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해양생물자원관, 서태평양으로 넓힌 해양생물다양성 연구

바다에서 새로운 생물을 발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몸길이가 1mm 안팎에 불과한 작은 갑각류. 눈으로는 점 하나로 보일 뿐인 이 생물에게 학명을 붙이는 일은, 그 바다에 무엇이 살고 있는지를 기록하는 가장 기초적인 작업이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제주도 연안과 서태평양 팔라우 연안에서 수행한 생물다양성 탐사를 통해 신종 요각류 3종을 발견했다. 우리 연안에서 출발한 조사가 서태평양까지 이어진 결과다.

신종 요각류의 형태를 보여주는 현미경 기반 세밀화. 몸 전체를 위와 옆에서 본 모습(A·B)과 꼬리마디·부속지 등 세부 구조(C·D·E)를 축척과 함께 나타낸 분류학 도판

바다의 가장 작은 주인공, 요각류

이번 성과의 주인공은 ‘요각류(橈脚類)’다.

요각류는 바다에 가장 흔하게, 그리고 가장 많이 살아가는 갑각류 무리 가운데 하나다. 크기는 대개 1mm 내외로 아주 작지만, 바닷속 먹이사슬에서 차지하는 자리는 결코 작지 않다.

작은 플랑크톤을 먹고, 다시 더 큰 생물의 먹이가 되는 연결고리. 눈에 잘 띄지 않는 이 작은 생물이 바다 생태계를 아래에서 떠받치고 있는 셈이다.

그만큼 어떤 요각류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일은 그 해역의 생태계를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하지만 작고 종류가 많은 만큼, 아직 이름조차 붙지 않은 종이 많이 남아 있다. 겉보기에 비슷해 보여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 다른 종인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제주 연안, 그리고 팔라우까지

이번에 확인된 신종은 카누엘리과(Canuellidae)에 속하는 세 종이다.

엘라넬라 제주엔시스 (Elanella jejuensis)

브리아놀라 코레아나 (Brianola coreana)

스코톨라나 피크르카 (Scottolana picrca)

이름을 보면 연구가 어디에서 이루어졌는지가 드러난다. ‘제주엔시스(jejuensis)’는 제주를, ‘코레아나(coreana)’는 우리나라를 가리킨다. 발견된 장소와 지역이 그대로 학명에 새겨진 것이다.

세 번째 종인 ‘스코톨라나 피크르카’는 조금 다른 경로로 확인됐다. 자원관 연구진이 팔라우 국제산호초센터(Palau International Coral Reef Center)를 직접 방문해 채집한 표본을 분석한 결과다.

제주 연안에서 시작한 조사가 서태평양 팔라우까지 이어진 것이다.

생김새를 보고, 유전자를 읽다

새로운 종이라는 것은 어떻게 확인할까?

연구진은 두 가지 방법을 함께 썼다. 하나는 형태학적 분류다. 현미경으로 몸의 구조와 부속지의 형태, 마디의 개수와 배열 등을 기존에 알려진 종들과 하나하나 비교하는 과정이다.

다른 하나는 유전자 분석이다. 겉모습만으로는 구별이 어려운 경우가 있기 때문에, 유전정보를 함께 살펴 분류군 사이의 계통관계를 확인했다.

형태와 유전자를 함께 보는 것. 이 두 가지가 맞물릴 때 비로소 “이 생물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종”이라는 판단이 가능해진다.

연구진은 이 과정을 통해 분류군 간의 계통관계를 규명했으며,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주키즈(ZooKeys)에 게재될 예정이다.

연구의 범위를 서태평양으로 넓히다

이번 발견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신종 3종’이라는 숫자만이 아니다.

국내 해양생물 연구의 공간적 범위를 서태평양까지 확장한 사례라는 점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우리 바다의 생물다양성을 밝히는 일은 우리 연안만 들여다봐서는 완성되지 않는다. 바다는 국경으로 나뉘지 않고, 해류를 따라 생물도 이동한다. 주변 해역에 어떤 생물이 살아가는지를 함께 알아야 우리 바다의 생물다양성도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다.

팔라우 국제산호초센터와 같은 해외 연구기관과의 협력이 중요한 이유다.

이름을 붙인다는 것

생물에게 학명을 붙이는 일은 눈에 띄는 성과처럼 보이지 않을 수 있다. 신약이 개발된 것도, 제품이 출시된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름이 없으면 기록할 수 없고, 기록이 없으면 변화를 알아차릴 수 없다.

어떤 생물이 어디에 얼마나 살고 있는지가 기록되어 있어야 수온이 변하고 환경이 달라졌을 때 “무엇이 사라졌는지, 무엇이 새로 나타났는지”를 비교할 수 있다. 분류 연구가 모든 해양생물 연구의 출발점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제주 연안의 퇴적물 속에서, 그리고 팔라우의 바다에서 발견된 1mm 남짓한 세 생물. 이제 이들에게는 이름이 생겼고, 그 이름과 함께 “이 바다에 이런 생물이 살고 있다”는 기록도 함께 남았다.

바다에는 아직 이름을 갖지 못한 생물이 훨씬 더 많이 살아가고 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다음 탐사는 또 어떤 생물에게 이름을 붙이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