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NE
#1 – Theme①

K-바다의
특별한 생태적 가치

글. 김종성 박사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언제나 옆에 있는 바다

우리는 당연함에 익숙해서 고마움을 표시하지 않죠. 자연이 주는 빛, 공기, 물, 흙, 그리고 숲과 나무 등 우리의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소중한 것들이 많은데 말이죠. 바다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인간에게 무한한 혜택을 주는 고마운 존재입니다. 그러나 그 가치와 인식은 최근에야 조금씩 커지고 있는 것 같아요. 우리 식탁에 오르는 각종 해산물은 최근 ‘블루푸드’란 이름으로 사랑받고 있죠. 휴가철이면 누구나 찾는 서해, 남해, 동해의 바닷가, 그리고 기후위기 시대 마지막 보루로 최근 슈퍼스타로 떠오른 탄소 먹는 갯벌, 모두 최근에야 인정받고 사랑받는 ‘K-바다’의 국보급 보물이 됐죠. 특히, 한반도 주변에는 이렇게 고마운 K-바다가 삼면에 무지개처럼 펼쳐져 있습니다. 그 바다를 구성하고 지탱하는 ‘K-해양생물다양성’은 최근 세계적으로도 독보적임이 입증됐습니다.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 바다와 생물은 전 세계적으로도 특별할 수밖에 없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겠죠? K-바다의 특별함을 생태학적 관점에서 살펴보도록 하죠.

우리나라 바다가 특별한 이유는 해양환경과 생태적 특성에서 해외 유수의 바다와는 차별되는 몇 가지 특성이 있습니다. 우선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가 중요합니다. 즉 우리나라 삼면에 펼쳐진 서해, 남해, 동해, 그리고 제주해까지 지형, 지리, 기후, 조차, 해류, 퇴적상등 많은 부분이 서로 다르고 그 차이도 크다는 점입니다. 바다 환경은 곧 생물에게는 살아가야 하는 서식처(산란장)인데, 그 서식 환경이 다르다는 점은 그곳에 서식하는 생물이 다르고 그 종류도 다양함을 뜻합니다. 예를 들면, 해양생물의 서식 환경을 결정하는 주요한 요인들로 조석 간만의 차, 지형·지리, 수심, 염분, 영양염 등이 있는데, 이러한 요인(조건)이 삼면의 바다에 걸쳐 모두 다르므로 해양생물의 종수와 개체군 분포와 밀도 등이 모두 약간씩 달라지는 겁니다. ‘다름’은 다양하고 건강함을 뜻하고, 그래서 우리나라 K-바다는 생태학적으로 매우 다양하고 건강하게 된 것이죠.

