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INE
#2 – Insight Table

해저 탐사 6,000여 미터 영역의 지평을 넓힌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이판묵 박사

저 먼 심해 어딘가, 빛 한 점 들지 않는 수천 미터 아래의 해저 공간 어딘가, 저마다의 생존방식으로 진화해 온 해양생물들이 존재하고 있다. 여전히 베일에 쌓인 채, 인간의 연구 영역에서 벗어난 채 말이다. 하지만, 2007년 어느 날 국내 최초로 무인 잠수정 해미래가 바닷속 어둠을 뚫고 6천여 미터 심해 탐사에 성공하였다. 그 탐사의 선봉에 서서 심해로 가는 길을 연 이판묵 박사를 만나보도록 하자.

Q1 해양플랜트연구소에 근무하시면서 2007년에 세계 네 번째로 6,000m 심해를 탐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이 탐사 투입되었던 해저로봇인 무인잠수정 ‘해미래’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제가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에서 근무한 지 벌써 40여 년이 되었는데요. 처음에는 진동 공학을 연구하다가 ROV(Remotely Operated Vehicle) 즉 컨트롤러(Controller)를 통해 원격으로 조종이 가능한 무인 잠수정인 ‘해미래’를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20여 년이 지금도 해저 광물에 대한 중요성이 논의되고 있지만, 그 당시에도 해저 생물자원과 광물자원의 중요성이 부각되며 탐사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2001년 국가과제로 해미래 개발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5년 프로젝트였지만, 2007년에 완성을 했으니 결국 6년이라는 시간이 소요됐어요. 해미래 개발 이전에는 원하는 곳을 탐사한다기 보다는 대략적인 위치를 지정하고 기구를 내려 시료만 채취해 올리는 게 일반적이었는데, 해미래가 개발된 이후에는 원하는 위치를 직접 화면으로 보면서 촬영도 하고 생물 및 광물도 채취하는 등 연구자료로서의 가치도 훨씬 높아졌습니다. 정확한 데이터를 추출해낼 수 있기 때문이죠.

Q2 해저 6,000m 첫 탐사 당시 열수분출공과 해저면, 그리고 생물 탐사와 시료 채취를 시행했다고 들었습니다. 탐사 결과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해미래의 첫 탐사 지점은 필리핀 동쪽 마리아나 해저 분지로 정했습니다. 열수분출공 지역이 생태학적으로 연구 가치가 높기 때문이었습니다. 열수분출공 틈새로 블랙 스모커가 뿜어져 나오는데, 그 블랙 스모커 안에 광물질 가루들이 섞여 있어서 주변에 농도 짙은 광물들이 퇴적돼 있거든요. 또 그 주변은 따뜻한 물이 나와서 다양한 생물이 모여 살기도 해요. 열수분출공 주변으로 또 다른 생태계가 형성되는 거죠. 열수분출공에서 나오는 황을 분해해서 에너지로 만드는 생물들이 서식하기도 하고요. 앨빈고둥(Alviniconcha sp.), 열수새우(Chorocaris sp.), 그리고 Actinostolidae과에 속하는 심해말미잘을 비롯해서 심해 장어, 눈먼게(Austinograea sp.) 등도 발견됐고요, 망간, 니켈, 코발트 등 희귀 광물 시료도 확보했답니다.

Q3 해미래가 처음으로 입수한 뒤 탐사를 마치고 무사 귀환할 때까지의 과정을 회상해 본다면?

