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NE
#2 – Insight Table
바다, 그곳에서 탄생한
무역, 항쟁 그리고 삶의 역사
무역, 항쟁 그리고 삶의 역사
섬은 예로부터 더 먼 바다로 나아가기 위한 휴게소이자 해양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삶의 터전이었으며, 해양의 문화를 육지로 연결하는 전달자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한 섬과 바다를 바탕으로 해양의 오랜 역사를 재조명하기 위해 연구를 이어가는 국립목포대학교 사학과 강봉룡 교수는 해양의 역사와 문화를 알아야 해양의 가치를 알고 보전할 수 있다는 기치를 내세우며 오늘도 열띤 강의를 이어나간다.

Q1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1995년에 국립목포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부임을 한 뒤 ‘한국의 섬과 바다의 역사’를 비롯해 ‘해양의 역사’ 등에 대해 강의해 왔습니다. 해양의 역사에 관심이 많다 보니 동아시아 도서해양문화포럼 초대회장으로 취임한 뒤에는 3년여간 한·중·일 그리고 대만, 동남아시아 등 해양 역사 문화 연구자들을 위한 포럼을 개최해 왔고요, 목포대학교 내에서는 12년간 도서문화연구원장을 맡아 우리나라 섬의 역사에 대해 연구해 왔습니다.
Q2 해양의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처음에는 바다와 연결되는 통로인 영산강 유역에 특별한 문화가 존재했다는 것을 발견하고 큰 흥미를 가지게 됐습니다. 이후 바다라는 문화 및 경제 교류 공간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바닷길의 징검다리인 섬의 가치에 대해 깨닫게 됐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해양 역사 중에서도 섬의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바다와 섬 그리고 이와 관련된 그 어떤 것이든 지식을 교류할 수 있는 장을 개최해보자는 생각으로 2009년 최초로 전국 해양문화학자대회를 열게 됐습니다. 1회차에 100여 명이 모이고 그다음 회차에 200명 이상이 모이고 하면서 14년 동안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대회를 열었는데요. 지금까지 발표된 자료만 3천 개 정도에 달한답니다. 해양의 역사, 해양의 생태, 해양과 IT 등 정말 다양한 주제로 다채로운 정보의 교류가 진행됐어요. 해양의 역사에서 섬은 해양 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하나의 거점으로서 전쟁의 주된 목적이기도 했습니다. 현재도 배타적 경제수역이라는 해양법(1996년 체결된 유엔 해양법)에 따라 섬에 대한 소유권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고요. 우리나라 독도뿐 아니라 남중국해의 남부 해상에 있는 남사군도를 두고 필리핀, 베트남 등 6개 국이 분쟁을 벌이고 있답니다. 이는 모두 수역 안의 해양 및 해저 자원을 독점하기 위한 거예요.

Q3 해양은 다양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무역과 전쟁 그리고 삶의 터전 등 장구한 시간동안 수많은 모습을 기록해 왔는데요. 해상 무역을 통한 경제 발전사, 외세의 침략을 막기 위한 해상 전쟁 등 해양의 지난 역사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어요?
해양은 다양한 모습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우리네 삶의 터전이자 문화 및 문물 교류의 통로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 통로는 진출을 위한 길이 되기도 했고 침략을 위한 길이 되기도 했어요. 양면성을 띠고 있는 거죠. 9세기 동아시아 해상 무역을 석권했던 장보고는 진출을 위한 통로로 이용했고, 정유재란 당시에는 이순신 장군이 이끄는 조선의 수군이 일본의 침략을 막으며 나라를 수호한 해전 지역이기도 했습니다. 또, 우리나라는 대륙국가도 아니고 해양국가도 아닌 반도입니다. 즉, 해양 문화와 대륙의 문화가 동시에 발달할 수 있는 지리적 특징을 가지고 있는 거죠. 세계 문명을 좌지우지 했던 그리스도 반도였고, 로마 제국 역시 고대 이탈리아 반도에서 시작됐습니다. 해양 및 대륙의 문화가 이동하는 교두보 역할을 하는 동시에 어느 곳으로든 진출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이 이었죠. 우리나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일본이 식민사학을 위해 반도성론을 내세우며 “대륙도 해양도 아닌 절반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반도라서 이도 저도 아니다”라는 주장을 반박하고, 반도라는 지리적 이점을 제대로 이해하고 우리만의 정체성을 경각해야만 합니다.
Q4 2004년 ‘해상왕 장보고의 진실’이라는 부제로 ‘장보고’라는 책을 출간하시고 이듬해에는 ‘바다에 새겨진 한국사’를 출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 책들을 통해 알리고자 했던 해양사는 무엇이었나요?
섬과 바다는 떼려야 뗄 수가 없는 관계입니다. 섬을 뺏기면 바다에 대한 권리를 뺏기기 때문이죠. 그래서 섬과 바다의 역사에 대해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시작했고, 섬과 바다를 연구하다 보니 장보고를 알게 됐습니다. 장보고는 섬을 바다 위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휴게소라고 말했어요. 즉, 바닷길은 열려 있어야 된다는 거였죠. 하지만, 장보고에 대한 자료는 태부족했습니다. ‘장보고가 828년(흥덕왕 3년) 귀국해서 청해진을 건설했다’ 정도의 자료뿐이었어요. 그래서 장보고와 관련된 유적 발굴에 참여도 하고, 중국, 일본, 자료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갔어요. 지방 호족에 불과했던 장보고가 중국까지 진출하는 거대 무역 상인으로 성장하고, 우리나라 완도에 무역기지인 청해진을 건설해서 동아시아 해상 무역을 주도했던 그 일대기가 궁금했던 거죠. 이러한 과정 속에서 2004년 방영됐던 드라마 ‘해신’의 주인공인 장보고에 대한 잘못된 정보들을 바로 잡아야겠다고 생각했고, ‘해상왕 장보고의 진실’이라는 책을 출간하게 됐습니다. 이 책 덕분에 2010냔 장보고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하고, 2021년에는 완도 명예군민으로 위촉되기도 했답니다. ‘바다에 새겨진 한국사’는 해양수산부에서 발족한 해상왕장보고기념사업회에서 발간하는 뉴스레터에 4년간 연재했던 칼럼을 묶어서 출간한 책입니다.

