자연 및 인위적 시스템의 복잡성을 상호작용의 맥락에서 사고하도록 돕는다. 창발적 사고를 강조하는 스미스소니언의 교육 방침은 단순 암기나 선형적 문제 풀이는 사양한다. 특히, 그들은 문제 해결을 위한 네트워크 구성에 청소년을 포함하여 창발적 효과 창출을 극대화하였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해양의 문제는 단일 학문이나 기술로는 풀 수 없다. 현상에 내재되어 있는 상호작용의 질서를 찾아내고,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하여, 과학, 교육, 경제 및 정책을 서로 맞물리게 하는 복합형태의 창발적 사고로 무장해야 한다. 창발적 사고는 단지 과학자만의 도구가 아니며, 학생, 시민, 정책개발 및 수행자 모두가 이 관점을 공유할 때, 지구와 바다를 바라보는 시야가 달라진다. 우리 인류가 21세기를 맞이하여 지속가능발전 사회를 이룩하기 위한 초석을 위한 방법으로 가장 필요한 것은 분야 간, 국가 간, 세대 간의 협력이며, 이들 간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중요한 수단이 창발적 사고이기에, 이를 통해 미래의 바다를 지키는 힘을 키워야 할 것이다.
김수암
부경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
한국해양한림원 석학회원
중국해양대학교 객좌교수
미국 스미스소니언 과학교육센터 과학자 홍보대사 (Scientist Ambassado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