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NE
#3 – Insight Table

인간과 바다의 숨이 교차하는 찰나의 순간
서로의 삶이 공명하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KBS가 공동제작하여 지난해 12월 6일 방영되었던 독도평전에서 맨몸으로 바닷속을 거닐고, 유영하던 프리다이버를 기억하는가? 인간의 언어가 전해지지 않는 수중 속에서 그저 몸짓 하나로 바다의 의의와 바다의 신비로움을 이야기했던 박태현 프리다이버는, 단 몇 컷의 장면을 위해 숨을 참고 또 참아가며 인간 본연의 능력만으로 바다와 호흡하고 바다에 녹아들었다. 육지와 해양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 다른 호흡의 간극을 좁혀 해양생물과 교감을 이어나가는 박태현 프리다이버를 만나 그 공명의 순간을 들어보도록 하자.

Q1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현재 프이다이버랑 스쿠버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박태현이라고 합니다. 과거에는 수영 선수로 활동했었지만, 지금은 스쿠버 강사로 활동하며 해양 정화나 해양 다큐멘터리 촬영에도 참여하고 있어요.

Q2 프리다이버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그리고 프리다이빙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수영을 좋아하기도 했고, 평소 해양생물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바다에서 수영할 수 있는 활동들을 찾아보게 됐어요. 그러던 중 프리다이버라는 직업에 대해 알게 됐던 거죠. 처음에는 그저 혼자 즐겼었는데, 다른 이들에게도 이 매력을 전파하고 싶어서 강사로 활동하게 됐어요.
프리다이빙은 말 그대로 장비 없이 내 호흡만을 가지고 물속에서 유영하는 거예요. 이 점이 스쿠버다이빙이랑 다른 점이죠. 공기 공급 장치를 가지고 들어가느냐, 아니면 내 숨만 가지고 들어가느냐의 차이라고 할 수 있죠.

Q3 공기통에 의지해 호흡하는 스쿠버다이빙과 달리 프리다이빙은 온전히 다이버의 호흡조절만으로 물속에 머물러야 해서 호흡조절 능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는데요, 물속이라는 특수한 상황에 어떻게 적응하셨나요?

프리다이빙을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이 가장 제일 걱정하는 부분이 바로 ‘숨 참기’예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냥 숨을 참고 들어간다고만 생각하실텐데, 프리다이빙을 하기 위한 호흡법이 따로 있답니다. 평상시처럼 호흡하다가 숨을 딱 멈추는 게 아니라, 몸을 이완시키면서 맥박수를 다운시키고, 온몸이 늘어진다고 느껴질 정도로 긴장이 풀렸을 때 숨을 가득 들이마시고 입수를 해요. 그리고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호흡 충동이 옵니다. 숨을 참고 있으면 당연히 생기는 충동일 뿐 위험 신호가 아니라는 걸 차차 인지해 나가야 해요. 간단히 말해서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고 싶은 생리적인 욕구일 뿐입니다. 숙련된 다이버들은 이러한 호흡 충동이 오더라도 긴장하지 않고 멘탈을 바로 잡아요. 그래서 프리다이빙을 멘탈 스포츠라고도 합니다.
숨이 차더라도 내 몸에는 아직 충분한 산소가 녹아 있기 때문에 버틸 수 있거든요. 그래서 호흡 충동이 왔을 때 가장 중요한 건 멘탈 컨트롤이고 가장 위험한 건 두려움에 갑자기 수면으로 치솟아 올라가는 거예요. 수심이 깊은 곳에서 갑자기 올라갈 경우에는 수압의 차이로 인한 감압병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해요. 그래서 프리다이버들은 호흡 충동이 왔을 때 평정심을 유지하고 버티는 훈련을 많이 한답니다. 이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자 가장 필요시 되는 포인트니까요.

