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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슈퍼스타
K-해양생물다양성

글. 김종성 박사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생물다양성, 환경, 그리고 해양의 중요성

유네스코는 매년 5-6월 기후변화와 가장 밀접한 세 가지 이슈인 ‘생물다양성’과 ‘환경’, 그리고 ‘해양’을 함께 생각하며 주요 국제 기념일을 축하하는데 앞장서 왔죠. 첫 번째로 ‘세계 생물다양성의 날’은 유엔(UN)이 생물다양성협약(CBD)을 발표한 날을 기리기 위해 5월 22일로 정했습니다. 두 번째는 유엔이 정한 ‘세계 환경의 날로 6월 5일에 대륙별로 돌아가며 한 국가에서 행사를 개최하고 전 세계인의 환경 보호 의식을 고취합니다. 세 번째는 바로 ‘세계 해양의 날’로 유엔이 공식 채택한 6월 8일을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장보고 장군의 청해진 설치를 기념하는 취지로 5월 말일을 ‘바다의 날’로 정해 바다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죠. 50여 개가 넘는 우리나라 국가 기념일 중에 해양수산부가 주관하는 유일한 날로 의미가 큰 행사입니다. 이제 5월을 맞아, 글로벌 기후, 해양위기 시대에 지구와 인간의 마지막 희망과 대안으로 손꼽히는 바다, 그리고 그 바다의 생물다양성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글로벌 및 한국의 해양생물다양성

2000년부터 약 10년간 진행된 전 세계 해양생물다양성 전수조사 결과를 정리한 논문이 2010년 유명 국제학술지에 발표됐습니다. 연구팀 리더는 아일랜드 출신 마크 J 코스텔로 뉴질랜드 대학의 교수로 재직 중이었지요. 전수조사는 전 세계 80여 개국 2,700여 명의 과학자가 10년, 538회에 걸친 현장 조사와 기보고된 문헌 자료를 포함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전수조사 결과는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해역에 대해 총 2,600편 이상의 논문으로 출간됐습니다. 코스텔로 교수는 그 전수조사 결과를 집대성하여 총 25개 지역(국가)별로 종수 및 면적당 종수를 새롭게 제시한 것입니다.

당시 코스텔로 교수의 리뷰 논문을 접하고 두 번 놀랐습니다. 첫 번째는 전수조사 결과가 전 세계 25개 해역(지역 혹은 국가로 표시)으로 구분 제시됐는데, 그중 하나가 대한민국(South Korea) 이었다는 점, 두 번째는 단위면적당 해양생물의 기록 종수(32.3종/1000 km2)란 지표에서 대한민국이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해양생물다양성이 세계적 수준이라는 점과 상통하는 국제학술지에 소개된 최초 논문이란 점에서 의미가 컸지만 내내 아쉬웠던 기억이 납니다. 왜냐하면 2015년 홍콩에서 개최된 ‘국제해양생물다양성학회-2015’에서 저는 이 논문을 근거로 K-해양생물다양성의 우수성을 강조했기 때문이죠. 이때 저는 우리나라 바다의 생물다양성의 우수성을 언젠가는 우리 자료로 우리가 직접 증명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K-해양생물다양성 연구에 박차

이후 우리 연구팀은 우리나라 해양생물다양성에 대한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에 게재하는 일에 매진했습니다. 첫 번째로 2014년, 해양정책 분야 국제학술지인 ‘해양·연안관리(Ocean and Coastal Management)’에 우리나라 서해 갯벌(624종)의 대형저서무척추동물 다양성이 세계적 수준임을 증명하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두 번째로 2017년, ‘독도’(578종) 라는 상징적 해역에서 대형저서무척추동물 다양성이 세계적 수준을 자랑하는 서해 갯벌에 버금간다는 사실도 밝혔습니다. 특히, 독도 논문의 경우 독도 해양생물 종의 구성이 한국의 동해 연안과 유사하고 일본의 북해 연안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내세워 독도의 세계적 수준의 해양생물다양성이 바로 한반도, 우리 땅에 기인함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마침내 입증된 글로벌 슈퍼스타 K-해양생물다양성