유네스코도 인정한 풍요로운 생명의 서해

우리나라는 한강, 영산강, 금강으로부터, 그리고 북한은 압록강, 청천강, 대동강으로부터 막대한 양의 토사가 서해로 끊임없이 유입됩니다. 조차가 크고(약 3-9m; 인천-목포까지만), 경사가 완만하며(<~1도), 수심이 낮아(~45m) 서해로 유입된 토사는 그만큼 더 넓은 갯벌을 형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서해는 다른 해역에 비해 대규모의 갯벌(~2,100km2) 조간대가 잘 발달하게 됐죠. 물론 서해, 크게 보면 우리나라와 중국 사이에 있는 황해(黃海)의 광활한 갯벌을 만들어준 것은 중국의 황하, 양쯔강 등 수십 개의 황해 주변의 크고 작은 강에서 유입된 토사가 많다는 점도 중요합니다. 여하간 서해 갯벌은 마지막 간빙기가 시작된 1만 년 전부터 지금까지 한반도 주변의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서해로 운반된 토사가 차곡차곡 쌓여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해요. 퇴적학 연구에 따르면 서해 갯벌의 나이 는 대략 7-8천 년 정도로 추정됩니다.
최근 한국의 갯벌이 유럽의 네덜란드, 독일, 덴마크가 공유하는 와덴해(~4,700km2)에 이어 갯벌로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습니다. 다만 서천, 고창, 신안, 보성·순천 갯벌(~1,300km2) 4개 지역만 등재됐다는 점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유네스코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한국 갯벌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했다고 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경관’적 우수성입니다. 끝없이 펼쳐진 광야에서 하늘 가득 화려한 군무를 자랑하는 철새 떼와 갯벌 위를 벅차오르는 망둑어의 비상, 그리고 쉴 새 없이 어깨춤을 추는 각종 게류의 만세 행진 등 바다의 위엄과 생명의 아름다움이 서해 갯벌의 경이로움을 만들어냈다고 할 수 있죠.
그러나 해양생태학자로서 두 번째 이유인 ‘해양생물다양성’ 측면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바로 서해 갯벌이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 경로’의 주요한 기착지로서 그 생태적 중요성이 인정됐다는 점인데요. 전 세계적으로 철새이동 경로는 크게 9개가 있는데, 그 중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 경로가 가장 많은 철새가 이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죠. 러시아 극동지방과 미국 알래스카로부터 동아시아, 동남아시아를 지나 호주, 뉴질랜드에 이르는 22개국을 지나는 엄청난 규모라고 해요. 그런데 한국의 갯벌이 이들 철새가 쉬어 가는 주요 기착지 중 하나라는 겁니다. 총 210개 이상의 개체군(무리)과 5천만 마리 이상의 철새가 바로 서해 갯벌에서 먹이를 보충하고 휴식을 취한다고 해요. 특히, 검은머리물떼새, 황새, 흑두루미 등 세계적 멸종위기종으로 보호가 시급한 지금 서해는 이들 철새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보금자리인 거죠.
그런데 그 수많은 철새가 왜 하필 우리나라 서해 갯벌을 거쳐 가는 걸까요? 앞서 언급한 대로 철새에게는 쉬면서 에너지를 보충해줄 먹이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그 주요 먹이인 ‘저서무척추동물’이 우리나라 서해 갯벌에 많다는 사실이 중요하죠.
최근, 우리는 서남해 갯벌에 서식하는 저서무척추동물이 1,000여 종이 넘는다는 사실을 학계에 보고한 바 있습니다. 세계 제1의 갯벌로 알려진 와덴해 갯벌에 서식하는 500 여종의 저서무척추동물 수보다 무려 2배 이상 많은 거죠. 그런데 여기서 더 중요한 사실이 있습니다. 서해에는 철새가 가장 좋아하는 먹잇감인 갯지렁이, 이매패류(바지락, 동죽, 가리맛조개 등), 갑각류(칠게, 농게, 쏙 등)와 같은 연성 저질에 서식하는 저서무척추동물이 유독 많다는 사실입니다. 더구나 저서무척추동물은 갯벌 표층에 서식하는 저서미세조류를 주로 먹고 사는데, 최근 우리는 서해 갯벌의 저서미세조류 일차생산력이 세계 평균의 2배에 이를 정도로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결론적으로 서해 갯벌의 생태적 우수성은 철새만이 아니라, 철새와 저서무척추동물, 그리고 저서미세조류까지 갯벌생태계 전체 먹이망 구조와 그 기능이 우수하다는 점이 핵심인 거죠.

