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좋아하는 돌고래, 안목이

강릉항 주변을 홀로 맴돌던 남방큰돌고래 안목이

지난해 여름, 강원도 강릉항 일대에 조금 특별한 손님이 나타났다. 배가 출항하면 곁을 따라 헤엄치고, 요트를 따라 항구 안쪽까지 들어오고, 배를 대면 배를 대는 곳까지 와서 놀다 가는 돌고래 한 마리였다.

사람들은 강릉에서 나타난 이 돌고래에게 ‘안목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강릉항의 옛 지명인 ‘안목’에서 따온 이름이었다. 처음에는 항구를 찾은 사람들에게 반가운 볼거리였다. 바다 위에서 힘차게 뛰어오르는 모습과 사람을 피하지 않고 배 곁을 따라오는 모습은 SNS를 통해 빠르게 알려졌고, 안목이는 강릉 바다를 찾는 사람들에게 친숙한 존재가 됐다.

하지만 안목이의 모습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냥 반가워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었다.

안목이는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동해의 돌고래와는 달랐다. 따뜻한 제주 연안 등을 중심으로 관찰되는 남방큰돌고래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돌고래는 일반적으로 무리를 이루어 생활하는 사회적인 동물인데, 안목이는 무리에서 떨어져 나온 채 강릉항 주변에서 홀로 생활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안목이의 행동을 ‘솔리터리 소셔블 돌핀(Solitary Social Dolphin)’의 특성으로 분석했다. 무리에서 떨어져 홀로 생활하면서 사람이나 선박에 친숙한 모습을 보이는 돌고래를 일컫는다.

위험해질 수 있는 급박한 상황, 긴급 구조 결정

안목이가 머물던 강릉항 일대 (항공 촬영)

안목이는 사람과 배에 대한 경계심이 낮아지면서 선박 주변을 반복적으로 오갔다. 때로는 배의 프로펠러 주변까지 접근하는 모습도 관찰됐다.

결국 우려했던 일이 발생했다. 안목이의 몸에는 선박과의 접촉으로 추정되는 상처가 생겼고, 최근에는 허리 부위에 지름 약 20cm에 이르는 피부 손상도 확인됐다.

이렇게 되면 돌고래뿐만 아니라 부딪히는 선박과 사람도 동시에 위험한 상황일 수 있다. 선박에 추돌하거나 사람들에게 어떻게 돌발행동을 할지 모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야생동물인 돌고래가 사람에게 익숙해질수록 이러한 위험은 커질 수 있다. 야생성을 잃고 자연적인 무리로 돌아가는 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안목이의 상황을 지켜보던 전문가들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했다. 부상이 악화되거나 선박과의 충돌 등으로 폐사할 가능성을 고려해 긴급 구조가 결정됐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남방큰돌고래 ‘안목이’의 안전

긴급 구조를 위해 강릉항에 모인 구조 선박

안목이를 구조하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야생 돌고래를 안전하게 포획하기 위해서는 개체의 움직임과 상태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스트레스를 최소화해야 한다. 구조팀은 안목이가 강릉항 안쪽으로 들어오도록 유도하고, 안전하게 포획할 수 있는 장소와 방법을 사전에 준비했다.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 강릉시, 경포수난전문의용소방대와 9개 구조·치료기관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구조에 힘을 보탰다. 수의사와 해양 전문가, 잠수부, 구조 인력 등 각자의 전문성이 필요한 대규모 협력 작전이었다.

강릉항에서 진행된 안목이 유도·포획 작업

지난 7월 15일, 마침내 구조가 시작됐다.

구조팀은 강릉항 내 통제구역에서 안목이의 움직임을 살피며 신중하게 포획을 진행했다. 긴장한 안목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구조 과정 하나하나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다. 안목이를 위해 특별 그물도 제작되었다.

무사히 포획된 뒤에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었다. 야생에서 살아온 돌고래를 장거리 이동시키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포획 후 장거리 이송을 준비하는 구조팀

안목이는 특수 운송장비인 무진동 운송차량에 태워져 강릉에서 울산까지 약 330km를 이동했다. 이동하는 동안에도 전문가들은 안목이의 호흡과 체온, 전반적인 상태를 세심하게 살폈다.

긴 여정을 마친 안목이는 울산의 고래생태체험관의 전용 치료 수조에 무사히 도착했다.

울산 고래생태체험관으로 옮겨지는 안목이

도착 직후에는 몸 상태와 혈액 등을 확인하는 정밀 진단이 진행됐고, 치료를 위한 관찰이 이어졌다. 다행히 안목이는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했고, 다음 날에는 스스로 먹이를 먹는 모습도 확인됐다.

이제 안목이는 상처를 회복하고 다시 바다로 돌아가기 위한 새로운 시간을 보내게 된다.

안목이가 다시 야생의 바다로 돌아갈 수 있도록

안목이의 구조는 단순히 한 마리의 돌고래를 구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야생동물이 사람과 가까워지는 것이 언제나 좋은 일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특히 돌고래처럼 사회성이 높은 해양생물에게 무리에서 떨어져 홀로 생활하는 상황은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일 수 있다. 여기에 선박과 항만시설, 어구 등 인간의 활동으로 만들어진 환경이 더해지면 위험은 더욱 커진다.

그래서 해양생물을 보호하는 일은 단순히 다친 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하는 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왜 그런 상황이 발생했는지 살펴보고, 야생동물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 그리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사람과 해양생물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까지 포함한다.

울산 고래생태체험관 치료 수조에 도착한 안목이

현재 안목이는 치료와 회복을 위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밀 진단 및 집중 치료가 이뤄질 예정이며, 의료진은 상처를 치료하고 야생성을 회복하는 데 신경을 쓰고 있다. 몸에 약을 바르는 대신 먹는 약으로 대체했고, 먹이도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며 주고 있다. 야생성을 되찾기 위해서다. 안목이가 건강을 회복하면 전문가들의 자문을 거쳐 자연 복귀를 위한 적응 과정도 진행될 예정이다.

안목이 구조에 힘을 모은 관계기관 합동 구조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