2019년 제9회 ‘국제해양오염생태독성학회’에서 저는 태안 유류오염 사고 이후 장기 생태계 회복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기조 강연을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좌장이었던 영국 사우스햄튼 대학교의 스티븐 호킨스 명예교수가 발표 이후 한 가지 제안을 합니다. 본인이 총괄편집장인 ‘해양학·해양생물학 리뷰(Oceanography and Marine Biology Annual Review: OMBAR)’ 저널에 한국의 해양생물다양성에 관한 논문을 제출해달라고 제안한 겁니다. OMBAR는 1963년 창간된 해양생물학 관련 최고 학술지로, 매년 1회 초청 논문만 발간한다는 점에서 영광스러운 제안이었습니다. 더구나 당시까지 한국인 저자 논문이 단 한 편도 없었다는 점에서 욕심이 났지요. 저는 이 세계적인 해양생물학 저널을 통해 우리나라의 우수한 해양생물다양성을 전 세계에 꼭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 후 3년에 걸쳐 논문을 준비했고, 우리는 2021년 10월 마침내 ‘한국의 해양생물다양성’이란 제목으로 리뷰 논문을 발표하게 됩니다. 지난 50년간 보고된 우리나라 대형저서무척추동물 연구 결과를 전수조사하고, 재검토하여 우리나라 해양생태계 및 해양생물다양성을 전 세계에 공식적으로 발표한 첫 논문이란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즉 우리나라 해역을 총 38개(서해 16지역, 남해 10지역, 동해 12지역)로 구분해서 지역별로 종 목록과 종 분포도를 지도로 제시했고, 우리나라 해양저서무척추 동물이 총 1,915종에 이른다는 사실을 밝힌 것입니다. 2022년 1월 홍콩에서 열린 ‘국제해양생물다양성학회-2022’에서 저는 이 리뷰 논문을 바탕으로 K-해양생물다양성의 우수성을 알리는 기조 강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지요. 코로나로 인해 저는 참석이 어려워 온라인 발표에 만족해야 했고, 현장감은 다소 떨어졌지만 2015년 코스텔로 교수가 소개한 K-해양생물다양성이 아닌, 김종성의 K-해양생물다양성을 멋지게 보여줬다는 사실에 무척 뿌듯했습니다.

환경변화에 따른 해양생물의 기록

역사 속에서 해양환경 변화에 대한 기록을 통해 특별한 해양생물을 유추해 볼 수도 있습니다. ‘적조’ 는 하구나 연안에서 육상 등으로부터 공급된 영양염이 풍부해지면서 특정 식물플랑크톤 군집이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현상을 일컫는데요. 식물플랑크톤이 가진 붉은색 색소체의 영향으로 해수의 색도 적색으로 보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해양환경과 해양생물의 상호작용 결과 나타나는 현상이라 할 수 있는데요. 이 적조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다름 아닌 「구약성서」 제2강 출애굽기에 나옵니다. 바로 “강물이 모두 피로 변하여 고기가 죽고 물은 냄새가 나서 마실 수 없었다”라는 구절입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적조가 최초로 기록된 것은 삼국시대로 알려져 있답니다. 「삼국사기」에는 신라 선덕여왕 8년 가을 7월에 “동해의 물이 붉은색으로 변하고 수온이 올라서 고기가 죽었다.”라는 대목이 나옵니다. 수온이 오르면서 식물플랑크톤이 이상 번식하여 바닷물이 붉게 변하고 그 영향으로 물고기가 호흡을 못해 폐사했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죠.
「조선왕조실록」에도 적조에 대한 기록이 제법 많이 나옵니다. 기장 임을포-가을포 적조(태종 3년 7월 24일), 경남 고성 박도·번계포 등지 열흘간 적조(태종 3년 8월 1일), 경남 진해 적조(태종 3년 8월 14일), 경남 진해 적조(태종 3년 9월 14일), 경남 거제 적조(세종 5년 7월 16일) 등인데요. 사실 경남의 기장, 진해, 거제 등지는 현재도 남해안 여름철 적조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에 이 기록에 대한 의심의 여지는 없을 것 같네요.

