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BIK – 생물 IN

“종(species)이란 무엇인가?”라는 궁금증에서 비롯된
독도 바다사자 강치 DNA 분석 성공기

지난 2019년 부산대학교 해양연구소 연구팀이 멸종된 독도 바다사자(강치, Zalophus japonicus)의 뼈에서
국내 최초로 유전자 정보를 분석 성공하고 관련 논문을 발표하였다

생물 IN

글. 편집부

지난 2019년 부산대학교 해양연구소 연구팀이 멸종된 독도 바다사자(강치, Zalophus japonicus)의 뼈에서 국내 최초로 유전자 정보를 분석 성공하고 관련 논문을 발표하였다. 해양연구소 연구팀은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동해연구소와 함께 2014년 독도에서 바다사자 뼈로 추정되는 동물 뼈 5점을 채취하여 유전자 분석을 실시하고, 5점의 뼈 중 1점에서 DNA 추출 및 유전정보 추출에 성공하였다. 그 결과, 이 뼈가 독도 바다사자(Zalophus japonicus)의 뼈인 것이 확인되었다. 본 연구는 일제강점기 시절 대량으로 포획되면서 절멸의 길로 갈 수 밖에 없었던 독도 바다사자의 유전자 정보를 국내 최초로 확보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 연구에서 바다사자의 유전자 분석을 담당했던 이상래 박사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Q1.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부산대학교 해양연구소에서 근무하고 있는 전임연구원 이상래입니다. 서울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였으며, 동 대학 생명과학부에서 해조류 분자계통학으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Q2. 100년 전 독도 주변에 많이 서식하던 독도 바다사자 ‘강치’가 일제의 남획에 의해 현재는 절멸종이 되었습니다. 박사님께서는 독도사자의 뼈를 활용해 유전자 정보를 최초로 확인하셨다고 들었는데요. 이러한 유전자 정보 확인은 독도 바다사자의 복원에 어떠한 역할을 하게 될까요?

논의에 앞서 참고로 본 연구진이 조사할 당시인 2014년 초에는 아직 절멸종(extinct) 단계가 아니었습니다. 그 이후인 2017년도에 IUCN red list에 절멸종으로 기록된 것으로 기억합니다. 멸종위기종과 절멸종은 접근 방식이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절멸종은 현존하는 종이 없다는 의미이고, 멸종위기종은 아직까지는 존재하지만 인간 활동이나 자연적 이유로 개체수가 급감하여 멸종될 위험이 높다는 의미입니다. 어떠한 관점에서 접근하느냐가 독도 바다사자 복원의 출발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확인된 독도 바다사자의 유전자 정보는 그 당시 개체군의 유전적 다양성을 추정하는 데 사용할 수 있습니다. 확보된 유전자 정보로 숨겨진 피난처에서 여전히 살고 있거나 멸절된 독도 바다사자 개체군과 유전적으로 유사한 개체군 및 근연종을 찾아서 독도 바다사자를 복원하는 데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독도에서 발굴된 바다사자 유전자 정보는 향후 연구의 key reference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연구를 진행할 당시의 기존 독도 바다사자 Z. japonicus 유전정보는 일본 연구진에 의해서 일본 지역에서 발굴된 뼈이거나 박제표본에서 채취된 정보였기 때문에 그러한 일본 측 유전정보를 key reference로 삼을 수 없었고, 우리나라 연구진에 의해서 독도에서 직접 발굴된 뼈에서 유전정보를 채취하는 것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출판된 논문을 보시면 실제로 일본 자료와 한국 독도 바다사자 간에는 유전적 차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출판 논문 자료 참조: Lee et al. (2019) The First Molecular Evidence of Korean Zalophus japonicus (Otariidae: Sea Lions) from the Archaeological Site of Dokdo Island, Korea. Ocean Sci. J.).

독도 바다사자 강치의 뼈(사진 촬영자의 허가를 받아서 게재)

Q3. 복원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기간은 얼마나 걸릴 것이며, 그 성과는 해양생태계에 어떠한 변화를 일으킬까요?

