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탑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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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다큐인사이트-독도평전
트와일라잇존, 생물의 비밀을 파헤치다.

수면을 통과해 들어온 빛이 서서히 물러나고 캄캄한 어둠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심해라는 공간. 인간의 접근을 쉬이 허락 하지 않는 공간이기에 여전히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수많은 신종과 미기록종의 해양생물이 서식하는 그들만의 세상. 국립해양생물자원관과 KBS 1TV는 독도의 심해 100m를 목표로 하여 ‘다큐인사이드-독도평전’ 촬영을 결정하였다. 이를 위해 모인 수십 명의 연구진과 테크니컬 더이버들. 해류의 흐름과 수압의 고통을 다스려야 접근할 수 있는 트와일라잇존(수심 30m~150m, 중광층)에는 과연 어떠한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을까? 460만 년 전 화산이 만들어 낸 불의 섬 독도. 그 신비로운 현장을 탐사하기 위해 독도 대장정에 참여했던 생물다양성실 이상휘 박사를 만나 설렘 가득했던 그 날의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Q1. KBS 1TV와 공동으로 기획 제작한 ‘다큐인사이드-독도평전’ 촬영에 함께 참여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수심 100m 트와일라잇존 중에서도 침몰선 지역을 탐사 지점으로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수심 100m 이상의 구간은 거의 진흙(뻘) 혹은 모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이곳에는 심해의 환경에 특이적으로 적응한 생물들이 서식합니다. 생물 구성이 한정적이고 단조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침몰선 지역의 경우에는 침몰선 자체가 암반처럼 경성 구조물을 형성하고 있어 따개비, 굴, 해면동물, 자포동물 같은 부착생물들이 서식할 수 있습니다. 관찰할 수 있는 생물들이 다양해지고 생물들이 숨을 공간과 먹이(부착생물 등)를 제공하여 인공어초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어 물고기들이 모여들기에 탐사 지점으로 선택하게 된 것입니다.

Q2. 아직까지 독도 심해에 사는 생물들에 대한 연구가 진행 된 적이 별로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사실 독도 근해에서의 심해 연구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나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수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 탐사하게 된 트와일라잇 존(30m~150m 구간)의 경우에는 천해와 심해를 연결하는 구간으로 사람들에게 생소한(전 세계적으로도 연구가 시작된 지 오래되지 않은) 구간입니다.
수심 30m까지는 많은 다이버들에 의해 조사되었고, 깊은 심해는 장비 및 잠수함 등을 이용하여 연구되기도 했지만, 트와일라잇존 같은 경우는 직접 들어갈 시 기술적인 한계로 인해 힘들고, 잠수함 등 고가 장비를 이용하게 되면 비용적인 측면에서 무리가 가기 때문에 연구에서 소외된 구간입니다.

Q3. 독도는 물속에서 분출된 용암으로 인해 생성된 화산섬 이라고 하던데요. 이러한 지질적 특성이 해양 생물의 다양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나요?

화산섬으로서의 특징이 있는지는 아직 잘 연구가 되어 있지는 않습니다. 다만 독도와 울릉도는 쿠로시오난류의 가장 마지막 지점으로 일반적인 동해바다의 생물상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생물다양성이 동해나 다른 지역보다 높기 때문에 남해나 제주도에 서식하는 생물들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Q4. 트와일라잇 존 탐사 이전 제주 문섬 일대에서 진행된 첫 훈련에서 수심 50m 이상 내려가셨는데요, 트라이믹스 잠수 시에는 하강보다 상승 시 공기통 교체가 중요하다고 들었습니다. 감압 과정에 대한 경험담을 얘기해주세요.

