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NE
#2 – Insight Table

생명의 바다, 고래 이야기
“안녕, 나의 고래”

“저는 엄마이자 그림책 작가예요.”라고 첫 만남 자리에서 본인을 소개한 장은혜 작가는 10여 년간 달고 있던 ‘엄마’라는 명찰의 무게를 잠시 내려놓고 오랜 꿈이었던 ‘그림책 작가’로 데뷔했다. 그리고 책의 서두에 그녀는 이렇게 적어 넣었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지구상의 모든 생명들에게 이 책을 바칩니다.’라고 말이다. 이 책을 통해, 그리고 고래를 통해 그녀가 하고자 한 이야기는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책 속의 고래는 생명의 바다에서 어떠한 삶을 유영해 나갔을까? 2022년 환경부, 교육부 그리고 기상청에서 주최하고 환경보존협회가 주최한 ‘우수환경도서’에 선정된 ‘안녕, 나의 고래’를 통해 장은혜 작가가 말하는 ‘공존’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자.

Q1. ‘생명의 바다, 고래 이야기 안녕, 나의 고래’라는 그림책을 출간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책을 출간하게 된 이유가 있으실까요?

어릴 적부터 동물을 아주 좋아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동물들의 입장에서 생각하게 됐고요. 동물들의 입장을 생각하게 된 계기는 아주 사소한 사건에서 비롯됐답니다. 놀이터처럼 놀던 해변가에서 꽃게를 바라보다가 너무 귀여워서 ‘집에 데려가서 함께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에 집 어항에 집을 마련해 줬는데, 며칠 못가 죽어버리더군요. 엄청 울었어요. 제 욕심으로 인해 죽었다는 생각 때문에요. 그때 알게 됐어요. ‘아. 진정 좋아한다면, 자연 그대로 그들의 환경 안에서 살아가게 해줘야 한다.’는 걸요. 바다 생명뿐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들 모두 말이죠. 이러한 마음은 성장한 뒤에도 바뀌지 않았어요. 하지만, 자연과 생명을 위해 해줄 수 있는 것들이 없더라고요. 아니. 하지 않았다고 해야 맞겠네요. 마음으로만 사랑하고 안타까워했지 환경을 위해 내가 앞장서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그러다가 그림책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환경’을 주제로 해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책을 완성했을 때 비로소 ‘환경을 위해서 나도 무언가를 이루어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기쁨이 몰려들었고, 동시에 이제야 하게 됐다는 미안함에 눈물이 나기도 했습니다.

Q2. 수많은 생물 중 고래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아주 작은 생명들도 저들만의 사회가 있더라고요. 외모와 언어만 다를 뿐이지 우리 못지 않은 감정이 있고, 또 모성애도 있어요. 제가 엄마다 보니 생물들의 모성애도 우리들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전하고 싶었고, 그러다가 고래가 떠올랐어요. 어떤 다큐멘터리 영상에서 혹등고래의 모성애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감동을 참 많이 받았었거든요. 그렇게 큰 주제를 잡고 세부 스토리를 짜면서 환경을 접목시킨 거죠. 인간의 이기심으로 인해 해양생물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받고 있는지를 그리고 해양오염으로 인해 멸종위기종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지를 알리고 싶었답니다. 삶의 터전을 잃고 삶과 죽음이라는 양극에 놓인 그들의 상황을 엄마고래의 모성애를 통해 표현한 거라고 할 수 있어요. 제가 태어나고 자란 바다라는 환경이 생명의 힘이 가득한 바다로 다시 건강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인간으로 인해 위험한 상황 처한 아기고래를 엄마 고래가 구해서 당도한 안전하고 푸르른 바다처럼 말이죠.

Q3. 수십 장에 달하는 그림들을 직접 수채화로 그려서 담아냈다고 들었습니다. 제작 기간은 얼마나 걸렸으며, 가장 애착하는 그림은 무엇일까요?

