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NE
#1 – Special Theme

갯벌 생태계와 경제학적 가치

글. 김종성 박사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세계자연유산 등재
쾌거의 주인공 K-갯벌

해양人 모두에게 2021년은 특별한 한해였습니다. ‘한국의 갯벌(Getbol)’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는 국가적 경사를 모두 기억하시나요? 2007년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에 이은 두 번째 세계자연유산 등재였지만, 우리 정부와 학계의 14년이란 긴 시간의 노력 끝에 맺은 값진 성과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마지막 관문인 유네스코 심사 자문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반려’ 결정은 최대 걸림돌이었죠. 세계유산 등재 사례를 볼 때, 심사 자문기구의 반려 이후 총회에서 등재가 결정된 전례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상을 뒤엎고 한국의 갯벌은 당당히 세계자연유산이란 명예의 전당에 입성하는 반전의 쾌거를 보여주었지요.
한편 세계유산 등재란 기쁨 뒤로 아쉬움과 비판도 쏟아졌죠. 서남해에 광활하게 펼쳐진 수많은 아름다운 갯벌 중에서 ‘서천’, ‘고창’, ‘신안’, ‘보성-순천’ 갯벌만 목록에 올랐기 때문입니다. 유네스코의 조건부 등재를 해결하려면 앞으로 유산구역을 확대 지정해야 합니다. 최근 국가유산청은 전남 무안, 고흥, 여수 갯벌을 우선 세계유산 잠정목록으로 제안했죠. 사실 우리나라 어느 지역의 갯벌도 후보가 되는 데 손색이 없을 것입니다. 현재 전북 군산, 경기 화성, 인천 강화 등 여러 지역이 또 다른 후보지로 논의되고 있는데, 투명한 의사결정이 중요할 것 같네요. 한편, 세계에서 갯벌로는 처음 세계자연유산이 된 유럽 ‘와덴해’(갯벌)를 잘 살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와덴해처럼 갯벌 전체를 하나로 묶어 확대 지정한다면 더욱 의미가 클 것 같습니다.

한류의 중심에 우뚝 선
K-갯벌의 활약

2021년 한국관광공사는 한류 홍보 차원에서 ‘Feel the rhythm of Korea’라는 시리즈 영상을 제작했습니다. 인천 편에 나왔던 ‘범 내려온다’는 당시 3억 뷰라는 대박을 터뜨렸었죠. 그해 9월 소개된 충남 서산 편의 ‘머드맥스’의 주인공은 그간 무명의 시절에 허덕였던 간척과 매립의 최대 희생양이었던 바로 ‘K-갯벌’이었습니다. 서산은 비록 세계자연유산 목록에는 빠져있지만 태안과 함께 드넓은 가로림만 갯벌을 가진 대한민국의 대표 갯벌 중 하나죠.
이 영상의 초반부에는 가로림만 갯벌을 거침없이 누비는 수많은 경운기의 멋진 질주가 나옵니다. 마치 스포츠카 레이스를 보는 것처럼 박진감이 넘칩니다. 중반 이후에는 바지락을 쓸어 담는 아주머니의 천진난만한 밝은 미소가 한류의 푸근함을 잘 전달하고 있죠. 끝부분을 장식하는 K-힙합과 곁들어진 구성진 옹헤야 가락은 한류라는 말 그대로 한국적 모습 그 자체입니다. 역동적인 가로림만 갯벌과 생태계, 그리고 정겨운 어촌문화까지 생기 넘치는 ‘K-갯벌’을 단 2분 만에 훌륭하게 소화한 이 영상은 당시 두 달 만에 전 세계 3천4백만 명의 혼을 빼어놓았지요. 세계 최고 수준의 ‘K-해양생물다양성’과 함께 뛰어난 탄소흡수 능력까지 갖춘 ‘K-갯벌’의 무한한 가치와 저력이 이 영상을 통해 전 세계인의 가슴에 울려 퍼지기를 바랍니다. 과거 ‘뻘짓’ 하다가 녹초가 되면 경운기를 얻어타고 갯벌을 나오곤 했던 기억도 새롭네요.