Q5 해양사에 대한 연구 자료는 어디서 확보하시나요? 그리고 확보한 자료들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자료가 있다면?
보통 왕조실록이나, 삼국사기, 고문서, 고고학 발굴자료 등을 바탕으로 역사적 사실들을 역추적해 나갑니다. 보통 해양과 관련된 이야기는 길게 나열돼 있지 않아요. 간략한 사실들만 적혀있을 뿐이죠. 그래서 기록이 적힌 시대와 배경 등을 자료로 해서 다각도로 연구해 나가야 합니다.
노량해전에서 전사한 이순신 장군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도 있어요. ‘이순신 장군이 안 죽었다. 이순신 장군이 자살을 했다.’라는 괴소문이 돌자 숙종(조선 19대 왕)이 소문은 실체를 확인해 보라고 시키는데, ‘모든 소문은 헛소문이다. 장렬하게 전사한 것이 사실이다.’라는 사실을 전달받게 됩니다. 그런데 그런 소문은 왜 만들어졌을까요? 그리고 소문이 유지됐다라는 현상도 팩트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설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사실 처음에는 팩트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설화 속에도 팩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그리고 설화는 시대를 반영하면서 의미가 바뀌기도 해요. 이를 변이라고 한답니다.
또, 전라남도 신안에 위치한 하의도라는 섬의 조그마한 언덕 위에 붕알바위라고 있는데, 아들을 못 낳는 사람이 그곳에 가서 기도를 하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설화가 전해져 내려왔었다고 해요. 그런데 그 바위가 언젠가부터 양새바위라고 불리게 돼요. 바로 하의3도 농민항쟁 때문이었죠.
국가와 선조의 딸 정명공주의 시집인 홍 씨 집안에 이중으로 세를 바쳐야 했던 농민들이 ‘一土兩稅’라 외치며 저항하기 시작한 건데, 농민들의 저항은 계속되고, 300여 년에 걸친 항쟁 끝에 그 토지는 1956년 불하 형식으로 농민의 품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이후 붕알바위는 양세바위로 불리기 시작했어요. “저 바위가 바로 양세바위야. 저 바위가 있어서 우리가 승리할 수 있었어.”라는 말과 함께 말이죠. 이처럼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면서 설화의 의미가 바뀐 것이 바로 변이입니다.
Q6 과거의 역사를 발판으로 앞으로 해양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바다를 중시했던 고려시대는 해양강국으로 크게 흥성을 했고, 바다를 금했던 조선시대는 크게 쇠퇴했습니다. 해금과 공도 정책으로 인해 농사만 짓게 하면서 고려시대 때 벌어놓은 것들을 500년 동안 깎아 먹기만 한 거죠. 이러한 역사적 사실만 보더라도 해양 개방의 역사를 다시금 되새기며 계승해 나가고, 잘못됐던 조선시대 해양 폐쇄의 역사를 성찰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해양에 대한 관점을 새로이 가져야 한다는 겁니다. 더 깊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요. 지금은 해양의 시대입니다. 미래에도 마찬가지일 테고요. 세계 10대 해양강국에서 5대 해양강국으로 도약해 오르기 위해서는 바다라는 가치와 더 진중히 마주해야 합니다.
Q7 마지막으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웹진 ‘MAP’ 구독자분들께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육지 위의 생물 다양성은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바닷속의 생물 다양성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연구와 관심의 폭이 점점 확대되고 있기에 새로운 발견과 성과가 뒤따르고 있거든요. 하지만, 산업화는 세계 곳곳에서 지속되고 있고, 자연은 파괴되고 있으며, 지구는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때에 우리 인간들은 자연과 선순환의 인연을 맺어야만 합니다. 더불어 사람과 문화 그리고 역사를 고찰하는 과정 속에서 사람과 해양생태계가 함께 건실해질 수 있는 길을 찾아 나가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