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NE
#1 – Theme

우리 땅 독도

해양생물다양성 천국

글. 김종성 박사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독도의 날

지난 9월 ‘독도의 날(10월 25일)’을 “국가기념일”로 승격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다고 합니다. 독도의 날은 민간단체인 ‘독도수호대’가 1900년 10월 25일 고종황제가 대한제국 칙령 제41호에 독도를 울릉도의 부속 섬으로 명시한 것을 기념하여 2000년 지정하면서 시작되었다고 해요.
1982년 만들어진 노래 ‘독도는 우리 땅’에 등장하는 ‘새들의 고향’이라는 가사에서 보듯이 독도는 철새 이동 경로의 중간 기착지로도 유명합니다.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지역으로 풍부한 수산자원과 지하자원을 보유하고 있어 생태계서비스 가치 역시 막대하죠. 우리 땅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이미 독도는 우리에게 보물섬이나 다름없죠. 그래서인지 10월이 되면 독도, 그리고 울릉도가 더 떠오르고 그리워지는 것 같아요. 실제로 여름철 기나긴 장마와 초가을 혹독한 태풍이 지나간 요즈음이 독도와 울릉도의 입도와 해양조사가 한결 수월한 편입니다.

해양생물 연구로 만난 독도

그간 서해, 남해, 동해, 그리고 제주에 이르기까지 한반도 삼면에 펼쳐진 아름답고 풍요로운 무지개색 우리 바다를 꽤 많이 돌아다녔습니다. 해양생물을 찾아 새 연구지역을 방문할 때면 호기심 반 기대감 반으로 늘 설렜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독도와의 인연은 공동연구를 계기로 시작되었죠. 2012년 우리는 “독도의 해양무척추동물 종 다양성”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에 게재했습니다. 독도에 서식하는 해양저서무척추동물이 무려 “403종”에 이른다는 놀라운 사실을 보고했고, 나아가 독도의 ‘해양생물상’이 몽돌해안, 해저대지, 해안단구 등 다양한 지형과 서식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현상도 밝혔습니다. 독도의 해양생물다양성 연구로는 첫 번째 국제학술지 게재라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다만, 우리 연구진은 자료 분석과 논문 작성에만 주로 참여했기에 현장 조사에 직접 참여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크게 남았습니다. 첫 독도 논문이 나온 직후 우리는 독도행을 바로 결행했습니다.
2012년 10월 우리 연구진은 생명과학부 김원 교수님 연구진과 독도, 울릉도 조사에 나섰습니다. 그러나 머피의 법칙처럼 울릉도에 도착하자마자 갑자기 나빠진 날씨와 거칠어진 파도 때문에 독도행 조사선을 탈 수는 없었지요. 아쉬운 대로 우리는 울릉도 조사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고, 덕분에 울릉도 해안 곳곳을 샅샅이 뒤지며 매우 다양한 해양생물을 관찰하고 채집하였습니다. 비록, 독도 조사의 아쉬움을 남긴 채 발걸음을 돌려야 했지만, 우리 연구실 한쪽을 울릉도 해양생물 시료로 가득 채울 수 있었음에 감사했습니다.
독도, 울릉도와의 인연은 그 이후로 더욱 깊어졌습니다. 2013년 서울대 해양연구소에 “독도·울릉도 해역연구센터(이하 센터)”가 신설되면서 독도, 울릉도 연구가 급물살을 탔습니다. 우선 센터 설립을 기념하려는 취지로 우리는 ‘독도해양수산연구회’가 후원하고 센터가 주최하는 전문가 워크숍을 개최했죠. 주제는 ‘독도·울릉도의 과학과 정책 비전’으로 정했습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해양환경공단 등 유관기관은 물론 대학, 기업 등에서 100여 명 이상 참석하여 센터의 설립을 축하하고 독도, 울릉도의 향후 연구 방향과 비전까지 논의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 10여 년 우리 센터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산하 ‘동해연구소’와 ‘울릉도·독도 해양연구기지’ 등의 적극적 지원을 발판삼아 총 다섯 차례에 걸쳐 독도, 울릉도 장기생태조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바 있습니다. 우리는 공동연구 결과를 활용하여 2017, 2020, 2021년 잇달아 해양학 분야 최고의 국제학술지에 논문을 게재하는 성과도 올렸습니다. 특히 2017년 발표한 “독도 해양저서무척추동물의 생물다양성 집대성 연구”는 독도가 세계적 수준의 해양생물다양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밝힌 뜻깊은 연구 성과로 국내는 물론 국외 학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습니다.

