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NE
#1 – Theme
바다와 함께 살기 : 공생의 지혜
바다의 가치
바다가 인간에게 주는 혜택, 그동안 잘 몰랐던 바다의 경제적 가치가 최근 과학적으로 속속 밝혀지고 있습니다. 식량자원의 원천이자, 기후, 오염, 재해를 완화해주는 조절자 역할을 하며, 무엇보다 지구 생태계 유지와 번성에 필수적인 역할을 해온 바다의 경이로움에 고개가 절로 숙어집니다. 마지막 연재 주제는 바다와의 “공존”입니다.
최근 K-블루푸드로 전 세계가 주목한 ‘김’을 비롯한 각종 ‘해조류’, 그리고 필수 단백질 공급원인 ‘어패류’와 ‘갑각류’ 등 바다의 먹거리는 인류 생존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식량자원입니다. 대기 중 탄소를 흡수하고, 해류를 통해 기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지구 온도를 조절하는 바다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또한 바다는 세계 경제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죠. 세계 무역의 90% 이상이 해상 운송을 통해 이루어지며, 해운업, 관광산업, 해양 자원 개발 등 모두 바다에서 비롯된 다양한 산업 활동이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습니다.
최근 바다, 그리고 갯벌이 제공하는 ‘문화적 가치’도 주목받고 있죠. ‘K-갯벌’이 제공하는 관광, 휴양, 경관, 심미, 교육, 유산, 영감 등 문화적 가치가 연간 1조 원을 훌쩍 넘을 정도니까요. 유럽 ‘와덴해’가 2009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후 독일, 네델란드, 덴마크 등 와덴해 3국의 생태관광 수입만 연간 10조 원 이상 증가했다고 합니다. 세계자연유산에 이름을 올린 K-갯벌의 문화적 가치 역시 더욱 커질 거라 확신합니다. 바다와의 공존은 인류 생존과 지속 가능한 삶을 영유하는 필수조건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바다의 위기
지난 반세기 넘게 인간의 무지와 욕심은 바다를 심각하게 병들게 했죠. 무분별한 연안 개발과 해양환경 오염으로 바다와 바다 생태계는 한계를 넘어 회복 탄력성을 상실할만한 수준으로 나빠졌습니다. 플라스틱 쓰레기, 산업 폐기물, 기름 유출 등의 ‘인재’가 끊임없이 반복됐고 줄어들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특히, 미세플라스틱 문제는 궁극적으로 해양 생태계를 교란하고 부메랑처럼 결국 인간의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극지방 빙하가 속속 무너져 내리면서 해수면은 계속 상승 중입니다. 해수온 상승, 산성화, 오염으로 인해 세계 곳곳의 산호초도 무덤 밭으로 변해가고 있죠. 남획으로 인한 수산자원 고갈도 심각한 수준입니다. 특히, 저인망 어업과 같은 파괴적 방식은 해양 저서생태계를 심각하게 훼손했습니다. 모두 과거 그리고 현재에도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고 당분간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바다생물의 ‘공생’의 지혜
바다와의 공존, ‘공생’의 지혜에서 찾아볼까요? 바다의 수많은 생물은 제한된 공간과 한정된 자원과 싸우며 경쟁합니다. 그 경쟁은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로 복잡하게 뒤얽혀서 먹이그물을 만들죠. 때론 경쟁을 회피하거나 상생하는 방식의 생존전략을 취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40억 년 이상 생물 진화의 역사에서 ‘공생’이 ‘경쟁’보다 득세했다고 하니 바다생물의 지혜는 인간보다 훨씬 앞서 있었다고 할 수 있겠죠.
‘공생’은 서로 다른 두 종류 이상의 생물들이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를 말하죠. 이때 양쪽 모두 이득이 되는 상리공생, 한쪽만 이득이 있는 편리공생, 한쪽이 피해를 보는 편해공생·기생 등 다양한 관계가 펼쳐집니다. 공생 전략의 특징은 어떤 경우라도 종간 사이에서 경쟁이 배제되거나 최소화된다는 점입니다. 즉, 공생이 경쟁보다 유익한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에 이견은 없을 것 같네요.
공생의 유익한 예는 바다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술국으로 일품인 조개탕만 보더라도 ‘조개’와 조개 안에 사는 ‘속살이게’의 공생을 엿볼 수 있으니까요. 속살이게는 안전한 보금자리를 얻고 조개는 찌꺼기나 분비물 등을 말끔하게 제거해주는 청소부를 얻는 이른바 상리공생의 한 예입니다. ‘흰동가리’와 ‘말미잘’도 대표적인 상리공생의 예입니다. 흰동가리는 말미잘 사이에서 몸을 보호하며 살아가고 말미잘은 흰동가리로부터 먹이를 공급받죠. ‘말미잘’과 ‘집게’도 공생 관계입니다. 말미잘은 집게의 껍데기 위에 자리를 잡아 기동성을 확보하고, 집게는 말미잘을 방패 삼아 천적을 피할 수 있으니까요. 말미잘은 공생의 대가인 것 같습니다. 서식처를 공유하는 ‘딱총새우’와 ‘망둑어’의 룸메이트 스토리도 있죠. 시력이 나쁜 딱총새우가 서식 굴을 만들 때 망둑어는 망을 봐주고, 딱총새우는 열심히 판 서식 굴을 망둑어의 은신처로 공유해줍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생물도 지혜로운 공생의 생존전략을 택합니다. 플랑크톤인 ‘주산텔라’는 산호, 말미잘, 해파리 등 다양한 바다생물 몸속에서 살아가죠. 공생조류는 광합성을 통해 생산한 유기물을 숙주에게 먹이로 공급해 줍니다. 이들의 공생은 지난 1억 6천만 년 동안 아름답게 이어져 왔다고 하니 대단하죠? 현재 공생하는 수많은 생물도 애초에는 공간과 자원을 두고 경쟁했지만, 결국 ‘공생’ 이 생존 가능성을 높여준다는 것을 일찍이 깨달았던 것 같아요. 자연과 바다생물이 지난 수십억 년간 보여준 지혜로운 생존전략인 ‘공생’, 지금 우리 사회에 더욱 절실해지는 요즘입니다.
