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NE – 해양 IN

해양 중층생태계의 재조명

바다는 넓고 깊다.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면 바다가 넓은 것을 알 수 있지만, 깊은 것은 파악하기 힘들다.
육안으로는 바다가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없으므로, 옛사람들은 밧줄에 추를 매달아 바닥으로 내려 수심을 쟀다.

해양 IN

글. 부경대학교 명예교수 김수암

바다는 넓고 깊다.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면 바다가 넓은 것을 알 수 있지만, 깊은 것은 파악하기 힘들다. 육안으로는 바다가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없으므로, 옛사람들은 밧줄에 추를 매달아 바닥으로 내려 수심을 쟀다.

저 멀리 수평선 아래엔 무엇이?
바다는 넓고 깊다. 비행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면 바다가 넓은 것을 알 수 있지만, 깊은 것은 파악하기 힘들다. 육안으로는 바다가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없으므로, 옛사람들은 밧줄에 추를 매달아 바닥으로 내려 수심을 쟀다. 하지만, 아주 깊은 곳까지는 밧줄을 드리우기 힘들었고, 물속 해류의 흐름 때문에 줄이 휘어 정확한 깊이를 추정하기 어려웠다. 20세기 들어와서야 음향학의 발전에 힘입어 비로소 과학적 수심 측정이 가능해졌으니, 바다의 수심을 제대로 알기 시작한 것은 채 100년도 되지 않는다. 음향측심 조사로 우리가 모르던 바다 깊숙한 곳의 비밀이 하나둘 드러나기 시작했다. 육지에서 가장 높은 에베레스트산은 해발 8,848m이지만, 가장 깊은 마리아나해구는 수심 10,984m이다. 대륙의 평균 고도는 840m에 불과하지만, 바다의 평균 깊이는 약 3,700m이며, 대륙의 산맥은 가장 긴 것이 7,000km인 반면, 바닷속 산맥은 약 70,000km에 이른다. 바닷속 지형은 생각보다 깊고 복잡했다.
바다의 깊이도 제대로 몰랐으니, 깊은 곳에 어떤 생물이 살고 있는지 알았을 리 없다. 사실, 영국의 과학탐사선 챌린저호가 1872~1876년 동안 전 세계 바다를 항해하면서 체계적인 해양조사를 하기 전까지는 빛도 없고, 수압도 높고, 차가운 환경인 깊은 바다에서는 생물의 생존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챌린저호가 해양의 중층과 심층에서 여러 종류의 생물을 채집함으로써, 당시까지 통용돼 오던 심해 무생물 가설을 부정할 수 있었다(그림 1). 또한, 20세기에 두 번의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과학과 공학이 비약적으로 발전하였고, 지구과학에 관한 관심도 확대되었다. 해양학자들은 다양한 측정 장치를 고안하여 바닷물의 성질과 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을 파악하였지만, 과학자의 활동 영역은 대체로 해변, 혹은 바다의 최상층인 표층에 국한되었고, 그 아래의 중층과 심층생태계에 대한 연구 여력은 크지 않았다. 최근, 국제학계는 바다 표층 아래에 있는 중층생태계(mesoplagic ecosystem)에 대해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그러면, 해양의 중층생태계가 무엇이며, 지구 생태계에서의 역할은 무엇이지, 그리고 우리가 왜 관심을 둬야 하는지 이제부터 차근차근 살펴보자.

그림 1: 최초의 해양과학 조사선 챌린저호(H.M.S. Challenger)

