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탑 내부

MARINE
Marine and people

버려진 해양쓰레기를 예술 작품으로!
바다를 지키는 비치코밍 작가 김현아

. 편집부

비치코밍(beachcombing)은 해변(beach)과 빗질(combing)의 합성어로 해양쓰레기를 주워 업사이클링 하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이렇게 주운 쓰레기로 작품을 만들고 환경보호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람들을 비치코머 (beachcomber)라고 한다. 이는 현재 해변 예술이라는 의미로 저변을 넓혀 나가고 있다. 마음을 정화하기 위해 비치코밍 활동을 시작했던 작가 김현아는 이제 해변을 정화하며 해양쓰레기들에게 새로운 옷을 입혀나가기 시작했다. 예술작품이라는 아름다운 모습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버려진 것들을 통해 해양 환경을 아름답게 소생시키는 비치코밍 작가 김현아를 만나보도록 하자.

Q1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저는 속초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일명 ‘그림쟁이 할머니’예요. 제가 이렇게 소개하면 다들 왜 할머니냐고 물어보는데, 머리가 희끗희끗한 할머니가 돼서도 지금처럼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하고 싶어서 지금부터 그런 닉네임을 달고 그림을 그리고 있어요. 나중에 나이가 들어서도 이렇게 좋아하는 옷을 입고 원하는 그림 수업을 하러 다니는 할머니로 나이들어가고 싶다는 꿈이 반영됐다고 할 수 있죠.(웃음)

Q2 바닷가에서 주운 쓰레기를 재활용해서 예술 작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을 하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이러한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실 저는 미대 금속공학과를 전공한 뒤 명품 주얼리 회사인 티파니 코리아랑 쇼맨에서 근무를 했었어요. 15년 정도 정신없이 일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누군가의 스페셜한 날을 위해 내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게 잘 하고 있는 일일까?’라고 말이죠. 갑자기 회의감이 몰려들기 시작하면서 번아웃이 오더라고요. 그 길로 회사를 그만두고 동생 부부가 살고 있는 속초로 왔어요. 처음엔 쉬고 싶어서 무작정 넘어왔던 건데 어느새 자리를 잡고 산 지 7년이 됐네요.
처음 속초에 왔을 때는 휴식이 필요해서 파도치는 소리를 찾아 바닷가를 거닐었어요. 마치 백색소음 같아서 복잡한 마음이 평온해 졌거든요. 그러던 어느 날 유튜브 영상을 보게 됐는데 태풍이 불어닥친 다음 날 바닷가에 밀려 들어온 쓰레기의 모습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더라고요. 그리고 창밖을 보니 속초에도 비가 쏟아져 내리고 있었고요.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바로 바닷가로 나갔어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쓰레기들이 쌓여 있었어요. 전날 보았던 영상처럼 말이죠. 이 날이 계기가 돼서 해변의 쓰레기들을 줍기 시작했고, 줍다 보니 쓰레기들을 활용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고, 메시지를 전달할 수단으로 제가 잘하는 예술을 활용하게 된 거랍니다.

Q3 작품의 소재라고 할 수 있는 해양쓰레기는 어떻게 선별 하시나요? 선별 기준이 따로 있는걸까요?

저는 주로 캔버스에 작업을 하기 때문에 플라스틱 조각 위주로 작업을 해요. 그러다 보니 캔버스에 바늘로 꿰매서 부착할 수 있는 플라스틱 조각을 소재로 활용하고 있어요. 색깔별로 분류하고 세척한 뒤에 정리해 놓고 필요할 때마다 골라서 사용하는 거죠. 그런데 사실 모든 쓰레기를 종류별로 다 모아 놓기는 했어요. 낚시꾼들이 버린 루어라든가, 어디서 흘러들어왔는지 모르는 주사기, 병뚜껑, 플라스틱 뚜껑 등 나중에는 조형물도 작업할 생각이라 구비해 놓고 있는 거죠.

Q4 해변 정화 활동에도 자주 참여하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해안가에 버려진 쓰레기들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과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 있다면?