복원과 관련된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연관된 캘리포니아 바다사자를 포함한 바다사자과 종들의 생육과 생태를 전공하시는 연구자분들(생물자원관, 대학, 동물원 및 아쿠아리움 등 관련 기관에서 연구하시는 연구자들)의 참여가 당연히 이루어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분들의 연구 진행에 대한 의견도 반영되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해양생태계 변화에 대해서는 좀 더 민감한 문제라고 봅니다. 현재 절멸된 종의 개체군이 울릉도와 독도 인근 해역에 다시 등장한다면 수산업이나 양식업 등 기타 산업에 영향이 있을 수 있으므로, 이러한 현실을 반영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본 연구와 관련한 문제의 핵심은 ‘복원의 기초를 무엇으로 하느냐’입니다. 멸절된 것으로 알려진 독도 바다사자 Z. japonicus의 남아있을 지도 모르는 개체군을 찾을 것인가? 아니면 같은 속의 다른 종인 Zalophus californianus (California sea lion)와 Z. wollebaeki (Galapagos sea lion)을 이용할 것인가는 분명히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독도에 살고 있지 않았던 다른 종으로 독도 바다사자를 복원한다는 것은 한국의 해양생태계에 침입종(invasive species)이라는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Q4. 수십 년 전부터 독도 바다사자에 대해 유전자 분석을 시도한 사람이 많았지만, 다들 실패했다고 들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보고 연구를 시작하게 됐다고 하셨는데요. 유전자 검출 및 분석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기억나는 에피소드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2006년 대구방송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HD특별기획-독도 바다사자 제1부 리앙쿠르대왕의 비극; “보호구역 지정, 환경 관련 법규 제정 등 바다사자를 보호하는 과정에서 독도가 우리 땅이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세계에 널리 알릴 수 있다”는 취지로 방영)를 보고, 유전자 분석의 필요성을 공감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 방영된 내용에서는 명확한 유전자 분석내용이 부족했습니다. 그 이후인 2010년 초반의 뉴스에서도 울릉도 독도 강치 뼈 발굴과 유전자 분석 시도의 내용이 있었지만, 구체적인 결과 제시와 논문 발표로 이어지지는 못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보며 독도 바다사자 분석의 필요성을 줄곧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시료확보였습니다. 그 당시에도 독도는 천연기념물로서 문화재보호구역(독도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었고, 해당 지역에서는 과학적 연구도 관련 기관의 허가가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었습니다. 따라서 문화재위원회 및 독도 생태연구 참여 교수님들을 통해서 시료 확보를 시도하는 중, 부산대학교 해양학과 이동섭 교수님의 주도로 KIOST(한국해양과학기술원) 동해연구소 연구진을 통해 독도 바다사자 뼈로 알려진 시료를 확보·분석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2014년 1월 초).
저희가 확보한 바다사자 뼈로 알려진 시료는, 이전에도 여러 연구기관에서 유전자 분석을 시도 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모두가 실패했던 시료를 대상으로 힘들게 유전자 분석에 성공하여 염기서열을 분석해 보니, 실망스럽게도 그 시료는 바다사자가 아니라 개(dog)로 판정되었습니다. 그 이후 2014년 4월 초 KIOST 연구진이 다시 독도에서 뼈를 채집해서 보내왔는데, 뼈를 보자마자 독도 바다사자의 뼈 일 거라는 느낌이 왔습니다. 마음이 슬퍼졌습니다. 학살로 인해 억울하게 죽었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시료를 분석하기 전에 묵념을 했습니다. 그 죽음을 위로하기 위해서였죠. 그런 뒤 마침내 독도 바다사자 Z. japonicus의 유골 시료에서 유전자 정보를 확보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분석결과의 발표와 관련해서는, 그때 당시에 제가 다른 연구과제들을 진행 중이어서 연구결과를 논문으로 쓴다는 생각만 하고 발표를 빠르게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2018년 즈음에 독도 강치가 언론을 통해 다시 이슈화되더군요. 그래서 저희 분석결과에 대한 논문 출판을 결심하였습니다. 그래서 국제유전자은행인 GenBank에 분석 염기서열을 등록하고, 관련 논문을 국제학술지에 투고하여 게재하게 되었습니다(2019년 1월 투고, 5월 게재승인).

