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NE
#1 – Theme
해양쓰레기 문제의
심각성과 해결방안
‘해양쓰레기’ 화두
최근 부산에서 막을 내린 유엔 ‘플라스틱 협약’을 위한 ‘제5차 정부간 협상회의’가 최종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끝났습니다. 전 세계 178개국 정부대표단과 30여 개 국제기구를 비롯한 산업계, 시민단체, 학계 등 3,000여 명의 이해관계자가 대거 참여하여 일주일간 열띤 논의를 했는데 무산됐다는 소식에 매우 아쉬웠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일부 산유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플라스틱 생산 규제를 거부했다고 합니다. ‘기후변화 협약’, ‘생물다양성 협약’ 이후 최대 환경 이슈이자 글로벌 아젠다로 급부상한 ‘플라스틱 협약’,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플라스틱 오염을 포함한 ‘해양쓰레기’ 문제는 국제학계와 국제기구에서도 오래 전부터 논의돼왔습니다. 특별히 최근 ‘국제한림원연합회’는 2020년 바다를 주제로 한 ‘해양환경보호 성명서’를 공식 채택했고, 플라스틱 오염도 주요 과제로 다루어졌죠. ‘해양환경보호 성명서’는 ① 해양 건강성 악화, ② 서식지 파괴, ③ 환경오염물질 (중금속, 플라스틱 폐기물 등), ④ 기후변화, ⑤ 남획 등 5개 과제를 바다의 온전성 회복을 위한 주요 문제로 제시한 것입니다. 앞서 2017년에는 한국, 중국, 일본, 러시아를 회원국으로 하는 ‘북서태평양보전실천계획’도 5대 생태과제를 제시했는데, ‘해양쓰레기’가 포함되었죠. 이처럼 해양쓰레기 문제는 글로벌 화두이자 전 세계 학계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연구 분야입니다.
<2016년 태풍 자바 관통 후 거제도 해변으로 밀려든 해양쓰레기, ©심원준>
해양쓰레기의 종류, 원인,
그리고 발생량
해양쓰레기는 인간 활동으로 생긴 모든 부산물이 바다로 들어가 못쓰게 된 것을 말하죠. 그래서 대부분 육상 기인 쓰레기가 많습니다. 주로 연안 인접 지역과 도서에서 버려진 육상쓰레기가 바다로 유입되는 것이죠. 한편, 어업, 낚시, 항해 등 해상활동 중에 버려진 각종 물품과 폐어구도 꽤 차지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해양쓰레기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플라스틱’ 제품이죠. 해양수산부 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경우 플라스틱이 전체 해양쓰레기의 약 60%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전 세계의 플라스틱 생산량은 4억 6천만t에 이르고, 전 세계 바다에 떠다니는 플라스틱의 양도 1억 5천만t 이상이라고 하죠. 현재 추이로 볼 때 앞으로도 플라스틱은 매년 천만t 이상 추가될 것이라 합니다. 해양수산부 발표에 따르면 2014년 이후 누적 해양쓰레기 수거량은 약 68만t에 이르는데, 5t 트럭으로 13만 대 분량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해양쓰레기는 바다에 떠다니는 ‘부유’ 쓰레기, 바다에 가라앉은 ‘침적’ 쓰레기, 그리고 밀물과 썰물로 조간대에 쌓여서 갇혀있는 ‘해안’ 쓰레기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하는데, ‘해안’ 쓰레기양이 60% 이상으로 가장 많다고 합니다.
해양쓰레기의
피해와 심각성
해양쓰레기의 1차 피해자는 바다에서 살아가는 생물이겠죠. 폐어망이나 낚싯줄에 감겨 죽은 바다거북과 물개, 코에 박힌 빨대로 숨 못쉬어 죽은 바다거북 사연은 종종 언론을 통해 소개된 대표적인 피해사례일 것입니다. 한편, 해양으로 유입되는 플라스틱은 물리적, 화학적 분해 과정을 거치면서 매우 작은 조각의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합니다. 미세플라스틱은 보통 5mm 미만의 플라스틱 조각을 말하는데, 문제는 수많은 해양생물이 이 작은 미세플라스틱 조각을 먹이로 오인하여 섭취하고 축적하면서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는 겁니다. 미세플라스틱에 흡착된 각종 오염물질이나 병원균 등이 독성을 유발하여 해양생물을 죽게 만들기 때문이죠. 나아가, 생물농축, 생물확대 (먹이사슬을 통한 상위 영양단계로의 물질 축적) 등이 지속되면서 수산물을 통해 인간도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게 될 수 있습니다.
