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NE
#1 – Theme①

우리 바다가 특별한 이유

글. 김종성 박사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경이로운 생명의 바다, but 어리석은 인간

펄펄 끓는 원시 바다가 만들어지고 지구 생명체가 살기에 적당한 환경조건이 만들어진 때가 대략 43억 년 전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참 후인 약 30억 년 전에 유기물을 합성하고 산소를 내뿜는 최초의 광합성 생물인 ‘시아노박테리아’가 등장합니다. 지금처럼 우리가 숨 쉬고 살아갈 수 있는 최적의 대기 환경을 만들어준 고마운 친구지요. 이후 새로운 생명체가 계속 나타나고 진화하면서 지구상에는 수많은 생물이 번식하게 되었고 생물다양성도 차츰 높아져 왔습니다. 하지만 고작 30만 년이란 짧은 역사를 가진 현대 인류가 최근 100년이란 찰나의 시간 동안 어리석게도 각종 온실가스와 수많은 오염물질을 마구 배출하며 지구를 망가뜨렸습니다. 이제 인류를 포함한 지구 생명체의 존속까지 위협받는 심각한 기후재앙이 전 세계를 위협하고 혹자는 인류에 의한 ‘6번째 대멸종’의 위기가 시작됐다고 하죠.

인간의 사소한 욕망으로 사라진 산호초

영국의 해양학자 엠마 캠프는 ‘산호초’가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합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외선 차단 선크림이 산호초를 하얗게 말려 죽인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합니다. 미국 하와이주는 2021년부터 산호초에 피해를 주는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가 함유된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앞서 남태평양의 작은 섬 팔라우도 2020년에 선크림 규제를 시작했다고 해요. 옥시벤존과 옥티녹세이트를 주성분으로 하는 자외선 차단제를 금지하거나 규제하는 나라가 많아졌지만, 그 효과가 좋다는 이유로 아직도 많은 국가에서 규제가 허술하다고 합니다. 자외선 차단제 성분은 결국 바다로 유입되고 해양생태계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이지요. 바다와 해양생태계를 망가뜨리는 매우 ‘사소한 예’에 불과합니다.

바다의 날, 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바다는 인류에게 매우 고마운 존재란 사실을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겠죠. 생명체의 탄생은 물론 인간이 필요로 하는 의식주를 제공하고, 또 자연 그 자체가 주는 혜택이 수없이 많죠. 일찍이 1992년 캐나다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한 ‘리우 회의’에서 6월 8일을 ‘세계 해양의 날’로 제안했습니다. 미국, 일본 등이 잇따라 세계 해양의 날을 지정했고, 해양 강국인 우리나라도 1994년 UN이 발표한 ‘국제 해양법협약’을 기념하고자 1996년 매년 5월 31일을 바다의 날로 정했습니다. 장보고 장군이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한 5월을 기념하자는 취지로 우리나라 ‘바다의 날’은 5월 31일로 정해졌죠. 2008년 UN 총회에서 공식 채택된 세계 바다의 날은 이제 전 세계인이 기념하는 축제의 날이죠. 다만 어버이날만 어버이를 공경하는 것은 아니듯, 바다의 날 역시 특별한 하루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아낌없이 주는 고마운 바다, 우리가 할 일은?

바다가 주는 혜택은 흔히 ‘생태계 서비스’란 개념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생태계 서비스는 자연이 인간에게 제공하는 물질적 또는 비물질적인 혜택을 의미하죠. 인간이 바다로부터 누리는 편익을 재화 가치로 정량적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크게 공급, 조절, 문화와 이를 지탱하는 지지 서비스로 나누어서 평가하죠. 구체적으로 생태계 서비스 편익에 대한 추정은 서비스 대상에 따라 계산법이 다양하게 알려져 있죠. 예를 들면 수산물과 같은 ‘공급’ 서비스는 시장가격접근법을 쓰는데 판매되는 수산물 가격을 기초로 재화로 환산할 수 있겠죠. 기후조절, 수질정화, 재해방지와 같은 ‘조절’ 서비스도 피해에 따른 보상액 산정과 같은 방법으로 재화로 환산됩니다. 한편, 관광이나 교육과 같은 ‘문화’ 서비스는 소요 비용으로 산출하는 비용기반접근법으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일차생산, 생물다양성과 같은 ‘지지’ 서비스의 평가는 조건부가치측정법이나 에머지법 등을 이용합니다. 이처럼 바다가 주는 다양한 혜택을 지속해서 누리려면 바다라는 유한한 자원이 고갈되지 않을 만큼 이용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즉, ‘환경수용력’을 고려한 현명한 바다의 이용을 통해 지금의 우리만이 아닌 미래 세대도 함께 누릴 수 있게 나누어야 하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의무일 것입니다. 바다는 ‘공유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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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만 가진 무지갯빛의 특별한 K-바다