해양생물에 관한 다양한 역사적 기록

반구대 암각화에는 그물을 이용해 고래를 잡는 형상이 새겨져 있고, 부산 동삼동 패총에도 출토된 토기 표면에는 미세한 그물망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이로부터 인간은 선사시대부터 어획이나 사냥을 위해 그물을 사용하는 지혜를 발휘했음을 알 수 있죠. 조선 순조 때 실학자 서유구는 총 113권 52책의 「임원경제지」란 방대한 분량의 저술을 남겼습니다. 바로 조선 후기 농업, 어업, 의학 등과 관련한 수많은 지식과 기술이 집적된 일종의 백과사전인데요, 그중 「전어지(권39~40)」에는 가축과 야생동물 및 어류에 대한 소개와 함께 물고기를 잡는 다양한 방법과 어구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해양생물의 기록을 넘어 수산자원으로서의 가치까지 담아낸 훌륭한 기록임이 틀림없죠.
「세종실록」 150권 지리지 경상도편에도 어피, 대구어, 문어, 상어, 건조된 물고기, 전복, 홍합, 어교 등 각 지방의 다양한 특산물에 대한 기록이 나옵니다. 한편, 조선 시대에는 바다에서 잠수를 통해 전복과 물고기 등을 잡아 진상하는 포작(남)과 잠녀(여)라는 직업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1629년 이건의 「제주풍토기」에 잠녀들이 전복을 채취한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잠녀의 물질에 대한 기록은 이미 삼국시대 이전부터 나오는데, 「삼국사기」와 「고구려본기」에 “섭라(제주)에서 야명주(진주)를 진상했다”는 기록이 이를 반증합니다. 수산업 발전과 관련한 근대의 기록은 일제 강점기 일본인 지리학자 요시다 게이치가 쓴 「조선수산개발사」에 자세히 나온다고 하니 참고하세요.

해양생물의 기록은 계속된다!!

우리나라의 해양생물 기록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냥으로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선조들의 해양생물에 대한 관찰과 생태적 경험은 자연스럽게 식생활 등의 문화로 발전하여 정착됐다고 할 수 있겠네요. 조선 시대의 수많은 기록, 그리고 광복 이후 본격적으로 진행된 우리나라 과학자들의 해양생물에 관한 연구는 계속해서 세계적인 기록으로 그 역사를 대변하고 있는 것 같아요. 최근 소개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국가해양수산생물종목록집」(2023)에 따르면 우리나라 해양생물은 대략 15,000여 종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세계적 수준의 해양생물다양성에 대한 기록을 통해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해양생물에 대한 기록과 과학적 연구성과가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국제해양생물다양성학회, 2022

K-해양생물다양성의 분류, 지리, 생태적 특징

OMBAR 논문에는 우리나라 바다의 대형저서무척추동물이 17개 문(phylum), 1,915종 (연체동물문 670종, 환형동물문 469종, 절지동물문 434종, 극피동물문 79종, 그 외 분류군 263종)으로 기재돼있습니다. 출현 종의 분포를 크게 조하대(1,326종), 조간대(875종), 하구(244종) 등 서식지 유형별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대형저서무척추동물의 주요 서식 분포도 알 수 있게 했지요. 특히, 조하대에 분포하는 출현 종의 숫자가 많다는 점은 우리가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심해에도 매우 다양한 크기가 큰 해양생물이 살고 있음을 말해줍니다. 한편, 출현 종의 분포를 서해, 남해, 동해를 구분해서 볼 때 남해(1,103종)에서 출현한 종의 숫자가 서해(829종), 동해(621종)와 비교해 월등히 높게 나타났습니다. 남해의 해역 특성이 서해와 동해의 특성을 고루 갖추었다는 점에서 서식지 다양성이 높은 이유로 출현 종의 숫자도 크게 됐다는 가설이 검증된 것이죠.

