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NE – 미래 IN
인간사회와도 복잡하게 얽혀있는 생태계 현상
기후나 환경 패턴은 짧은 시간 동안에는 크게 바뀌지 않는다. 사계절 변화와 같은 자연 주기에 맞춰 밤낮의 길이, 기온 등의 환경 요소는 줄곧 늘 변하던 패턴으로 바뀌었고, 그 지역에 서식하는 생물은 이러한 비생물적 외부 환경 요소에 오랫동안 적응하면서 진화해 왔다.
미래 IN
글.김수암 부경대학교 명예교수
국립공원에서 나타난 기후위기
기후나 환경 패턴은 짧은 시간 동안에는 크게 바뀌지 않는다. 사계절 변화와 같은 자연 주기에 맞춰 밤낮의 길이, 기온 등의 환경 요소는 줄곧 늘 변하던 패턴으로 바뀌었고, 그 지역에 서식하는 생물은 이러한 비생물적 외부 환경 요소에 오랫동안 적응하면서 진화해 왔다. 동시에 생물은 주위의 다른 생물종과 먹이 경쟁 혹은 포식자로부터의 도피 등과 같은 생물적 요소를 극복하면서 살아가야만 했다. 그러므로 서식지 환경이라는 비생물적 요인과 생물적 요인의 변화가 아주 크지 않다면 생물은 적당하게 잘 적응하면서 살아가지만, 환경의 변화가 크게 발생한다면 생물은 종을 보전하기 위해 중요한 두 가지 본능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즉, 당장 코앞에 닥친 굶주림을 해결하는 것이고, 더 나아가 후손을 낳아 종의 번성을 기약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국립공원공단은 지난 9월에 지리산 국립공원에서 3~5월에 산란하는 큰산개구리의 첫 산란 시기가 지난 15년 동안 18일 정도 앞당겨졌으며, 한려해상국립공원 홍도의 괭이갈매기 역시 산란 시기가 6.5일 빨라졌다고 보고했다. 즉, 한반도 기후가 아열대화 되는 과정에서 산란 시기가 일러졌다는 것인데, 만약 전보다 일찍 태어난 새끼들이 적당한 먹이생물을 발견하지 못하여 굶주리면 성장이 느려지고, 생존에 위협을 받게 된다. 이처럼 산란과 같은 생물의 주기적 사건을 생물계절(phenology) 특성이라고 하는데, 기후변화는 생물계절 특성을 변화시키면서 해당 생물 개체군뿐만 아니라 연쇄적으로 생태계의 다른 생물군에도 영향을 미친다. 만약, 생태계 교란이 심해지면 생태계가 전면적으로 개편되는 생태계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여기서는 기후 바뀜에 의하여 변화된 한 생물종의 생리·생태적 변화가 종의 번성과 전체 생태계의 구조에 미치는 과정을 살펴보고, 생태계의 변화가 우리 인간 사회에는 어떠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알아보자.
