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BIK – 해양 IN
21세기에도 빛나는 전통생태지식(TEK)
과학의 발달로 그 어느 때보다도 바다에서 발생하는 현상에 대하여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한 지금이지만, 우리는 달에 대해 아는 것보다 바다에 대해 아는 것이 적다고 자조적인 투정을 한다. 사실, 과학자들은 동해에 그 많던 명태가 모두 어디로 사라졌는지, 해파리는 왜 갑자기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늘어나 어민들과 해수욕객들을 불편하게 하는지, 거대한 세력으로 발달하는 태풍을 누그러뜨릴 방책은 없는지 등의 질문에 대해 아직 명쾌한 답을 주지못하고 있다.
해양 IN
글.부경대학교 명예교수 김수암
선조들의 지혜, 전통생태지식(TEK)
과학의 발달로 그 어느 때보다도 바다에서 발생하는 현상에 대하여 어느 정도 설명이 가능한 지금이지만, 우리는 달에 대해 아는 것보다 바다에 대해 아는 것이 적다고 자조적인 투정을 한다. 사실, 과학자들은 동해에 그 많던 명태가 모두 어디로 사라졌는지, 해파리는 왜 갑자기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늘어나 어민들과 해수욕객들을 불편하게 하는지, 거대한 세력으로 발달하는 태풍을 누그러뜨릴 방책은 없는지 등의 질문에 대해 아직 명쾌한 답을 주지못하고 있다. 지구 생태계에 관한 모든 정보와 변화가 인공지능의 도움으로 더욱 체계적으로 심층 분석된다면 이러한 해양 난제들에 대한 해답이 만들어질 날이 오겠지만, 아직도 과학자들은 바다와 같은 복잡계의 현상을 세밀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 들어 일부 과학자 집단은 현대과학이 미처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에 대하여 선조들의 지혜를 활용하자고 제안한다. 인간과 자연이 오랜 세월 상호작용하며 축적한 경험·문화적 지식을 전통생태지식(Traditional Ecological Knowledge, TEK)이라 부르는데, 이러한 전통 지식은 복잡한 자연계 현상 해석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현대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TEK는 과학적 분석에의한 결론이 아니어서 황당하게 여겨질 부분이 많다. 하지만, 오랜시간을 거치면서 경험적으로 축적된 지식체계이기 때문에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실제 눈에 보이는 현상을 정확하게 짚어준다. 바다 상황에서도 선조들의 경험은 매우 값진데, 가령 “바다 안개가 짙으면 고기떼가 온다”는 TEK를 현대과학으로 해석하면, “온도차로 발생하는 바다 안개가 해양전선(front)과 연계된 어군 이동의 신호”로 인식되는 것이다. 따라서 현대과학과 TEK가 상호 보완할 수 있다면, 몇몇 해양난제를 해결하는데 한층 빠르게 접근할 수도 있다. 마치 자연현상에 대한 지각이 인간의 직관 및 검증 능력을 키워주듯이 말이다. 이제, 해양 TEK에는 어떤 것이 있으며, 현대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그리고 각국 정부는 이 지식의 발굴을 위하여 어떠한 노력을 하는지 알아보자.
세계 도처에서 발견되는 해양 TEK
인류 사회와 바다와의 인연은 매우 깊고, 국가의 번영은 바다를 이용하는 정도에 따라 다른 결과를 만들어 왔다. 역사적으로 민족마다 처해 있는 상황은 달랐을 터이므로 문화권 별로 독특한 해양 TEK가 축적되었으며, 그 지식은 대부분 속담과 구전의 형태로 후손에게 전달되었다. 예를 들어, 태평양 섬 주민들은 해류의 흐름, 별의 위치, 바닷새의 이동 등을 감안하는 항해술을 발달시켰고, 캐나다 인디언 원주민들은 주 식량원인 연어의 고갈 방지하기 위하여 하천에 나무와 돌을 이용해 물막이 구조물을 설치해 연어를 잡되, 일부는 산란장으로 올라가도록 통제함으로써 연어자원을 보호하고 관리하는 지혜를 터득했다. 하와이 원주민들은 육지의 숲이 과도하게 벌목되면, 침식과 퇴적이 발생하여 연안의 산호초와 어업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산지-계곡-연안을 통합 관리하는 체제를 구축하였다. 지금부터 역사적으로 교류가 많았고, 문화적으로도 유사한 이웃 나라 일본과 우리나라의 TEK 사례를 비교하고, TEK가 미래의 해양관리 체제 속에서 활용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보자.