광할한 갯벌의 서해

우리 땅 독도를 품은 천혜의 어장 동해

동해는 수심이 깊고, 조차가 작으며, 바다로 유입되는 강이 적어 해수 내 부유물질의 양이 낮은 점 등이 우리나라 다른 바다와 크게 다른 특징이라 할 수 있어요. 동해는 약 3,000만 년 전 일본열도가 한반도 북쪽 주변부에서 떨어져 나가면서 크고 깊은 바다가 열리면서 형성됐다고 해요. 동해 면적은 약 100만km2)로, 서해보다 2.5배, 남해보다 130배 이상 큽니다. 한반도 면적이 22만km2)니까 육지의 5배가 넘는 매우 큰 바다인 거죠. 동해의 평균 수심은 약 1,684m이고, 가장 깊은 곳은 거의 4,000m라고 합니다. 조차가 작고 (<1m), 경사가 가파르며, 해안선은 단조롭고, 수심(~1,500m)이 깊은 것이 주요 해양환경 특징이라고 할 수 있죠. 그래서 동해에는 암반(바위)이나 모래 해변이 많이 발달하게 됐고, 그래서 서해와는 매우 다른 서식처와 생물상을 갖게 된 것입니다. 즉, 동해 바닷가는 연성 저질에 서식하는 저서동물보다는 암반에 부착해서 서식하는 고둥, 따개비, 홍합, 굴, 거북손, 바위게 등 경성 부착생물이 많이 살고 있어요.

동해의 해양환경 특성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난류와 한류가 교차한다는 점입니다. 쿠로시오 해류는 적도에서 발생하는 고온, 고염의 난류인데, 필리핀 북부, 대만을 거쳐 우리나라로 유입됩니다. 쿠로시오 해류가 우리나라 남해에 가까워지면서 ‘대마난류’로 나뉘고, 대마난류는 다시 쓰시마 섬을 지나면서 우리나라 동해안을 따라 북상하는 ‘동한난류’와 일본열도 서편을 따라 북상하는 ‘쓰시마난류’로 나눠집니다. 동한난류는 울릉도, 독도 해역에서 러시아 연해주를 지나 내려오는 ‘북한한류’와 만나게 되는데 바로 이곳이 ‘조경 수역’입니다. 조경수역에서는 일반적으로 각종 영양염 성분이 풍부하고, 난류와 한류 두 수괴의 온도와 염분 차이로 밀도가 변화되면서 바닷물이 수직으로 교환되는 용승 현상이 일어나죠. 즉, 한류와 난류에 들어있는 여러 가지 영양염(먹이), 용존산소, 그리고 플랑크톤이나 물고기 유생이 잘 섞이게 됩니다. 영양염과 용존산소량이 많으니 물고기에게는 낙원과 같은 장소가 되고, 우리에게는 황금어장인 셈이죠. 나아가 동해의 조경수역은 난류가 강한 여름에 북상하고, 한류가 강한 겨울에 남하하므로 계절에 따라 조경수역 범위가 변하고 넓어지는 효과가 생깁니다. 황금어장이 많아지는 것이죠. 한편, 동해는 최근 아열대화로 난류성(오징어나 대게) 어종이 많아지고 한류성(명태나 청어) 어종은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고 합니다. 동해의 해양생태계가 향후 어떻게 바뀔지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네요.

동해에서 울릉도와 독도를 빼놓을 수 없겠죠? 특히, 독도 바다에는 고유종도 많고 대형저서무척추동물도(~700종) 많이 살아가고 있어 세계적으로 매우 우수한 바다생태계를 자랑합니다. 지난 과월호에 언급하였지만, 중요한 점은 독도의 해양생물상이 우리나라 동해와 유사하고 일본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생태적으로도 독도는 우리 땅임을 잊지 말았으면 해요.

동해 울릉도 앞바다

다도해의 아름다운 절경과 제주를 품은 남해

남해는 땅끝에서 새롭게 펼쳐지는 수려한 다도해의 절경이 일품입니다. 우리나라는 인도네시아(1만5천여 개), 필리핀(7천100여 개), 일본(6천8백여 개)에 이어 4번째로 섬을 많이 가진 나라로 알려져 있죠. 통계마다 차이는 있지만, 한국은 대략 3,300개가 넘는 섬이 있다고 해요. 그리고 남해에만 2,200여 개가 분포하고 있어 매주 1곳씩만 가도 60년 이상 소요될 정도로 많죠. 남해의 수많은 섬은 서해가 만들어지기 시작한 약 1만 년 전쯤 해수면이 높아지면서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남해의 해안선은 자연스럽게 구불구불한 ‘리아스식’ 해안이 될 수밖에 없었고, 그 복잡한 해안선을 따라 다양한 지형이 만들어진 것이죠. 남해 해안선은
섬을 제외한 직선거리에 비해 약 8.8배 큰 2,251km가 되면서 서해(약 7배)보다 더 심하게 구불구불한 연안선을 갖게 되었어요.