우리의 할 일
인간도 공생의 유익함에 인색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나누면 줄어든다는 생각보다는 나누면 오랫동안 서로 지킬 수 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다와의 공존을 위한 몇 가지 생태적 전략을 생각해 보죠. 자연의 특성상 해양 생태계의 연결성, 연속성을 고려한 보호 전략이 필요해 보입니다. 특정 종, 특정 서식지, 특정 행정구역 중심의 보호 구역이 아닌 전체 생태계를 위한 보호 구역 설정을 강조하고 싶네요. 개발, 오염, 남획을 강력히 규제하고 관리하는 장치도 필요합니다. 정부의 규제 노력이 실효성을 갖게 하려면 지속적 관리와 예방 중심의 규제가 중요할 것입니다.
개인의 역할과 실천도 중요하겠죠. 자원의 낭비를 줄이고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고 또 재활용을 습관화하는 등 개인 차원의 노력이 하나둘 쌓인다면 좀 더 빠르게 지금의 지구 “3중 위기”, 즉 ❶ 기후변화, ❷ 생물 다양성 손실, ❸ 환경오염을 극복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합니다. 이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국민의 인식 증진을 위한 교육일 것입니다. 어려서부터 바다의 가치와 자연 보호의 중요성을 잘 알게 하는 교육이야말로 실효성을 높이는 지름길일 것입니다.
해양과학 대중화를 위한 첫걸음
최근 출간한 두 권의 바다 이야기책을 소개합니다.
첫 번째는 청소년을 위한 과학 도서로 “바다의 미래가 사막이라면”입니다. 그동안 당연하게만 여겨 왔던 바다의 역할과 가치를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소개한 책입니다. 바다의 탄생 과정, 밀물과 썰물이 일어나는 이유, 해류의 순환 등 기본 개념부터 흑해, 홍해, 백해, 황해 등과 같은 세계의 바다는 물론, 우리나라 바다의 특색을 지역별(동해, 서해, 남해)로 쉽고 재밌게 풀어보았습니다. 우리나라 바다가 세계적으로도 높은 생물 다양성을 띠게 된 이유를 과학적 배경과 함께 최근 연구 결과도 제시했지요. <다른> 출판사의 남다른 지원으로 청소년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일러스트’와 교육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틈새 토론’ 코너 등도 마련해서 활용성을 높였습니다.
두 번째 신간은 일반인을 위한 과학 도서로 “김종성 교수의 우리 바다 우리 생물”입니다. 이 책은 <현대해양> 『김종성의 우리 바다 우리 생물』 코너 24회 연재를 묶어 <베토>에서 발행했습니다. 더 정확히는 지난 10년 서울대 학부생 대상의 기초교양과목인 ‘바다과학기행’ 강연내용을 정리해서 작성한 교양서입니다. ‘바다의 가치’, ‘해양 생태계의 위기’, ‘개발과 보전의 화두’, ‘숙제와 도전’ 연결된 4개의 테마로 구성했죠.
일반인을 위한 과학서란 측면에서 ‘객관성’과 ‘전달력’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주장이 아닌 사실, 이론보다는 실제에 집중하여 독자의 이해도와 친밀도를 높이려고 애썼습니다. 바다의 가치, 보전 이유, 우리의 할 일에 대해서 과학적 사실과 이해를 바탕으로 한 ‘공감’을 끌어내고 싶었습니다. 작가, 시인, 기자의 글과 같이 재미, 감동, 논리를 모두 갖추지 못했음이 못내 아쉽지만, 해양과학 ‘대중화’를 위한 첫걸음이었음에 의미를 두고 싶네요.
홀로서기보다 중요한 것, “함께하기”
바다의 미래는 과연 어떨까요? 역시 개발과 보전의 ‘딜레마’가 큰 숙제일 것 같네요. 그러나 ‘개발’만 내세우던 구시대적 발상과 명분은 이제 통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는 사실을 모두 공감하실 겁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지만 미래의 선택도 결국 인간의 몫일 것입니다. 바다 ‘알기’를 넘어 바다 ‘구하기’에 전 인류가 동참해야 한다는 명분을 이제 외면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망가뜨린 바다, 우리 손으로 다시 건강한 상태로 돌려놔야 하는 것에 특별한 이유가 있어야 할까요?
지난 1년간 연재를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우리 바다만의 ‘특별함’이었습니다. 일부 주제나 내용이 중복된 측면도 있지만, 최대한 객관적 연구 결과에 근거해서 바다의 가치, 위기, 그리고 우리가 해야할 일을 소개했고 제안해 보았습니다. 연재를 마무리하며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말은 ‘혼자 가면 빨리 가고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출처 불명의 “혼빨함멀”입니다. 바다는 우리 모두의 것이니 함께 알고, 지키고, 가꾸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제 다시 ‘벤토스’ 가족들과 함께 새로운 연구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자료가 쌓이고 또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오면 다시 반갑게 만나기로 해요.
감사합니다!


김종성 교수
프로필(Profile)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블루카본사업단장
서울대학교 해양환경영향평가연구단장
서울대학교 연안융복합연구센터장
(사)한국해양한림원 석학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