제작 기간은 6개월 정도 걸린 것 같아요. 디지털화가 아닌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보니 자그마한 선 하나라도 잘 못 그어버리면 처음부터 다시 그림을 그려야 했어요. 마음에 들 때까지 같은 그림을 무한 반복해서 그리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림 한 장을 완성하기까지 1주일 혹은 몇 주가 걸렸답니다. 한 장 한 장 공들여 그렸기 때문이죠. 가장 애착이 가는 그림을 뽑기는 참 어렵네요. 모두 다 소중한 그림이라서요. 그래도 굳이 하나를 선택하자면 가장 마지막 장. 소녀와 북극곰이 밤하늘 위를 날아다니는 별고래를 바라보는 그림이에요. 참 많은 의미를 함축해서 그렸는데요. 여러분은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자유로움? 순수함? 아름다움? 답은 바로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거랍니다.

Q4. ‘안녕, 나의 고래’라는 책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안녕, 나의 고래’는 엄마고래가 아기고래를 낳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갓 태어난 아기고래는 스스로의 힘으로는 숨을 쉴 수 없기 때문에 엄마고래는 있는 힘을 다해 아기고래를 물 위로 밀어 올립니다. 숨을 쉬라는 간절한 마음으로 말이죠. 그렇게 첫 숨을 내뱉은 뒤 엄마 고래와 아기고래는 행복한 나날을 이어갑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닷속에 무서운 검은 그림자가 나타나 바닷속 생명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해요. 유조선 사고로 유출된 새까만 기름이 푸른 바다를 잠식하기 시작한 거죠. 엄마고래와 아기고래는 검은 그림자를 피해 도망가려 했지만, 아기고래는 결국 뒤처져 검은 그림자의 손아귀에 잡히게 됩니다. 엄마고래는 과연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했을까요? 뒷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안녕, 나의 고래’를 읽어봐 주세요. 다 알고 보면 재미 없잖아요.(웃음)

Q5. 2022년 환경부, 교육부, 기상청에서 주최하고 환경보존협회가 주관한 ‘우수환경도서’에 ‘안녕 나의 고래’가 선정되었다고 들었습니다. 날로 심각해지는 해양 환경 오염에 대한 이야기를 한 권의 책 속에 담기 위해 고민도 많이 하셨을 것 같은데요. 아이들에게 환경 오염을 인식시키기 위해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무엇일까요?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두 가지가 있어요. 일단 첫 번째는, 사람이 아닌 동물이라 해도 우리 못지않은 감정이 있고 가족이 있는데, 우리의 행동으로 인해 삶이 송두리째 파괴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두 번째는, 독자에 대한 부분인데요. 어쩌면 이 부분을 가장 염두에 둔 것 같기도 합니다. 많은 분들이 ‘왜 동화가 이렇게 슬프냐’라고들 하시는데요. 사실 이건 의도된 바입니다. 읽는 사람에 따라 모든 이야기는 해피엔딩이 될 수도 있고, 새드엔딩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책도 마찬가지고요. 하지만, 저는 제 책을 읽는 분들 마음 한켠이 묵직해지기를 바랐습니다.
제 경험에 따르면 어릴 때 읽었던 많은 책들 중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 동화가 있다면 그건 가슴이 먹먹해졌던 동화입니다. 그런 동화는 반복해서 생각되고 곱 씹혀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주입하듯 환경오염의 해악성에 대해 가르치기보다 먹먹한 이야기로 다가가 마음속에 오래 머물고자 했습니다.

Q6. 혹시 차기작으로 구상 중인 작품이 있다면?

안녕 나의 고래 이후 ‘재규어의 푸른 꿈’이라는 책을 출간했고, 최근에는 안녕 나의 고래 후속작을 구상 중입니다. 사실 ‘재규어의 푸른 꿈’도 세계멸종위기종인 반달가슴곰이 우리나라에서는 열악한 철장 안에 갇혀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다가 죽어야만 나올 수 있다는 그런 기사를 보게 된 이후 동물의 자유권과 복지를 보장하자는 의도에서 편찬한 거랍니다. 안녕 나의 고래 후속작은 마지막 장면에 그려진 소녀와 북극곰 그리고 엄마고래와 아기고래의 이야기랍니다. 아직 스토리 구상은 완성되지 않았지만, 환경에 대한 주제를 다시 또 다룰 생각입니다.

Q7. 마지막으로 웹진 ‘MAP’ 구독자 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자연환경을 왜 지키고 아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면, 끝이 없을 것 같아서 간단히 말하려고 합니다. 우리를 회복시켜주는 자연은 점차 줄어들고 있고 무한한 것이 아니기에 언젠가는 사라질 것입니다. 그래서 이 자리를 빌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연은 나와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오래오래 온전한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