Q4 스쿠버 장비를 착용해도 수심 30m를 넘어가면 질소 마취 현상이 나타난다고 들었습니다. 잠수병 역시 질소 때문에 발생하며 생명에 위협을 가한다고 하던데요. 프리다이빙 시에도 ‘감압정지’ 단계를 거치며 상승하나요?

감압병이나 잠수병은 질소 마취 혹은 질소 환각이라고도 하는데요, 사실 사람마다 다 달라요. 누구는 30m에서 경험하기도 하고, 누구는 20m에서 경험하기도 해요. 반대로 더 깊이 내려갔는데 아무런 증상이 발현되지 않는 경우도 있고요. 사실 아직까지도 이에 대한 원인 규명이 정확하게 되지 않았어요. 그저 공기통에 있는 공기를 압축된 상태로 마시기 때문에 발생한다고만 알려져 있어요. 스쿠버 다이버들은 물 속에서 일반 공기를 마시는 게 아니라 수압에 의해 압축된 공기를 마시게 되는데, 이를 마시게 됐을 경우 1분에 최대 9~10m 정도의 상승 속도로 질소를 배출하면서 올라와야 해요. 그런데 저희 프리다이버같은 경우는 수면 위에 있는 공기를 마시고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거라서 상승 속도에 제약을 받지 않아요. 하지만, 프리다이빙으로 수심 60m 이상 내려가는 딥 다이빙의 경우는 수차례 반복될 경우 감압병에 노출될 수 있다고도 해요. 이론적으로는 그래요.

Q5 독도평전 촬영에 참여하게 된 연유와 촬영 에피소드가 있다면?

사실 제가 몇 년 전부터 해양 다큐멘터리 촬영 쪽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배움 차 찾아뵈던 영상 감독님이 계세요. 김동식 감독님이라고 하시는데, 그분이 독도평전의 촬영 감독을 맡게 되시면서 저도 참여하게 됐던 거예요. 감독님께서 “이번에 독도를 촬영하는 기획 프로그램을 시작하게 됐는데, 네가 촬영 모델을 해줬으면 좋겠다.”라고 하셔서 흔쾌히 응하게 된 거랍니다.
그렇게 8월경 독도를 가서 촬영을 시작하게 됐는데, 수중 촬영은 저와 김동식 감독님 그리고 안전을 책임지는 세이프티 버디 그렇게 세 명만 들어갔어요. 방송에 나간 분량은 사실 그렇게 길지는 않았지만, 매일 6~7시간씩 10일 정도 촬영했어요. 체력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는 일정이라 처음부터 각오하고 시작했었는데, 맨발로 계단을 내려가는 장면은 노 핀(Fin)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긴장을 많이 했어요. 노 핀으로 수중 계단을 내려가기 위해서는 공기를 조금씩 배출하면서 부력을 조절해야 하기 때문에 프리다이빙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종목이라고 할 수 있어요. 블랙아웃이라는 저산소 상태가 빨리 오는 종목이거든요. 이때가 가장 힘들기도 했고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아요. 이 장면 외에는 뭐 수중 절벽 타고 올라가다가 패각류에 손 좀 베이고 동굴 촬영할 때 반대편에 있는 감독님과 의사소통이 안 돼서 애먹었던 거 말고는 다 좋았어요. 이런 기회 아니고서는 제가 언제 독도 바닷속을 마음껏 누비겠나요. 제 생애 최고의 바다였어요.

Q6 독도평전에서 보여주신 장면들. 너무 멋있었습니다. 연출 및 기획은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됐으며, 연습 과정은 어땠나요?

독도 같은 경우는 법적으로 숙박을 할 수 없어요. 그래서 큰 배를 독도에 정박하고 배에서 잤어요. 일어나면 촬영하고 밤이면 또 배에서 자면서 그렇게 10일간 지냈는데, 사실 아무나 할 수 없는 경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했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맑은 하늘 아래서 별도 많이 봤고요. 연출이나 기획은 촬영에 돌입하기 전 감독님이 연출컷을 미리 알려주셨기 때문에 풀장에서 2주가량 연습을 했고요, 모든 컷을 숙지한 뒤에 바닷속에서 본 촬영이 진행됐습니다.

