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탑 내부

MARINE
Special Theme

블루카본,
탄소중립 시대의 새로운 해법

글. 최기석 이학박사 (국립해양생물자원관 ESG소통협력실장)

탄소가 일으키는 기후변화

바야흐로 ‘탄소의 시대’이다. 조금 더 정확히는 탄소가 지배하는 시대라 표현하는 게 맞을 것이다. 아주 오래전 시아노박테리아의 광합성을 가능하게 하여 생명의 탄생을 이루었고, 화석에너지의 사용으로 말미암아 인류에게 번영을 안겨 주었던 탄소가 이제 새로운 국면에서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원자번호 6번의 탄소는 우주에서는 4번째, 그리고 지구에서는 14번째로 많은 원소이며 다른 원소와 결합해서 무려 천만 가지 이상의 화합물을 형성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는 생물체를 구성하는 기본 원소로서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등의 재료로 그 역할을 한다.

다이아몬드나 흑연 같은 물질은 대표적인 고체 상태의 탄소이다. 또한, 생물체를 유지하는 기본요소인 탄소는 동물이나 식물 내에 많이 포함되어 있어서 고대의 생물이 죽고 땅에 묻혀 오랜 시간 동안 열과 압력을 받으면 석탄이나 석유의 형태로 지층에 저장된다. 한편 탄소는 기체 상태로 존재하기도 한다. 탄소원자 한 개가 두 개의 산소원자와 결합하게 되면 바로 이산화탄소가 되는데 이 이산화탄소는 아주 강력한 온실가스이다. 생명체 내의 탄소가 지층에 묻혀 석탄이나 석유와 같은 탄소가 되고, 이 화석연료 형태의 탄소가 바로 인간 활동을 통해 다시 대기로 배출되어 대기 중 탄소의 양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산화탄소의 배출 시나리오에 따른 지구 평균온도의 상승폭이 동시에 증가하는 패턴을 통해 지구온난화의 주범이 바로 이산화탄소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시대의 화두, 탄소중립(Carbon neutrality)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는 탄소순환에 대한 개념을 알 필요가 있다. 생태계에서 탄소는 그 자체로 에너지다. 식물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광합성을 한다. 이는 수중 생태계의 식물 또한 마찬가지다.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유기물을 합성하면 이 유기물 내의 탄소는 먹이망을 통해 초식동물과 육식동물에게 순차적으로 이동한다. 이들을 생태계에서 생산자 그리고 소비자라고 한다. 생명체가 죽게 되면 이들 체내의 탄소는 다시 그들의 사체 내로 이동하며 이 탄소들은 생태계 내의 분해자, 즉 세균 활동에 의해 다시 대기로 배출되는 것이다. 생태계 내에서 탄소의 순환은 에너지의 순환이라고 할 수 있으며 건강한 생태계는 이러한 순환을 통해 탄소의 평형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그러나 여기에 인간의 개입이 생기기 시작했다. 바로 화석연료의 사용을 통한 이산화탄소의 초과 배출이 문제를 일으킨 것이다.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보다 인간의 인위적 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배출되는 초과 탄소가 온실효과를 일으키고 인류의 생존에 영향을 미치게 된 기후변화를 초래하게 되었다. 탄소중립이란 초과 배출되는 탄소를 줄이고, 생태계에서 흡수할 수 있는 탄소를 늘려서 전체의 총량을 ‘0’ 으로 만들려는 개념이다.

해양생물과 해양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 블루카본

탄소는 고체, 액체, 그리고 기체 등 상태에 따라 구분되기도 하지만 색깔로 구분하기도 한다. 바로 탄소의 저장 형태에 따른 시각적 구분이라 할 수 있다. 블랙카본(Black carbon)은 화석연료에 저장되어 있는 카본으로 연소를 통해 분진이나 이산화탄소로 배출되는 탄소를 말한다. 그린카본(Green carbon)과 블루카본(Blue carbon)은 공통적으로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이다. 색깔로 유추할 수 있듯이 그린카본은 육상의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 블루카본은 해양생물 또는 해양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를 말한다.

생태계가 흡수하는 탄소인 그린카본과 블루카본은 어떤 차이가 있는지 또, 이 글의 주제인 블루카본은 그린카본에 비해 어떤 이점이 있는지를 논하자면 단언컨대 경제성을 들 것이다. 연간 약 2.4kg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데 그린카본이 12㎡의 면적이 필요하다면 블루카본은 7㎡의 면적을 필요로 하게 된다. 블루카본은 식재비용 또한 그린카본에 비해 약 20분의 1 정도가 소요될 뿐만 아니라, 자연상태의 블루카본은 별도의 관리비용조차 들어가지 않는다. 염생식물의 경우, 성장 기간 또한 약 1년여 정도로 짧기 때문에 블루카본의 경제성은 그린카본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편익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유엔(UN)과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블루카본의 이산화탄소 흡수 속도는 그린카본에 비해 최대 50배나 빠른 것으로 보고되었다. 바다 속 해초나 해안가 습지식물의 뿌리나 가지 그리고 잎 등 유기물 그 자체에 저장되는 탄소량은 대표적 그린카본이라 할 수 있는 열대우림에 비해 현저히 작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반대로 블루카본은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토양에 저장되는 탄소량이 그린카본에 비해 엄청나게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블루카본이 그린카본에 비해 많은 탄소를 저장할 수 있는 이유는 수중 생태계가 육상의 숲과는 달리 산소를 차단하여 박테리아의 활동을 저해하고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공인한 블루카본은 염습지(Salt marshes), 잘피림(Seagrasses), 그리고 맹그로브(Mangroves)이다. 염습지는 조간대 상부의 칠면초와 같은 염생식물 서식지를 말하며, 잘피림은 조하대의 거머리말이나 새우말과 같은 현화식물 군락지를 말한다. 맹그로브는 열대의 하구나 습지에 발달하는 숲으로 매우 강력한 블루카본이나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블루카본의 잠재적 후보인 비식생 갯벌에 주목한다. 여기서 비식생이라는 말은 식물이 살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식물이 살지 않는 비식생 갯벌의 단위 면적당 탄소흡수량은 염습지나 잘피림보다는 조금 작지만 우리나라 전체를 놓고 볼 때, 갯벌의 면적은 염습지보다 약 70배, 잘피림보다 약 130배 정도 많은 것으로 나타난다.

