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NE
#2 – Insight Table

5천만 년이 넘는 오랜 진화의 결정체
영하의 바다를 유영하는 남극 물고기

백야(白夜)와 극야(極夜)가 반복되는 남극, 그리고 남극 순환 해류라는 장벽에 갇혀 영하 2℃에 달하는 차가운 물을 간직한 남극해. 그 어떠한 생물도 살 수 없을 것 같은 남극에도 해양생물은 서식하고 있다. 특별한 환경에 적응하며, 생존하기 위해 수천만 년 동안 진화를 거듭해 온 남극 물고기는 과연 어떠한 생체 구조를 가지고 있을까? 진화의 열쇠라고도 할 수 있는 남극 물고기를 연구하는 ‘극지연구소’ 김진형 책임연구원을 만나 그 생존 비결에 대해 들어보도록 하자.

Q1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본인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극지연구소 생명과학연구본부에서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김진형이라고 합니다. 극지연구소는 말 그대로 남극과 북극에 서식하는 동물, 식물, 미생물 등에 대한 연구를 하는 곳이고요, 생명과학연구본부는 남극과 북극이라는 척박한 환경에 적응해서 살아온 생물들이 진화와 적응을 거치며 어떠한 유전자원을 갖게 됐는지 연구하고 밝히는 곳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러한 생물들 중 어류를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Q2 극지 어류의 유전체와 우리나라 어류의 유전체는 어떻게 다른가요?

극지 물고기는 차가운 수온에도 얼지 않는 혈액과 체액을 갖기 위해 진화를 거듭해 왔습니다. 그 결과 결빙 방지 단백질이라는 특별한 물질을 갖게 됐습니다. 그리고 남극과 북극은 우리가 살고 있는 중위도 지역과 달리 겨울이 되면 3개월 동안 해가 뜨지 않고, 여름이면 또 3개월 동안 해가 지지 않아요. 즉, 우리와는 완전히 다른 광주기가 나타나는 거죠. 그래서 극지에 사는 해양생물들은 우리나라의 어류들과는 완전히 다른 생체 시계를 갖고 있답니다. 해가 뜨면 배가 고프고 해가 지면 졸리고 하는 것이 다 생체 시계의 역할 때문인데요. 남극은 광주기가 우리와 완전히 다르다 보니까 생체 시계도 그에 맞춰서 변화된 것이죠.

Q3 남극에서부터 한국까지 ‘남극 물고기’를 산 채로 데려와 연구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남극의 서식지와 동일한 환경을 유지한 채로 한국까지 데리고 오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왜 이곳까지 데리고 오게 됐나요?

중소형 이상의 크기를 가진 남극 어류를 남극 현지에서 연구를 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봐야 3개월입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12월부터 3월이 남극에서는 여름 기간인데, 그 기간만 연구가 가능해요. 이 시기 외에는 바다가 다 얼어있기 때문에 연구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한국에 들여오게 됩니다. 말씀하신 대로 수온을 유지하는 게 관건인데요. 이를 위해 2018년 경 세종기지에 작게나마 아쿠아리움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여름에 잡은 물고기들을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쇄빙선 아라온호에 옮겨서 국내로 들여옵니다. 극지연구소 내에도 남극 해양생물을 전용으로 한 아쿠아리움이 있습니다. 2019년도에 세계 최초로 만들었고, 그렇게 국내에서도 이제 남극 해양생물에 대한 연구를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래도 연구를 위한 물고기를 채집해야 해서, 남극에 한 번씩 가긴 합니다.

