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NE
#1 – Theme

해양생태계 복원 뉴패러다임

K-리빙-쇼어라인

글. 김종성 박사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이상기후에 따른
해양생태계 피해 가속화

해마다 더워지는 한반도, 지난해 여름철 더위 역시 국내 신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전국 여름철 평균기온(25.6℃)은 평년 대비 1.9℃나 높았고, 여름철 평균기온뿐만 아니라 평균 최저기온(21.7℃), 열대야 일수(20.2일) 역시 전국 기상관측망 기준년인 1973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역대급 고수온으로 인해 남해안에 양식 중이던 멍게의 95%가 폐사하는 등 해양생태계도 직격탄을 맞았죠. 이상 기후 현상의 예는 각종 데이터와 수치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데요. 1994년부터 2024년까지 전 세계 평균 해수면은 10년마다 약 3.5cm씩 상승하는 추세를 보였습니다. 특히, 동아시아 해역에서는 10년마다 3.6~4.3cm씩 상승하였고, 그중 황해가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이는 등 한반도 주변 해역의 기후온난화 가속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합니다. 한반도에 영향을 미치는 태풍의 발생 위치가 서쪽으로 이동하고, 강도도 꾸준히 증가하는 등 이상 기후는 이제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많아졌습니다.
최근 가속화되고 있는 극단적 이상 기후 현상과 이로 인해 기후 재앙, 즉, 가뭄, 폭염, 홍수, 극지성 호우, 태풍, 산불 등의 증가와 장기화는 모두 기후 변화가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기후 재앙의 피해가 과거와 달리 장기적이고 광범위하게 나타나며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작금의 기후 재앙은 오래전 무지한 인간의 어리석은 선택이 시작될 때 이미 정해졌었는지 모르겠네요. 특히, 우리나라는 지난 반세기 대규모 간척과 매립, 항만 공사 등으로 자연 해안이 많이 사라졌고, 이로 인해 기후조절 능력은 급격히 떨어졌으니, 지금 고스란히 그 대가를 치르고 있는 셈이죠.

연안침식 대응을 위한
미국의 선택, ‘리빙-쇼어라인’

과거 우리는 연안과 갯벌의 숨겨진 무궁무진한 경제적 가치에 대해 무지했습니다. 연안 개발이란 명분으로 해안선을 따라 콘크리트와 같은 ‘회색 구조물’로 된 인공 제방을 수없이 만들어왔고, 33.9km라는 세계 최장 새만금방조제를 가진 나라임을 자랑스럽게 떠벌리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인공 제방은 홍수, 슈퍼태풍, 쓰나미, 허리케인과 같은 대자연의 힘 앞에서 맥없이 무너졌고, 인공방조제는 내·외측 환경과 생태계를 회복할 수 없는 수준으로 망가뜨렸습니다.
미국으로 눈을 돌려볼까요? 미국 남동부는 해마다 폭풍의 신이란 불리는 ‘허리케인’이 강타하는 지역입니다. 특히, 미국에서 가장 큰 하구로 알려진 ‘체사피크만’은 허리케인과 이에 따른 ‘연안 침식’ 문제가 가장 심각한 지역으로 유명했습니다. 미국 정부는 체사피크만의 연안 침식을 방지할 목적으로 1970년대 초 이른바 ‘리빙-쇼어라인’이란 개념을 도입합니다.
‘리빙-쇼어라인’은 인공 제방과 같은 일명 ‘회색 구조물’을 철거하고, 해안가에 식생이나 굴밭과 같은 ‘자연 서식지’를 대폭 늘림으로써, 허리케인에 대비하고 연안 침식을 막아보자는 취지에서 탄생한 일종의 생태복원 사업입니다. 이후 리빙-쇼어라인이 ‘플로리다주’ 등으로 확장되면서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이나 연안 생태계 건강성 회복까지 고려하는 현재 개념의 리빙-쇼어라인으로 발전합니다. 2000년대부터 NOAA(미국 해양대기청)가 주도하면서 리빙-쇼어라인은 미국의 국가생태복원사업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리빙-쇼어라인 사업이 어떻게 연안 침식을 줄이는가는 바로 자연의 기능을 이용한 ‘생태공법’에 그 답이 있습니다. 즉, 염생식물의 식재, 모래 또는 바위와 같은 자연 재료를 이용한 방파제 조성, 굴밭과 같은 생물체나 그 서식지를 활용한 파력 감쇄 등이 연안 침식을 효과적으로 줄여주기 때문입니다. 2015년 NOAA는 ‘리빙-쇼어라인 가이드라인’을 통해 10개의 생태공법 사례를 소개한 바 있습니다. 기술 유형은 사업 대상지의 파고, 조차, 조류, 경사, 퇴적상, 지형 지리 등 다양한 해양환경 특성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돼야 함을 기술하고 있지요.
2021년 10월 코로나가 한창이던 시기 미국 뉴저지 케이프메이에서는 ‘미국 리빙-쇼어라인 워크숍’이 열렸습니다. 유일하게 국외에서 참여한 우리 연구진은 미국인들의 환영과 호응을 받으며 ‘K-리빙-쇼어라인 기획연구’에 관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나아가 워크숍을 주관한 ‘미국 하구복원학회’의 다니엘 하이든 학회장의 눈에 띄어 대화의 기회도 가질 수 있었는데요. 우리는 미국 리빙-쇼어라인이란 생태공법을 탄소흡수력 증진에 초점을 두는 K-리빙-쇼어라인으로 재해석하는 새로운 접근을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고, 하이든 대표의 동의와 함께 협력 교류도 약속받는 등 유의미한 성과를 올리고 돌아왔습니다.