2019년 세계자연기금에서 충격적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해양쓰레기의 심각성이 전 세계에 알려졌습니다. 1인당 섭취하는 미세플라스틱의 양이 무려 2,000개에 이르고, 무게로 환산하면 일주일에 약 5g 정도의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한다고 해요. 일주일에 신용카드 한 장씩 먹고 있다는 말입니다. 만약 이대로라면, 우리 자식들은 1년에 신용카드 2,500장을 섭취할 수 있다는 정말 참담한 결론에 도달합니다. 일반적으로 플라스틱의 환경 내 잔류기간이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백 년이란 점을 생각하면 그 누적 피해도 상상 이상일 것입니다. 플라스틱 생산량과 배출량을 줄이거나 회수량을 늘리지 않는 한 해양쓰레기를 해결할 방법은 없는 셈이지요.

바다 한가운데
거대한 해양쓰레기 섬
버려진 해양쓰레기가 수거되지 않는다면 생분해되기까지 수백 년 이상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해요. 특히 ‘부유’ 쓰레기는 해류를 타고 근해를 벗어나 대양으로 이동하면서 전 세계를 돌아다니죠. 이렇게 바다에 떠다니는 ‘부유’ 쓰레기의 종착역은 바로 ‘환류 지역’입니다. ‘환류’란 전 지구적으로 부는 큰바람인 무역풍과 편서풍 등에 의해 생기는 원형 형태의 해류 순환을 말합니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큰 환류 지역은 5개 정도가 있죠. 북반구에는 ‘북태평양 환류’와 ‘북대서양 환류’가 있고 남반구에는 ‘인도양’, ‘남태평양’, ‘남대서양’에 존재합니다. 그런데 이 환류 지역의 양 끝단은 해류의 방향이 바뀌면서 유속이 낮아지면서 물의 흐름이 거의 없어지는 구간이 생깁니다. 바로 이 브레이크 구간에 바다를 떠돌던 쓰레기는 차곡차곡 모이고 쌓이게 되어 종국에는 커다란 쓰레기 섬을 만듭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쓰레기 섬으로 알려진 북태평양 쓰레기 섬의 크기는 한국의 16배, 쓰레기양만 8만t에 이른다고 합니다.
예능 ‘천사도’의 추억,
해양쓰레기 걱정 모두 한마음
2022년 8월 ‘천사도’란 프로그램에 연예인, 작가와 함께 출연한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해양쓰레기와 연안 환경을 주제로 한 환경 예능이었죠. 그간 과학적 연구 성과를 알리고 이를 국민에게 소개하는 기고나 연재는 열심히 해왔지만, 예능 방송 출연은 처음이라 주저했던 기억이 납니다. 출연자들과 함께 중요하지만 막연하게만 생각했던 해양쓰레기 문제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함께 해결책도 생각해 본 좋은 기회였던 것 같아요.
천사도라 불리는 신안 앞바다 여러 섬 여기저기 쌓여 있는 해양쓰레기를 둘러보며, 박진희, 홍석천, 김기혁 등 유명 연예인과 함께 바다, 환경, 생태, 오염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도 하고, 해양쓰레기를 재활용해 만든 작품을 구경하는 등 유익하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죠. 직접 카약을 타고 해양쓰레기를 수거하고 그 쓰레기를 뚫고 잉태한 생명을 필름에 담은 김정대 작가님, 아이의 시선으로 해양생태계 오염을 디지털 만화로 표현한 일러스트레이터 김기범 작가님, 폐어구와 부이 등으로 해양 환경 회복 염원을 표출한 정크아티스트 양쿠라 작가님, 해안가에서 수거한 플라스틱병으로 대형 낙타 조형물을 창작한 윤송아 작가님 등 특별한 만남이었습니다. 폐어구로 대형 고래 조형을 만든 조선대학교 박아론 교수님과 학생들과의 만남도 기억납니다. 모두 해양쓰레기를 이용해서 재탄생한 놀랍고 멋진 작품이었지요. 환경과 예능을 넘나들며 모두 한마음으로 바다의 가치와 미래에 관해 이야기하고 고민할 수 있었던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촬영을 마치면서 문득 조각 얼음 위 북극곰 사진이 기후변화 심각성의 대명사가 되었듯 스티로폼을 토양 삼아 싹을 틔우고 뿌리를 내리는 해안 사초가 해양쓰레기 심각성을 단편적으로 보여줄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송 후 우리 연구실도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일회용 플라스틱류 실험 용기를 가능한 유리로 대체한 것이죠. 개인, 집단부터 하나둘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노력을 해 나간다면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들 수 있겠죠?

김종성 교수
프로필(Profile)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블루카본사업단장
서울대학교 해양환경영향평가연구단장
서울대학교 연안융복합연구센터장
(사)한국해양한림원 석학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