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탑 내부

MARINE
Marine and people

자연과 생명의 잠재적 가치를 지닌
보고(寶庫)의 땅, 갯벌

5천 년의 역사를 살아온 한국의 갯벌은 우리의 생과 함께 오랜 호흡을 나눠왔다. 월력에 의한 조석 현상으로 형성되는 갯벌은 오염물질을 정화하고, 태풍이나 해일을 막아주는 수문장 역할을 하는 동시에 이상 기후를 야기하는 주원인인 탄소를 저장하는 역할도 담당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갯벌연구센터 황운기 센터장을 만나 세계 5대 갯벌 안에 드는 우리나라 서해· 남해그리고 동해 갯벌의 특징과 보전 가치에 대해 들어보도록 하자.

Q1. 갯벌연구소에서는 어떠한 일은 하나요?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수산과학원의 갯벌연구센터는 국가 유일의 갯벌연구 국립기관입니다. 갯벌연구센터는 국가 연구기관으로 갯벌과 관련된 전반적인 연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면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갯벌 어장 생태계 평가 및 관리에 관한 연구, 갯벌 어장 보전에 관한 연구, 갯벌 어장 환경개선에 관한 연구, 갯벌 어장 생산성 향상에 관한 연구, 갯벌의 수산업 활용에 관한 연구, 갯벌의 수산자원 회복 및 가치 향상 연구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Q2. 갯벌을 연구하게 된 계기가 있을까요?

저는 박사 과정에서 환경을 전공했고, 수산과학원에 입사한 뒤 서해수산연구소에서 환경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그러던 중 2007년 12월경 서해 태안에서 허베이 스피리트 유류사고가 발생했어요. 유류 피해가 발생했던 지역은 우리나라 갯벌의 83.8%를 차지하는 서해의 갯벌이었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갯벌과 관련된 연구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10여 년간 시행했던 어장 환경 개선 사업이나 효과 분석 그리고 생태 모니터링 연구 과제들도 갯벌과 연관돼 있었어요. 각자 업무를 나누어 수행하고는 있지만, 서로가 다 연결돼 있다고 할 수 있죠. 다시 말하면 갯벌 어장의 보전에 관한 연구는 환경개선, 생산성 향상, 생태계 평가, 수산자원과 밀접한 연관이 있습니다.

Q3. 유네스코 자연유산에 등재되고,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로 손꼽히는 우리나라 갯벌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특정 소재지와 상관없이 모든 인류에게 속하는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한 유산을 뜻하며, 그중에서도 자연유산에는 생물학적인 군락, 지질학적 생성물,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 서식지가 등재되는데, 우리나라는 ‘한국의 갯벌’ 이란 이름으로 유네스코 자연유산에 등재되어 있습니다.
미국 동부의 조지아 연안, 캐나다 동부 연안, 북해 연안, 그리고 남아메리카 아마존 유역 연안과 더불어 세계 5대 갯벌로 손꼽히는 우리나라 갯벌은 ‘생물 다양성’에 의한 생태적 가치가 농경지의 100배이며, 오염물질 정화 기능(10㎢ 10만 도시의 하수종말처리장 기능), 기상재해 완충(태풍, 해일) 역할을 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탄소 흡수량이 연간 50만 톤에 달하는데, 30년 된 소나무 7,000만 그루의 흡수량과 맞먹을 정도로 그 존재 가치가 분명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서·남해안 갯벌은 펄, 모래, 혼합갯벌 및 염습지 등 종류가 매우 다양하여 5대 갯벌 중 가장 으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Q4. 우리나라 갯벌의 현 상황과 보전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펼치고 있나요?

갯벌은 생물학적 다양성을 보존하기 위한 탁월한 자연 서식지며,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의 보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갯벌은 약 100여 종의 이동성 물새를 포함하여 2,000여 종이 넘는 생물이 보고될 정도로 높은 생물 다양성을 지니고 있으며, 47종의 고유종과 5종의 멸종 위기 해양 무척추동물이 서식 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보전과 국가 간 물새들의 습지 이동 및 개체 수 보호를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1997년 ‘람사르협약’ 즉 ‘물새 서식처로서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 Convention on Wetlands of International Importance, especially as Waterfowl Habitat)’ 에 가입하였습니다.