<1990년대 말 서울대 갯벌 조사 시절을 소환한 감동의 ‘머드맥스’, 한국관광공사(2021)>

K-갯벌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렇게 아름답고 풍요롭고 경이롭기까지 한 K-갯벌의 ‘경제적 가치’는 얼마나 될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겠죠. 갯벌의 경제적 가치는 이미 오래전에 세계적 경제학자인 로버트 코스탄자 교수에 의해 소개된 바 있습니다. 1997년 세계적 과학잡지인 네이처지에 게재된 코스탄자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갯벌의 경제적 가치는 1km²에 연간 백만 달러(~10억 원)라고 합니다. 당시 갯벌의 경우 생태계서비스 17개 평가항목 중 교란 조절, 폐기물처리, 서식처 기능, 수산물, 원료, 휴양 등 6개 항목만 평가되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즉, 최근 밝혀진 탄소흡수, 기후조절, 홍수조절, 자연정화와 같은 갯벌의 조절서비스 평가가 빠졌다는 점에서 코스탄자 교수의 갯벌 가치평가 결과는 분명 과소 평가된 부분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갯벌의 경제적 가치가 14개 항목이 평가된 산림보다 무려 10배 이상 크게 나타났다는 점이 놀라울 뿐입니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2013년, 해양수산부는 ‘제2차 연안습지 기초조사(2008-12)’를 바탕으로 K-갯벌의 경제적 가치를 1km² 에 연간 ~63억 원으로 평가했습니다. 코스탄자 교수의 평가보다 6배가량 큰 결과가 나온 것입니다. 이 결과를 우리나라 전체 갯벌(2,500km²)로 확장해서 계산하면 K-갯벌의 연간 경제적 가치는 ~16조 원에 육박합니다. 그러나 만족하기는 아직 이르죠. 최근 우리연구팀이 참여한 갯벌의 경제적 가치평가 결과에 따르면, ‘조절서비스’와 ‘문화서비스’ 두 가지 서비스만으로 K-갯벌의 경제적 가치는 연간 ~18조 원으로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만약 공급, 지지서비스 가치까지 포함되었다면 이보다 훨씬 높은 경제적 가치를 가지게 될 것입니다. 물론 알려진 모든 생태계서비스 평가항목을 조사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해양 생태계서비스를 생각하면 그동안 발견한 K-갯벌의 매력과 놀라운 가치는 아직 빙산의 일각이란 생각도 드네요. 언젠가는 K-갯벌의 가치와 실체가 더 정확하게 드러날 거라 확신합니다.

<우리나라 갯벌의 생태계서비스 가치 최소 연간 17조 8,121억 원, 해양수산부(2021)>

K-갯벌의 생태적 가치
무엇을 어떻게 보는가가 중요!

해양생태계 연구는 크게 ‘구조’와 ‘기능’ 두 가지 관점에서 이루어집니다. ‘구조’란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구성원(생물)의 종류, 양, 그리고 분포와 같은 틀을 말합니다. 바다와 갯벌에 서식하는 생물의 종수, 종의 조성, 개체의 수, 개체의 무게, 개체군의 밀도, 개체군의 서식 범위 등을 통해 구조를 파악하죠. 반면 ‘기능’이라 함은 생태계의 구성원(즉, 생물)과 환경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특성을 말하는데, 생산, 성장, 생식, 상호작용(경쟁, 포식과 기생, 공생), 먹이사슬, 물질순환, 진화 등을 모두 포괄하는 에너지와 물질의 흐름을 대변하죠.
사람을 예로 설명해보자면, 키 176cm, 체중 80kg와 같은 신체의 특성이 바로 구조를 대변합니다. 이 사람의 주량이 소주 1병, 한 끼 식사량이 짜장면 2그릇이라고 하면 이는 ‘기능’을 대변하는 거죠. 여기서, 키와 체중이 커지면 일반적으로 주량과 식사량도 많아진다는 점에서 구조는 기능을 결정하고 그 관계도 매우 밀접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구조와 기능의 연관성이 항상 일정하지 않다는 점도 생태계의 중요한 특성이죠. 왜냐하면 키와 체중이 작은 사람도 주량과 식사량이 클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구조와 기능 어느 한 가지만을 통해 생태계를 정확히 진단, 평가하는 것은 과학적 오류를 유발할 수 있겠죠. 이러한 이유로 해양생태계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잘 살펴봐야 합니다.
기후 위기 시대 글로벌 ‘아젠다’로 떠오른 ‘탄소흡수’ 관점에서 갯벌 생태계를 한번 살펴볼까요? 갯벌에 서식하는 대표 광합성 식물인 ‘갈대’(염습지)나 ‘저서규조류’(비식생 갯벌)는 대기로부터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블루카본’의 주인공들이죠. 즉,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광합성을 통해 유기물(에너지)을 생산하며 성장하고, 죽은 후에는 퇴적물에 침적되면서 탄소를 반영구적으로 격리하죠. 이 전반적인 탄소흡수(순환) 과정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염습지 및 갯벌 블루카본 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이란 두 가지 요소를 모두 파악해야 합니다. 어떤 종이 탄소를 잘 흡수하는지 알기 위해서는 종의 조성과 분포에 대한 구조적 정보가 필요하고, 종별로 탄소 흡수력인 ‘일차생산력’과 ‘탄소 침적률’ 등의 생태계 ‘기능’에 대한 이해가 필요합니다. 즉, 블루카본 생태계의 구조와 기능 연구가 결합 된다면 우리는 종별 특이적 탄소흡수 계수를 알 수 있고, 결국 K-갯벌의 탄소흡수력을 증진하는 복원, 보전, 보호 계획 등을 세우고 나아가 관련 기술을 개발하여 경제적 효과도 달성할 수 있습니다. 과학기술에 기반한 정책 수립의 정석인 셈이죠.