과거 독도에서 서식하던 바다사자(1940년 초 일본 언론 촬영)

Q5. 독도 바다사자의 유전자 검출에 분자 마커 기술을 사용하셨다고 들었는데요. 분자 마커 기술력과 유전자 검출의 성공 여부는 어떠한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나요?

저의 경우, 2002년도에 서울대학교 천연물과학연구소에서 포닥으로 지내는 중 식약처(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에서 의뢰한 수입산 녹용 감별을 위한 분자마커 개발과제를 수행하면서 동물 뼈 조직 분석 기술을 확보한 경험이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바다사자 유전자 분석을 위한 사전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독도 바다사자 시료의 경우, 유전자 분석에 적합하게 보관된 시료가 아니었고, 아무렇게나 매몰된 뼈로 추정되었기 때문에 여러 가지 기술적 문제점을 안고 있었습니다. 화석 등 오래된 시료에서 유전자 분석을 시도하는 연구 분야를 ancient DNA 분석이라고 합니다. 이 분야는 고대 사람의 유골 등에서 유전자를 분석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서 분자계통학을 전공하고 있었던 대학원생 무렵부터 관심이 있었고, 여러 유전자 분석 시 발생하는 문제점들을 극복하는 연구방법에 대해 박사과정 및 그 이후에도 계속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있었습니다. 독도 바다사자의 경우, 일본 연구진이 발표한 기존 분자마커는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독도 바다사자 분석을 위한 새로운 분자마커를 개발하여 분석에 적용하였습니다.
참고로, 고대 인류 유전자 분석 연구와 관련하여, 202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고인류학 연구의 스반테 파보 박사가 수상하였습니다(2022년 노벨생리의학상). 네안데르탈인 등과 같이 고대 인류 유골의 유전자 분석은 현생 인류의 진화와 유전체 연구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바다사자 연구 역시 이러한 범주에 들어간다고 생각합니다. 우스갯소리로, 분류학자가 가장 갖고 싶은 기계가 타임머신이라고 합니다. 과거로 가서 생물다양성을 확인하는 것이 종 분류와 진화의 핵심적인 증거를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고대 시료에서 추출된 ancient DNA는 과거의 유전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실마리를 쥐고 있습니다. 독도 바다사자 강치도 마찬가지 경우입니다.

Q6. 현재도 독도 바다사자 연구를 이어오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향후 목표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국내외 독도 바다사자 유전자 정보를 최대한 모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표본관에 보관 중인 바다사자 표본이 있다면 이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추가하여 국내 분포했던 바다사자의 유전자 다양성을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확보된 유전자 정보는 복원을 위한 중요한 기반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참고로, 표본관에 수장된 표본을 이용하여 유전자의 분석을 연구하는 분야가 표본 DNA 바코드입니다. 저는 10여 년 전부터 국립해양생물자원관(MABIK) 및 국립생물자원관(NIBR)과 협업으로 표본관에 수장된 표본들에 대한 유전자 분석을 수행해 오고 있습니다. 수장표본 분석을 통하여 기존에는 다른 이름으로 채집 및 보관되었던 표본들에서 미기록종과 신종을 새롭게 발굴한 바 있습니다. 이 중에는 대발생 녹조류인 대마디말(Cladophora spp.) 등 환경유해종과 갈조류 산말(Desmarestia spp.) 등 유용 갈조류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표본 DNA 바코드 연구를 통하여 표본관이 단순히 표본을 보관하는 장소가 아니라, 새로운 종 다양성과 유전자다양성을 발굴할 수 있는 생물다양성 연구의 보물창고가 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독도 바다사자 연구도 그러한 과정을 거쳐 과거의 유전자다양성을 발굴하여 미래의 개체군 복원에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Q7.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역시 바다사자 강치를 알리기 위해 2020년 ‘보고싶다 강치야’라는 특별 기획전을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웹진 ‘MAP’ 구독자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독도 바다사자는 어쩌면 아픈 우리의 역사를 대표하는 생물종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의 부당한 일본 식민지배 당시 일본인들의 무차별적인 학살에 의해 멸절된 독도 바다사자를 기억하고 복원하는 것은 현재의 우리들이 반드시 해야 할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그것이 해양생물유전자 정보를 활용하고, 나아가 이 시대 대한민국의 생물주권을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