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NE
#2 – Insight Table

7천 년 역사가 말해주는
해양민족, 해양 DNA

7천 년에 그려진 해양생물 암각화, 8~9세기 동아시아 해역 공간을 아우른 해상왕 장보고, 그리고 외적의 배를 격파시킨 이순신의 거북선 등 우리네 오랜 역사에 깊게 뿌리내려 계승되어 온 해양 DNA가 다시 깨어날 때가 되었다. 세계 10대 경제 대국이 되기 위한 가능성은 오직 해양 신산업 안에 있다고 말하는 한국해양대학교 김태만 교수는 해양 지향적인 산업을 이끌 동력이 이미 우리 몸속 해양 DNA에 있다고 주창한다. 우주보다 더 알려진 바가 적다고 하는 바다라는 세계를 온전히 수면 위로 끌어 올리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김태만 교수를 만나 해양적 사고 전환의 필요성과 그 파급효과에 대해 들어보도록 하자.

Q1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1998년에 부임한 이후 현재까지 한국해양대학교 동아시아학과 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해수부 장관 발령으로 2020년 12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국립해양박물관장을 맡게 되어 잠시 학교를 떠나긴 했었지만, 3년간의 임기 후 다시 학교로 돌아와서 해양문화, 해양 유물 등에 대한 연구 및 강의를 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국해양대학교와 함께한 시간이 벌써 30년 가까이 됐네요.

Q2 국립해양박물관장으로 재직할 당시 ‘해양인문학’ 서적을 집필 출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바쁜 와중에도 이 책을 출간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우리 민족은 해양민족이며 해양 DNA를 가지고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해양에 대한 인식이 시들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왜 해양이 중요한지 다들 경각하지 않고 있는 듯 했고요. 그래서 해양의식이나, 해양사상 등을 다시 발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사실 ‘해양인문학’ 서적은 2020년 케이무크(K-MOOC, 한국형 온라인 공개강좌)에 선정되어 2021년에 탑재했던 해양 관련 강좌 동영상을 책으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주변 사람들의 권유로 책을 출간한 건 2022년인데, 그때가 마침 또 박물관 개관 10주년이었어요. 그러면서 전관 리뉴얼을 기획할 때 “우리 선조들은 바다에 친연성이 있었는데, 현대에 들어서는 그러한 친연성이 퇴색되고 있다. 우리는 그것을 다시 회복해야 하며, 그것을 일깨우기 위한 역사적 자료를 전시해야 한다”라고 제안했습니다. 그 결과 3, 4층 전시실에 ‘해양인문학’에 수록된 내용들이 상당 부분 반영되어 3층 해양관에는 기록 속 우리바다, 예술 속 우리바다, 우리 삶 속 바다 등 해양문화에 대한 자료가 전시되었고요, 4층 항해관에는 바다의 길잡이, 항해의 시대, 우리가 지켜낸 바다 등 선박과 항해 도구, 항해 기술을 발전시켜 나간 역사적 자료를 전시하게 됐습니다. 책의 출간이나 박물관 리뉴얼 모두 親해양적 사고를 함양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친해져야 관심을 가지고, 관심을 가져야 더 깊이 볼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웃음)

Q3 해양인문학’에는 어떠한 내용들이 수록돼 있나요?

해양의 가치를 이해하고 활용·공존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 ‘해양인문학’이라는 책은 지구(地球)가 아닌 수구(水球)로, 대륙적 사고에서 해양적 사고로 인식의 전환을 꾀하기 위해 편찬되었습니다. 해양 DNA와 인류에 대한 설명을 시작으로 항해, 해양고고학, 해양민속 등 해양 문명의 발견과 가치를 주요 내용으로 다루었으며, 해양문명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면서 해양문화연구와 해양교육 등에 대한 중요성을 부각하며 갈무리하였습니다.

“인간은 해양과의 관계 속에서 삶과 생명, 풍요와 번영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해양이 지닌 유동성, 완전성, 안정성, 일관성, 하향성은 갈등과 대립보다는 평화와 안정, 조화와 협력에 기여해 왔습니다. 그래서 해양은 곧 포용이요, 치유요, 살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본문 214p 중)

Q4 우리나라 ‘해양의 가치와 미래’는 어떻다고 생각하시나요?

과거 선조들은 바다와 함께 살아왔으며, 이는 국보 285호로 지정된 반구대 암각화에도 드러나 있습니다. 312점의 암각화 중 고래가 58점, 거북이 5점, 어류가 2점에 달하는데, 고래를 사냥하는 사실적인 포경 장면은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오래된 고래잡이 유적일 뿐만 아니라 해양어로 문화를 대표하는 인류의 문화유산으로 평가되고 있기도 합니다. 선조들의 삶 자체가 바다와 연관돼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그림들이 그려진 것입니다.

우리나라 해양 발전의 업적을 알린 역사적인 인물들도 많습니다. 장보고, 이순신, 그리고 우리나라를 수출 강국으로 이끈 현대그룹의 정주영 회장도 있죠. 정주영 회장은 유명한 일화가 있는데, 우리나라에 조선소가 없던 시절 유럽에 가서 조선소 건설을 위한 기술 협조 계약을 마무리 짓고 차관 도입을 위해 런던 애플도어의 회장을 만났건만, “25만t급 배를 만들겠다고 했는데, 그만한 배를 본 적이라도 있느냐?”라고 물었다고 해요. 그때 정주영 회장은 거북선 사진이 도안 돼 있는 500원짜리 지폐가 떠올랐다고 합니다. “이건 우리의 선조들이 16세기에 만든 거북선입니다. 영국에서 철로 배를 만든 것은 19세기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보다 300년 앞선 16세기에 선진 기술이 필요한 철갑선을 만들어 일본을 무찔렀습니다. 영국보다 조선의 역사가 300년이나 앞서 있다고 할 수 있는거죠.”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정주영 회장이 이러한 말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해양과 관련된 뿌리 깊은 발전의 역사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그 뿌리를 잊지 말아야 하고, 그 뿌리에서 미래 가치를 발굴해야만 합니다. 다가올 미래에는 육지 지향적 산업이 아니라 해양 지향적인 산업이 주도하게 될 것입니다. 해양 바이오, 해양 플랜트, 신어촌 사업 등 해양 산업의 범주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어지고 있습니다. 인류가 탐험하지 못한 바닷속 세상도 상상 이상으로 넓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해양을 바탕으로 산업구조를 한층 더 새롭게 개편해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경제 대국으로 앞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해양 DNA를 가지고 있는 민족이기에 우리 해양의 미래는 밝을 것이라 예상합니다.

(출처: 해양중공업)

Q5 향후 계획한 일이나 목표로 하고 있는 일이 있다면?

전과 마찬가지로 학교에서 해양과 관련된 강의에 매진할 생각이고요, 더불어 해양연맹이나 해양청소년단 등의 활동들도 활성화 시키기 위해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Q6 마지막으로 웹진 ‘MAP’ 구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는 저도 몇 차례 가봤습니다만, 굉장히 중요한 기관입니다. 우리나라 해양생물에 대해 발굴, 조사하고 연구함과 더불어 그 결과를 시민들에게 전시하고 교육프로그램으로 연계 기획하는 일은 아무나 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더 많은 시민분들이 해양생물과 해양과학 등에 관심을 가지면서 자원관을 방문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깊이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분야거든요. 웹진 ‘MAP’ 구독자 여러분들도 해양생물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관찰하고 배우는 과정 속에서 흥미를 만끽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