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NE – 미래 IN
우리에게 바다란 무엇인가?
우리가 살아가는 행성 지구가 태어난 지 거의 46억 년이 되었다. 생성 초기의 활발한 화산활동으로 지구 내부에 있던 수증기, 이산화탄소 등
여러 기체는 지구 표면으로 내뿜어졌고, 대기에서 응결된 수증기는 비가 되어 땅에 떨어져 지각의 낮은 부분을 채우기 시작하였다.
미래 IN
글. 부경대학교 명예교수 김수암
원시 지구와 생명의 탄생, 그리고 생물의 대폭발
우리가 살아가는 행성 지구가 태어난 지 거의 46억 년이 되었다. 생성 초기의 활발한 화산활동으로 지구 내부에 있던 수증기, 이산화탄소 등 여러 기체는 지구 표면으로 내뿜어졌고, 대기에서 응결된 수증기는 비가 되어 땅에 떨어져 지각의 낮은 부분을 채우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가 약 44억 년쯤 되었을 때였다. 이후, 수천만 년 동안 지속된 비로 인해 고인 물의 양은 증가했고, 40억 년 전에는 우리가 지금 원시 바다라고 부르는 형태의 커다란 대양이 지구 표면의 대부분을 덮었다. 그리고 원시 바다에서 복잡한 생화학 과정을 거쳐 유기물이 형성되고 생명이 나타났는데, 아직 그 탄생 과정은 명료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유력한 가설 중 하나에 의하면, 해저 열수공 주변에서 약 38~40억 년 사이에 무산소 상태에서 살아가는 혐기성 미생물이 등장했고, 이들은 수십억 년 동안 번식하여 매트의 형태로 해저를 덮었다고 한다. 이후, 이들 중 일부가 광합성을 할 수 있는 생물로 진화함에 따라 비로소 대기와 수중에 산소가 축적되기 시작했고, 산소를 이용하는 생물의 진화가 시작되었다. 단세포 미생물에서 체계가 잡힌 다세포 식물로, 식물에서 동물로 순차적인 진화 과정을 밟아, 바다는 다양한 형태의 생물이 살아가는 서식처가 되었다.
약 5억 4,000만 년 전, 바다에서는 매우 특이한 상황이 전개된다. 이 시기 이전의 생물체는 단세포 혹은 몸체가 연약한 다세포 생물이었으나, 갑자기 복잡한 구조의 생물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생물학계에서는 이를 ‘캄브리아기 대폭발(Cambrian Explosion)’이라고 부른다. 오늘날 볼 수 있는 주요 동물의 조상이 이 시기에 출현하였고, 삼엽충 등 딱딱한 외골격을 가진 생물들의 화석이 풍부하게 남아 있어 화석 시대의 시작이라고도 한다. 척추동물의 조상인 어류도 약 5억 3,000만 년 전에 나타나 후에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 등으로 진화하는 출발점이 되었다. 중생대 쥐라기~백악기는 약 2억 100만 년에서 6,600만 년 전까지의 시기인데, 육상에서는 공룡이 번성하여 공룡의 시대라고 불렀지만, 바다에서는 굴 종류의 이매패류가 매우 번성하여, 공식적인 지질학 용어는 아니지만, 굴의 시대라고도 부른다.
5번에 걸친 생물 멸종 사건, 그리고 다가오는 위기
생물종 수가 증가함에 따라 생태계 먹이망을 통하여 포식자-피식자의 관계가 형성되고, 생물은 번창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렇게 번성하던 생명체들은 여러 원인에 의해 대부분 사망하는 계기를 맞는데, 캄브리아기 대폭발 이후 약 5,000만~1억 년의 시간 간격을 두고 5번의 생물 대멸종 사건이 발생하였다. 멸종의 계기도 다양한데, 산소 부족, 기후변화, 운석 충돌, 화산활동 등의 원인에 의하여 우점하던 생물종이 사라진 것이다. 특히 약 2억 5,200만 년 전의 대규모 화산활동은 가장 큰 멸종의 원인으로, 육상생물의 70%, 해양생물의 90%가 사라지게 되었다. 하지만 생물종 멸종 사건은 단순히 종 소멸로 끝나지 않고, 다른 종으로의 진화로 이어져서 생물다양성이 증대되는 방향으로 전개됐다. 그 결과, 우리가 살고있는 이 시대는 지구 역사상 어느 때보다도 다양한 생물들이 번성하는 풍요로운 생태계를 형성하기에 이른다.