Q5. 연구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우리나라 주요 갯벌에는 수온, 염분, 지온, 용존산소 등을 수집하는 센서가 설치돼 있습니다. 보통 3개월 간격으로 가동 및 교체되면서 데이터를 축적합니다. 물리적인 환경 정보를 수집해 주는 거죠. 우리나라 바지락의 45% 이상을 생산하는 지역인 고창 같은 경우는 실시간으로 정보를 전달해 주는 센서를 설치해 놔서 수온 정보 등이 어촌계 전광판에 전송됩니다. 패각류가 온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감시 시스템을 구비해 놓은 거죠. 이를 바탕으로 밀도라든가 출하 시기를 조정하기도 하고요.
때로는 저희들이 직접 현장 조사를 나가기도 합니다. 갯벌의 오염도나 갯벌에 유용한 식물플랑크톤 량을 측정하기 위해 갯벌의 퇴적물을 채취해 오기 위해서입니다. 식물플랑크톤이라는 먹이 생물이 많다는 것은 기초 생산력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다른 생물들이 살기에 좋은 서식지라는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조사 외에 중금속 농도라든가 유기물질 오염 농도 등도 함께 측정을 합니다. 생물들의 생활환경을 자세히 측정을 해야 하니까요.
썰물 때에 맞춰서 최대한 멀리까지 나가 많은 정보를 수집해야 하다 보니 한 번 나가면 화장실도 갈 수가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희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현장 나가기 전날 음수량을 줄이자고도 합니다. 갯벌 한복판에서 발생할지 모를 난감한(?)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자는 거죠. 하하.

Q6. 갯벌에 서식하는 생물 특성 및 종류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갯벌은 이매패류, 갑각류, 다모류, 기타 생물 등 다양한 종류의 생물들이 살아가는 서식처입니다. 그중 갑각류의 세스랑게를 하나 꼽아 설명해 보겠습니다. 세스랑게는 환경을 생각하는 갯벌의 건축가이죠. 이 종은 갯벌에 탑을 쌓아 구멍을 내어 서식합니다. 이 구멍으로 인해 바람이 불 때면 탑 내부까지 공기가 순환하게 되어 환기 작용으로 내부를 항상 쾌적하게 유지시켜준다고 합니다. (이뿐만 아니라 한낮에 태양 복사 에너지의 차단과 열 방출을 통해 지표면보다 최대 5도 낮게 유지 시켜준다고 하죠) 이 정도면 세스랑게가 우리 인간보다 더 나은 게 아닐까요? 우리도 지구의 환경을 꾸준히 생각해야 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Q7. 모래, 펄, 혼합갯벌 등 우리나라 갯벌의 지질이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바다와 육지가 연결되는 갯벌은 조석과 파도 강도에 따라 그 퇴적상이 다양하게 변화합니다. 일반적으로 서해안은 완만한 기울기의 지형을 기반으로, 강한 조석의 영향으로 다양한 입자 크기의 퇴적물이 퇴적하여 모래갯벌, 펄갯벌, 혼합갯벌 등 여러 유형의 갯벌이 형성되었습니다. 반면, 남해안은 지형의 기울기가 크고 파도가 약해 주로 펄갯벌이 형성되었으며, 동해안의 경우에는 지형의 기울기가 크고 파도가 강해 모래가 우세하게 형성되었습니다.

지질의 특성에 따라 서식하는 생물을 보자면, 패류를 예로 들었을 때 모래갯벌에서는 우리가 주로 먹는 바지락이 서식하고, 혼합갯벌에서는 바지락, 동죽이, 펄갯벌에서는 꼬막 등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결국 물이 빠지고 햇빛이나 공기에 노출되는 시간의 차이에서 생물의 서식지가 달라지는 건데, 간단히 말해 서식, 생장하기 좋은 환경을 생물들이 찾아가는 거라고 할 수 있습니다.

Q8. 갯벌을 체험하는 관광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갯벌 체험할 때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마시고, 주변에 쓰레기가 있다면 수거하여 분리해 버려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또한, 어린아이들이 호기심에 갯벌 생물을 함부로 잡는 경우가 있는데, 갯벌 생물은 우리와 함께 지구에서 공존하는 생명체이니, 눈으로 보면서 행복을 느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멀리 있는 것 같지만 사실 우리 삶 속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갯벌 환경에 대한 인식을 좀 더 높여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갯벌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발전 가능한 인류의 마지막 보루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