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NE
#1 – Theme

공존:
바다와 해양생물의 관계

글. 김종성 박사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바다와 해양생물

바다는 해양생물에게 단순한 서식지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바다에서는 다양한 물질과 에너지가 만들어지고, 이동하며, 또 순환하죠. 수많은 해양생물은 그 물질과 에너지를 바탕으로 해당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하면서 지금의 풍요로운 해양생태계의 주인공이 된 것입니다. 바다가 지구생명체의 생존과 번영의 원천임은 자명합니다.
바다를 인간 혹은 해양환경이나 생태적 관점에서 다양하게 구분할 수 있을 텐데요. 쉽게 생각해서 육지로부터의 거리를 기준으로 보면 크게 연안과 원양으로 구분할 수 있죠. 이때 ‘연안’이라 함은 일반적으로 수심 100-200m 이내의 대륙붕 해역을 말하는데, 보통 출항하여 하루나 이틀 내로 귀항 할 수 있는 범위 내의 해역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육상에서 가까운 연안해역에 90%가 넘는 대부분의 해양생물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연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갯벌, 염습지, 맹그로브, 해초지 등 다양한 서식지의 생물다양성이 높다는 사실은 연안생태계의 중요성을 실감케 하죠. 한편, 원양생태계는 연안생태계와 달리 넓고 깊은 먼바다를 말하는데, 다양한 수심대에서 특별히 적응해서 살아남은 해양생물이 살아가는 또 다른 생명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서로 다른 해양환경에서 적응하며 수많은 해양생물이 지금까지 잘 살아온 이유는 바로 생태계 ‘구조’와 ‘기능’의 측면으로 이해 할 수 있습니다. 생태계 구조는 크게 생물적 요소와 비생물적 요소로 구분하는데, 구조의 핵심은 해양생물이 상이한 해양환경에 적응 하면서 함께 살아가는 “관계”에 있습니다. 그 관계가 결국 해양생물의 종류, 분포, 그리고 양을 결정하기 때문이죠. 즉, 해양생물다양성으로 대변되는 해양생태계 구조는 각기 다른 해양환경의 특성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이 생태계 구조는 기능과 연동하여 작동하므로 일반적으로 생물다양성이 높으면 건강한 생태계가 만들어집니다. 그리고 그 생태계의 균형과 조화의 중심에 바로 ‘생태 피라미드’라고 하는 생물 간의 먹고 먹히는 관계, 즉 ‘먹이사슬’이라고 하는 기능이 중요한 역할을 하죠. 먹이사슬이 복잡하게 얽히면서 만들어진 ‘먹이망’이 바로 해양생태계를 지탱하고 풍요롭게 하는 원천인 셈입니다.
바다의 전형적인 ‘생태 피라미드’는 생산자(식물플랑크톤, 저서미세조류, 해조류 등) → 1차 소비자(동물플랑크톤: 크게 부유물식자, 퇴적물식자로 구분) → 2-4차 소비자(소형 어류, 중형 어류, 조류, 해양 포유류 등)로 이어집니다. 생산자는 식물플랑크톤, 저서미세조류(규조류 우점), 해조류 등 광합성을 통해 유기물을 생산하는 기초생산자로 생태 피라미드 최하단에 위치하며 상위 해양생물의 주요 먹이원(에너지)의 역할을 하죠. 생산자를 먹는 1차 소비자인 동물플랑크톤에는 편모류를 비롯하여 섬모충류, 방산충류, 유공충류, 해파리류, 요각류, 곤쟁이류 등 다양한 무척추동물, 그리고 어류의 유생 등이 포함됩니다. 이들은 섭식 대상에 따라 떠다니는 식물플랑크톤을 섭식하는 부유물식자와 퇴적물 표층의 저서미세조류나 퇴적물내 유기물을 섭식하는 퇴적물식자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이어 2차 소비자인 소형 어류가 중간 소비자 역할을 하며, 이어 중대형 어류, 조류, 그리고 해양 포유류 등 3-4차 소비자가 먹이그물을 형성하며 복잡한 먹이망을 갖게 됩니다. 이들의 생태-피라미드는 수층과 퇴적물 내 다양한 환경인자가 순차, 복합, 상호 관계하여 먹이망을 구성하므로 매우 복잡하고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인간 활동이 개입되지 않는 자연 상태라면 해양환경과 해양생물의 관계가 각 구성원의 역할 덕분에 균형과 조화를 이룬다는 사실입니다.

