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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열대화와 해양생태계 붕괴

글. 김종성 박사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지구온난화 옛말,
지구열대화 진입

과거 한반도 기후는 ‘삼한사온’으로 통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삼한사미(세먼지)’, ‘십한이온’이란 말을 더 자주 듣죠. 이상기후로 여름은 더 덮고, 겨울은 더 추워졌습니다. 이상기후와 관련한 신조어도 매우 많아졌습니다. 이상기후에 대한 공포를 ‘기후포비아’나 ‘장마포비아’란 말에서 쉽게 체감할 수 있으니까요. 기후변화, 기후위기를 넘어 ‘기후재앙’으로 치닫고 있는 지금 전 인류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기후변화의 한 단상을 잘 대변하던 말은 다름 아인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죠.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 표면 온도가 서서히 올라가면서 따뜻해지는 지극히 당연한 현상을 나타내는 말인데요. 그리 심각하게 들리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2010년대 중반 이후 지구의 온도가 해마다 신기록을 세우며 가파르게 상승하죠. 2018년 영국의 한 기상학자는 지구온난화가 아닌 ‘지구가열화’(global heating)가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2023년 안토니우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제78차 유엔 기후목표 정상회의에서 ‘지구열대화’(global boiling)가 도래했다고 말합니다. 그는 50도에 육박하는 더위가 미국과 유럽 등 세계 곳곳을 강타한 지난 7월 ‘지구온난화’ 시대는 가고 “지구열대화” 시대로 진입했다고 선언한 것입니다.
이제 지구열대화로 인한 ‘기후재앙’을 피할 곳은 지구촌 어디에도 없습니다. 기후재앙은 동시다발적이며 폭증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2021년 겨울왕국 캐나다가 기록적인 수은주 49.6도를 찍었다는 사실은 정말 믿기 어려운 소식이었지요. 캐나다 서부 한 마을이 대형 산불로 마을 90%가 불에 탔다는 참혹한 소식도 있었습니다. 같은 해 북미대륙 서부에서 발생한 초대형 산불은 4개월이나 지속되면서 수많은 사람의 목숨과 재산을 빼앗아 갔습니다. 2022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22년 늦봄부터 초여름까지 한 달 반 넘게 지속된 사상 최악의 산불로 미국, 캐나다 도시 곳곳이 잿더미가 되었죠. 호주, 시베리아, 아마존 열대우림 등에서도 초대형 산불이 산발적으로 발생했습니다.
최근 몇 년 산불, 화재만큼 끔찍한 폭우나 대홍수도 세계 곳곳에서 발생했습니다. 2021년 천년 만의 대홍수를 기록한 유럽, 2024년 백년 만의 대홍수를 기록한 중국 등 신기록 행진이 이어졌습니다. 중국뿐만 아니라 여러 아시아 국가에서 폭우, 태풍, 홍수 등으로 재산 피해는 물론 인명 피해까지 그야말로 생지옥입니다. 2024년 들어 더욱 기이한 기후재앙까지 나타나고 있죠. 2024년 사막의 나라 아랍에미리트는 1년 내릴 비가 단 하루에 쏟아지는 파괴적 폭우로 두바이 도시 전체가 마비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최근 몇 년 갈수록 더워지고 있고 해마다 역대급 폭염, 폭우, 태풍 등이 한반도를 강타해 왔으니까요.

지구열대화 현실,
상상 그 이상

지난 2021년 발표된 ‘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 6차 평가보고서는 지구 평균 온도가 2021-2040년 안에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높아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경고한 바 있죠. 그런데 2024년 현재 이미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이 1.5도를 넘어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2015년 1.5도 상승 저지선을 지키자고 전 세계가 약속했던 ‘파리협정’이 채 10년도 안 되었는데 말이죠.
그런데 더욱 가슴 아픈 것은 한반도의 기후변화 가속화가 더 심각하다는 학계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 근거는 다름 아닌 한반도의 기온과 해수온의 장기 변화에 있습니다. 지난 30년 우리나라 기온은 1.22도 상승하여 세계 평균 0.84와 비교할 때 1.5배 이상 높게 나타났죠. 또한 지난 50년간 한반도 연근해 표층 수온은 1.12도 올라 0.52도 상승한 세계 평균과 비교할 때 2배 이상 올랐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초비상입니다.
역대급 폭염을 갱신한 2024년 여름이 막 지나가고 있습니다. 9월이지만 아직도 30도를 웃도는 한여름 날씨를 생각하면 아직 여름이 지났다고 말하기도 애매합니다. 해마다 반복되고 더 거세지는 여름 폭염과 이상기온 현상이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2도, 3도 상승 저지선도 언젠가는 무너질 수 있습니다. IPCC 6차 보고서의 “3도” 상승 시나리오는 정말 끔찍합니다. 2100년 기근 사망자 300만 명, 해안침수 피해인구 1억 7,000만 명, 현존 생물종 50% 멸절,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기후변화 관련 데이터, 출처 내부 참조>