사토우미(里海, Satoumi)에서 발굴한 일본의 해양 TEK
일본은 사토우미 개념을 발전시켜, 해양 TEK를 수산자원 관리방침에 접목하였다. ‘사토(Sato)’는 마을이나 사람이 사는 터전을 뜻하고, ‘우미(Umi)’는 바다를 의미하므로, 일본 학자들은 사토우미를 ‘마을과 바다가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연안’ 혹은 ‘인간의 적절한 개입을 통해 생물다양성과 생산성이 향상된 연안 바다’라고 정의한다. 이 지역의 어민들은 조석의 변화, 계절풍, 해류의 흐름 등의 생태·환경 지식을 오랜 경험을 통해 체득했고, 그 지식을 어획도구나 어획 기술 향상에 이용하거나, 수산자원을 지속적으로 생산하기 위한 관리 방침에 반영하였다. 예를 들어, 특정 계절에 산란하는 어종을 보호하기 위해 산란 시기에 어획을 자제하거나, 해양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안으로 육지 숲을 보호하는 전통을 유지하거나, 수산자원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이용 권한을 규제하기도 하였다. 즉, 바다를 수산자원이 보관된 창고로만 보지 않고, ‘살아있는 공동체’로 인식하여 바다와 인간이 상생하는 길을 모색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사토우미 지역에서 나타나는 해양 TEK의 가치를 알아보고는 바로 연구를 지원하기 시작하였고, 2007년 이후 주요국가 전략에 포함하였다. 아울러, 사토우미 현장 복원 지원 사업을 시행하고(그림 1), 그 결과를 국제적으로 발표하여 일본 전통생태철학의 우수성을 전 세계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즉, 사토우미 프로젝트에서는 어업관리 시스템에서 적용되는 어업의 ‘사회-생태시스템(social-ecological systems)’ 개념을 강조하면서, 다음의 두 가지 화두를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해양생태계는 인간의 삶과 복지를 어떻게 지원하는가?”, “인간 공동체는 지속가능하고 생산적인 해양생태계를 어떻게 지지하고 유지하는가?” 이는, 단순히 생태계나 인간 사회를 따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주고받는 사회-생태적 시스템으로 이해하자는 것이다. 사토우미 프로젝트의 관점은 지구적 변화가 기후뿐 아니라 인간의 사회·경제적 상황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인간의 활동에 의하여 자연생태계가 치명적으로 될 수 있다는 21세기의 국제적 인식에도 잘 부합하는 개념이다.

사토우미(里海, Satoumi)에서 발굴한 일본의 해양 TEK
우리에게도 풍부한 TEK
한국의 전통 해양문화에서도 TEK는 풍부하게 발견된다. 갯벌에서의 패류 채취, 해녀의 잠수어업, 죽방렴과 어살 등에 종사하는 어민들은 생태계를 관찰하고, 변화를 기록 혹은 구전하였다. 갯벌과 연안에서 수백 년간 축적된 어민들의 경험은 현대 과학이 쉽게 얻을 수 없는 귀중한 생태정보이다. 어민들은 자연의 수호자로서 자신들의 삶과 바다를 긴밀히 연결시키며, 얻어진 생태정보를 공동체와 공유하면서 해양을 지키는 체제를 유지해 왔다. 이들 각 사례에 대한 간단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 서해안에 넓게 발달된 갯벌에서의 어업은 해양 TEK와 가장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어민들에게는 달의 주기와 조석 간만을 활용한 조개·게·낙지 등 갯벌 생물의 채취 시기나, 퇴적환경별로 구분된 어패류 서식지에 대한 수백 년간 전승된 채취·양식·어로 지식이 존재한다. 이러한 생태적 관찰 지식을 바탕으로 하여, 지역별 갯벌 맞춤형 도구가 개발되었고, 어촌공동체가 공유하는 채취 금지 구역, 체장 제한, 계절별 금어기 등의 갯벌 관리 규칙이 어촌계 협동 규범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
* 최소한 4세기 이상 지속된 제주도 해녀 문화 역시 바다와 인간이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온 사례로, 해녀들은 수십 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양환경과 생물상의 변화를 기록하거나, 구술 전승을 통해 이 지식을 공동체와 공유하면서 생생한 TEK 체계를 유지해 왔다. 해녀들의 이러한 지식은 생물다양성 감소, 기후변화에 대한 지역사회의 적응 전략 수립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에 TEK가 지속가능한 해양 관리와 지역 공동체 회복력 강화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남해안의 죽방렴은 조류와 물때를 정교하게 활용한 지속가능한 어업 방식으로 생태계를 보전하면서도 지역 주민들이 안정적인 수확을 올릴 수 있게 해주었다. 즉, 바닷물의 흐름과 유속 변화를 세밀하게 관찰하여 위치를 선정하고, 회유성 어종의 계절별 이동 습성을 파악하여, 설치 방향과 그물틀의 구조를 결정한다(그림 2). 또한, 일정량의 물고기는 자연적으로 빠져나가도록 설계하여, 필요 이상 취하지 않는 어업 관습을 이행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어획을 가능하게 한다.

우리에게도 풍부한 TEK
새로운 진보를 향한 한 걸음
해양 오염과 남획,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위기가 심화되는 요즈음, 인간과 자연이 상생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데 있어 TEK는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러한 전통 지식은 건강한 바다를 유지하여 지역 공동체의 회복력을 강화한다는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므로 국제 사회는 해양생태계를 이해하고, 공동체 협업을 통하여 자원관리 방법을 터득한 선조들의 지혜를 발굴·보전하고, 이를 지속가능한 미래사회를 건설하는데 적용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즉, ‘유엔 생물다양성협약(UN CBD)’은 토착민과 지역 공동체의 전통 지식을 보전하고 활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생물다양성과 생태계서비스 정부 간 플랫폼(IPBES)’은 생물다양성 보전과 생태계서비스 평가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TEK의 과학적 가치와 적용 가능성을 인정하고 있고,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TEK를 기후변화 적응과 재해위험 감소 전략에 활용하도록 촉진하고 있다. 해양 TEK는 단순한 옛 지식이 아니라, 지속가능한 미래사회를 설계하는데 필요한 지혜이다. TEK가 현대과학과 결합함으로써, 해양 난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으며, 생물 서식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생태계의 복원과 재생에도 큰 기여를 할 수있다. 지역 주민, 어업인, 행정기관, 학계 등의 이해당사자 모두가 참여해 갯벌 복원, 해조숲 조성, 지속가능한 해양관리 방침 제정, 전통어업 부활 등을 추진하며 TEK를 현대적 관점에서 계승하려는노력이 필요하다.
김수암
부경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
한국해양한림원 석학회원
중국해양대학교 객좌교수
미국 스미스소니언 과학교육센터 과학자 홍보대사 (Scientist Ambassado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