잘피림(출처: 위키피디아)

탄소중립 실현, 갯벌이 만드는 블루카본

식물이 살지 않는 비식생 갯벌에서 탄소가 흡수되고 저장되는 메커니즘은 과연 무엇일까? 과학자들은 이것을 두 가지 정도로 보는데, 첫 번째는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갯벌 내에서 서식하는 수많은 저서성 미세조류들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며 광합성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생태계의 기능을 유지하는 생산자의 역할을 갯벌 내에서는 수많은 미세조류들이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는 갯벌 무척추동물의 탄산칼슘으로 구성된 갑각이나 패각이 생태계의 먹이망을 타고 순환하는 탄소를 더 이상 순환하지 못하도록 격리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간과했던 갯벌의 기능과 역할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는 것이 다행히 아닐 수 없다.

2021년 한국의 갯벌(Getbol, Korean Tidal Flats)이 유네스코(UNESCO)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되었다. 한국의 갯벌이 생물 다양성의 보존을 위해 세계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의미 있는 서식지 중 하나라는 것을 세계가 인정해 준 결과이다. 갯벌에 철새가 왜 날아들까? 바로 게나 조개 같은 먹이생물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게나 조개 같은 해양 무척추동물들은 왜 풍부할 수 있을까? 바로 이들의 먹이가 되는 유기물들이 많기 때문이다. 유기물이 많다는 건 바로 미세조류와 같은 일차생산자들의 왕성한 광합성 활동 때문인 것이며, 왕성한 광합성 작용은 바로 많은 이산화탄소의 흡수를 전제하게 된다. 따라서 생물 다양성이 높은 건강한 갯벌 생태계는 그것 자체로 거대한 블루카본인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탄소중립 로드맵을 통해 205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324만 톤으로 설정하였다. 해운업이나 수산업을 통해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고, 친환경 해양에너지의 상용화를 앞당기겠다는 목표와 함께 블루카본으로서 갯벌 복원 및 연안습지 식생 복원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갯벌 블루카본을 IPCC에 신규 탄소흡수원으로 공인받기 위해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 주도의 탄소중립 실현 해양분야 거점 마련을 위한 블루카본 연구 전담기관의 건립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국의 갯벌(출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블루카본 실증연구센터’가 들어서다

2023년 5월 31일 발표된 관계부처 합동 ‘블루카본 추진전략’ 에 따르면 블루카본 장기 추진 기반 마련을 위해 국립해양생물자원관 내에 블루카본 연구 국가 총괄을 담당하게 될 ‘블루카본 실증연구센터’를 설치하기로 하였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이미 정부의 해양수산분야 탄소 중립 목표에 달성에 기여하고자 2021년 ‘해양수산생명자원을 이용한 탄소중립 기획 연구’를 시작으로 2022년부터 ‘해양수산생명자원 보전 및 복원 방안 연구’ 를 통해 해양생물 기반의 신규 탄소흡수원 발굴 연구를 수행해 오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 해양생물에 대한 실물사진, 유전자 염기서열, 화학성분 등의 기본 정보와 우리 해양환경에 맞춘 생물량 탄소전환식, 탄소전환계수 등 탄소 정보를 국내 최초로 수록한 『블루카본 탄소흡수원 해양생물』을 2022년부터 매년 발간하고 있다.

작년에 수립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연구종합전략에 따르면 탄소중립을 위한 블루카본 발굴 및 활용 연구의 심화를 기관의 방침으로 추진중인 바, 블루카본 연구를 전담하는 실증연구센터가 들어서는 일은 이곳에 근무하는 연구자로서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향후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기관 고유사업과 국가연구개발사업을 통해 해양생물의 탄소 함량, 및 생물량과 탄소량과의 관계에 관한 관련 연구를 확대하고 지속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2027년 개관할 예정인 블루카본 실증연구센터는 블루카본 연구와 사업의 컨트롤 타워로서 블루카본 연구 국가 총괄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아울러 블루카본 분야 정책 수립을 지원하고, 블루카본 자원의 보전과 관리에 대한 연구를 수행할 뿐만 아니라 블루카본 정보의 통합 및 운영을 통하여 국가 주도 블루카본 연구 네트워크의 중심이 될 것이다.

최완현 국립해양생물자원관장은 탄소중립과 관련해 기존의 블루카본인 염습지, 잘피림에 더해 새로운 해양 탄소흡수원으로 주목받는 갯벌과 갯벌 서식 생물에 관한 특성 연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 서해와 남해에 발달한 갯벌 생태계의 탄소 흡수 능력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하였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블루카본 해양생물자원 책임기관으로의 역할 확대를 통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에 한몫을 담당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아가 ‘탄소의 시대’에 해양생물 다양성을 기반으로 하는 건강한 해양생태계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약속하고 지구와 인류의 구원자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