Q4 현재 연구 중인 남극 물고기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남극에는 120여 종의 남극 어류가 있는데, 지금까지 그 중 10여 종 정도 연구를 했고요. 현재는 금년 5월에 장보고 과학기지에서 채집한 두 종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 중 95% 이상은 한 종 즉 단일 개체종이고요. 연구 중인 어종을 우리 말로 하면 대리석 무늬 암치라고 부르면 될 것 같은데요. 이 물고기는 항 동결 단백질을 가지고 있고요, 부레가 없습니다. 남극에 있는 물고기들은 대부분 부레가 없어요. 사실 부레라고 하면 물고기 생존에 필요한 아주 중요한 기관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남극의 물고기들은 수온이 너무 낮다 보니까 많이 움직이면 에너지 소비가 커서 헤엄을 많이 치지 않고 바닥에 머물러 있어요. 그러다 보니 부레의 필요성이 없어지면서 사라지게 된 거죠. 일종의 진화라고 할 수 있죠.

Q5 연구 중 가장 기억에 남았던 남극 물고기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아이스피쉬(Ice Fish)라는 물고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데요. 우리말로 하면 빙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우리나라 겨울에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빙어와는 달라요.(웃음) 영어로 아이스피쉬라고 해서 그렇게 부르고 있어요. 이 어류는 남극 어류 중에서도 가장 진화가 많이 진행된 어류입니다. 우선 헤모글로빈이 없어요. 남극의 해양은 워낙 수온이 낮다 보니까 산소의 용해도 즉 산소가 물속에 녹을 수 있는 능력이 아주 높아요. 간단히 말해서 물 속에 산소가 풍부하다는 거죠. 그래서 굳이 헤모글로빈이 없어도 피부에서 바로 산소를 흡수하는 거죠. 우리 사람으로 치면 헤모글로빈을 이용해서 심장으로부터 각 말단까지 산소를 보내는 과정이 필요한데, 남극의 어류는 그러한 과정 자체를 불필요한 과정이라고 판단해서 스스로 없애버린 거죠. 또 헤모글로빈은 분자 구조상 철을 가지고 있는데요. 다들 아시겠지만, 철이 산화되면 붉은색을 띠어요. 우리 혈액이 붉은 것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죠. 그런데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아이스피쉬는 헤모글로빈이 없기 때문에 혈액도 붉지 않아요. 하얀 피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스피쉬는 전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척추동물 중 유일하게 하얀피를 가지고 있습니다.

Q6 세계 최초로 남극 어류 양식에 도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남극 어류의 인공 산란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그리고 현재 어느 단계까지 성공하셨나요?

우선 저희의 모든 연구는 남극조약에 의거해서 진행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과학적인 목적으로 남극에 있는 생물을 채집에서 들여오는 건 합법입니다. 하지만, 언제까지 얼마나 많은 생물을 가져올 수 있느냐라는 부분이 문제입니다. 더불어 중대형 어류를 대상으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려면 개체 수가 많아야 되는데, 공간의 제약도 있습니다. 그래서 인공 산란을 유도해서 개체를 얻을 수 있게 된다면, 굳이 남극까지 가서 채집해 오지 않아도 다양한 연구를 더 쉽게 수행할 수 있다는 거죠. 인공 산란 연구는 2017년부터 시작을 했고, 2019년 알을 받는 데 성공했습니다. 검은 암치라는 어종이었는데, 2016년부터 키워오다가 알을 받아 난수의 계산까지 마쳤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정자를 받을 수 있는 수컷이 없었다는 겁니다. 수컷이라고 생각했던 몇몇 개체가 알고 보니 암컷이었던 터라 수정에 실패했어요. 그래서 그 다음해에 수컷을 데리고 와서 수정을 시도해서 알을 부화시키는 연구를 진행했는데, 성공은 하지 못했습니다. 일반 양식어종은 2~3주 안에 부화하지만, 남극 어류는 부화까지 6개월이 걸립니다. 차가운 수온에서 천천히 발달을 진행해서 인공적인 부화가 어려워요. 저희도 1개월까지는 성장을 관찰할 수 있었는데, 그 이후 진척을 보지 못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아직 성공한 예가 없습니다. 그 정도로 어려워요.