해양의 중층생태계와 중층생물
우리가 알고 있는 바다는 주로 바다의 겉면, 즉 표층이다. 표층은 바닷물이 대기와 맞닿아 있는 표면에서 수심 약 200m까지인데, 우리는 주로 표층에서 어업활동과 항해를 하며, 해안가에서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표층에는 햇빛이 있으므로 식물은 광합성 과정을 통하여 유기물을 만들고, 동물은 포식 먹이망을 촘촘하게 구축하여 생태계를 유지한다. 또한 대기-표층 사이의 열과 기체 교환은 지역의 기상현상을 결정하고, 지구의 기후를 조절한다. 이처럼, 해양 표층에서의 현상은 역동적이며, 지구 생태계와 인류의 삶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러나, 반지름 6,371km인 지구 전체 혹은 평균 수심 3,700m인 바다 전체를 생각할 때 200m의 폭을 가지고 있는 바다의 표층은 지구의 아주 얇은 껍데기일 뿐이다. 해양의 중층은 해수면 아래 200∼1,000m 사이의 수층을 일컫는데, 바다의 표층과 심층을 연결하는 중간지역으로 빛이 거의 없으므로 황혼대(twilight zone)라고도 한다. 중층의 수심폭은 표층에 비하여 네 배 정도 두툼하고, 수심 1,000m 이상의 심층에 비하면 수심폭이 큰 것은 아니지만, 동물의 생물량이 어느 수층 생태계보다도 클 가능성이 있어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수심 수백 미터에서 1,000m의 어두운 수심에 사는 생물을 상상한다면, 가장 쉽게 떠오르는 것이 향고래와 싸우는 대왕오징어가 될 것이다. 하지만, 흥미와 흥분을 유발하는 영화나 소설 속의 장면보다 실제로 중요한 것은 조그마한 동물플랑크톤, 어류 등의 중층생물군이 표층과 중층을 왕복 이동하는 생태계 현상이다. 일반적으로, 중층생태계 생물은 크기는 작지만, 수가 많아 무리를 이루고, 전체 생물량이 매우 크다고 알려져 있다. 이들 중 많은 생물종이 밤에는 표층에서 섭식활동을 하고, 낮에는 깊은 중층으로 들어가 포식자로부터 은신하는 일주기 수직운동(Diel Vertical Migration)을 한다. 이들이 표층에서 섭취한 유기물을 바다 깊은 곳에 배설물과 사체 형태로 옮기는 생물학적 탄소펌프(Biological Carbon Pump)는 지구 탄소순환과 해양 먹이망에 큰 영향을 미치고, 더 나아가 전 지구 기후를 조절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해양 중층에 서식하는 중층생태계 생물로는 중층어류, 오징어류, 크릴 등의 동물플랑크톤이 있다. 중층어류는 약 50과(family), 550종(species) 정도인데, 이들의 생물학적 특징은 별로 알려진 것이 없다. 대표적 중층어류인 샛비늘치(lanternfish)는 해역을 가리지 않고 세계의 바다 곳곳에 서식하고 있고(그림 2), 몸 측면에 있는 발광기관은 황청녹색 빛을 발산하여 배우자를 유인하거나, 포식자를 혼동시킨다. 남극해에 풍부하게 서식하면서 고래의 먹이가 되는 갑각류인 남극크릴도 대표적인 중층생물이다. 제2차 세계대전 전후하여 발달된 소나(SONAR) 기술의 발전은 수심측정뿐만 아니라 생태계 연구에서도 활용되는데, 음파 모니터의 수심 200~1,000m 사이에 ‘가짜 해저’처럼 보이는 심해 반사층(Deep Scattering Layer)은 표층과 중층을 오가는 중층생물의 무리가 음파를 반사하면서 만들어지는 현상이다.

그림 2: 대표적 중층어류인 샛비늘치(lanternfish 혹은 myctophids, Myctophum punctatum)

