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NE
#1 – Theme
탄소중립 구원투수, 블루카본!
탄소중립,
선택 아닌 필수
지난 2019년 유럽연합을 필두로 세계 각국은 2050년 완전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죠. 우리나라 정부도 2020년 10월 전 세계에 탄소중립 의지를 천명한 바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일만이 지금의 ‘기후위기’를 극복하고 ‘기후재앙’을 최소화하는 유일한 대안임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죠.
최근 세계 주요국들은 ‘온실가스감축목표’(NDC) 조정을 통해 2050 탄소중립 중기목표로 2030 감축목표를 상향한 바 있습니다. 2021년 미국은 2005년 대비 최대 52% 감축목표를 상향 제시하였고, 영국도 1990년 대비 78%로 목표를 올렸습니다. 또한 일본은 2013년 대비 26%에서 46%로 대폭 상향하였고, 중국도 2005년 대비 60% 이상 감축이라는 공격적 목표를 제시했죠. 한편 우리나라는 2018년 대비 40% 감축을 고수 중입니다.

<세계 주요국의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서울대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
현재, 전 세계 140여 개국이 ‘넷-제로’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데요. 이론적으로는 간단하죠.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량만큼 다시 흡수하면 되는데요. 탄소중립 선언 이후 지난 4년을 되돌아보면 상황은 암담합니다. 배출량이 전혀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기후위기 체감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기후재앙은 곳곳에서 끊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2050 탄소중립 실현 이대로 과연 가능할까요?
탄소수지와
‘블루카본’의 중요성
전 지구적 기후위기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타 주요 선진국처럼 공격적인 탄소중립 목표 제시가 필요합니다. 더욱이 2021년 말 해양수산부는 ‘탄소 네거티브’를 천명하기도 했죠. 이에 따라 해양의 탄소흡수원인 ‘블루카본’이 자연스럽게 주목을 받게 되었고요. 2023년 ‘블루카본’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국가 추진전략으로 채택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최근 2023년 전 세계 탄소수지 추정 결과가 나왔는데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주춤했던 탄소 배출량은 2023년 다시 증가해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했다고 하네요. 2023년은 2022년에 비해 1.1%, 팬데믹 이전 대비 1.5% 증가해서 400억t을 초과했다고 합니다. 한편 흡수량의 경우 육상 그린카본이 약 135억t, 해양 블루카본이 약 103억t으로 추정되었죠. 사실상 육상이 해양보다 흡수량이 많지만, 흡수하는 대상 서식지를 고려해보면 해양의 블루카본이 갖는 흡수능력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죠. 그 이유는 그린카본의 주요 서식지인 산림의 경우 육상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맹그로브, 염습지, 잘피림 등 주요 블루카본 서식지(전 세계 바다의 약 2%)는 해양의 협소한 연안역에 주로 분포하기 때문에 면적 대비 흡수량이 매우 큽니다.
한편, IPCC에서 탄소감축원으로 인정하고 있는 ‘블루카본’은 맹그로브, 염습지, 잘피림 등 세 가지로 국한됩니다. 1) ‘맹그로브’는 연간 탄소흡수량이 침적량 기준 면적 1ha당 1.62t으로 대표적인 블루카본으로 알려져 있죠. 아열대성 기후에서 고염 환경을 견디며 왕성하게 자라 울창한 숲을 이루고, 뿌리가 깊어 탄소를 퇴적물 깊숙이 반영구적으로 저장해주는 훌륭한 장점이 있죠. 2) ‘염습지’ 또한 탄소흡수계수가 1ha당 0.91t으로 꽤 높은 편입니다. 염습지란 조간대 상부 갯벌에 염생식물 군락이 발달한 지역을 말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일제 강점기 이후 간척과 매립으로 대부분 사라졌고, 현재 남아있는 엽습지 면적은 전체 갯벌의 약 2%에도 미치지 못하죠. 염습지가 2022년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에 흡수원으로 반영된 것은 고무적이었죠. 3) ‘잘피림’은 상대적으로 가성비가 낮은 블루카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잘피림 역시 최근 ‘국가 온실가스 인벤토리’에 포함됐죠.

<블루카본의 종류 및 주요 서식지별 탄소 흡수계수, 서울대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
왜 “갯벌”에 포커스를
맞춰야 할까요?