연구 제작 과정에서 부수고, 태워 먹기도 하면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어요. 한 번은 전기 모터 센서 안에 물이 들어가지 말라고 고무 패킹같은 ‘오링’이라는 것을 실린더에 감아서 넣어야 하는데, 이 ‘오링’이 너무 비싼 데다가 실린더에 감으면 기계 안에 삽입이 잘 안 되니까 팀원이 그냥 끼워 넣은 거예요. 그걸 들고 수심 10m에 넣고 테스트를 했는데, 괜찮다가도. 바다 나가서 200m 이상 들어가면 물이 새서 기계가 다 타버리는 거예요. 왜 그럴까? 고민을 하면서 그러기를 몇 차례 반복하다가 알게 됐죠. ‘오링’을 끼워 넣지 않았다는 거를요. 작업한 본인도 마음이 불편했는지 결국은 이실직고 하더라고요. 하하.
어찌됐든 처음 개발할 때부터 6천미터 급으로 개발을 해서 시운전 하기 위한 장소로 마리아나 해구 근처로 향했어요. 그런데 시운전을 위해 이동을 하는데 태풍이 2개나 지나가더라고요. 2주 안에 일정을 마쳐야 하는데 태풍은 연달아 오지…태풍이 없는 다른 지역으로 돌아가려면 일정은 맞출 수가 없지, 마냥 기다리다가는 아무것도 못하고 그냥 돌아오게 생겼지. 그래서 작업이 가능한 맥시멈 지점을 가서 해미래를 내렸는데, 그 지점이 5,880m였어요. 우여곡절 끝에 기간 안에 탐사를 마치고 무사 귀환할 수 있었죠.

다알리아말미잘 채집

Q4 현재 국내 해저로봇 개발 수준은 어떠한가요? 그리고 이로 인해 바뀔 우리의 미래는 어떠하다고 생각하시나요?

열수 분출공 주변에 황을 먹고 사는 박테리아들이 있어요. 그리고 그 박테리아를 먹고 사는 생물들이 있고요. 그런 식으로 생태계가 확장 형성되었어요. 광합성을 하는 생물, 그리고 스스로 화학적으로 합성하는 생물들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 ‘인류의 발생도 유추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몇백만 년 동안 쌓인 해저 광물 속에 미래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농축돼 있을 거라고 보고요.
멀지 않은 나라 일본에서는 유인잠수정을 타고 심해 속 생물을 산 채로 지상으로 데리고 나온 뒤 연구실 내에 심해와 똑같은 환경을 만들어 놓고 배양, 연구하고 있어요. 그런데 저희들이 심해 1,500m의 생물을 베이트 트랩으로 채집해 보았는데, 희한하게 쇼크로 죽더라고요. 온도 때문인지 압력 때문인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산채로 지상으로 채집해 올리는 기술을 개발해서 직접 배양하고 연구하다 보면 심해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 개발에 더 박차를 가해야 되겠죠?

Q5 마지막으로 우리나라 바다와 그 바다에 서식하는 해양생물의 가치와 가능성에 대해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2015년경 해미래로 동해바다를 탐사한 적이 있어요. 2,000여 미터를 내려갔었죠. 동해바다는 풍요로운 어장이에요. 물고기들이 많이 사는 곳은 마린스노우(Marine snow)라고 생물의 배설물이나 사체들이 눈처럼 하얗게 둥둥 떠다니거든요. 이것만 연구하시는 분도 있고요. 그런데 태평양 바다 등을 가보면 물고기가 안 보여요. 그래서 물이 참 맑아요. 하지만, 동해바다 탐사를 나가면 마린스노우 속 다양한 해양생물을 보게 돼요. 자주 보는 해양생물 중에 Liponematidae과에 속하는 다알리아말미잘이라고 있는데, 응원할 때 쓰는 알록달록한 솔처럼 생겨서 볼 때마다 참 예쁘게 생겼구나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같이 갔던 생물학자 분께서 처음 보는 생물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다알리아말미잘 외에도 아직 미발견된 해양생물들을 모른 채 지나친 적이 있지 않았을까?’라고 말이죠. 동해바다는 제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것 같아요. 생물종이 다양하기 때문에 연구할 수 있는 영역도 다양하고요. 하지만, 인간의 힘으로 도달할 수 있는 수심은 한계가 있어서 잠수정을 활용한 탐사가 더 활발히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컨트롤러 없이 스스로의 지능으로 심해를 탐사할 수 있는 무선 잠수정이 개발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