<2021년 미국 리빙-쇼어라인 워크숍, 뉴저지 케이프메이>

리빙-쇼어라인
전 세계 열풍!

최근 발표된 NOAA ‘리빙-쇼어라인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사업의 경제적 효과는 1)연안습지 재해 저감 비용 연간 25조 원 감소, 2)1km² 당 생태계서비스 가치 100억 원 상승, 3)투자 대비 효용인 사업 편익은 7배 증가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연안과 갯벌의 블루카본 탄소흡수 기능이 새롭게 주목받으면서 이제 리빙-쇼어라인은 기후 위기 시대에 가장 적합한, 그리고 경제적인 해양생태계 복원사업의 롤모델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사실 오래전부터 ‘이스라엘’, ‘호주’, ‘홍콩’ 등 해안선이 회색 구조물로 들어찬 많은 국가에서 리빙-쇼어라인과 유사한 생태복원사업이 진행돼왔습니다. 2010년대 이후 친환경 생태블록을 기존 설치된 인공 구조물(방조제, 격벽 등)에 부착하거나 연안에 추가로 배치하여 연안 침식을 줄이고, 해양생물 다양성도 증진하는 사업이 세계 곳곳에서 추진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스라엘’은 2012년부터 에코콘크리트와 패류를 활용해서 연안 침식을 방지하고 홍수를 조절하는 사업을 시작한 바 있습니다. ‘호주’에서는 2018년 세계적 자동차 기업인 볼보(Volvo)가 친환경 거대 에코타일 시제품 50개를 시드니 항구 방파제에 부착하였는데, 이 에코타일은 맹그로브 나무뿌리, 산호초, 해안 암반의 형상을 모방해서 만들었다고 합니다.
한국 못지않게 해안을 도시개발의 희생양으로 삼았던 ‘홍콩’도 리빙-쇼어라인 개념을 활용해 총 1,000억 원을 들여 전장 약 3.8km 해안을 복원하는 에코-쇼어라인 정비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에코블럭, 굴패각, 암초, 조수웅덩이 등 다양한 자연 구조물을 자연스러운 조간대 지형처럼 배치하고, 상부에는 염생식물도 심는 등 리빙-쇼어라인 생태공법을 복합적으로 적용했다는 점이 눈여겨볼 만합니다. 이 사업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홍콩시티대학의 케니 렁 교수가 2018년 서울에서 개최된 ‘국제황해생태계학회’ 때 거창한 계획을 설명했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조금 더 일찍 추진됐으면 좋았을 거란 아쉬움도 남네요.

