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NE – 기후 IN

영화 더 웨이브(The Wave)가 보여주는

기후위기의 초상

영화 〈더 웨이브〉는 바로 그 평화 속에 감춰진 불안을 응시했다. 안정된 듯 보이는 산맥과 협곡은 사실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고, 지반의 구조가 변하면서 보이지 않는 이면에서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영화는 이 ‘보이지 않는 위험’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자연의 경고를 무시해 왔는지를 이야기했다.

기후 IN

글. 편집부

노르웨이의 피오르는 수천 년 동안 빙하가 깎아 만든 자연의 예술이다. 사람들은 그 절경 속에서 평화와 안정을 느낀다. 하지만 영화 〈더 웨이브〉는 바로 그 평화 속에 감춰진 불안을 응시했다. 안정된 듯 보이는 산맥과 협곡은 사실 온난화로 인해 빙하가 녹고, 지반의 구조가 변하면서 보이지 않는 이면에서 조용히 흔들리고 있었다. 영화는 이 ‘보이지 않는 위험’을 통해, 우리가 얼마나 오랫동안 자연의 경고를 무시해 왔는지를 이야기했다. 아름다운 평화가 한순간에 재앙으로 바뀔 수 있다는 위험을 경고한 것이다. 1905년 북유럽을 덮쳤던 사상 최악의 재난 실화를 영화화 한<더 웨이브>를 지금부터 살펴보도록 하자.

개요 액션, 노르웨이, 104분
개봉 2016. 7. 13.
감독 로아 우다우그

경고를 외면한 사회

주인공 크리스티안 아이크요르드는 피오르 마을 가이라랑에르에서일하는 지질학자다. 그는 오랜 연구를 통해, 산의 한쪽인 악타넨산(Åkneset) 내부에 형성된 균열이 점점 넓어지고 있음을 발견했다. 컴퓨터에 찍힌 데이터는 분명 이상을 보여주고 있었다. 땅이‘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이대로 두면 산사태가 일어나 피오르로 거대한 바위가 떨어지고, 그 충격파로 쓰나미가 발생할 것으로 판단했다. 하지만 그의 동료와 상부는 냉소적이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아직 확실하지 않아.”

관광객이 몰려오는 성수기, 당국은 경고 방송이나 대피 명령이 가져올 경제적 손실을 더 두려워했다. 크리스티안은 결국 가족과 함께 오슬로로 이사하기 위해 짐을 싸며 마을을 떠나기로 했다.

자연의 역습

그날 밤, 지질 관측소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악타넨산 내부의 센서가 거대한 움직임을 감지했고, 곧 거대한 굉음과 함께 산의 절벽이 무너져 내렸다. 암반 수천 톤이 피오르로 떨어지는 장면은 마치 대자연이 오랜 침묵 끝에 분노를 터뜨리는 듯했다. 물은 순간적으로 솟구치며 하늘을 덮었고, 수면은 뒤틀리듯 밀려나더니 곧 80m 높이의 쓰나미가 시속 600km의 속도로 피오르 마을을 향해 돌진했다. 관측소는 비상경보를 울렸다. “대피까지 남은 시간은 10분”이라는 음성이 스피커를 타고 울려 퍼졌다. 이 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패닉에 빠져 울부짖었고, 차량은 좁은 도로 위에 뒤엉켰다. 그리고 쓰나미가 마을을 덮치는 순간, 모든 것이 침묵했다. 불빛이 꺼진 어둠 속에서 산은 무너져 내렸고, 사람들은 물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장면은 인간이 경고를 무시한 결과로서의 ‘자연의 반응’이라고 할 수 있었다. 온난화로 인해 불안정해진 지층, 해빙으로 인한 지형 변화, 그리고 무분별한 관광 개발 등, 이 모든 것이 쓰나미를 부른 근본 원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자연은 우리가 만든 불균형을 스스로 되돌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카메라는 조용한 공포와 압도적인 현실감으로, 인간이 얼마나 자연 앞에서 무력한 존재인지를 보여주었다.

가족의 생존, 그리고 지구의 미래

쓰나미가 휩쓸고 간 뒤 피오르는 마치 전쟁터처럼 변해 있었다. 크리스티안은 진흙과 잔해 속을 헤치며 가족을 찾았지만,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는 폐허가 된 마을을 지나, 아내가 근무하던 호텔로 향했다. 하지만, 그곳은 이미 침수돼 있었다. 그럼에도 크리스티안은 가족을 구하기 위해 호텔 안으로 들어갔다. 아내와 아이들이 지하실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물은 점점 차오르고, 산소는 줄어들고, 문은 열리지 않았다. 그럼에도 크리스티안은 가족을 구출하기 위한 일념 하나로 생사의 위기 끝에서 결국 가족을 품에 안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 내레이션은 이렇게 말했다.

“이곳은 다시 무너질 것이다.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 문장은 단순히 영화 속 마을의 운명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오르고, 태풍과 산불이 잦아지는 작금의 현실에서, 지구의 경고를 대변한 것이었다.

〈더 웨이브〉는 재난의 공포를 통해 자연의 힘을 보여주지만, 더 근본적으로는 인간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으로 세상을 이해해 왔는가를 묻는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수없이 많은 데이터를 통해 기후 위기의 현실을 증명하고 있다. 그러나 대응은 여전히 느리고, 경고는 여전히 ‘나중 일’로 미뤄진다. 우리가 지금 온난화의 수치를 외면한다면, 영화 속 그 10분의 대피 시간은 머지않아 우리의 현실이 될지도 모른다. 지구는 이미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우리는 더 이상 관객이 아니다. 행동하지 않으면, 다음 장면은 더 이상 영화가 아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