약 6,600만 년 전 멕시코의 유카탄반도에 운석이 떨어져 공룡이 멸종되는 사건이 마지막 5차 멸종 사건이다. 이 사건은 신생대의 시작을 알리는 전환점으로, 이후 포유류와 조류가 번성하게 되었고, 직립보행을 하는 인류의 조상도 약 400만 년 전 동아프리카에 나타났다. 자연계에서 약자의 처지에 있던 유인원 인간종은 점차 대화하고, 불을 다루는 방법을 터득하면서 생태계에서 막강한 지위에 오른다. 그리고 산업혁명을 통해 인류의 삶은 훨씬 편안하게 바뀌었고, 수명이 연장되면서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자연생태계를 변형하거나 훼손하여 지구생태계 전체를 심각한 위험 상태에 놓이게 했다. 규제받지 않은 야생동물 포획, 산업발달에 수반된 환경오염과 생물 서식지 파괴로 말미암아 생물다양성이 급감하였고, 특히 화석연료 사용에 의한 대기 이산화탄소의 증가는 온실효과를 유발하여 지구온난화를 빠르게 진행시켰다.
만약 지구 평균기온이 지금보다 6도 이상 높아진다면 지구생태계는 조만간 ‘제6차 멸종’을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하고 있다. 과거 천재지변에 의한 멸종 사건은 비교적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었지만, 인간 활동에서 기인할 6차 멸종 사건은 순식간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제6차 멸종 뒤에 어떤 생물이 나타나 어떤 방식으로 지구를 지배할지 모르겠지만, 현 인류의 지능도 너무나 강력하여 지구의 기후를 바꾸고 지질시대조차 변경할 정도이다. 일부 지질학자들은 인류가 지구의 모습을 변모시키는 결과가 너무도 자명하기에, 향후의 시대를 인간세(Anthropocene)라고 부르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 비록 이 주장이 아직 지질학계에서 공식적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문화적, 혹은 사회적 관점에서는 점점 널리 인정받는 개념이 되고 있다.
최근의 기후변화와 해양생태계
최근 인간 활동에서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기후변화에 따른 기온의 상승 속도이다. 지구의 기온이 20세기 후반에 들어와 급상승하고 있으며(그림 1), 이러한 상승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기후변화에 관해 가장 신뢰성을 인정받는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는 매 6~7년의 간격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종합보고서를 출간하는데, 2021~2023년에 단계적으로 발간된 제6차 보고서에 의하면, 현재의 대기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 200만 년 중 가장 높고, 해수면 상승 속도는 지난 3,000년 중 가장 빠르며, 육상 빙하의 퇴각 속도는 지난 2,000년 중 전례 없이 빠른 속도라고 한다. 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국제사회는 기온상승 억제에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2015년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UNFCCC) 총회에서 파리협정을 체결하여 지구의 연평균기온을 산업화 이전(1850~1900년 연 평균값) 대비 1.5°C보다 낮은 수준으로 억제하자고 결의하였다. 하지만, 각국의 서로 다른 이해관계 때문에 이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를 주저하는 사이에, 2024년 지구 평균기온은 1.5°C 이상 상승한 첫해로 기록돼 버렸다. 지구온난화와 생태계의 관계를 생각할 때, 높은 기온이 항상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과거 지구의 기온이 현재의 기온보다 높았을 때도 생물은 번성했다. 생물은 유전체를 변형하여 바뀐 환경에 적응하도록 진화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응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급격한 환경 변동이 이들의 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할 것이다.
