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해양생물자원관 해양바이오뱅크 자원, 생태독성 시험용 국산 시약으로 탄생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작은 박테리아가 물의 상태를 알려줄 수 있다면 어떨까? 바다에 살아가는 발광박테리아는 주변 환경에 따라 빛의 세기가 달라지는 독특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성을 활용하면 물속에 오염물질이 존재하는지, 또 그 물질이 생물에게 어느 정도의 독성을 나타내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보유한 해양바이오뱅크 자원이 이 같은 특성을 가진 생태독성 시험용 소재로 활용돼 실제 제품으로 탄생했다. 자원관이 연구한 발광박테리아 자원에 기업의 기술이 더해지면서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생태독성 시험용 국산 시약이 개발된 것이다. 작은 해양생물에서 시작된 연구가 산업 현장에서 활용되는 제품으로 이어지기까지, 그 과정을 따라가 보았다.

빛을 내는 박테리아, 물의 상태를 알려주다

발광 감소(독성 증가)를 보여주는 발광박테리아 생태독성 시험 개념도
빛을 내는 발광박테리아(Aliivibrio fischeri) 배양 모습

이번 성과의 주인공은 '발광박테리아'다.

발광박테리아는 스스로 빛을 내는 해양미생물로, 이번에 활용된 종은 Aliivibrio fischeri다. 이 박테리아는 주변에 독성물질이나 오염물질이 존재하면 발광량이 감소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성에 주목하면 물속에 존재하는 오염물질의 생태독성을 비교적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특정 물질을 하나씩 분석하는 화학적 검사와 달리, 생물체가 실제로 독성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생태독성 시험에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생물자원이라도 안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기는 어렵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이러한 발광박테리아를 실제 활용 가능한 자원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배양조건과 발광특성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해양바이오뱅크에 보존된 자원의 특성을 파악하고, 산업적 활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연구가 이어진 것이다.

그리고 연구실에서 축적된 기술은 다음 단계로 나아갔다.

해양바이오뱅크의 자원, 기술이전으로 산업 현장과 이어지다

연구성과가 실제 산업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연구기관과 기업의 협력이 중요하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2025년 12월 동문이엔티㈜에 발광박테리아 자원과 관련 기술을 이전했다. 이후 동문이엔티㈜는 자원관의 연구성과를 바탕으로 발광박테리아를 실제 제품으로 활용하기 위한 동결건조 제조기술 개발에 나섰다.

동결건조는 미생물의 특성을 유지하면서 장기간 보관하고 필요할 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생물자원을 실험실에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이러한 제조기술이 중요하다.

자원관과 기업의 협력은 특허 출원이라는 성과로도 이어졌다. 양 기관은 2025년 10월 관련 기술에 대한 공동특허를 출원하며 해양바이오 자원의 활용 가능성을 구체적인 기술로 연결했다.

그리고 마침내 작은 발광박테리아는 하나의 제품이 됐다.

작은 용기(바이알) 하나에 담긴 해양바이오 기술

동문이엔티㈜가 개발한 제품의 이름은 'ECO::WATCH Bioreagent'다.

동문이엔티㈜가 개발한 생태독성 시험용 시약 ‘ECO::WATCH Bioreagent’ 제품

동결건조 기술이 적용된 이 제품은 현장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소형 바이알(vial) 형태로 개발됐다. 복잡한 준비 과정 없이 필요한 곳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제품의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검증도 거쳤다. ECO::WATCH Bioreagent는 국제표준인 ISO 11348-3에서 정한 검증용 독성물질 성능시험기준을 통과했다.

국제적인 시험 기준을 충족했다는 것은 단순히 제품이 만들어졌다는 의미를 넘어, 실제 생태독성 시험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준의 성능을 확인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특히 이번 제품의 상용화는 국내 생태독성 시험 분야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동안 수질감시 등을 위한 생태독성 시험용 시약은 상당 부분 수입 제품에 의존해 왔다. 이번 국산 시약 개발을 통해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여기에 최근 「물환경보전법 및 하수도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발광박테리아가 해양 생태독성 검사종으로 공식 지정되면서 앞으로의 활용 가능성도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

보관된 자원에서 산업의 가치로

이번 성과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제품 하나의 개발'에만 있지 않다.

해양바이오뱅크에 보존된 해양생물 자원이 연구를 거쳐 기술이전으로 이어지고, 기업의 기술개발과 만나 실제 산업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탄생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자원이 가진 특성과 가능성을 연구하고, 필요한 기술과 연결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 역시 중요한 역할이다.

이번 발광박테리아의 사례는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

바다에서 살아가는 작은 미생물이 가진 '빛'이라는 특성에 주목하고, 그 특성을 연구해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고, 기업과 기술을 나누고, 마침내 누구나 현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만들어냈다.

바다에서 발견한 하나의 자원이 연구실을 넘어 산업 현장까지 이동하는 데에는 많은 과정과 협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과정이 하나씩 쌓일 때 해양생물 자원은 단순한 생물학적 표본을 넘어 새로운 산업적 가치로 확장될 수 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앞으로도 해양바이오뱅크가 보유한 다양한 해양생물 자원의 가능성을 발굴하고, 연구성과가 기술이전과 산업적 활용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바다에는 아직 우리가 알지 못하는 수많은 생물과 그 안에 숨겨진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번에 산업의 가능성을 밝힌 것은 작은 발광박테리아의 빛이었다. 어쩌면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다음 가능성 역시, 바다 어딘가에서 조용히 빛나고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