계절변화에 따라 플랑크톤의 번성이 앞당겨진다면…
생물계절 현상은 관찰과 접근이 비교적 쉬운 육상생태계에서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고, 관찰이 어려운 바다에서의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바다에서는 봄에 식물플랑크톤이 번성하는 현상, 봄이나 가을에 여러 어종이 산란을 위해 산란장으로 회유하는 현상 등이 대표적 생물계절학 특성 사례로 꼽힌다. 해양생물의 생물학적 특성과 습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여러 가지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광주기와 서식처 환경의 수온 변화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각 생물군은 환경 변화에 반응하는 속도가 다르므로, 환경 변화에 따른 생리적 반응의 차이가 생기게 된다. 즉, 태양 공전에 따른 밤낮의 시간 주기는 예전과 같이 변함이 없지만, 지구온난화현상에 의해 기온이나 수온이 빠르게 높아지면, 동식물의 생리적 반응이나 습성은 차이가 생기고, 생태계 과정은 예전처럼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아 혼란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보자. 온대 해역에서는 3월 초순에 봄이 시작되고, 식물플랑크톤은 봄에 번성한다. 생물들은 자기 서식처에서 오랫동안 환경에 적응하면서 진화했는데, 식물플랑크톤을 동물플랑크톤이 잡아먹으며, 동물플랑크톤은 어류의 새끼인 치어의 먹이가 되므로, 플랑크톤의 번성 시기와 어류의 산란 시기는 그 과정에 맞추어 순차적으로 진행되도록 맞추어져 있다. 여기서 가정 하나를 들어보자. 식물플랑크톤은 외부 조건에 따라 번성 시기가 변화하기 쉬운데, 기후 및 해양환경의 변화 때문에 겨울이 일찍 끝나 번성 시기가 한 달 먼저 2월에 시작된다고 가정해 보면, 이들을 잡아먹는 동물플랑크톤이 예년보다 일찍 생태계에 나타났다가 일찍 사라지게 된다. 반면, 고등동물인 어류는 태양 광주기의 영향을 받아 연중 거의 같은 시기에 산란하므로, 알에서 부화한 치어가 평소와 같은 시기에 출현한다면 이미 사라져 버린 동물플랑크톤 먹이를 쉽게 발견하지 못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그 해 태어난 치어는 먹이가 부족하여 성장이 느려지고, 생존율이 낮아 성어로까지 살아남는 수가 적어지게 되는 것이다.
기후체제변화(climate regime shift)와 생태계체제변화(ecosystem regime shift)
한편, 우리가 경험한 기후변화의 역사는 아직 길지 않아서, 기후가 변화하는 패턴에 대해서 학자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전 지구적 온난화의 경향 속에서 기후가 수십 년의 주기를 가지고 변화하거나, 혹은 수십 년 동안 특정한 기후 특성을 보이다가 갑자기 기후가 휙 바뀌어 전혀 다른 상태로 변하는 ‘기후체제변화(climate regime shift) 혹은 기후도약’ 현상이 있다고 보는 견해에 많은 과학자가 동의한다. 갑작스러운 기후변화는 필연적으로 생태계의 변화를 유발하는데, 이렇게 기후가 갑자기 변하면 생물은 바뀐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여 성장 상태가 나빠지거나, 심한 경우에는 사망하거나, 혹은 살기 좋은 곳을 찾아 그 지역을 떠나게 된다. 전 세계 해양에서 이러한 기후체제변화에 따른 생태계 변동이 자주 보고되고 있는데, 그중에서 북태평양에서 1976년에 발생한 기후체제변화가 유명하다.
북태평양에서는 1940년대 이후 갑자기 고기압이 발달하여 한랭한 기후가 형성되었고, 변동된 기후가 수십 년 지속되었다. 그러다가 1976년과 1977년 겨울에 갑자기 저기압 세력이 확장되어 따뜻한 해역으로 바뀌었고, 저기압 세력은 잦은 폭풍을 유발하였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북태평양 해역의 기온 관측으로 알 수 있는데,코디악 섬에서의 시대에 따른 기온의 변화를 보면 위의 설명이 분명해진다(그림 1). 1976년에 바뀐 기후 패턴은 해양의 일차생산력(즉, 식물플랑크톤 번성 정도)과 그 해역에 서식하는 동물플랑크톤의 생물량, 더 나아가 어류의 성장과 생산에도 큰 변화를 주었다. 특히 연어 어획량 통계를 보면 기후가 연어 개체군에 미친 영향을 분명히 알게 된다. 1920년대에서 1940년대까지는 연어어획량이 많았으나, 1950~1970년대 동안에 큰 폭으로 줄었다.하지만, 1970년대 후반부터 다시 증가하여, 북태평양 기온과 연어 생산량이 변화하는 현상은 거의 유사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을 알 수 있다.