바다는 생명의 요람이자, 지구생태계를 지탱하는 든든한 동아줄이다. 생명은 바다에서 나왔고, 거대하고 풍요로운 바다 생태계 서비스로 지구환경은 쾌적한 상태로 유지되어 왔다.(생태계 서비스에 대해서는 2024년 3월호, 우리 바다가 특별한 이유, 김종성 교수 기고문을 참조할 것.) 그렇기에 바다는 우리가 만든 대부분의 문제를 가볍게 해결할 것으로 생각했다. 기후변화만 하더라도, 바다의 열용량은 대기보다 3,000배 정도이며, 바다에 존재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대기에 있는 총량의 50배 이상이기 때문에 비록 온난화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바다의 큰 조절 능력이 우리를 안전하게 보호해 줄 것으로 믿었다. 그리고 우리가 배출한 산업폐기물은 바다 전체의 규모에 비하여 아주 작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바다의 정화 능력을 의심하지 않았다. 바다의 어류자원도 한없이 크기 때문에 100여 년 전까지는 많은 사람들이, 심지어 일부 과학자들조차, 남획으로 인한 자원 붕괴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낙관은 우리가 바다에 대하여 너무 무지했다는 솔직한 고백임과 동시에 인간 활동의 거대함을 간과한 심각한 착오였다. 바다의 회복력을 고려하지 않은 인간의 무분별한 착취 때문에 바다의 건강성은 이미 심각하게 훼손되었으며,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중병을 앓고 있다.

그림 1 1850~1900년 사이의 평균(즉, 산업화 이전의 수준)과 비교한 지구 연평균기온의 변화 추세. 그래프는 여러 기관에서 제공한 연평균기온과 산업화 이전 기온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음. (source:https://wmo.int/news/media-centre/wmo-confirms-2024-warmest-year-record-about-155degc-above-pre-industrial-level)
우리에게 필요한 의식의 전환
대기와 바다는 서로 열과 기체를 교환하면서 지구의 기후를 조절한다. 이산화탄소 증가에 기인한 최근의 기후변화는 단지 대기의 기온만 상승시키는 것이 아니라 수온을 상승시키고, 해수를 산성화시켜 생태계 안에서 살아가는 생물의 습성이나 생존에 큰 영향을 미치며, 우리 사회의 제반 이슈와 연결된다. 즉, 생태계의 비생물적 요소와 생물적 요소의 상호작용에 의해 생태계가 반응하며, 이러한 생태계의 변화는 식량 생산, 고용, 무역 등 사회경제적 문제에도 영향을 미쳐 생태계 변화에 따른 국가의 정책 방향을 재조정 시킨다(그림 2). 또한, 급격한 기후변화는 생태계 서비스를 약화시키기도 하지만, 직접적으로는 큰 규모의 재난을 증가시킨다. 강력해진 태풍과 허리케인, 잦은 엘니뇨로 인한 가뭄과 홍수와 산불, 해수면 상승에 따른 연안 지역 침수 등 바다의 비정상적 조절작용에서 비롯된 재난은 참으로 많다. 만약, 단 하나뿐인 바다를 건강하게 유지하지 못하고, 제 기능을 발휘하게 하지 못한다면, 지구는 점점 더 심각한 위험에 처하게 되고, 인류는 생존을 위해 처절한 투쟁을 시작해야 한다.
전 세계 인류의 약 40% 정도는 해안으로부터 100km 이내의 연안역에 모여 살고 있으므로 생활의 많은 부분을 바다에 의존한다. 바다는 우리 생존에 필요한 공기, 식량, 물, 주거지 등 상당 부분을 직간접적으로 제공하고 있고, 우리는 이러한 혜택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우리는 무심하게도 바다를 이용의 대상으로만 생각해 온 것이다. 그래서 바다를 공짜로 운영되는 식량 창고라고 여겨 무분별한 남획을 저질렀으며, 플라스틱을 포함한 각종 쓰레기와 오염물질을 바다로 흘려보냈고, 해안가 난개발로 생물 서식지를 파괴하였다. 다행히 최근에 들어와 건강한 바다의 순기능을 유지하는 것이 인간의 복리와 생존은 물론 지구 생명체가 안정적으로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요소라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비록 아직까지는 우리나라, 미국 등을 포함한 많은 나라의 정부가 바다를 관리하는 부처를 경제 부처로 간주하여, 환경보전보다는 경제적 실리를 얻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바다를 관리하는 국가의 기능이 바다와 인간 사회가 서로 상생할 수 있도록, 지구생태계를 건강하게 관리할 수 있는 정책이 강화돼야 할 것이다. 바다는 우리 사회를 지켜줄 든든한 버팀목이자 인간 생존의 밭이기 때문이다.

그림 2 기후변화가 해양환경, 해양생태계, 사회경제적 효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모식적 그림.
김 수 암
부경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
한국해양한림원 석학회원
중국해양대학교 객좌교수
미국 스미스소니언협회/국제한림원연합회 “Ocean!” Research mento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