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NE
#3 – Insight Table
바닷속에 잠들어 있는
해양문화재에 호흡을 불어 넣다
해양문화재에 호흡을 불어 넣다
지구 면적의 80%를 차지하는 바다. 그 안에는 해양생물의 탄생과 생애 그리고 진화의 역사가 녹아 있기도 하지만, 저 바다 밑 수천 년간 침적된 토양 속에는 우리네 선조들이 바닷길을 삶의 터전 삼아 생을 영위했던 생활의 역사도 잠들어 있다. 오늘 만난 국립해양유산연구소의 유물과학팀 양순석 팀장은 30여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바다가 품고 있는 유물을 발굴 보존해 대중에게 공개해 왔다. 우리나라 최초의 수중 발굴선인 신안선을 비롯해 가장 오래된 선박인 영흥도선 통일신라 시대 선박까지 역사의 시간을 거슬러 오늘이라는 현재 위에 재현해 낸 그 지난한 과정을 살펴보도록 하자.

Q1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 및 국립해양유산연구소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국립해양유산연구소 유물과학팀 팀장인 양순석 학예연구관입니다. 국립해양유산연구소는 1976년 신안선이 발굴된 이후 유물 보존 처리를 위해 81년도에 국립문화재연구소 부설 ‘목포보존처리장’이라는 이름으로 개설됐습니다. 당시에는 신안선의 선체만 저희 기관에 귀속이 돼서 고선박보존처리소의 역할을 수행했었고요, 이후 1994년 국립해양유물전시관이 개관하면서 기관이 확대가 됐고, 2007년도에 국립해양유물전시관에서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로 명칭이 변경되었습니다. 그리고 2024년도인 올해 국가유산법 시행에 의해 국립해양유산연구소로 명칭이 최종 변경되었습니다. 저희 연구소는 국내 유일의 수중문화재 발굴 조사 기관이자 고 선박을 처리할 수 있는 기관입니다.

Q2 보존처리 후 실물 복원된 신안선 선체가 국립해양유산연구소 내 목포해양유물전시관에 유물과 함께 전시되어 있다고 들었습니다. 신안선의 보존처리와 실물 복원은 어떻게 이루어졌으며, 신안선이 가지고 있는 문화유산적 가치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신안선은 원나라에서 건조하고 1323년 출항한 배고요, 가마쿠라시대 일본 하카다로 가다가 서해 부근에서 표류돼 침몰하였습니다. 신안선이라는 배 한 척으로 다양한 역사적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원나라 유물 외 고려청자 9점이 실려있는 것을 보았을 때 고려시대 당시 국제 무역이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확인해 볼 수 있고요, 해상 무역로와 국제간 무역 관계 등도 두루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화유산적 가치가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안선은 1975년 어로 작업을 하시던 분이 그물에 걸려온 유물을 보고 신고를 해주셨기 때문에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국내에 수중 고고학자가 한 명도 없었어요. 육상 고고학 전공자들만 있었기 때문에 결국 해군의 도움을 받아 1976년부터 수중 발굴을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9년간 10차례에 걸쳐서 발굴을 진행했고요, 복원 기간 10년, 보존처리 20년 해서 전시까지 30년 이상 소요됐습니다.
보존처리 과정은 보통 탈염 작업을 시작으로 탈염 세척이 완료 되면 경화 처리에 들어가고요, 그 이후에 건조 처리 표면 처리 복원으로 이어집니다. 신안선 같은 경우는 표면 처리 복원에 10년이 걸렸어요. 720편이라는 선체 조각들이 한꺼번에 나오다 보니까 한 번에 보존처리 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죠.
발굴 과정도 쉽지 않았답니다. 신안선이 묻혀있던 곳이 조류도 세고 시야도 탁해서 수심 2~3m만 내려가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저도 두세 번 정도 발굴에 참여했었는데, 뿌연 바닷속에서 손으로 바닥을 더듬어 가면서 발굴했어요. 발굴 기간이 길었던 이유를 이해하시겠죠?

