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NE
#2 – Insight Table
Save the Ocean
바다를 위해 쓰레기를 디자인하다
바다를 위해 쓰레기를 디자인하다
해양생물의 목숨을 앗아가는 바닷속 유령 그물(Ghost nets)인 폐어망은 매년 약 64만톤 가량 바닷속에 폐기되고 있다. 이러한 위해성을 경각하며 해양 환경을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폐어망을 비롯한 바다의 쓰레기를 활용 가능한 제품으로 디자인하는 업체가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쓰레기를 재단하다(감소하다)’라는 의미를 지닌 ‘컷더트래쉬(Cut the Trash)’였다. 상호 안에 당당히 쓰레기라는 영문을 삽입해 해양오염을 심각성을 알리고자 분투하는 임소현 대표는 죽어가는 해양생물을 신랄하게 디자인하여 의류 위에 새겨 넣고, 버려지는 폐어망을 활용하여 가방으로 업사이클링하고 있었다. 비록 소수의 노력이 다수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없겠지만, 개개인의 변화가 결국엔 바다의 생명을 지속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신념으로 오늘도 쓰레기를 디자인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Q1 바다를 살리기 위해 해양 쓰레기를 디자인하는 기업인 ‘컷터트래쉬’를 창업한 계기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중학교 때부터 제 꿈은 패션디자이너였어요. 그래서 고등학교도 예술고등학교에 진학했고, 대학교에서도 패션을 전공했습니다. 그런데 오랜 시간 패션과 관련된 공부를 하다 보니까 패션 산업이 아름다운 산업이기는 하지만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어요. 그래서 고민을 하게 됐답니다. ‘좋아하는 일이긴 한데, 환경에 악영향을 끼치면서까지 내가 이 일을 업으로 삼아야 할까’라고 말이죠. 그렇게 고민을 거듭하다가 업사이클 브랜드를 만들어보자는 결정을 내리게 됐습니다. ‘컷더 트래쉬’ 로고도 환경오염의 심각성에 대해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제작했어요. ‘Cut the trash’ 영문명 안에 ‘t’가 2개 들어가는데, 이를 옆으로 살짝 기울이면 x자로 보이거든요. 이를 활용해서 안녕하지 못한 바다에서 죽어가는 해양생물들의 눈을 표현했답니다.
Q2 해양 쓰레기를 업사이클링하기 위한 디자인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념이나 철학이 있을까요?
아무리 뜻이 좋아도 제품의 품질과 디자인이 좋지 못하면, 소비자가 선호하지 않기 때문에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시하는 건 내구성과 활용도 그리고 디자인입니다. 폐어망을 활용해서 가방을 만들 때도 맬 수 있는 백팩 그리고 편하게 들 수 있는 숄더백, 크로스백, 슬링백 등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선택의 폭을 넓혔습니다. 그런데 사실 내구성을 높이려면 봉제법이 달라지는데, 그러면 단가가 많이 올라가요. 그래도 오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자라는 생각에 내구성 부분은 신경을 많이 쏟습니다.

Q3 폐어망을 가방으로 업사이클링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수많은 해양 쓰레기 중 폐어망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저희는 ‘바다를 위해 쓰레기를 디자인하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바다를 가장 괴롭히고 있는 건 뭘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바로 폐어망이더군요. 그래서 해양쓰레기 중에서도 가장 문제가 되는 폐어망을 사용해서 제품을 만들어보기로 했는데, 폐어망을 공급받을 수 있는 곳을 찾아 전국의 포구를 돌아다녔는데, 대부분 거절하시더라고요. 발로 뛰는 게 한계가 있어서 100~200여 군데 정도는 전화로 부탁을 드렸는데, 그것도 잘 안됐어요. 그러다가 한 업체에서 흔쾌히 수락을 해주셨고, 공급받은 폐어망으로 본격적인 제품 제작에 들어가게 됐답니다. 그렇게 만든 시제품으로 여수광양항만공사 등 4개 항만공사가 주최한 ‘ESG 창업 해커톤 대회’에 출품했는데, 이게 웬일? 대상을 받았어요!(웃음) 이를 기회로 여수광양항만공사랑 매칭이 되면서 폐어망을 조금 더 원활히 수급받을 수 있게 됐답니다.
Q4 폐어망이 패션 아이템으로 출시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해 주시겠어요?
일단 폐어망을 가방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폐어망을 잘게 분쇄한 뒤에 이것을 다시 원료화 해서 원사를 뽑고 그 원사로 원단으로 만든 뒤 제품을 제작하기도 하고요, 폐어망을 있는 그대로 여러 차례 세척한 뒤 그것을 잘라서 원단으로 사용하기도 해요. 사실 폐어망 자체로 제품을 만든 게 저는 더 애착이 가요. 직접적으로 의미를 전달할 수 있으니까요.
Q5 해양 쓰레기들을 업사이클링하는 과정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폐어망은 오염도가 높아서 세척을 많이 해야 되는데요. 세척 전에 재단을 먼저 해야 해요. 그러자면 넓은 공간이 필요한데, 최적의 공간이 건물 옥상이었어요. 직원들과 폐어망을 들고 옥상까지 올라가서 어망을 자르는데, 순간적으로 다들 웃음이 터졌어요. “아. 우리 도대체 무슨 회사를 다니고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말이죠. 또, 한 번은 업사이클을 위한 재료로 요트 돛을 활용해 보자는 생각에 한강을 다 돌아다녔었는데요. 겨우겨우 구한 요트 돛이 생각보다 너무 무거운 거예요. 그걸 여자 둘이서 낑낑거리면서 옮겨다가 차에 실었는데, 흙 떨어지고 물 떨어지고 차 내부가 난리가 났었어요. 문제는 그 차가 제 차가 아니었다는 거였죠. 하하. 아! 물론 차주에게 세차 비용은 정중히 전달해 드렸답니다.

Q6 컷더트래쉬가 그간 걸어왔던 길과 걸어갈 길에 대해 이야기해 주세요.
그동안은 ‘환경을 생각하는 제품을 제작해서 내놓으면 소비자분들이 그 의미를 알아주고 구매해 주시겠지’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하지만,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보다 더 경쟁력이 있는 제품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의미 부여에만 너무 치중하지 않았나 반성하게 됩니다. 친환경 제품이라는 것은 가점 요소이지 구매 결정 요인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제품력과 디자인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더 집중을 하고 있고요. 패션 브랜드 사업을 넘어 버려지는 자재를 활용할 수 있는 업사이클 분야나 비건 뷰티 등 저희가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을 점차 확장해 나가려고 합니다.
Q7 마지막으로 웹진 ‘MAP’ 구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컷더트래시가 추구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환경을 위한 선순환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 시민분들이 바뀌어야 시민들의 표를 갈구하는 정부가 바뀌고, 소비자 의식이 바뀌어야 소비자에게 제품을 파는 기업들이 바뀌는 것입니다. 개인의 소소한 변화가 환경에 지대한 변화를 일으키지는 않지만, 환경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대중적으로 물결치면 결국 정부와 기업도 움직이게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러니 지금 현재 환경을 위해 활동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나 하고자 하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그 마음 변치 말고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