탄소감축량은 블루카본 서식지 면적과 탄소흡수 계수, 두 가지 요인에 따라 결정됩니다. 즉, 둘 중에 어느 하나가 크면 유리하겠죠. 예를 들면 탄소흡수 계수가 상대적으로 큰 맹그로브나 염습지가 잘피림에 비해 유리하다는 겁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맹그로브가 서식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염습지나 잘피림의 서식지 면적 또한 크지 않아 전체 탄소감축량에 대한 기여도 역시 작습니다. 한편, ‘비식생 갯벌’의 흡수계수는 염습지 대비 절반 수준이나, 그 면적은 100배가량 크다는 점에서 큰 이점이 있습니다. 그 서식지 면적만큼 탄소감축량도 커지기 때문이죠.
지난 2021년 우리 연구진은 비식생 갯벌의 탄소저장고로서의 가치를 밝히는 논문을 유명 국제학술지에 게재했습니다. 국내 전체 갯벌을 대상으로 탄소흡수량과 연간 침적량을 산정했는데요, 국가 수준에서 갯벌 블루카본량을 제시한 세계 최초의 연구 결과로 주목받았죠. 2017-20년 4년 동안 전국 연안 21개 지역, 300여 개 정점에서 채취한 해양퇴적물 내 총 유기탄소량과 연간 침적률을 제시한 것이죠. 인공위성 원격탐사 기법을 적용, 전국 갯벌을 11,905개의 격자로 구분하고 퇴적상을 고려한 탄소흡수계수를 적용하여 전국 단위로 갯벌 블루카본량을 최종 산출했습니다.
결과는 고무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갯벌이 약 4,800만t의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고 있으며 연간 26-48만t의 이산화탄소를 침적함을 알게 됐죠. 이는 승용차 11-20만 대가 내뿜는 이산화탄소량에 해당하는 것으로 비식생 갯벌일지라도 탄소저장고로서 가치가 매우 크다는 사실을 밝힌 것입니다.
현재 우리 연구진은 갯벌의 블루카본으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하는 과학적 연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간 학계는 비식생 갯벌을 블루카본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취해 왔는데요. 예를 들면 블루카본의 전제 조건의 하나인 100년 이상 장기간 탄소 격리 및 저장 기능을 규명해야 합니다. 한편 정책적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갯벌 보유국에서 갯벌에 대한 적극적 복원, 보존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도 보여줘야 하죠. 최근 반가운 소식이 하나 있는데요. 전 세계 온실가스 인벤토리를 관리하는 기구인 IPCC 산하 기구인 TFI에서 현재 비식생 갯벌(mudflat)을 차기 블루카본 후보군으로 논의중이라는 겁니다. 갯벌 블루카본 공식화에 청신호가 켜진 셈이죠.
여기서 비식생 갯벌 블루카본의 과학적 메커니즘을 잠깐 알아보죠. ‘비식생’이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갯벌 표층에는 “광합성”을 하는 ‘저서미세조류’가 매우 많습니다. 광합성을 하는 식물이란 거죠. 저서미세조류는 퇴적물 표층 수-수십 ㎜에 서식하는 초미세(수십-수백 ㎛) 크기의 단세포 광합성 조류를 총칭합니다. 광합성을 하므로 식물이고, 식생이라 표현해야 맞지만, 염생식물과 같은 큰 식물과 비교하기 위해 비식생이라 표현한 겁니다.
갯벌의 대표적인 저서미세조류는 ‘저서규조류’라는 친구인데요. 우리나라 갯벌에 서식하는 저서규조류는 500종에 이를 정도로 매우 다양합니다. 또한 우리나라 갯벌에 서식하는 저서규조류는 생물량, 밀도, 생산력 등이 전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저서규조류의 블루카본 메카니즘은 그린카본과는 사뭇 다릅니다. 그린카본은 생장을 하며 탄소를 흡수하는 양이 많은 반면에, 블루카본은 죽어서 퇴적물에 묻히면서 탄소가 장기간 격리, 저장되는 프로세스가 우세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서해 갯벌에 서식하는 저서규조류는 늦겨울부터 봄까지 폭발적인 생산을 하면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많이 흡수하는데, 죽으면서 분해가 잘 이루어지지 않아 퇴적물에 차곡차곡 쌓이면서 탄소를 격리, 장기간 저장해주는 것입니다. 7,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서해 갯벌 퇴적물에 차곡차곡 쌓여 저장된 탄소는 반영구적으로 저장되는 가성비가 매우 높은 블루카본이라 할 수 있는거죠. 우리로서는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훌륭한 탄소흡수원이자 막강한 탄소감축원(IPCC에서 블루카본으로 인정될 경우)인 셈이죠.
