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의 푸르름이 짙어지는 요즘, 여러분은 바다를 생각하면 어떤 이미지가 먼저 떠오르시나요? 대부분은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과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 그리고 깨끗한 백사장을 떠올리실 겁니다. 하지만 그 아름다운 풍경 뒤에는 우리가 반드시 마주해야 할 해양 환경의 씁쓸한 단면이 숨어 있습니다. 이번에 저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소중한 인연으로 맺어준 마비기너 팀원과 함께 경상북도 울진에 위치한 '후정해수욕장'을 찾았습니다. 화려하고 시끌벅적한 축제 같은 분위기 대신, 우리 바다의 현주소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보고 환경 보호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차분하고 진지한 마음으로 '바다 클린 줍깅(플로깅)' 미션을 진행했습니다. 그 사색과 실천의 기록을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울진 후정해수욕장의 평화로운 해변 전경

첫 만남, 그리고 울진 후정해수욕장으로의 발걸음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을 통해 한 팀이 된 팀원과 처음 만나 인사를 나누었을 때, 저희는 모두 단순한 대외활동을 넘어 해양 생태계에 조금이나마 기여하고 싶다는 공통된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희가 목적지로 선택한 울진 후정해수욕장은 비교적 한적하고 수려한 해변입니다. 도착하자마자 마주한 바다는 무척이나 평화로웠습니다. 하지만 겉보기에 깨끗해 보인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기에, 저희는 준비해 온 봉투와 집게를 손에 쥐고 백사장 구석구석을 세밀하게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겉모습에 가려진 실상: 생각보다 적었지만, 치명적이었던 '로프 쓰레기'

해변에서 발견한 폐어업용 로프 쓰레기를 봉투에 담는 플로깅 현장 모래에 파묻힌 폐로프와 어구 수거한 폐그물과 엉킨 로프 더미

다행히도 후정해수욕장은 다른 유명 관광지에 비해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일회용 컵이나 폭죽 껍데기 같은 생활 쓰레기는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지역 주민들과 방문객들이 비교적 깨끗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증거인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러나 발걸음을 더 깊이 옮기자, 또 다른 종류의 심각한 쓰레기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바다에서 떠밀려온 '어업용 로프와 끈 종류'였습니다. 오랜 시간 파도와 햇빛에 노출되어 낡고 변색된 굵은 밧줄들이 백사장 구석구석이나 모래 속에 깊숙이 파묻혀 있었습니다. 어업 활동 중 유실되거나 버려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러한 폐로프들은 해양 생물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무기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밧줄들은 바다거북이나 대형 어류의 몸에 감겨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거나 생명을 앗아가기도 합니다.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는 후정해수욕장의 모래사장 아래에 해양 생물들을 위협하는 덫이 숨어있었던 셈입니다. 저희 팀은 말수를 줄인 채,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모래 속에 파묻힌 로프들을 당겨 쓰레기봉투에 담았습니다.

장집게로 모래 속 쓰레기를 수거하는 모습

마비기너가 전하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해안가 플로깅 팁'

팀원들과 묵묵히 쓰레기를 주우며 몸소 깨달은 해안가 플로깅 노하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하더라도 아래 몇 가지 팁을 기억하신다면 훨씬 안전하고 뜻깊은 활동이 될 것입니다.

1. 목장갑이나 안전장갑 착용은 필수입니다. 해안가에는 깨진 유리 조각이나 조개껍데기뿐만 아니라, 저희가 발견한 로프처럼 마찰력이 강하고 거친 쓰레기가 많습니다. 맨손으로 만지면 큰 부상을 입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두꺼운 장갑을 착용해야 합니다.

2. 다음에는 꼭 생분해성 봉투나 재사용 가능한 마대를 활용해 보려 합니다. 사실 이번 활동에서는 플로깅에 대한 정보가 조금 부족했던 터라 미처 생분해성 비닐을 따로 준비해 가지 못해 개인적으로 큰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환경을 지키기 위한 활동인 만큼, 다음번 줍깅이나 이 글을 보고 동참하실 분들은 일반 플라스틱 비닐봉지 대신 자연에서 분해되는 생분해성 인증 봉투나 집에 남는 튼튼한 마대자루를 미리 챙겨 가시는 것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3. 가볍고 튼튼한 장집게를 준비하세요. 해변 줍깅은 허리를 굽히는 동작이 수없이 반복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체력 소모가 큽니다. 길이가 긴 집게를 사용하면 척추와 무릎의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4. 모래 속에 묻힌 쓰레기는 억지로 당기지 마세요. 해안가 로프나 그물은 모래 깊숙이 엉켜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무리하게 당기면 찢어져 미세 쓰레기가 더 많이 발생하거나 다칠 수 있으므로, 주변 모래를 먼저 조심스럽게 파낸 뒤 수거해야 합니다.

수거한 쓰레기를 정리·분류하는 팀원들

미션을 마치며: 우리가 수거한 쓰레기, 그리고 남겨진 과제

후정해수욕장 인근 거리 풍경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땀방울을 흘리며 후정해수욕장의 해변을 한 바퀴 모두 돌았습니다. 가득 찬 쓰레기봉투 안에는 거칠고 굵은 폐밧줄들과 어구 파편들이 묵직하게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수거한 쓰레기들은 종류별로 꼼꼼하게 분류하여 지정된 해양 쓰레기 수거함에 안전하게 인계하며 미션을 마무리했습니다.

이번 줍깅은 들뜨거나 가벼운 이벤트가 아니었습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매칭해 준 팀원과 함께 시종일관 차분하고 진지한 태도로 임했기에, 해양 오염의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더 깊이 고찰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인간의 생업과 편의를 위해 사용되다 버려진 어구들이 결국 부메랑이 되어 해양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사실이 가슴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결론 및 마무리] 푸른 바다의 미래를 위한 진심 어린 실천

후정해수욕장에서 함께한 마비기너 팀원

비록 저희가 수거한 쓰레기의 양이 거대한 바다 전체에 비하면 아주 작은 일부분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관심 속에 방치되어 해양 생물들을 해쳤을지도 모르는 쓰레기들을 우리 손으로 직접 치워냈다는 점에서 진정성 있는 첫걸음을 떼었다고 믿습니다.

해양 생태계를 지키는 것은 거창한 구호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닙니다. 바다를 찾았을 때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 것,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위험한 쓰레기를 외면하지 않고 차분히 주워 담는 작은 진심들이 모여 푸른 바다의 미래를 만듭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마비기너로서 앞으로도 우리 바다와 생물들이 안전하게 숨 쉴 수 있도록, 묵묵하고 진지하게 활동을 이어 나가겠습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국민홍보단 마비기너 박호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