베링해는 북태평양의 가장 북쪽에 있으며, 육지로부터 200마일 이상 떨어진 공해 지역도 있지만 대부분 연안해역은 미국과 러시아의 ‘배타적경제수역(EEZ)’으로서 두 나라가 거의 반씩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 알래스카 해역은 미국 수산업의 본 고장으로서, 1980년대 이후의 미국 수산업 생산량의 반 이상이 여기에서 생산되었다. 하지만, 1960~1970년대에는 이보다 훨씬 적었다. 그 이유는 당시의 미국 수산업이 알래스카 어업에 적합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지만, 베링해에 어류자원이 지금보다 현저히 적었을 가능성이 크다.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1976년의 기후체제 변화 이전에는 베링해의 기후는 한랭하였고 무척추동물인 새우류가 어류보다는 상대적으로 많이 서식하였었다. 그러나 1976년 이후에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어류 자원량이 급속도로 증가하기 시작하였고, 1980~1990년대 이후에는 새우류가 자취를 감추고, 어류가 주요한 수산자원이 되었다(그림 2). 이처럼 기후 체제가 바뀌면 생태계 체제도 변화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과 연결되어 있는 생태계의 변화
최근의 급격한 기후변화는 해양생태계에도 많은 변화를 유발하고 있는데, 바다에서의 생태현상 과정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것은 참 어렵다. 바다는 복잡계(complex system)이기 때문에, 너무 많은 요소가 뒤섞여 있어 아직 우리의 과학 수준이 생태계 과정을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 지구적으로, 기후 및 서식지 환경 변화에 따른 생물의 분포, 회유, 성장, 산란 습성 등의 변화가 자주 보고되고 있는데, 이와 같은 변화는 생물종의 성쇠에 영향을 미친다. 수온과 빛은 생물의 계절적 주기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어 성장과 번식 주기에 변화를 가져오기도 하지만, 그 해역의 생태계 먹이 그물망 구조를 변경하여 먹이생물 혹은 포식자를 증가시키거나 감소시켜 생물군의 성쇠에 간접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더욱이 이러한 생태 현상이 우리 삶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면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대표적인 경우가 바다에서 수산물을 획득하는 수산업인데, 기후변화에 의하여 해양생물의 서식지 환경이 바뀌고, 그에 따라 생물의 분포, 생산력 등이 변하면 어업에 영향을 미쳐 어민의 생계가 불안정해져 사회적 이슈가 된다.(이 주제는 지난 6월호, “우리에게 바다란 무엇인가?” 참조) 전 지구적 관점에서는, 수온의 온난화 현상에 의하여 어류가 고위도 해역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노르웨이와 같은 고위도 국가의 수산업은 기후변화의 혜택을 볼 가능성도 있다. 반면, 열대 해역에는 적은 수의 생물종만 남게 되어 지역 경제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견된다. 열대 지방에는 경제적 상황이 넉넉하지 않은 국가들이 많고, 수산업이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기후변화는 이 곳 주민의 삶에 중요한 사회적 논란이 되는 것이다.
생물계절주기 등의 생물학적 변화가 기후변화로 인하여 생긴 것인지, 혹은 어획에 의한 개체군 구조의 변화 때문에 생긴 것인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수온을 비롯한 여러 물리적 환경의 변화는 기후적 변화와 밀접하게 맞물려 있고, 이런 생물계절 주기의 변화는 수산자원의 성쇠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생물계절학 연구는 지구온난화 현상과 더불어 수산 자원량을 예측하는 중요한 수단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쉽게도, 우리 개개인은, 혹은 어느 국가라도, 기후변화의 추세를 조정할 힘이 없다. 당장 우리가 해야 할 일은기후변화의 시대를 맞이하여 이를 극복하는 지혜로운 대책을 발굴하는 것인데,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방법과 더불어 과학적 수단을 정교하게 다듬어 생태계를 정확하게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현 시대의 해양과학자에게 닥친 사명이라 할 수 있다.
김수암
부경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
한국해양한림원 석학회원
중국해양대학교 객좌교수
미국 스미스소니언 과학교육센터 과학자 홍보대사 (Scientist Ambassado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