Q3 태안 앞바다에서 발견된 유물과 그 유물들이 전해주는 역사적 의의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선박 중 인천 영흥도 앞바다에서 발견된 영흥도선이 통일신라 시대 선박으로 가장 오래된 선박이고요. 그 다음이 태안 마도선입니다. 마도선 안에는 백제시대 유물뿐 아니라 고려시대, 삼국시대, 조선시대 인물과 유물이 있어 오랜 시간을 관통한 정보를 확인해볼 수 있어요. 백제 시대 신발형토기 등을 비롯해서 고려시대 기와편, 인물 등이 발굴됐어요. 선박 안의 부뚜막을 보면 폐기된 백제시대 기와와 고려시대 기와편이 섞여 있어요. 오랜 항해 기간 동안 밥은 지어 먹어야 하니까, 배가 타지 않게 기와편을 가지고 흙을 쌓아서 화덕을 만들었던 거죠. 그렇게 전 시대의 기와 위에 새로운 기와들이 덮이면서 하나의 화덕 속에 여러 시대의 기와가 섞이게 된 거예요.
Q4 군산 선유도에서 선사시대부터 백제시대까지 상통하는 유물들을 발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청동기 간돌검, 삼국시대 토기, 후백제 기와 등 폭넓은 시기를 아우르는 유물이 한 장소에서 발견된 것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유물 발견 지역은 95% 이상이 서남해안이에요. 왜 그럴까요? 그건 바로 유물이 매장될 수 있는 좋은 환경인 갯벌이 발달했기 때문이에요. 동해 같은 경우는 수심이 깊고 우리가 말하는 갯벌이 없어요. 거의 암반이거나 모래층이죠. 그런데 고선박은 유기물이잖아요. 바다 생물에 의해서 파괴가 되고 미생물에 의해서 파괴가 되는데, 갯벌에 매장될 경우 노출이 되지 않기 때문에 파괴되지 않고 온전하게 오랜 시간 동안 매장돼 있을 수 있었던 겁니다.
그리고 옛 항로 대부분이 수도를 중심으로 연결됐기 때문에 개경이나 한양 쪽 즉 서해안을 타고 많이 올라갔어요. 그래서 서남해안 쪽에 많은 선박 유적들이 있는 거예요.
Q5 바닷속에서 발견된 유물들의 종류에 따라 고고학적인 연구는 어떻게 진행되나요?
신안선 같은 경우 문자가 적힌 나무 조각인 목간(木簡)도 발굴됐어요. 360여 점이 발굴 됐는데 무역품 화물표로 쓰였습니다. 목간의 앞면과 뒷면에는 물품 이름과 수량, 화물주, 날짜 등이 적혀 있고요, 그중 121점에서는 1323년을 뜻하는 ‘지치삼년(至治三年)’ 4월 2일부터 6월 3일까지의 날짜가 쓰여 있었기 때문에 신안선의 향해 시기와 무역품 구입 시기 등을 밝혀낼 수 있었답니다. 태안선에도 연호가 기입된 목간들이 발굴됐어요. 이를 통해 강진에서 출발해서 개경으로 가는 선박이라는 것과 정해년이라는 연도도 알 수가 있었죠. 다른 선박들도 마찬가지예요. 목간들을 바탕으로 연대를 측정하고 이동 경로를 확인하는 거죠.
Q6 수중 문화재 발굴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일반적으로 육상 발굴하고 비슷하게 발굴이 진행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지표 조사 후에 발굴 작업이 진행되는 거죠. 하지만, 환경적인 조건이 다르기 때문에 조류와 수압에 따라 잠수사가 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 달라져요. 그래서 육상 발굴에 10명이 필요하다면 수중 발굴에서는 20~30명이 필요합니다. 잠수에는 한계 시간이 있기 때문이에요. 발굴은 육상하고 비슷한데 수중에서도 그리드를 쳐요. 구역을 표시하고 토층 몇 미터에서 나왔다고 적어 놓은 뒤에 발굴을 하는 거죠. 수중 제토 작업은 에어리프트나 진공 흡입 펌프 등을 사용하는데요, 발굴 규모나 크기에 따라 달라져요. 뭐. 작은 유물을 발굴 할 때는 저희도 호미질하니까 발굴 방법은 대동소이한 거죠. 결론적으로는 발굴 방법은 비슷하나 육상에서 1년 걸릴 걸 수중에서는 4~5년이 걸린다고 보면 됩니다. 수중 30m에서 무감압으로 작업할 수 있는 한계 시간은 하루에 20분 정도밖에 안 되기 때문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거죠.
Q7 해양 환경 변화로 인해 바닷속에 매장된 유물들은 어떠한 영향을 받을까요?
조류나 해양 개발로 인해 방파제가 만들어지면서 동해안의 모래가 쓸려나가고 서해안의 갯벌이 점차 사라지면서, 잠겨있던 유물들이 노출되고 훼손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해양 개발을 할 때 해저 지형이 변화하면서 환경이 변화되기 때문에 사전에 지표 조사를 하고 공사를 하다가도 수중문화재가 나오면 신고해서 발굴할 수 있게끔 하게끔 돼 있습니다.

Q8 마지막으로 해양문화재의 중요성과 이를 품고 있는 바다의 가치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육지가 개발된 만큼 해양은 개발되지 않았어요. 이제 시작 단계라고 할 수 있죠. 삼면이 바다인 만큼 그 안에 잠재되어 있는 역사적 사료들은 상상을 초월할 거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발굴된 선박이 14척 정도밖에 되지 않은데, 얼마나 많은 선박들이 바닷속에 잠들어 있을까요? 경제적인 가치만 해도 어마어마합니다. 그래서 해양은 육지보다 더 밝은 미래 가능성을 품고 있는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성장의 원천으로도 엄청난 가치를 가지고 있는 거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