거대한 해양 필터
K-갯벌의 놀라운 자연정화 능력

산시 ‘봉암갯벌’을 대상으로 한 연구인데요. 봉암갯벌은 무역항만 내 위치한 국내 유일의 갯벌로, 창원천과 남천이 교차하는 도심 내에 0.2km² 남짓한 크기의 매우 작은 규모의 갯벌입니다. 주변의 마산 주거단지와 공업단지에서 발생한 다양한 오염물질은 창원천과 남천으로 유입되고 봉암갯벌을 거쳐 가지요.
우리는 이 작은 봉암갯벌이 유해물질을 얼마나 많이 제거하는지 실내 메조코즘 시스템을 이용해서 평가해 보았습니다. 그 결과 봉암갯벌은 1년에 최대 약 550kg의 ‘총인’(Total Phosphorus)을 제거하고 있다는 놀라운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죠. 이를 총인의 연간 하수처리 비용으로 환산해 보면 ~3,200만 원 정도에 이릅니다. 그리고 이 결과를 우리나라 전체 갯벌(약 2,500km²)로 단순 확장해서 계산해 보니 K-갯벌이 가진 총인에 대한 자연정화 능력의 경제적 가치가 연간 ~4천억 원에 이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총인이라는 한가지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갯벌의 경제적 가치가 이 정도라면 수많은 오염물질을 정화해 주는 K-갯벌의 가치는 상상 그 이상일 것입니다.

<마산 봉암갯벌의 자연정화 능력 평가 연구, 서울대학교 해양저서생태학 연구실(2018)>

K-갯벌 보전 정책 본격 시동
바람직한 방향은?

지난 반세기 K-갯벌은 간척과 매립의 최대 희생양이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과학자, 정책수립자, 그리고 국민 모두 K-갯벌의 정확한 가치를 그동안 몰랐기 때문이죠. 사실 우리나라에서 갯벌 연구가 시작된 것은 불과 40여 년 전인 1980년대 초반 정도입니다. 그리고 갯벌의 생태계서비스 연구 역사는 불과 10년도 채 안 되었고요. 다행히 최근 K-갯벌에 대한 세계적 연구성과가 잇따라 언론에 보도되면서 K-갯벌의 진가가 알려지게 됐죠. 우리는 이제 K-갯벌의 무한한 생태적 가치를 알게 되었습니다. 전 세계인은 ‘머드맥스’를 보며 K-갯벌을 찾아오기 시작했다는 점이 너무 기쁘고 뿌듯하며 감사합니다.
이제는 갯벌 보전과 복원을 통한 ‘해양생태계서비스’ 증진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그간 정부가 추진한 K-갯벌의 복원 면적은 지난 반세기 사라졌던 갯벌 면적의 수%에 불과합니다. 네덜란드, 독일, 덴마크 3국은 이미 1980년대 초부터 ‘와덴해’를 공동 관리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갯벌을 현명하게 활용하고 있습니다. 와덴해는 세계자연유산 등재 이후 최근 연간 1,000만 명의 관광객과 7조5,000억 원이 넘는 관광수익을 올리기도 했다죠. 미래에는 K-갯벌이 한류를 넘어 대한민국의 ‘부’를 창조하고 국민의 ‘웰빙’에도 이바지하는 새로운 한류 슈퍼스타로 거듭날 거란 기대도 해봅니다.

김종성 교수

프로필(Profile)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블루카본사업단장
서울대학교 해양환경영향평가연구단장
서울대학교 연안융복합연구센터장
(사)한국해양한림원 석학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