중층생태계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유엔 지속가능발전 목표
중층생태계 면적은 전 지구 표면적의 약 60%를 차지하지만, 대부분 지역이 공해에 위치하여 특정 국가의 관할권에서 벗어나 있다. 국제사회는 탄소순환과 기후조절에 대한 중층생태계의 역할과 중층생물의 이용가능성에 대하여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층어류 자원량이 어마어마하게 클 것으로 예상하여 어업에 대한 관심이 1970년대부터 일기 시작했으나, 자원량 추정치에 대한 신빙성, 어획 방법, 가공 방법의 결여로 본격적인 상업어업은 성사되지 못하였다. 아직도 자원량 추정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데, 몇몇 학자들은 전 세계 해양에 약 20억∼195억 톤의 생물량이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현재 전 세계 어획생산량의 수십 내지 수백 배 이상의 자원량이 중층생태계에 있다는 의미이지만, 아직 과학적으로 철저한 검증은 받지 못했다.
인류가 바다에서 어획하는 수산생물의 총량은 매년 약 8,000만 톤 정도이고, 이 어획량은 지난 40여 년간 큰 변동이 없었다. 반면, 인구 증가는 매우 가팔라서 1983년 당시 47억 명이었던 인구가 2023년에 81억 명이 되어 약 1.7배 증가하였다. 따라서 수산 식량 공급이 부족해짐에 따라 수중 양식을 통하여 모자라는 부분을 보완해 왔고, 현재 우리가 식량으로 이용하는 수산물의 반 이상이 양식생산으로부터 충당되고 있다. 한편, 연어와 같은 고급 어종에 대한 양식생산이 증가하면서 이들에 대한 먹이 공급이 민감한 문제로 떠오르게 되었다. 어린 물고기를 잡아 생사료를 계속 먹이로 활용한다면 물고기의 남획을 초래하여 결국 수산자원의 감소로 이어진다. 따라서, 과거 어업개발이 중단되었던 중층어류를 어획하여 농경지 비료나 동물사육용 사료로 제공함으로써 인류에게 필요한 지방과 단백질 공급을 증가시키자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2015년 유엔은 인류가 해결할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17개를 설정하였다.(이에 관한 내용은 본 칼럼, 2025년 5월호 참조) 특히, SDG-14은 수산자원의 보존 및 지속가능 사용에 관한 목표인데,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수산생물의 안정적 생산을 위하여 기후변화에 대처하고, 생태계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수산자원 관리체제를 도입하라고 각국 정부에 권고하고 있다. FAO와 국제해양학위원회(IOC)는 ‘해양과학10년계획(Decade of Ocean Science, 2021∼2030)’을 2021년부터 추진하면서, 10대 도전과제의 하나로 지속가능한 해양식량 제공을 선택하였고, 중층생태계의 효율적 활용을 이 범주에 포함하였다. 한편, 이러한 중층생태계 이용의 긍정적 측면과 함께, 생태계 파괴에 대한 우려도 증대되었다. 중층생태계가 파괴된다면 해양생물다양성과 생태계 회복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제사회는 이들에 대한 어획이 생태계 서비스와 전통적 어업이 손상될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어업관리 원칙은 지속가능발전과 같은 국제적 규범에 어긋나지 않아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중층생태계와 우리나라
동해는 평균 수심이 1,750m에 이르기 때문에 ‘대양의 축소판’으로 불리고 있으며, 중층생태계에는 앨퉁이로 불리는 Maurolicus muelleriM. japonicus 가 서식하고 있다. 이들은 살오징어와 함께 낫돌고래의 주요 먹이생물이며, 자원량이 약 330만 톤이라고 추정되었다. 동중국해 대륙붕 주변인 약 200m 수심 부근에도 깃비늘치, 얼비늘치, 샛비늘치가 분포하고 있지만, 아직 생물학적, 생태학적 특성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우리나라는 영토 내에 중층생태계가 있기도 하지만, 해양 및 수산 활동이 공해와 외양까지도 확장되어 있기에 국제적으로 관심을 받는 중층생태계에 대한 활동도 국가의 위상에 알맞게 적용되어야 한다. 선진국의 일원으로서, 중층생태계 연구의 생태학적 중요성, 더 나아가 기후변화에 대한 중층생태계의 역할을 규명하기 위한 노력과 더불어, 중층어류에 대한 어업도 신속히 고려해야 한다.
중층어업의 개발은 두 얼굴을 가지고 있는데, 경제적으로는 어획어업을 발전시키고, 양식업을 활성화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지만, 사려 깊지 않은 ‘어획 일방주의’ 정책은 생태계 훼손 혹은 파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게 된다. 국제적으로 해양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해양취약생태계(vulnerable marine ecosystem)로 분류되는 해역을 확장하려는 추세에 있는데, 중층생태계는 특히 국제적 관할 수역에 위치한 경우가 많으므로, 국제적 공조체제를 구축하여 해양 중층생태계의 역할을 규명하고, 이에 대한 보호와 관리에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김수암

부경대학교 명예교수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종신회원
한국해양한림원 석학회원
중국해양대학교 객좌교수
미국 스미스소니언협회/국제한림원연합회 “Ocean!” Research ment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