깊은 수심에서 잠수를 할 경우에는 높은 압력 때문에 질소 마취, 산소중독 등 감압병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반 공기에 헬륨을 섞어주어 산소와 질소의 농도를 낮춰준 트라이 믹스 가스를 사용하여 잠수를 합니다. 헬륨은 분자량이 작아 체내에 쌓이지 않고 금방 배출되어 유해하지 않습니다.
잠수 시 더블탱크와 일반탱크 2개를 가지고 다이빙을 시작하는 데 더블탱크에는 트라이믹스 가스를, 일반탱크 1개에는 50% 산소를, 다른 한 개에는 100% 산소를 채워서 입수합니다. 입수 시에는 트라이믹스 가스로 호흡하며 입수합니다.
입수 20분 뒤에는 상승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20분이 되면 조사 작업을 멈추고 함께 입수한 동료들과 수신호로 상승신호를 보낸 뒤 다 함께 상승하기 시작합니다. 상승 시에는 속도가 중요합니다. 너무 빨리 상승하게 되면 혈액 속에 녹아있는 가스의 부피가 급격히 커져 혈관을 막아 위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평균적으로 3m당 2분의 속도로 체내의 가스가 충분히 배출될 수 있도록 상승합니다. 상승 중 수심 21m 지점에 도달하면 50% 산소 탱크로 교체하여 호흡해야 합니다. 50% 산소로 호흡하게 되면 질소가스의 부분압이 낮아져 체내에서 배출되는 속도가 빨라지거든요. 그만큼 안전하게 다이빙할 수 있게 됩니다. 같은 이유로 6m에서는 100% 산소 탱크로 교체하여 호흡합니다.

처음 연습할 때는 평소보다 많은 양의 탱크를 지니고 있어야 해서 움직이기도 수월하지 않고 호흡이 가빠져서 몸이 확 뜨거나 가라앉아 애를 먹기도 했습니다.

Q5. 탐사 당일 테크니컬 다이버 팀이 독도 수심 100m 트와일라잇 존에서 채취해 온 시료에서는 어떠한 해양 생물이 발견되었나요? 그리고 이를 통해 트와일라잇 존에 대해 새로 알게 된 점이 있다면?

테크니컬 다이빙 팀이 독도 수심 100m에서 가지고 온 시료에는 고려가시거미불가사리(Ophiothrix), 지붕거미불가사리, 검은점 돌기해삼과 Stenocaris marcida 라는 요각류가 발견되었습니다. 우점하는 종은 고려가시거미불가사리였는데 동영상으로 확인해 보니 100m 해저에 융단처럼 빽빽하게 깔려있는 것을 확인 하였습니다. 이 종의 생태에 대해 알 수 있는 중요한 자료였습니다.

Stenocaris marcida

Q6. 독도평전 촬영 기간 동안 가장 기억에 남았던 점과 가장 힘들었던 점을 떠올린다면?

가장 기억에 남았던 점은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독도에 가기 전, 제주도 문섬 훈련에서 미기록 어류를 발견했을 때입니다. 뭔가 눈에 띌만한 성과물을 발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늘 있었는데, 수심 55m에서 미기록 어류를 발견하고 또 채집까지 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독도에서 테크니컬 다이빙팀이 100m 트와일라잇 존 탐사에 성공하고 올라왔을 때입니다.
모두가 무사히 임무를 마쳤다는 안도감이 들기도 했었고, 또 어떤 생물이 채집되었을까 하는 기대감도 있었습니다. 제가 주로 관심있었던 게는 없었지만요.
가장 힘들었던 점은 역시 단 한 번의 조사로 방송에 나갈만한 성과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부담감이었습니다. 사실 몇 번의 조사를 수행해도 신종 또는 미기록종을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기에 조사 전부터 많은 부담감을 가지고 있었고 결과물을 분석하는 내내 스트레스를 받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신종 두 종과 미기록종 한 종을 발견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Q7. 마지막으로 향후 진행 예정인 심해 탐사 계획과 그 목적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앞으로 우리나라의 동해, 남해, 제주 지역의 트와일라잇 존의 특성과 어떤 생물들이 서식하는지 탐사할 계획입니다. 지금까지 알려진 열대지역의 트와일라잇 존과 비교를 해 본다면 의미있는 결과가 나올 것 같아요.
열대지역과는 다르게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트와일라잇 존은 많이 밝혀져 있지 않습니다. 어떤 생물이 있는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지, 또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조사가 가능한지도요. 우리나라 해역은 탁도도 높고 수온도 비교적 낮은 편이라 열대지역과는 확연히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