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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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의 기후변화 해법 : 해양과학자와 지역 사회의 협력

기후변화에 의해 강화된 허리케인에 의한 연안 도로 유실 사진 (출처: Wikimedia Commons)
바다는 왜 중요한가?
요즘처럼 바다에 대한 인류의 관심이 높은 적이 없습니다. 펜데믹 직전인 2019년, 영국의 옥스퍼드 사전은 ‘기후 비상사태’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습니다. 매일 저녁 뉴스에서는 지구의 온도상승과 관련하여 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는 극한 현상으로 수많은 이재민들이 고통받는 모습이 보도됩니다. 머지않아 인류의 지성을 뛰어넘을 것 같은 속도로 발전하는 인공지능도 인류가 직면한 최대의 위기가 ‘기후변화’라고 답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인류는 지구 환경에 대해 전례 없는 관심을 보이며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바다에 대해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바다는 왜 중요할까요?
바다는 생명의 기원입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지구에서 가장 오래된 생물은 약 35억 년 바다에 살았던 박테리아 형태의 생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할까요? 바로, 지구상의 생명체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을 의미합니다. 모든 생물은 물을 매개로 물질대사를 이루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지구상의 대부분을 둘러싸고 있는 물이 바로 바다입니다. 즉, 바다는 생물 활동을 하기에 최적화된 장소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생물이 발생하였고 이들이 진화하여 인간이 된 것이지요. 현재는 바다에 서식하는 생물이 전 지구 생물량의 약 20%, 전체 생물 종의 약 15%, 인류의 식량자원의 약 1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바다는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바다는 무한에 가까운 자원을 제공합니다. 물은 물질적 안정성 덕분에 생명 활동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에 걸쳐서 다양한 방면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이러한 물, 수자원의 근원지가 바로 바다입니다. 지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바다의 표면에서는 엄청난 양의 물이 대기로 증발하고, 이 수증기가 비가 되어 육상에 끊임없이 수자원을 공급해줍니다. 최근에는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수소가 주목을 받고 있으며, 수소를 추출하는 무한에 가까운 자원인 바다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또한 바다는 조력, 파력, 풍력 등 다양한 재생 가능한 에너지의 보고로써, 인류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바다는 전 지구 기후를 조절합니다. 이를 정량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간단한 산수를 해볼까요? 바다는 같은 질량의 공기에 비해 섭씨 1도를 올리는 데 4배의 열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일정 면적 상의 대기를 다 합친 질량은 동일 면적 상의 해양의 10m 깊이에 해당하는 질량과 비슷합니다. 바다의 평균 수심은 약 4000m(대기 무게에 약 400배 정도)라 할 때, 대기와 해양이 같은 온도를 가질 때 바다가 대기의 약 1600배 (=질량 비율: 400 × 온도변화 에너지 비율: 4 )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갖게 됩니다. 실제로 지구 표면에 축적된 초과 열에너지의 90% 이상이 바다에 흡수되어 있어, 바다는 지구의 주요 열 저장고 역할을 합니다. 이러한 열 저장 능력은 전 지구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상인 엘니뇨/라니냐 현상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이 현상은 적도태평양 바다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열 환경의 변화이고, 이로 인해 대기 환경이 영향을 받아 주변 지역 환경 변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렇게 바다는 인류와 지구 환경에 필수적인 존재이며, 그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새로운 인식 – 전 지구적 문제에서 지역의 문제로
기후변화라는 용어는 전 지구적인 현상이라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이에 따라 인류는 최초로 이산화 탄소에 의한 지구온난화 가능성을 제기한 스웨덴 화학자인 스반테 아레니우스(Svante Arrhenius, 1859~1927) 이래로, 기후변화를 진단하기 위한 정부 간 협의체인 IPCC (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를 통한 노력과, UN 주도의 “해양과학 10년” (UN Decade of Ocean Science for sustainable Development; 2021~2030) 프레임워크를 통한 해양에 특화된 지속 가능한 발전을 추진하며 기후 비상사태에 대비하기 위한 전 지구적인 대응책을 마련해 왔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있었습니다. 바로 기후변화 문제가 점점 ‘강건너 불구경’처럼 먼 나라의 이야기로 여겨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은 전 지구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마치 전 지구적인 노력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작년(2024) 필리핀과 중국 남부지역, 그리고 베트남을 강타한 태풍 야기, 예멘을 강타한 대홍수, 그리고 올해 초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역대급 규모의 화제와 같은 뉴스를 접할 때, 우리는 단순히 ‘기후 변화와 관련된 자연재해가 세계 곳곳에서 발생했구나’ 정도로 인식하게 됩니다. 즉, 자연재해가 발생한 지역의 피해와 피해자들을 깊이 생각하기보다는, 기후변화에 대한 뉴스 정도로 취급해버리기 쉽습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기후변화를 상품화하고 식상한 캐치프레이즈로 전락시키기도 했습니다.