Q7 흔히들 프리다이빙은 인간과 바다가 한 몸이 되는 황홀한 경험이라고 하던데, 기억에 남았던 상황이나 장면 그리고 순간이 있었다면?

해양생물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까 바닷속을 유영하면서 해양생물을 바라보다 보면 교감이 되고 있다는 걸 느껴요. 돌고래 같은 경우는 직접 접촉할 수는 없지만 서로 거리를 두면서 함께 놀기도 했고요, 고래 같은 경우는 눈과 눈이 마주쳤을 때 형언할 수 없는 깊은 감정이 느껴져요. 온몸으로 교감되는 느낌이랄까요. 서로 말은 통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를 느낀다는 그 자체가 감동스러운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해양생물도 안 먹어요. 언젠가부터 먹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저 음식물이 아니라 생명을 가진 하나의 객체로 느껴지기 때문이에요.

Q8 동해, 서해, 남해바다는 서식하는 해양생물도 조금씩 다를뿐더러 수온이나 해류도 다르다고 들었습니다. 각각의 바다를 다 경험해보셨을 것 같은데, 차이점을 설명해주세요.

동해나 남해바다는 많이 들어가 봤지만, 사실 서해바다는 다이빙에 적합한 바다는 아니라서 들어가 보지 않았어요. 펄이 있어서 시야도 탁하거든요. 대부분의 다이버들은 그래서 거의 동해나 남해 그리고 제주도를 많이 가요. 동해 같은 경우는 울릉도가 제일 깨끗하고 해양생물도 다양해요. 제주도 같은 경우는 조금 더 따뜻한 바다이기 때문에 산호가 풍성하고 여름 같은 경우는 바다거북들도 간혹 발견되고는 해요. 반면 울릉도는 수온이 차가워서 산호보다는 해조류나 해초 등이 많이 보이고요.

Q9 바다 정화 활동에 참여하시는 다이버 분들도 참 많던데요. 혹시 참여하시는 해양 정화 활동이 있다면?

해양 정화 활동을 정해놓고 하지는 않지만,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교육생들과 바다로 투어를 나가서 쓰레기를 줍고는 해요. 해안가나 바닷속 등 보이는 족족 줍는 거죠. 그런데 눈에 보이는 부분은 정말 빙산의 일각인 것 같아요. 해외로 촬영을 나갈 때마다 꼭 보게 되는 게, 해양생물들이 인간이 버린 쓰레기에 생이 위협받는 거였어요. 필리핀에서는 거북이가 비닐을 해파리로 착각해서 먹고 있는 걸 뺏어서 버렸고, 발리에서는 부직포를 빈 패각으로 인식해서 집으로 등에 이고 다니다 다리가 끼어 버린 게도 봤고요. 아마 세상 바다 곳곳에는 더 많은 해양생물들이 인간이 버린 쓰레기들로 고통받고 있겠죠. 그리고 앞으로 더 많이 목격되고 더 심각해 질테고요. 그런데, 우리가 무슨 자격으로 이들의 생을 위협하고 있는 거죠? 모두 한 번쯤은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Q10 마지막으로 다이버님께 바다란?

바다는 제 삶의 원동력이자 제 삶의 터전이라고 할 수 있어요. 바다가 없었다면, 프리다이버인 저도 없었고, 미래 계획도 세우지 못했겠죠. 앞으로 저는 점점 오염돼 가는 바다와, 그럼에도 여전히 아름다운 바다를 알리기 위해 다큐멘터리 촬영을 해나갈 생각이에요. 아름다운 바다를 지켜낼 수 있도록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 조금이라도 일조하고 싶거든요. 여러분도 함께 노력해 주시지 않겠어요? 건강한 바다와 함께 건강한 삶을 공유해 나갈 수 있도록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