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탑 내부

MARINE
Marine and people

째각째각. 물고기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
물고기병원 최상호 원장이 생명의 시간을 다시 돌리다.

바다에 서식하는 해양생물들은 바다의 품에서 살아가는 자유를 얻은 대신 약육강식이라는 생태계의 사슬 속에서 생과 사가 자연의 순리대로 흘러간다.
반면, 바다를 떠나 작은 어항 속 안전한 삶을 누리는 해양생물들은 드넓은 바다를 자유로이 누빌 수는 없지만, 보호와 관리 속에서 질병을 치유하고 생을 연장해 나간다. 아름다운 해양생물에게 매료되어 물고기 집사를 자처하고 있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요즈음, 물고기 집사로는 모자라 수산질병관리사 자격증까지 취득해 물고기 병원 문까지 연 사람이 있다고 해서 찾아가 보았다. 수술과 분만뿐 아니라 다양한 질병을 연구해 나가며 물고기에게 새 생명을 불어 넣어주는 최상호 원장을 만나보도록 하자.

Q1. 물고기병원에서는 반려 물고기를 전문으로 관리·치료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물고기 치료는 어떤 식으로 진행되나요?

모든 질병은 원인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집니다. 병원을 찾은 물고기들의 대부분은 세균성 질병이나 기생충 질병이 가장 많은데, 세균성 질병 같은 경우는 보통 항생제와 항균제 그리고 주사 치료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생충 같은 경우는 기생충이 자리하고 있는 위치에 따라 달라지는데요. 체표 쪽에 있을 때는 약욕으로 치료하고, 장내에 있을 때는 약을 경구 투여합니다. 이외에도 부력 조절 장애로 오는 아이들도 있는데, 부레에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공기를 빼주는 시술을 하기도 하고, 종양이 원인인 경우에는 외과적 수술로 절제하기도 합니다. 일부는 부력을 조절 해주기 위해서 휠체어를 달아주기도 해요.

Q2. 심각한 질병의 경우 외과적 수술도 진행하신다고 하던데요. 수술 과정에 대해 설명해 주시겠어요?

수술은 보통 물 밖에서 진행합니다. 물고기도 사람처럼 수술 중 토하는 경우가 있어서 수술 전에 금식을 시키고, 수조에서 꺼내자 마자 눈을 가려줍니다. 주변이 깜깜해지면 잠시 움직임이 둔해지는데, 그때를 포착해 마취 주사를 놓습니다.
물고기를 수술할 때 제일 중요시해야 할 부분은 지혈인데요. 물속에서는 지혈이 어렵고 출혈이 계속되기 때문에 지혈 절차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합니다. 물고기는 육상동물과 달리 딱지가 생기지 않거든요. 그래서 바이폴라보비(bipolar bovie:전기 소작기)라는 기구로 환부를 태워 출혈을 멎게 해야 합니다. 그 후에는 표피를 질소가스로 얼려서 일종의 딱지를 만들어 줍니다. 수술이 끝나고 난 뒤에는 염증 수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며칠 간은 염증을 억제하기 위한 치료도 진행되고요. 어떻게 보면 사람이랑 별반 다를 게 없어요.

Q3. 해수어와 담수어는 관리 및 치료 방법도 다를 것 같은데요. 비교 설명 부탁드립니다.

해수어나 담수어는 생리적인 부분에서는 상당히 비슷하지만, 치료할 때 조금 차이가 나요. 해수어들은 담수어들과는 다르게 삼투압 조절 시 물을 계속 마셔요. 그래서 약욕할 때 체내로 조금 더 흡수가 많이 되기 때문에 효과적입니다.
또 해수어들은 일반적으로 야생 어종들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유전자적 우성인 애들이 많아요. 자연 생태계에서 살아남은 애들인 거죠. 하지만, 담수어 중 계량이 많이 된 애들은 열성인 경우가 많아서 종양이 많이 생기는 편이예요. 그래서 해수어 보다는 담수어 쪽 수술이 많이 시행됩니다.

Q4. 인간에게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 있듯이 물고기 치료에도 골든타임이 있을 것 같습니다. 증상에 따라 위급함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있을까요?

육지동물들은 기본적으로 면역력이 좋아요. 하지만, 물고기들은 림프절 즉 병원성 미생물의 침입을 막아줄 수 있는 기관이 발달이 안 돼 있어요. 그래서 세균에 감염되면 전신에 퍼지는 데까지 얼마 안 걸려요. 골든타임이 엄청 짧다는 거죠. 그래서 ‘평소와는 뭔가 행동이 다른데?’라는 생각이 들면, 바로 병원에 와야 해요. 물고기도 행동을 통해 말을 전하는 거거든요. 물고기 집사들은 딱 보면 알 거예요. 이 아이가 지금 무기력한지 무기력하지 않은지를 말이죠.

Q5. 가장 치료하기 힘들었던 물고기와 가장 기억에 남는 물고기를 떠올린다면?

배에서는 출혈이 나고, 기생충 감염에 아가미에도 혹이 나서 입원 했던 아이가 있었는데, 치료 열흘 만에 다시 밥을 먹기 시작하고 살아난 아이도 기억나고요. 신장에 낭종이 생겨서 안락사 시켜 달라고 데리고 왔던 아이가 있는데. 차마 죽일 수가 없어서 그냥 치료하면서 함께 지내고 있는데, 벌써 1년이 넘었네요.
이 아이들 외에도 저한테 왔다가 건강히 돌아간 아이들 다 기억이 나요. 보낼 때마다 매번 고맙기도 하고 아쉽기도 해서 생각이 자주 났거든요.

Q6. 쾌적한 환경이 제공돼야 반려 물고기도 건강하게 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바닷속 환경은 기후변화와 해수 오염 등으로 해양생물이 살기에 적절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수산질병관리사로서 바다를 하나의 거대한 어항으로 보았을 때 바닷속 물고기들이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떠한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 하시나요?

큰 차원에서 보자면 국가와 세계의 각 단체들이 나서서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힘을 쓰는 게 우선되어야 하겠지만, 우선은 우리 한 명 한 명이 수질 오염을 막기 위해 생활 습관부터 고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플라스틱을 먹고 죽은 바다거북의 이야기나 해양 쓰레기로 인해 해양생물이 죽음에 이른 사진들을 보면 가슴이 참 아파요. 그래서 비록 우리가 어항처럼 물을 깨끗하게 갈아주지는 못해도 쓰레기를 줄이고 치우기 위한 개개인의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봐요.

Q7. 마지막으로 그동안 치료했던 물고기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잘 견뎌내 줘서 대견스럽고. 여전히 살아가 줘서 고맙구나.
사랑한다. 모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