지구열대화에 따른
해양생물의 피해

지구열대화의 피해는 고스란히 ‘해양생물’의 몫입니다. 원래 적도의 열대 바다는 산호초와 참치, 쥐가오리, 고래상어, 바다거북,  그리고 열대 고래까지 매우 다양한 무척추동물, 어류, 포유류가 서식하는 해양생물다양성 천국이었습니다. 한편 극지방으로 향할수록 해양생물의 종류와 숫자는 눈에 띄게 줄어드는 것이 일반적이었지요. 그러나 상황은 달라졌습니다. 최근 ‘PNAS’(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적도 바다에서 해양생물이 잘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수온이 높아졌다는 겁니다. 적도 바다에 살던 해양생물이 극지방으로 대부분 이동하게 되고, 과거와는 전혀 다른 해양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연구 결과죠. 이렇게 새롭게 만들어지는 해양생태계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 유지, 파괴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뜨거워진 한반도 해역도 대혼란에 빠졌습니다. 특히 올해는 이상고온 현상이 심해 5월부터 ‘독해파리’떼가 제주, 서해, 동해 등지에 대규모로 출현하면서 해양생태계는 물론 어업에까지 심각한 피해를 주었지요. 최근 참치, 청상아리 등 온대·열대성 어종의 한반도 해역 출몰도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그나마 잘 잡히던 오징어, 고등어, 멸치 등이 이들의 먹이가 되어 사라지는 바람에 어획량도 덩달아 급감했다고 하니 앞으로가 정말 걱정입니다.
해수 수온 상승에 따른 ‘해양산성화’도 큰 문제입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바다로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녹아들면서 탄산이 만들어지는데요. 탄산은 중탄산염, 탄산염 등으로 변하면서 수소 이온을 내기 때문에 산성도가 계속 증가합니다. 탄산이온의 증가는 패각과 골격을 만들어야 하는 수많은 무척추동물에게 반가운 손님이죠. 탄산이온과 해수 내 풍부한 칼슘이온을 결합하여 탄산칼슘(석회성분) 골격을 만들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산성화가 더 진행되면 중화반응이 일어나면서 탄산이온이 소모되어 패각이나 골격을 만들기 어렵습니다. 결국 수많은 무척추동물은 폐사할 수밖에 없겠죠.
빈산소 현상에 따른 ‘데드존’ 형성도 지구열대화로 인한 해양환경 변화 중 하나입니다. 표층 수온의 급격한 상승과 이로 인한 성층화로 저층의 용존산소 농도는 급감하고 결국 데드존이라 불리는 빈산소 수괴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또한 수온 상승과 함께 육상으로부터 다량의 오염물질이 유입되면 식물플랑크톤이 대량 번식하여 유해성 적도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로 인한 식물플랑크톤을 먹는 동물플랑크톤이 많아지고 이어 무척추동물, 어류 등도 증가하여 해수 내 산소는 더욱 줄어들 수 있습니다. 빈산소 상태에서 생물이 잘 살아갈 수 없게 되니 결국 데드존이 되는 거죠.

<동북아시아 맹그로브의 분포 및 북방한계선, 서울대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
악순환 고리 끊어야!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감소란 “이중위기”(Twin Crisis)는 이미 현실이 되어버렸습니다. 원인과 결과처럼 보이는 이중위기는 사실 다람쥐 쳇바퀴처럼 순환 고리를 가지고 있죠. 인간의 산업화, 개발에 대한 탐욕, 그리고 지구생태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무지와 자만으로 작금의 기후변화는 지구온난화, 지구가열화를 넘어 지구열대화로 치닫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 생물 종과 개체군 감소는 물론 멸종위기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다다랐고요. 망가진 생태계는 그 기능을 상실하고 기후조절 능력은 바닥을 칠 것임도 자명하니 악순환의 고리는 끝내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약속은 쉽지만, 실천은 어렵습니다. 작은 것부터 함께 행동하고 실천해나간다면 지구와 생명을 다시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이 아직 있다고 믿고 싶습니다.

김종성 교수

프로필(Profile)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블루카본사업단장
서울대학교 해양환경영향평가연구단장
서울대학교 연안융복합연구센터장
(사)한국해양한림원 석학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