기후변화는 현실입니다. 우리는 단순한 뉴스거리나 캐치프레이즈로서의 기후변화가 아니라, 실제로 우리의 일상과 밀접하게 연관된 현실로서의 기후변화에 대해 생각해야 합니다. 이제는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가져야 할 때입니다. 예를 들어, 동남아시아에 태풍이 왜 강하게 발달했는지, 예멘에는 왜 많은 양의 비가 내렸고 로스앤젤레스는 왜 건조했는지 등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즉, 이러한 재해가 발생했을 때 이를 지역의 현안으로 인식하고 과학자, 지역 행정부와 지역주민들이 실질적으로 어떤 대비와 대응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합니다. 이런 인식의 전환을 통해서만이 기후변화는 지역 사회, 이웃, 그리고 가정의 문제로 개개인에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지역의 현안으로써 기후변화의 해법
그렇다면 기후변화로 인한 지역 현안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요? 미국의 캘리포니아주의 바닷가 마을인 샌디에이고 시의 사례는 이러한 문제해결에 있어 모범적인 예시를 보여줍니다. 샌디에이고 시는 지역 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해양의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샌디에이고는 시 차원의 기금을 만들어 캘리포니아대학교 산하에 있는 전 세계적으로 유수한 해양연구기관인 스크립스해양연구소의 해양과학자들과의 긴밀한 협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협력에 지역 주민 대표들도 참여하여 민-관-학이 연계한 협력 프로그램(예: San Diego Regional Collaborative, Collaborative Planning for Climate Resilience 등)을 구성하여 지역에서 발생하는 해양 및 기후변화와 관련된 현안 문제들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다음과 같은 형태로 진행됩니다.
① 문제 제기: 지역주민 대표들이 해양 및 기후변화로 인한 지역의 현안 문제들을 제기합니다.
② 과학적 분석: 해양과학자는 제기된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원인을 규명하여 정책판단의 근거자료를 마련합니다.
③ 정책 결정 및 실행: 지방 행정부는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 정책을 수행합니다.
④ 교육 및 소통: 과학자들은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일반 시민들의 해양 및 기후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문제해결의 수월성을 높이는 기반을 마련합니다.
지역에서의 협력적 접근 방식은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연방 정부로부터 추가의 예산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해양과학자로서 필자 역시 다소 현학적인, 소위 큰 주제에 대한 연구에 집중해 왔습니다. 우리 정부도 제3차 국가기후변화적응대책(2021-2025)과 같은 범국가적 노력을 이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더 큰 의미를 가지려면, 기후 문제해결을 위한 거시적인 접근뿐만 아니라 지역 사회 현안 문제를 정확하게 진단하고 해결하는 실질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노력은 과학자 개개인에게 해법을 요구하는 것 보다, 샌디에이고 시의 사례처럼 주민-정책결정자-해양과학자를 연결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일 것입니다. 이러한 협력이 조속히 자리 잡아 기후변화에 잘 대응하는 우리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지역 해양과학자들의 교류를 위한 워크샵 모습

박재형
프로필(Profile)
국립부경대 지구환경시스템과학부 해양학전공
북태평양해양과학기구 연안모니터링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
해양연구과학위원회(SCOR) 한국위원
정부간해양학위원회 소위원회 위원
국립부경대학교 해양과학공동연구소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