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NE
#2 – Insight Table
바다의 소리를 형상화하는 소리 조각가 윤희수
‘자연과의 공생을 일깨우다’
‘자연과의 공생을 일깨우다’
물결의 파동과 해양생물의 속삭임. 생명의 소리와 고요한 정적. 윤희수 작가는 자연의 존엄성을 알리기 위해 소리를 채집하고 조각하여 바다와 인간이 만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였다. 바닷속 소리를 시각적인 조형물과 결합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감각으로 체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한 것이다. ‘바다와 왜 공존해야 하는지’를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바랐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바닷속, 그곳에서 살아가는 해양생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자신만의 소리를 발(發)하며 존재감을 알리고 있다. 그들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윤희수 작가의 소리 조각 과정을 살펴보도록 하자.

윤희수 작가
Q1.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물결의 파동을 채집하는 ‘소리 채집자’ 윤희수입니다. 저는 바닷속과 바다 표면의 소리를 녹음하고 그것들을 설치, 조각, 드로잉한 작품 안에 녹여내 시청각적으로 표현하고 있습니다.
Q2. 작품 <당당하게 웅성거리는 바다의 모래섬으로, ‘para thina polyphloidboio thalasses’>에서 바다는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나요? 특히, 소리와 물질이 결합된 형태로 바다를 표현한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깜깜한 밤 요동치고 소란스러운 바닷속 생명체들이 들려주는 합주, 협연, 앙상블을 역동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여름의 동해 밤바다 수평선 위를 수놓은 반짝이는 오징어 배들의 불빛을 바라보다가 영감을 받아 작업하게 됐어요. 바닷속 사운드를 10분이라는 러닝 타임 안에 담아내기에 어려운 감이 없지 않았지만, 움직임과 소리를 공감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시청각이라는 매체를 사용해 보았습니다.

웅성거리는 바다의 변주 지점으로
Q3. 왜 바다를 주제로 삼으셨으며, 왜 소리를 활용하게 됐나요?
저는 어린 시절에 지질학을 전공하신 아버지를 따라 루마니아라는 나라에서 성장했습니다. 아버지를 따라 지질학적 특징이 많은 장소를 찾아다니기도 하고, 그러한 과정에서 다양한 자연환경을 접하게 되었는데요. 이러한 성장 배경이 자연과 친해지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또, 지중해 연안에 위치한 프랑스 니스에서 국립고등미술학교를 다녔는데, 바다 수영을 즐겨하던 중 바닷속 세계에 대해 더 알고 싶다는 궁금증이 일더군요. ‘작업의 소재로 활용해 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이때 하게 됐어요. 그리고 작품으로 어떻게 표현해 내면 좋을지 고민을 하다가 수중 마이크(심해의 파동 소리를 마이크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장치)를 찾게 됐고, 이 수중마이크로 고래 소리부터 배의 모터 소리, 해조류의 움직이는 소리 등을 녹음하기 시작했습니다. 녹음된 소리를 들을 때마다 그 신비로움에 점점 빠져들게 되더군요. 청각은 감각 중에서도 울림이 강한 성격을 지녔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결국 지금까지 물속 세상의 울림과 파동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 작품을 관람하는 관객들이 하나의 이미지보다는 시간이 포함된 순간 혹은 상황을 다양한 감각으로 느끼게 하고 싶어서요.