<서울대 독도·울릉도 해역연구센터의 장기생태계 조사>

독도 해양생물다양성
집대성 연구

독도와 울릉도의 해양생물다양성 연구는 “해양생물상”, 즉 해양생물의 지리적 분포와 특성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육지로부터 수백 Km 떨어진 머나먼 외딴섬 독도에 얼마나 다양한 해양생물이 정착해서 지금까지 살아왔고 왜 지금 그곳에 서식하는지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이었죠. 그래서 우리는 독도와 울릉도의 해양생물을 분류학적으로 기록한 단순 종목록이 아닌 해양환경과의 관계로부터 생물의 분포를 기술하는 데 관심을 두었습니다.
우리는 지난 60년간 기록된 128건(울릉도, 독도 해역은 40여 건)의 분류·생태 자료를 모두 찾았고, 이를 데이터베이스화한 후에 분류체계에 대한 재확인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독도와 울릉도의 해양생물다양성 생태목록을 최종 작성할 수 있었고, 두 해역의 분포 특성에 대한 차이도 비교할 수 있었습니다. 연구 결과는 고무적이었습니다. 2012년 발표된 독도 해양생물 403종을 훌쩍 넘어, 총 “578종”에 이르는 해양저서무척추동물 목록과 분포 지도를 완성한 것입니다. 한 지역 내 종의 다양성을 고려하였을 때도 전국 바다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를 보인 독도의 해양생물상은 가히 세계적 수준임이 확인되었죠. 고(故) 김훈수 서울대 명예교수가 1960년 독도생물을 처음 기록(당시 얼룩참집게, 바위게, 총 2종)하고 약 60년이 지난 지금 이제 독도는 세계적 수준의 높은 해양생물다양성을 보이는 매우 가치 있는 해역임이 전 세계에 알려졌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 할 것입니다.

독도의 해양생물다양성이
높은 이유는?

동해 한가운데 있는 외딴섬 독도, 그리고 맏형인 울릉도의 해양생물다양성이 높은 이유를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요? 우선 독도와 울릉도의 형성 배경, 지리적 위치, 해양학적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독도는 신생대(460-250만 년 전)에 화산활동으로 인해 생성되었으며 이는 울릉도보다 약 210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형학적으로는 해산의 형태로 울릉도와 독도가 연결되어 매우 복잡한 산맥으로 이루어져 있고요. 복잡한 해저지형 특성과 더불어 독도와 울릉도는 동해 한가운데 위치하여 사방으로 해류의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계절별로 북쪽의 난류와 남쪽의 한류의 세기가 다르고, 난류와 한류가 만나는 조경수역의 위치도 달라지면서 독도, 울릉도 해역의 해수 흐름이 복잡합니다. 독도와 울릉도 주변에는 크고 작은 소용돌이가 형성되고, 수온과 염분도 급변하게 되는데, 이상의 모든 역동적인 해양환경 요인이 곧 곧 무수히 많은 다양한 해양생물상을 견인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독도와 울릉도의 578종에 이르는 해양생물다양성 수준이 당시 같은 시기에 보고된 서해 갯벌의 해양생물다양성(624종, 최근 1,000여 종으로 업데이트됨)에 버금갈 정도로 높다는 사실도 놀랍지요. 최근 우리 연구진은 한반도 전 해역에 대한 해양저서무척추동물 집대성 연구를 통해 독도와 울릉도 생태계가 건강성 측면에서도 전국 최고임을 새롭게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반도 전 해역 해양저서생태계 건강성 분포도, 독도-울릉도(E12) 1위>

