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27일 제주 중문 색달해수욕장에서 자연으로 돌아간 바다거북에도 위성추적장치와 개체 인식표가 부착됐다. 바다거북이 보내오는 위치정보를 통해 어디로 이동하고, 어느 바다에서 머무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2017년부터 이어진 바다거북 이동경로 연구, 이번에는 바다거북을 따라 그 여정을 함께 살펴본다.
제주 바다로 돌아간 바다거북
지난 8월 27일 제주 중문 색달해수욕장.
그동안 보호와 관리를 받아온 바다거북이 다시 푸른 바다로 돌아갔다.
바다거북은 먼 거리를 이동하며 살아가는 해양생물이다. 한곳에만 머무르지 않고 먹이를 찾아 이동하거나 계절에 따라 적합한 수온의 해역을 찾아가기도 한다. 때문에 바다거북을 제대로 보호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방류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연으로 돌아간 뒤 어디에서 생활하는지 파악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바다거북이 주로 이용하는 해역은 어디인지, 어느 방향으로 이동하는지, 겨울은 어디에서 보내는지 등을 알아야 이들이 필요로 하는 서식환경을 이해하고 보다 효과적인 보호방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넓은 바다를 자유롭게 이동하는 바다거북을 사람이 계속 따라다닐 수는 없는 일.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위성추적장치’다.
작은 장치로 바다거북의 긴 여행을 따라가다
위성추적장치는 바다거북의 위치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몸에 부착하는 장치다.
바다거북이 이동하면서 보내오는 위치정보를 지속적으로 확인하면 어느 해역을 지나고 있는지, 특정 지역에 얼마나 머무르는지 등 이동과 서식지 이용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다.
여기에 각각의 개체를 구별할 수 있는 ‘개체 인식표’도 함께 부착한다.
올해 자연으로 돌아간 바다거북 12마리 가운데 크기가 작아 장치를 부착하기 어려운 1마리를 제외한 11마리에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했다.
이제 11마리의 바다거북이 바다로 떠난 뒤 어떤 경로로 이동하는지 하나하나 살펴보게 된다.
그렇다면 바다거북의 등에 작은 추적장치를 달아 따라가면 과연 무엇을 알 수 있을까?
그 답은 지난 연구 결과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일본으로, 동남아시아로… 위성이 알려준 바다거북의 길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2017년부터 자연으로 돌려보낸 바다거북의 이동경로를 지속적으로 추적해 왔다.
그동안 방류한 바다거북은 총 175마리. 이 가운데 51마리에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해 이동경로를 살펴봤다.
그 결과 흥미로운 사실들이 확인됐다.
우리나라에서 출발한 바다거북 가운데 일부는 일본과 동남아시아 해역까지 이동했다. 따뜻한 남쪽 해역으로 이동해 겨울을 보낸 뒤 다시 우리나라 연안으로 돌아오는 모습도 확인됐다.
우리 눈에는 모두 같은 제주 바다를 향해 출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바다로 돌아간 이후에는 저마다 긴 여정을 이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이처럼 위치추적장치를 이용한 연구는 야생동물이 언제, 어디로 이동하는지뿐 아니라 월동지와 주요 서식지 등 눈으로 관찰하기 어려운 생태정보를 파악하는 데 활용된다.
한 마리 한 마리가 보내온 위치정보가 쌓이면 바다거북이 살아가는 데 중요한 바다가 어디인지 알아가는 단서가 된다.
3년 동안 자란 바다거북, 야생에서는 어떻게 살아갈까?
올해 연구에서 특히 살펴볼 부분도 있다.
이번에 방류된 바다거북 가운데에는 ‘서식지외보전기관’에서 3년 이상 성장한 붉은바다거북 1마리와 매부리바다거북 2마리가 포함돼 있다.
서식지외보전기관은 아쿠아리움 등에서 멸종위기 야생생물을 보호·증식하고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기관이다.
사람의 보호 아래 성장한 바다거북이 자연으로 돌아간 이후 야생환경에 어떻게 적응할까?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이들의 이동경로와 서식해역 이용 특성을 조사해 자연으로 돌아간 바다거북의 적응 양상을 살펴볼 예정이다.
단순히 ‘잘 방류했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방류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실제 자연 적응 과정을 확인하는 것이다.
바다거북이 보내오는 신호가 보호의 자료가 되다
바다거북에게 위성추적장치를 부착하는 이유는 결국 하나다.
바다거북을 더 잘 이해하고, 더 잘 보호하기 위해서다.
바다거북처럼 넓은 바다를 이동하는 해양생물을 보호하려면 어디에서 살아가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어느 해역을 주로 이용하는지, 어디에서 겨울을 보내는지, 어떤 이동경로를 거치는지에 대한 정보가 축적될수록 보호가 필요한 해역과 시기를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2017년부터 이어진 추적을 통해 일본과 동남아시아로 이어지는 이동경로가 확인되고, 남쪽 해역에서 월동한 뒤 다시 우리나라 연안으로 돌아오는 모습이 발견된 것도 이러한 연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김현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장은 “자연으로 돌아간 바다거북을 지속적으로 관찰한 데이터는 보호방안을 위한 기초자료가 된다”며 “과학적 조사와 연구를 통해 해양보호생물의 개체수 보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바다로, 그리고 연구는 계속된다
8월의 제주 바다를 출발한 바다거북들은 지금도 저마다의 길을 찾아 이동하고 있다.
어떤 바다거북은 제주 주변에 머물고, 또 다른 바다거북은 먼바다를 향해 긴 여행을 시작할지도 모른다.
사람의 눈으로는 볼 수 없는 그 여정을 위성추적장치가 하나하나 기록한다. 그리고 한 마리의 이동경로가 쌓이고, 또 다른 한 마리의 기록이 더해지면서 우리가 몰랐던 바다거북의 삶도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바다거북을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보호의 끝은 아니다. 어디로 가는지, 어디에서 머무는지, 자연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계속 살펴보는 것까지가 보호의 과정이다.
2017년부터 시작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바다거북 이동경로 연구도 그렇게 계속되고 있다.
제주 바다에서 힘차게 헤엄쳐 나간 바다거북 12마리.
이들이 앞으로 어떤 바다를 지나고, 어디에서 머물며, 또 어떤 길을 통해 우리에게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줄지 그 여정을 함께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