<국외 리빙-쇼어라인 시공사례, 미국, 이스라엘, 호주, 홍콩>

경제성과 기대 이상의
파급효과

리빙-쇼어라인 사업은 ‘가성비’ 측면에서도 압도적입니다. 핵심은 조성 공법에 있는데요, 바로 자연 재료를 이용 혹은 재활용하기 때문입니다. 한편, 인공 구조물은 설치, 유지(관리)비용 또한 매우 비싸다는 측면에서 경제성이 떨어집니다. 예를 들어, 리빙-쇼어라인 설치비용은 1m당 약 3,000~5,000달러 정도 된다고 하는데 유지(관리)비용은 설치비용의 10분의 1 수준이라고 하니, 대략 1km 리빙-쇼어라인 조성에 우리 돈 30~50억 원 정도만 소요되는 셈이지요. 1km 방파제를 건설하기 위한 비용이 수천억 원이라는 점에서 리빙-쇼어라인의 경제성은 압도적으로 높다고 할 수 있죠.
최근 NOAA는 지난 20년간의 사업 결과를 통해 1km 해안선 조성이 연간 110t의 탄소를 추가 저장하고, 정화 기능과 홍수 조절 능력까지 배가시킨다는 사실도 새롭게 제시했습니다. 또한, 4.5m 미만 폭의 식생지나 굴밭 조성은 파력 에너지를 50% 이상 더 흡수하고, 인공 구조물보다 태풍이나 파도에 대한 저항 능력도 배가시킨다는 점도 밝혔습니다.
연안 침식 방지를 목적으로 미국에서 시작된 리빙-쇼어라인 사업이 이제 전 세계인이 관심을 갖는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자연기반해법(NbS)’으로 떠올랐습니다. 지난 50년간 미국을 비롯한 수많은 국가에서 각기 다른 목적과 방향으로 진행되어 온 리빙-쇼어라인 사업, 그 목적과 취지는 조금씩 달랐지만, 본질은 같다는 점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중요한 것은 각 국가의 상황과 현실을 고려한 실질적 구현과 정책적 활용 측면인 것 같아요. 우리나라의 경우 연안 침식이란 리빙-쇼어라인의 본연의 취지에 더해 블루카본을 통한 탄소흡수력 증진이란 구체적 정책 목표 달성에 견인하는 K-리빙-쇼어라인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사실 리빙-쇼어라인은 연안 생태계가 제공하는 다양한 ‘해양생태계서비스’를 고르게 그리고 꾸준히 증가시킨다는 점에서 특정 사업과 연계하는 것 이상의 효과와 시너지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복원된 자연해안선은 다양한 해양생물의 서식처가 되고, 생물작용이 활발하면 생태계 정화 능력도 그만큼 향상되기 마련이겠죠. 또 태풍이나 홍수로 범람하는 물의 흐름을 조절해 주는 완충 기능도 살아나고, 앞서 강조한 블루카본 가성비도 더욱 커질 거라 기대됩니다. 작금의 탄소중립이란 글로벌 화두 측면에서 지금 딱 우리에게 시급하고 절실한 사업이란 생각이 듭니다.

걸음마 단계
K-리빙-쇼어라인을 응원하며…

한국의 바다는 서로 다른 빛깔을 가진 사색 그 이상의 ‘무지개 바다’를 보여줄 정도로 삼면의 바다마다 해양환경 특성이 다르고 역동적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는 리빙-쇼어라인의 생태공법을 적용할 때 바다가 갖는 독특한 환경과 생태계 특성에 맞게 생태공법이 차별적이면서도 복합적으로 적용돼야 함을 의미합니다. ‘K-해양생물 다양성’으로 대변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생물 다양성을 자랑하는 서해, 동해, 남해, 그리고 제주 바다의 서식 생물상을 고르게 유지하면서도 고유종을 잘 지켜낼 수 있는 식생과 굴밭, 에코공법이 순차적이면서도 복합적으로 적용돼야 함을 강조하고 싶네요.
끝으로, 빼놓을 수 없는 핵심은 바로 우리 갯벌이 가진 ‘블루카본’으로서의 가치, 즉 탄소흡수력을 증진하는 방향의 ‘블루카본-쇼어라인’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식생 갯벌’의 IPCC 국제 인증이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탄소중립의 희망, 바다에서 ‘네거티브’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자연기반 해법 갯벌 블루카본의 복원과 확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졌습니다. 나아가 이매패류나 해조류와 같은 다양한 신규 블루카본 후보군을 실제 우리나라 해안에 적용하는 친환경 시공법을 지속해서 발굴하고 개발하여 상용화하는 것도 선제적으로 필요한 때임을 기억합시다.

김종성 교수

프로필(Profile)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블루카본사업단장
서울대학교 해양환경영향평가연구단장
서울대학교 연안융복합연구센터장
(사)한국해양한림원 석학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