그림 . 한국 연안해역 지역별(서해, 남해, 동해) 및 서식지별(조간대, 하구, 조하대) 대형저서무척추동물의 출현 종수 및 특성(상단 총수, 하단 4개 주요 분류군별 종수)

또한 상위분류군(phylum 수준) 관점에서 볼 때도 서해, 남해, 동해에서 출현하는 분류군의 종류는 대체로 지역 해양환경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음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갯벌이 잘 발달한 서해는 갯지렁이가 속하는 환형동물문(316종)과 게를 포함하는 절지동물문(219종)의 종수가 가장 많았습니다. 남해는 갯벌과 함께 암반 조간대와 섬 생태계가 고루 발달하여 고둥, 조개와 같은 연체동물문(416종)의 종수가 서해(249종)와 남해(190종)보다 압도적으로 많았고요. 끝으로, 동해는 말미잘, 산호와 같은 자포동물문(55종)의 종수가 서해(25종)와 남해(51종)에 비해 많았고, 성게와 불가사리와 같은 극피동물문(31종)의 종수도 비교적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 바다에 동시에 출현하는 종은 환형동물문(61종) > 연체동물문(19종) > 절지동물문(8종) > 자포동물문(4종) 순이었습니다. 예를 들면, 환형동물문에 속하는 갯지렁이류가 한반도 전역에 고르게 퍼져 서식하는 사실이 우리 자료로 확인됐다는 점이 중요하죠. 한편, 제주도는 남해와 연결돼 있으나 남해와는 사뭇 다른 양상의 종 조성 및 분포 특성을 보였으며, 이는 지리적으로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제주 섬의 장시간 고립되어 진화해 온 해양생태계 특징을 반증하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마지막으로 총 38개 해역을 대상으로 해양생물다양성을 분석해 보니 대부분 우수하거나 보통 이상의 생태적 건강도를 보여주고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그동안에는 국외학자에 의해, 또는 특정 지역에 국한된 자료로 K-해양생물다양성을 평가해 왔다면, 이번 연구를 통해 우리 연구진은 우리 자료를 통해 우리 바다 전 해역의 K-해양생물다양성을 세계 최초로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성과라 하겠습니다. 정량적 측면에서 종 수만 놓고 봐도 우리나라의 대형저서무척추동물 1,915종은 유럽 와덴해 400여 종, 영국 연안 530종, 터키 서부 연안 685종, 북태평양 576종, 북극(대륙붕 포함) 2,636종과 비교할 때 세계적으로도 독보적 수준의 해양생물다양성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혔으니까요. 우리나라 바다의 우수성과 생태계 건강함을 우리 자료로 당당하게 설명하고 해석했다는 사실이 새삼 뿌듯하네요.

한국 연안의 30개 지역(박스 그림 내 동그라미)에서 출현한 대형저서무척추동물의 생물다양성(건강성) 평가 결과

이제 자랑스럽게 ‘K-해양생물다양성’을 외치자!

해양수산부는 2006년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한 이후, 현재까지 총 91종의 고유종과 보호 가치가 높은 해양생물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 관리하고 있습니다. 혹등고래 등 포유류 21종, 나팔고둥 등 무척추동물 36종, 삼나무말 등 해조(초)류 7종, 푸른바다거북 등 파충류 5종, 가시해마 등 어류 5종, 넓적부리도요 등 바닷새 16종 등입니다. 또한 2023년 12월 기준, 고유생태계를 위협하는 총 21개의 해양생물을 ‘유해·교란해양생물’로 지정,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죠. 별불가사리 등 유해해양생물 17종, 해양생태계교란생물 1종(유령멍게))을 포함합니다.

해양보호생물, 유해·교란해양생물의 지정은 매우 바람직하나 ‘지정’만 하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는다면 유명무실한 보여주기식 보호정책이 될 수 있음도 간과해서는 안 되리라 생각합니다. 제대로 된 관리를 위해서는 해양생물이 어디에 어떻게 얼마나 많이 살아가고 있고 또 시간이 지나면서 어떻게 변하는지를 지속해서 추적하는 생태계 구조 관점의 모니터링과 함께 생태계 먹이망 등 기능적 측면에서의 변화 연구도 수반되어야 하는데, 현재는 기능적 모니터링은 제대로 수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반쪽짜리 보호정책이란 한계가 있음을 말하고 싶습니다. 세계를 선도한 K-방역, K-팝, K-드라마답게 이제 K-해양생물다양성이 슈퍼스타 임을 잊지 말고, 그에 걸맞은 대우와 보상도 따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종성 교수

프로필(Profile)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블루카본사업단장
서울대학교 해양환경영향평가연구단장
서울대학교 연안융복합연구센터장
(사)한국해양한림원 석학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