최근 주목받는
블루카본 후보군
이제 전 세계가 블루카본 사이언스에 주목하게 됐습니다. 탄소중립의 주요 대안을 자연에서 그리고 바다에서 찾겠다고 합니다. 한 예로, 영국 연구진은 자국 연근해 대륙붕 내의 탄소 저장량이 약 2.1억t에 달하고, 연간 10만 6,000t의 탄소가 저장된다는 사실을 학계에 보고했죠. 심해저 퇴적 현상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져 탄소저장 효율성과 잠재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아 향후 블루카본 후보군으로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탄산칼슘의 ‘패각’을 갖는 굴, 조개 등의 이매패류도 새로운 블루카본 후보군으로 떠올랐습니다. 이매패류의 탄소흡수 기작은 바닷물의 탄산염 순환체계와 관련됩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바닷물로 녹아들어 탄산을 거쳐 중탄산염과 탄산염으로 계속 변하고, 이후 조개나 굴이 탄산염을 칼슘이온과 결합하여 탄산칼슘(석회) 패각을 만드는데, 이때 이산화탄소가 흡수, 고정되는 것입니다. 물론 패각을 만드는 과정이나 생물의 호흡을 통해 이산화탄소가 방출되기도 합니다. 다음 단계로 조개의 패각 내 축적된 탄산칼슘은 물과 이산화탄소와 다시 결합하여 중탄산염과 수산화 이온을 발생시키죠. 이를 알칼리화라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다시 한번 흡수됩니다. 즉, 패각을 갖는 이매패류는 탄소흡수와 배출, 두 프로세스를 모두 가지고 있는데요. 패각, 생체량, 퇴적물 침적으로 제거되는 탄소가 70%(-), 석회화, 호흡, 분해로 방출되는 탄소는 30%(+) 정도로 흡수량이 배출량보다 크기 때문에 탄소흡수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최근 네덜란드 해양연구소는 각종 이매패류에 대한 블루카본량을 계산, 평가하여 그 가능성이 입증되었죠. 우리나라도 한 해 수십만t의 굴 패각이 발생하고, 발생량 대부분 폐기되어 왔다는 점에서, 굴 패각의 블루카본으로의 변신은 매우 환영할만한 사안이죠.

<블루카본 유력 후보군인 굴 패각의 탄소순환 기작, 서울대 해양저서생태학연구실>
그 밖에, 미역, 파래와 같은 ‘해조류’, ‘식물성 미세플랑크톤’, 그리고 최근에는 ‘고래’와 같이 100년 이상 장수하는 해양동물까지 매우 다양한 해양생물과 그 서식처가 모두 블루카본 후보군으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향후 이들 후보군에 관한 연구가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세계자연유산
‘한국의 갯벌’의 재도약을 기대하며!
블루카본 후보군이 국제사회에서 인정되려면 무엇보다 국가 단위에서의 블루카본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고 그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추가적 보호 노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합니다. 블루카본 서식지에 대한 기초 생태계 조사는 물론 주변 해양환경 특성까지 체계적인 정밀 조사가 필요한 이유죠. 또한 블루카본 후보군의 탄소흡수 및 침적에 관한 지속적인 메커니즘 규명과 블루카본 인정 조건에 대한 과학적 입증 노력도 지속되어야 합니다.
과학적인 성과 창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국민의 관심과 지지,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국가 차원의 한 방향 정책과 국제사회와의 지속적인 교류일 것입니다. 지금까지 해양환경 분야에서의 과학, 정책, 홍보(언론)는 각자의 길에서 노력과 성취는 있었지만, 따로국밥처럼 소통과 연계는 늘 부족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금의 기후위기와 탄소중립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 어느 때보다 과학자와 정책수립자의 소통과 협력이 시급함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네요. 그동안 간척의 희생양으로 홀대받아왔던 ‘한국의 갯벌’이 당당히 ‘세계자연유산’에 올라 전 세계인이 지키고 보존해야 하는 위상과 명성을 얻었는데요. “블루카본”으로서 다시 한번 재도약하는 한국 갯벌의 활약상이 기대됩니다.

김종성 교수
프로필(Profile)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블루카본사업단장
서울대학교 해양환경영향평가연구단장
서울대학교 연안융복합연구센터장
(사)한국해양한림원 석학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