<해양환경과 생태계의 관계: 생태-피라미드(군집) 도시, 서울대학교 해양저서생태학 연구실>

바다와 인류의
상생의 관계

바다와 해양생물의 관계는 지구생명체의 일원으로서 인류 사회에도 큰 영향을 줍니다. 인류는 바다로부터 수많은 자원을 얻고 살아가며, 바다는 인류의 경제, 문화, 환경 모든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세계의 많은 인구가 어업에서 얻어지는 생물(수산)자원을 이용하고 있죠. 일례로 우리가 필요로 하는 단백질의 20% 이상은 해산물로부터 공급받는다고 합니다. 즉, 바다가 주는 ‘공급서비스’는 세계 경제와 생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지속 가능한 어업은 해양생태계의 건강성을 유지하는 것은 물론 인류가 지속가능하게 자원을 개발하고 이용하게 하는 중요한 수단인 셈이죠. 인류의 장기적 식량 안보와도 직결되는 바다와 생명(수산)자원, 어떻게 효율적으로 지속가능하게 유지할 수 있을지가 큰 숙제라 하겠습니다.
또한 바다는 지구의 기후를 조절하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해양은 열을 흡수하고 저장하여 기후변화를 완화하고, 해양 순환에 따라 열을 분배하여 지구의 기후를 조절합니다. 최근 연구에서 나타난 것처럼 갯벌 등 해양생태계가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함으로써 온실가스 농도를 줄이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같은 맥락입니다. 바다와 해양생물을 제외하고 기후변화가 인류에게 미치는 영향을 논하기 어렵다는 점은 이제 자명한 과학적 사실인 거죠. 그 밖에도 바다는 육상으로부터 유입되는 오염물질을 정화하고, 연안 침식 등 각종 재해를 방지하는 완충지로서 다양한 ‘조절서비스’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바다는 국제 무역과 경제에도 빼놓을 수 없는 주요한 수단입니다. 해상운송을 통한 교역이 없다면 세계 경제는 돌아가기 어려울 것입니다. 해양 신재생 에너지 등 해양 자원의 개발, 해양 치유 등 관광 산업 등도 오늘날 해양 산업의 중요한 부분으로 주목받고 있죠. 이처럼 우리가 바다로부터 누리는 혜택인 ‘해양생태계서비스’의 근간에는 해양생물다양성, 일차생산력, 서식지 제공 등의 ‘지지서비스’ 가 근간이 됨을 잘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바다와 해양생물의
위협 요소

바다와 해양생물의 사회, 경제, 생태적 중요성과 역할, 그리고 그 가치가 날로 크게 인식되고 있지만, 인간 활동으로 인한 해양환경 악화와 해양생물다양성 훼손의 시간은 멈추지 않고 있음이 무척 안타깝습니다. 특히 연안은 육상 및 해상 기인에 따라 혹은 점오염원 비점오염원 등의 오염부하가 많은 곳으로 해양생태계를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습니다. 공장 폐수, 하수처리 배출수, 농약, 매연, 도로먼지등 각종 육상기인 오염물질이 연안으로 배출되고, 조선소, 항구, 양식장, 선박 등으로부터 각종 폐기물, 화학물질, 해양 쓰레기 등이 유입되어 몸살을 앓고 있죠. 문제는 한번 망가진 바다와 훼손된 해양생태계를 원상태로 돌려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원상태에 가깝게 회복하는 데는 매우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최근 우리 연구진의 결과에 따르면 유류오염, 폐염전 등에 따라 파괴된 해양생태계가 원상태와 비슷하게 회복되는데 10-30년 이상의 시간이 걸렸음을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연안 환경 오염원, 서울대학교 해양저서생태학 연구실>

최근에는 기후변화가 해양생태계를 위협하는 가장 지대한 요소로 떠올랐습니다. 기후 온난화로 인해 극지방의 빙하가 쉴새 없이 녹아내리고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특히 연안생태계가 크게 위협받고 있습니다. 해수면 상승은 맹그로브 숲, 염습지, 산호초 등의 서식지를 침수, 훼손시키며, 이로 인해 수많은 해양생물이 보금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기후 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농도가 대기 중에 증가하면서 더 많은 이산화탄소가 바다로 녹아 흡수되고, 이에 따라 해양 산성화도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산호, 조개류, 갑각류 등 골격과 껍질이 탄산칼슘으로 이루어진 해양생물들은 산성화된 바다에서 몸을 보호할 수 있는 껍데기를 만들 수 없게 되어 해당 개체군이 크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산호초 백화 현상도 산성화로 인한 해양생물 서식지 파괴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또한 해수 온도 상승에 따른 아열대 종 등 외래종 유입과 외래종 유입에 따른 먹이사슬(망) 변화 등으로 특정 연안생태계가 균형과 조화를 잃고 파괴되고 있지요. 기후변화는 특정 해양생물의 종다양성 저하는 물론 해양생태계 전반에 큰 피해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숙제라 할 것입니다.
남획, 불법, 파괴적 어업 또한 바다와 해양생물에게 큰 위협 요소라 할 것입니다. 지난 반세기 인간의 과도한 어업 활동으로 남획되는 어족 자원수가 3배 이상 증가하였다고 합니다. 많은 상업적 어류 종은 남획으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하기도 했습니다. 특정 종이 한꺼번에 사라지면 앞서 말한 먹이사슬(망)이 깨지면서 해양생태계 균형은 깨질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대형 포식 어류나 포유류의 감소는 먹이사슬 전반에 걸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면서 전체 해양생태계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없게 만들겠죠. 저인망 어업이나 폭발물을 사용하는 어업 방법 역시 근절해야 할 대상입니다. 이러한 어업 방식은 해저생태계를 크게 손상하고, 비표적 어종까지 포획함으로써 해양생태계 다양성 훼손과 어족자원 고갈을 초래하죠. 결국 남획, 불법, 파괴적 어업이 해양생태계 파괴와 생명(수산)자원 등의 공급서비스 저하란 부메랑이 되어 인류의 존속과 번영까지 위협할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바다와 해양생물을 위한
보호정책