수중 마이크

소리 채집 전 감각의 영역을 확장하는 준비 과정
Q4. 바다의 소리를 물리적 형태로 조각하는 작업을 하실 때, 바다의 소리가 가지는 감각적 특징에 대해 어떻게 느끼셨는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바다의 소리를 들으시면서 경험하셨던 것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바다의 소리를 물리적 형태로 조각하는 작업은 저에게 단순히 청각적 경험을 시각적으로 변환하는 과정을 넘어 바다가 가진 감각적 특징과 그 깊은 이야기를 새롭게 탐구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바다의 소리는 단조롭고 반복적인 파도의 움직임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끝없이 변화하는 리듬과 예측할 수 없는 변주가 숨겨져 있었습니다. 파도의 높낮이, 속도, 그리고 물결이 부딪칠 때의 떨림까지 모든 요소는 저마다 다른 ‘언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특히 심해에서 들려오는 저주파 소리는 단순히 소리가 아니라 몸 전체로 느껴지는 진동과 같아서 물리적 형태로 담아내고자 할 때 그것이 가진 진동의 무게감과 여운을 표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이 작업을 하며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경험은 바다를 연구하거나 소리를 채집하러 간 항구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의 생활 곳곳에서 바다의 일부가 느껴졌었고, 배를 운전해 주신 선장님께서는 바다에서의 생존을 기원하는 노래를 들려주시기도 했습니다. 특정한 리듬과 억양으로 ‘바다를 달래는’ 노래는 바다의 소리와 공명하며, 바다와 대화를 나누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이때의 경험은 제 작업에도 깊은 영향을 주었답니다.
Q5. 우리의 삶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바다를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고 계신데요. 바다와 해양생물들을 매개체로 작품을 만들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바다와 해양 생물을 매개체로 작품을 만들 때 제가 가장 중시하는 것은 연결성과 공존입니다.
바다는 인간과 자연, 생태계의 상호작용을 탐구할 수 있는 중요한 매개체이기 때문에 작품을 통해 이들을 표현하려 합니다.
특히 중요하게 여기는 점들은 아래와 같습니다.
존재의 연결성 : 바다와 인간이 상호 의존하는 관계를 드러내는 것.
경외감과 상상력 : 바다의 신비를 감각적, 추상적으로 표현해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
생태적 메시지 : (나만의 방식으로)해양생물의 존엄성과 환경 보존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
감각적 체험 : 관객이 바다와 교감할 수 있는 몰입감을 제공하는 것.
시간과 흐름의 표현 : 바다의 유동성과 지속성을 시각적으로 담아내는 것.
제 작품이 바다와 인간의 관계를 재조명하고 공존의 가치를 전달하기 위한 통로 역할을 하길 바랍니다.
Q6. <샴피뇽-모홀> 전시에서 바다의 심층적 특성이나 해양생물은 어떻게 탐구했으며, 어떻게 표현하고자 기획하셨나요? 그리고 이 전시를 통해 관객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무엇이었나요?
<샴피뇽-모홀> 전시는 바다의 심층적 특성과 해양생물을 탐구하여 그들의 생태적, 미학적 의미를 시각화하고자 한 프로젝트였습니다. 특히 깊은 바다에서 발견되는 독특한 생물들의 형태와 움직임, 빛을 활용하는 방식에 영감을 받았습니다.
전시 준비에 앞서 해양 생물학 자료와 영상, 심해 탐사 데이터 등을 분석했는데요. 심해 생물들이 적응한 환경 및 그들의 생존 메커니즘을 연구하였고, 빛을 활용하는 생물의 특징(ex: 바이오루미네선스)을 주요 표현 요소로 삼았습니다.
자료 조사를 마친 뒤에는 심해 생물의 움직임과 형태를 반영한 조각과 설치물을 제작하였습니다. 특히 스테인리스와 LED 조명을 활용해 물속에서의 빛과 반사, 움직임을 재현해 내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고요. 일부 작품에서는 해파리, 심해어와 같은 생물의 유기적 형태를 추상적으로 표현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소리를 심어 심해의 고요함과 역동성을 관객에게 전달했습니다. 음향은 해양에서 녹음한 소리와 이를 기반으로 재구성한 전자음악을 사용했습니다.
인간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심해 세계의 신비와 생태적 아름다움을 관객들에게 소개하며, 우리가 이해하지 못한 자연의 경이로움을 체험했으면 하는 것이 전시의 목적이었습니다. 더불어 심해 생태계가 인간의 활동으로 인해 점차 위협받고 있다는 점을 알리고, 해양 보존의 중요성을 환기하고자 했습니다. 심해 생물의 생태는 우리와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지구 생태계의 일부임을 경각시키기 위해 인간과 자연의 연결성을 강조했습니다. 간단히 말해 심해라는 공간을 탐구하면서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과 환경 오염에 대한 성찰을 경험케 하기 위한 실험적인 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Q7. 예술을 통해 바다의 소리를 탐구하면서 깨달은 점이 있을까요?
바다의 소리를 탐구하며 저는 자연의 복잡성과 섬세함, 인간과 자연의 상호의존성, 그리고 예술이 환경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힘에 대해 깊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히 창작의 과정이 아니라 자연과 연결되는 하나의 영적, 철학적 경험으로 다가왔습니다.
Q8. 인간은 바다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바다와의 공존을 향한 이해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바다를 ‘정복’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야 하고, 바다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바다는 이해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관찰하고 배울 수 있는 스승과 같은 존재입니다.
Q9. 소리 조각가로서 바다의 소리를 녹음하고 해양생물과 연관지어 작품을 만들 때 환경 문제나 지속 가능한 미래에 대해 전달하고 싶으셨던 메시지가 있다면?
저는 해파리 또는 따개비와 같은 해양생물 중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지만, 인간에게 어려움을 주는 존재들로 소재를 잡아서 작업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해양에 더 많은 위해를 가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바다에서 소리를 채집할 때마다 해양 쓰레기와 기름으로 인한 문제를 직접 마주하기도 합니다. 오염의 심각성이 점차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껴가면서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제가 작품 활동을 하는 이유는 현재의 바닷소리를 기록하고, 그것을 통해 미래의 사람들이 과거의 바다를 느끼고 상상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제 작품을 통해 변해가는 해양 환경의 현실에 대해 깨우치고, 맑고 청정한 바다를 보전해 나가야 할 이유를 찾으셨으면 합니다.
10. 마지막으로 웹진 ‘MAP’ 구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광활한 바다를 바라보실 때 보이지 않는 바닷속 생물들도 생각해보시길 바랍니다. 아주 미세하거나 작은 생물들이요. 바다와 자연, 그리고 인간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러한 연결성을 늘 염두에 두고 소통하는 자세로 살아가야 합니다. 그래야만 생태적인 균형을 유지하면서 함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갈 수 있답니다.

2022년 <Enroute: Private Track> 전시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