독도의 터줏대감
해양생물 총출현

독도와 울릉도에서 가장 흔하게 관찰할 수 있고 식용하는 해양무척추동물은 ‘홍합’이라고 생각되네요. 요즘 우리 밥상에 올라오는 홍합은 정확히 ‘지중해담치’로 선박평형수에 의해 우리나라에 유입된 외래종이죠. 하지만 독도와 울릉도에서 잡히는 홍합은 참담치로 우리나라 토착종이고, 크기도 손바닥만큼 크죠. 지중해담치 속살은 노란빛을 띠고 홍합 속살은 주황빛에 가깝다고 합니다. 2020년 울릉도 조사 당시 먹었던 홍합은 지금까지 먹었던 담치와는 차원이 다른 별미였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독도새우 3종 - 물렁가시붉은새우(좌), 도화새우(중), 가시배새우(우)>

독도에 우점하는 또 다른 해양생물로 ‘둥근성게’가 있습니다. 울릉도 독도 바다에 서식하고 있는 성게류는 둥근성게, 말똥성게, 분홍성게, 보라성게, 큰염통성게 등 대략 5종인데요, 그중 95% 이상을 둥근성게가 차지합니다. 그리고 갯바위에는 우리나라 전역의 암반 조간대에서 흔히 발견되는 고둥류가 많이 서식하는데, 대표적으로 ‘좁쌀무늬총알고둥’, ‘고랑딱개비’, ‘흰삿갓조개’ 등이 있습니다. 갑각류로는 ‘부채게’와 흔히 독도새우 3종 세트라 불리는 ‘물렁가시붉은새우’와 ‘도화새우’, ‘가시배새우’도 쉽게 만나볼 수 있는데요, 주로 동해 200m 이상의 깊은 수심에 서식하고 맛이 좋아 횟감으로 선호되어 가격이 비쌉니다. 예전에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 만찬으로 대접한 새우로 유명해졌지요. “삼시세끼” 프로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거북손’도 빠질 수 없겠죠. 거북이 손 모양을 닮아 거북손이라 부르는데 생긴 것은 연체동물 같지만 실제로는 절지동물문 갑각강에 속하는 생물입니다.
우리 연구진은 독도에 서식하는 해양생물의 분포 특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사실을 한가지 알아냈습니다. 바로 “독도”의 해양생물상이 우리나라 “동해”의 해양생물상과 유사하고 일본 북부 연안의 해양생물상과는 차이가 크다는 점입니다. 이는 독도의 해양생물이 우리나라 고유의 “토종” 해양생물이라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발견이라 할 수 있죠. 나라는 영토에 대한 주권을 가지듯 바다는 나고 자란 동식물에 대한 권리를 갖는다고 주장하면 좀 과한 주장일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독도의 “생물주권”이 확립되면 자연스럽게 독도가 우리나라 영해 안에 있는 “우리 땅”이라는 것이 더욱 공고해지지 않을까요?

독도와 해양과학자의
역할

대한민국 해양학자로서 꼭 가봐야 할 곳이 “독도”와 “울릉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유는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해양생물다양성 천국이란 과학적 호기심 해결도 중요하지만, 우리 땅의 가치를 찾고 밝히는 사명감도 해양학자로서의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요? 독도와 울릉도에 대한 국민의 사랑과 관심, 그리고 국가 차원의 지속적인 연구 지원이 수반된다면 머지않아 “독도”, “울릉도” 역시 “한국의 갯벌”처럼 전 세계인의 “세계자연유산”에 당당히 이름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김종성 교수

프로필(Profile)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블루카본사업단장
서울대학교 해양환경영향평가연구단장
서울대학교 연안융복합연구센터장
(사)한국해양한림원 석학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