바다와 해양생물의 공존과 상생을 위한 보호정책은 해양생태계의 건강과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며, 해양 자원의 효율적 이용을 보장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장치입니다. 이러한 ‘해양보호정책’은 환경보호, 자원 관리, 법적 규제, 교육 및 협력 등 다양한 부문의 노력과 실천이 요구됩니다. 다행히 해양수산부 등 우리 정부는 최근 해양보호정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최근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CBD) 당사국총회’에서 합의한 ‘지구 30% 보호’ 약속과 결을 같이 합니다. 이 약속은 2030년까지 전 세계 바다와 육지의 30%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하여 보전·관리하자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해양수산부는 최근 “해양생물다양성 보전대책”으로 ‘보전과 지속가능 이용을 통한 해양생물다양성 가치 실현’이라는 비전 아래, ❶해양생물다양성 보전 및 증진, ❷해양생물다양성 위험요인 관리, ❸해양 생물다양성 지속가능한 이용, ❹국제협력 및 인식증진 등 네 가지 전략을 발표하기도 하였습니다.
해양생물다양성 보전대책의 주요 정책 목표로 네 가지가 제시됐습니다. 첫째, 2023년 기준 1.8% 수준인 해양보호구역 면적을 2030년까지 1,000km2 이상의 대형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여 30%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둘째, 현재 91종의 해양보호생물 지정종을 2030년까지 120종으로 확대하는 것입니다. 셋째, 현재 12종의 멸종위기종 인공증식 허가대상을 2030년까지 30종으로 확대한다고 합니다. 넷째, 아직 지정되지 않은 국내 유입 우려종을 2030년까지 100종 지정한다는 것 등입니다. 이번 해양수산부의 해양생물다양성 보전대책의 전략목표가 정량적으로 제시됐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며 향후 보전대책의 실효성이 사뭇 기대됩니다.

바다와 해양생물의
공존

바다와 해양생물의 ‘공존’은 건강한 서식지와 번식지 제공, 생물간 복잡한 상호작용 등을 통해 해양생물다양성을 유지, 기후조절과 탄소흡수에 중요한 역할 수행 등 다양한 긍정적 측면과 실질적 혜택을 제공해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해양생태계에 관한 연구는 인간이 해양환경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데 필수적일 것입니다. 나아가, 해양환경 교육은 일반 대중의 해양 가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해양환경 보호의 중요성을 각인시키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바다는 예술, 문학, 종교 등 다양한 문화적 측면에서 영감과 안식을 주며, 바다와 관련된 활동은 지역사회의 전통과 생활 방식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인간에게 바다는 휴식과 여가 활동을 위해 꼭 필요한 장소이며,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칩니다. 해양생태계를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이용하는 것은 현재와 미래 세대의 생존과 번영을 보장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요조건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최근 유엔(UN)의 지속가능발전목표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실천 방안을 함께 모색하기 위해 미래 세대인 청소년들의 모임이 있었습니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세종 국제청소년포럼’의 주제는 바로 “바다”였습니다. 전 세계 12개국을 대표하는 70여 명의 청소년이 4일간 바다와 관련한 다양한 현장체험학습과 강의 교육 프로그램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며 다 함께 바다를 진진하게 고민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저는 해양오염의 심각성과 해양 보존의 필요성에 관한 기조 강연을 통해 바다를 매개로 하여 미래 세대와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보람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청소년들은 바다와 해양생태에 큰 관심을 보였고, ‘기후변화’, ‘생물다양성 훼손’이라는 지구촌 “이중 위기(Twin Crisis)”에 대한 문제 인식과 함께 실천 방안을 토의하는 등 큰 관심과 열정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렇게 미래 세대가 바다의 가치와 중요성에 대해 이해하고 공감하고 실천해 나간다면 지금 인류가 당면한 글로벌 난제도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거란 희망과 기대감도 커지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바다와 해양생물의 공존을 위한 노력, 지금 바로 우리가 모두 함께해야 할 때입니다.

<2024 세종 국제청소년 포럼, 2024년 7월 15-18일, 세종시교육청>

김종성 교수

프로필(Profile)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블루카본사업단장
서울대학교 해양환경영향평가연구단장
서울대학교 연안융복합연구센터장
(사)한국해양한림원 석학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