또한 남해는 낙동강, 섬진강, 그리고 중국 양쯔강과 같은 대규모 강의 영향으로 토사 공급도 비교적 원활하여 일부 지역의 경우 갯벌도 잘 발달하였습니다(약 400km2). 이렇게 남해는 서해와 동해를 아우르는 복합적 해양환경 특성을 보인다는 점이 특별합니다. 다시 말해, 남해는 암반(섬)과 갯벌, 그리고 섬 생태계가 조화를 이루며 다양한 해양생태계를 갖추게 된 것이죠. 실제 우리 연구팀이 최근 전수조사한 전국 연안의 대형 저서무척추동물 출현종 수가 이를 증명해 줍니다. 출현종 수는 남해(1,103종)가 가장 많고, 서해(829종), 동해(621종) 순으로 나타났거든요.

남해가 서해, 동해와 달리 특별한 이유가 하나 더 있어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섬인 ‘제주도’가 있다는 사실이죠. 제주도는 독도만큼이나 한국인에게는 정이 가고 이국적이란 점에서 누구나 한번 꼭 가보고 싶은 장소라 생각해요. 특히 제주도는 지리, 지형, 기후, 생태계 측면에서 모두 특별하다는 점에서 과학자에게도 매우 매력적인 탐구 지역입니다. 화산섬이란 특별한 지형적 특성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한라산을 가지고 있으며, 주변으로 화산재 지대나 화산 분화구 등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지역이 많죠. 기후 측면에서 보면 고산지대부터 해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수목의 산림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도 생태적으로 특별합니다. 특히, 육지에서 보기 어려운 아열대성 수목이나 토종 야생화 등도 매력적이죠. 해양생태계도 당연히 특별하겠죠? 제주도 서쪽으로 수심이 얕은 서해로 이어지고, 동쪽으로는 수심이 깊은 동해로 이어지면서 서해와 동해의 특성을 고루 갖춘 다양한 해양환경과 생물상을 갖게 됐다고 합니다.

다도해의 남해

극한 환경의 K-바다를 이겨낸 장한 K-생물

우리나라 K-바다는 이처럼 서로 다르고 복잡하며 또한 역동적인 개성을 가진 삼면 사색의 무지갯빛 바다라는 점에서 세계적으로도 독특하고 특별한 바다임이 분명합니다. 몬순기후, 반도라는 지리적 특성에 의해 계절에 따라 풍성류(바람에 따른 표층수의 흐름)의 방향이 바뀌고, 난류와 한류가 섞이면서 혼재 혹은 우세 지역이 바뀌며, 삼면의 바다에 다양한 퇴적층이 존재하고, 밀물과 썰물이 반복 되면서 극한의 생존조건까지 그야말로 역동적인 해양환경이 아닐 수 없죠. 그 극한의 K-바다의 해양환경을 이겨내고 적응하면서 꿋꿋이 버티어 살아남은 1만 5,000여 종의 K-해양생물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우리 모두 특별한 우리나라만의 바다와 더욱 특별한 우리나라만의 생물을 잘 지키고 보전하여 후세에게 잘 물려주어야겠습니다. 바다와 바다로부터 얻는 최고의 혜택인 ‘해양생태계서비스’가 미래에도 영원히 지속되기를 바라봅니다.

김종성 교수

프로필(Profile)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서울대학교 블루카본사업단장
서울대학교 해양환경영향평가연구단장
서울대학교 연안융복합연구센터장
(사)한국해양한림원 석학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