전 세계에는 작은 바다 큰 바다 등 정말 많은 바다가 있죠. 그런데 우리는 매우 특별한 바다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이유를 바다의 ‘색깔’로 설명할 수도 있는데요. 바다의 색깔은 물리적으로 보면 빛이 물을 통과할 때 미립자에 의해 푸른 빛이 산란하기 때문에 바다가 파랗게 보이는 게 당연하죠. 그러나 관점을 조금 달리하면 우리나라 바다는 다양한 색깔을 가지게 됩니다. ‘서해’는 큰 강이 많아서 육지로부터 부유물질과 토사가 많이 유입되면서 광활한 갯벌이 발달해서 누런색의 ‘황톳빛’ 바다를 가지게 됐죠. 한편, ‘동해’는 수심이 매우 깊고 유입되는 큰 강도 거의 없어서 전형적인 청명한 ‘쪽빛’의 바다를 가지고 있죠. 다도해를 자랑하는 ‘남해’는 동해와 서해의 환경 특성을 고루 갖추고 있으며 양식장도 많고 적조도 자주 일어나는 해역 특성으로 인해 바다를 붉게 물들게 합니다. 남해를 ‘핑크빛’ 바다라고 부를만한 이유일 겁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삼면에 다양한 빛깔을 띠는 독특한 바다가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나요? 북미, 호주나 중국이 아주 큰 바다를 가졌지만, 우리나라 바다만큼 다양하고 특별하지는 않다고 말하고 싶군요.
그 밖에도 세계의 몇몇 바다도 그 특성에 따라 색깔로 표현되죠. 우리나라 서해와 중국의 동편 바다는 수많은 강을 따라 유입되는 흙탕물로 ‘황해’라 부르죠, 해류 순환이 느리고 용존산소가 부족한 이유로 생물체가 부패하면서 황화수소를 내뿜어 검은빛을 띠게 된 ‘흑해’도 있고요. 고수온과 다량의 영양염 유입으로 적조가 많아 붉은빛을 띠는 ‘홍해’와 얼어붙은 해변과 수많은 섬 사이로 떠다니는 거대한 얼음덩어리 덕분에 바다가 하얗게 보인다고 해서 ‘백해’까지, 세계의 많은 바다는 지리적 위치는 다르지만 독특한 해양환경과 생태계 특성을 보여줍니다. 우리나라 삼면에 걸친 서해, 동해, 남해, 그리고 남해와는 사뭇 다른 짙푸른 빛 ‘제주’ 바다까지 우리는 네 가지 색깔의 독특하고 특별한 바다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죠. 과하게 말하면 우리나라 K-바다는 ‘무지갯빛’ 바다라고 할만하죠.

K-바다가 탄생시킨 세계적 K-해양생물다양성

이처럼 ‘K-바다’의 색깔, 즉 특성이 다른 이유는 지리, 지형, 기후, 기온, 해류, 조류, 수심, 퇴적환경 등 매우 다양한 환경 덕분입니다. 그 환경이 바로 생물에게는 살아가야 하는 서식처인 셈인데, 서식처 환경이 다르면 살아가는 생물의 종류도 당연히 다르고 또 다양해지겠죠. ‘저서생물’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황톳빛의 얕은 서해에는 갯벌이 발달해서 ‘연성 저질’에 서식하는 저서생물이 많고, 쪽빛의 깊은 바다 동해에는 암반이 발달해서 ‘부착성’ 저서생물이 많습니다. 서해와 동해의 중간적 특성을 보이는 핑크빛 남해에는 서해나 동해에 출현하는 생물이 고르게 분포합니다. 한편, 제주에는 온화한 기후와 쿠로시오 난류 덕분에 ‘아열대성’ 생물이 끊임없이 유입되고 있는 독특한 생물상을 보입니다. ‘K-해양생물다양성’이 세계적 수준이라고 알려진 이유는 바로 삼면 사색의 빛깔을 가진 무지갯빛 K-바다란 특성 때문이죠. 이처럼 풍요롭고 특별한 세계적인 K-바다와 K-해양생물다양성이 더는 위협받지 않도록 우리 모두 바다를 아끼고 사랑하고 잘 지켜나갔으면 합니다. 한번 망가진 바다와 해양생태계를 다시 되돌리고 온전히 회복시키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사실을 우리는 ‘시화호’ 간척사업이나 ‘태안’ 유류오염 사고와 같은 호된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으니까 말이죠.

김종성 교수

프로필(Profile)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블루카본사업단장
서울대학교 해양환경영향평가연구단장
서울대학교 연안융복합연구센터장
(사)한국해양한림원 석학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