Q7 남극 어류의 인공 산란을 시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남극의 어류도 멸종 위기 상태에 달했습니다. 1970년까지 전 세계의 원양어업 어선들이 남극에서 많은 어류를 잡았기 때문이죠. 남극이빨고기나 크릴 같은 건 맛도 있고 비싸게 잘 팔리거든요. 현재는 이 두 종에 한해 각 나라에서 구역을 지정해서 허가받은 만큼만 잡게끔 하고 있고요. 다른 어종 같은 경우는 잡기 전에 비해서 5%밖에 남지 않은 어종도 있어요. 오랜 시간 관리를 하고 있는데도 자원량이 회복되지 않아요. 그래서 인공 산란을 시도하게 됐습니다. 사실 남극이빨고기는 불포화지방산 중에도 DHA, EPA 함량이 국내에 있는 그 어떤 어종보다 훨씬 높아서 영양 보조식품 등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잠정적 가능성이 높아요. 이러한 어종을 양식 기술을 활용해서 생산해 낼 수 있다면 훌륭한 수산 자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물론, 멸종 위기에 처한 남극 어류의 생태계도 보전할 수 있고요. 여러 가지 측면에서 좋은 거죠.

Q8 극지 해양생물의 연구가 우리나라 해양바이오 발전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 내다 보시나요?

우선 진화된 극지 어류와 우리나라 어류를 비교 연구할 수 있고요. 극지 어류나 식물들로 바이오 연구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저희 극지연구소에서는 현재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하기 위해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 중에 있고요, 극지 육상 생물을 이용해서 항당뇨 효과와 관련된 기술을 이전한 바도 있습니다. 해양 유래 성분으로 항염이나 항생, 항주름, 미백과 관련된 특허도 냈고요. 또 남극 해조류도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해조류와 다른데요. 남극 해조류 추출물에는 2차 전지의 소재가 함유되어 있어서 현재 그 부분을 연구 중에 있습니다.

Q9 그동안의 연구 성과를 기반으로 ‘슬기로운 남극 물고기’라는 책도 출판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내용이 수록되어있나요?

극지연구소에서는 2016년부터 남극 어류를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그때 제가 이곳에 와서 남극 어류를 담당 연구하게 됐고요. 이 책에는 이때부터 5년여에 걸쳐 진행했던 연구 내용이 실려 있습니다.
내용은 크게 두 개의 크게 챕터로 나눠져 있는데요. 첫 챕터에는 남극 어류 연구를 어떻게 진행해 왔고 무슨 특징이 있는가에 대한 내용이 실려있고, 후반부에는 그 남극 어류를 연구하기 위해서 아쿠아리움을 어떻게 지었고 어떤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내용들이 담겨져 있습니다. 남극 어류는 항동결 단백질을 갖고 있기도 하고,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 위해 연골화도 많이 진행돼 있어요. 인간으로 치면 골다공증 상태라고 할 수 있어요. 이러한 진화 매커니즘을 바탕으로 우리 인간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도 있을 거라는 염원이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Q10 마지막으로 웹진 ‘MAP’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저도 몇 번 가봤는데요. 비록 극지의 해양생물을 해양생물자원관에서 연구하고 계시지는 않지만, 해양이라는 동일한 주제로 연구한다는 점에서 아주 가깝게 느껴집니다. 사실 극지연구소가 생긴 지 약 20년이 됐는데 제가 2016년 연구소에 온 이후에야 어류를 연구하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보니까 레퍼런스도 없었고, 매번 난관에 봉착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어려움을 뚫고 돌파구를 찾았을 때 또 그에 상응하는 보람이 있었습니다. 자원관 연구원 여러분들도 그러하리라 생각합니다. 연구 자체는 어렵지만, 결국 무언가를 찾아냈을 때 보람이 있지 않았나요?(웃음)저 다음으로 또 누군가 이 극지 어류 연구를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저보다는 나은 환경에서 연구할 수 있도록 해줘야 되겠다라는 일념을 가지고 최대의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하고자 합니다. 자원관 여러분들도 같이 힘내서 해양생물의 보전과 그리고 미래 인류를 위한 연구에 힘써보도록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