비치 클린 활동을 시작한 지 이제 3년 정도 됐고, 횟수로는 200회를 앞두고 있어요. 200회 비치 클린 때는 기념할 만한 활동을 하고 싶어서 고민 중에 있고요. 짧은 시간이지만 자주 활동을 이어나가다보니 이상한 직업병(?) 같은 게 생겼어요. 바닷가에 가서 쓰레기들을 보면 ‘여기는 몇 리터 봉지가 필요하겠구나’라는 게 딱 보여요. 풍경
이 보이는 게 아니라 이제는 리터로 환산부터 해요. 하하. 가장 많이 수거되는 쓰레기는 주변에 카페가 많아서 그런지 종이컵이 가장 큰 부피를 차지하고요, 개수로 따지자면 담배꽁초 필터가 가장 많아요. 이 외에도 저 먼 바닷가에서부터 흘러들어온 쓰레기들도 다양하게 있어요. 아! 북한제 플라스틱 치약 껍데기도 봤어요. 진짜 별의별 게 다 있어요.
해변가 테트라포드에 봉지 쓰레기를 쑤셔 넣어놓고 가시는 관광객 분들도 많아요. 끄집어 꺼내 보면 개인적인 쓰레기들도 상당수예요. 정말 이해가 안 가는 일이죠. 더 이해가 안 가는 건 바늘이 그대로 달린주사기들도 많이 발견된다는 사실이에요. 왜죠? 왜 해변가에 주사기가 있는 걸까요? 사람들이 다칠까봐 보일 때마다 줍고 있는데, 끊임 없이 발견되네요.

Q5 치워도 치워도 매번 생겨나는 해양쓰레기들을 보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파도가 지나간 자리를 보면 새끼손톱만 한 하얀 필터가 밀려들어 와있어요. 파도는 반복적으로 치고 그렇게 하얀 필터는 점층적으로 쌓이고. 그러다 보면 파도의 흐름에 따라 필터도 하얀 라인을 형성해요. 저 작은 미세플라스틱 조각들이 해양생물의 뱃속으로 들어가고 우리 입 속으로 되돌아올 거라는 생각에까지 미치면, 정말. ‘멈추지 않는 파도처럼 쓰레기도 끝없이 흘러들어오겠구나’라고 한숨을 쉬게돼요. 바다를 기점으로 쓰레기들이 인간을 통해 순환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Q6 지금까지 제작한 작품들에 대해 설명 해주세요.

제 작품들에는 이름이 없어요. 의미 전달에 목적을 두었기 때문에 아직 제목을 정해주지는 못했어요. 그저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결국다 쓰레기라는 것’, ‘저렇게 아름다운 도시도 결국 쓰레기로 점철된 대지를 밟고 올라선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거예요. 그래서 제 작품은 처음 봤을 때는 아름답게 느껴졌으면 좋겠다 싶었고, 자세히 들여다보면 쓰레기가 재료로 사용됐구나라는 걸 보고 여러 생각을 해주길 바랐어요. 그리고 이를 통해서 우리가 딛고 서 있는 지구가 망가져 가고 있다라는 걸 알아채줬으면 한 거죠.

Q7 많은 작품들 중 가장 애착하는 작품과 그 이유, 그리고 제작 과정에 대해 설명 해주세요.

‘희망식품’이라고 쓰인 이 그림이 제 첫 작품인데요, 첫 작품이다 보니 의욕도 넘쳤고 애착도 더 많이 가는 것 같아요. 작업을 시작할 때미술 도구 자체도 쓰레기라고 느꼈기 때문에 배경 부분은 다 손으로 표현했어요. 실력이 부족해서인지 표현할 수 있는 재료에 한계가 있어서인지 드로잉할 때는 아쉽게도 도구를 사용하고 있어요. 그 외에는 제 손과 물감과 쓰레기만 있으면 된답니다.

Q8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얘기해주세요.

1월에 러쉬(lush) 사에서 진행하는 전시에 참여할 예정이예요. 러쉬라는 회사는 영국의 화장품브랜드 회사인데요, 환경을 중시하는 회사로 동물과 자연 그리고 사람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세상을 모토로 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그리고 이번 1월 러쉬 사가 10주년을 맞이해서 환경과 관련된 전시를 하게 된 거예요. 저 외에 조류 충돌 방지 활동을 하는 작가분이랑, 미술심리치료사 분까지 해서 세 명이서 한 팀으로 전시 룸을 기획하고 있답니다. 그 전시 일정에 맞춰서 조금 큰 캔버스에 작업 중인데요. 캔버스가 커져서 손이 더 많이 가긴 하지만, 전시 날이 너무 기다려지네요. 환경과 관련된 이런 행사가 자주 개최됐으면 좋겠어요. 지금 현재도 전국 곳곳 어딘가에서는 오염돼 가는 지구 환경을 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그리고 반대로 여전히 별다른 경각심 없이 쓰레기를 버리시는 분들이 존재하고요. 지구 면적의 80%에 달하는 바닷속 생물이 죽어가는건 모두 인간들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모두가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를 알리기 위해 앞으로도 계속 지금과 같은 활동을 이어갈 생각입니다. 제가 치우는 해양쓰레기가 그래도 누군가의 마음에 변화를 일으키고 몇 마리의 해양생물이라도 살릴 수 있지 않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