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탑 내부
MAR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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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생물자원 유래의 신소재 개발
최근 들어 해양생물자원은 물, 염도, 압력, 온도 등 서식 환경의 특이성과 종의 다양성을 바탕으로 독특한 천연 신물질 및 의약 신소재로 활용되고 있으며 인류의 발전과 성장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된다. 기존에 주된 개발 대상이었던 천연 육상생물자원은 연구 대상이 점차 줄어들면서 한계에 도달하였고, 석유를 기반으로 한 현재의 화학공업은 석유 자원의 고갈 문제와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의 벽에 부딪혔다. 이처럼 기존 화학 및 생물산업에 혁신적인 변화가 요구되고 있는 상황에서 최근 선진국을 비롯하여 바다와 인접한 해양 국가들은 생물 소재의 개발 대상을 육상생물자원에서 미이용 자원인 해양생물자원으로 점차 이전하는 추세이다. 따라서, 해양생물자원에서 유래된 기능성 신소재들이 기존 화학산업을 대체하거나 새롭게 변모시킬 수 있다고 예측하고 있다.
바다 속에 살고있는 해양생물 중 신소재로 개발이 가능한 미이용 생물 재료는 헤아릴 수 없이 많다. 해양생물로부터 기능성 소재 및 신물질을 개발하는 연구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지난 40년여간 눈부시게 발전해 왔으며, 이미 10,000종 이상의 신물질이 분리되어 그 구조와 특성이 밝혀지면서 천연 육상생물의 중심의 기능성 유기물질에 대한 개념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해양생물에서 분리된 다수의 기능성 물질이 나타내는 강력한 생리활성 효과와 독특한 반응 기작은 의학, 약학뿐만 아니라 생물, 생태학, 생화학에 속하는 여러 분야의 기초 및 응용 연구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최근에는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해양생물 유래의 생리활성 물질 및 기능성 소재에 대한 수많은 특허가 등록되어 의약품, 건강 보조제, 기능성 화장품, 연구용 시약, 공업 제품 등으로 개발되면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천연 해양생물 유래의 신소재들은 환경오염이 화두인 요즘 활용하기 매우 적절한 소재라 할 수 있다.
해조류로부터 기능성 종이 개발
종이와 판지의 주된 기능은 문자나 정보의 기록과 보존, 물건의 포장과 보호, 그리고 휴지와 같이 액체를 닦는 용도인데, 최근 이 외 특수 기능이 부가된 종이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수요의 다양화에 발맞추어 지금까지 주원료로 사용되었던 천연섬유뿐만 아니라 합성섬유, 유리섬유와 금속섬유 등 무기물을 섬유로 만든 무기섬유 등으로 종이의 원료가 확대되었다. 이처럼 특수 기능을 가공한 종이는 특히 전기전자산업, 생물공학산업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도 신소재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종이나 펄프 재료는 육상식물(나무)로부터 기계적 혹은 화학적으로 처리하여 얻어진 섬유였다. 하지만 우리가 쓰는 각종 용지 및 원료로 말미암아 지구 환경이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정보분야의 발전으로 종이의 수요가 줄어든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쉽게 인쇄할 수 있는 편리함 때문에 인쇄 용지를 비롯해 가정지, 판지에 대한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산림 자원의 황폐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와 같은 왕성한 목재 수요에 대한 대책으로써 해양생물의 적극적인 정화작용의 산물로서 만들어진 해조류의 다당류를 종이 원료로 이용하는 방식이 개발되고 있다. 세포벽에 섬유소를 함유하고 있는 해조류 중, 갈조류의 세포벽은 주로 알긴산으로, 홍조류의 세포벽은 카라기난, 아밀로오스 및 아밀로텍틴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섬유상으로 분리할 수 있는 다당류로 구성된 세포벽 구조를 갖고 있는 것은 거의 없기에 세포벽에서 다당류를 먼저 추출한 후 그것을 섬유상으로 재구축하는 인조견사지의 수법을 사용한다.
섬유상으로 재구축할 수 있는 당류는 분자구조적으로 선상(linear)에 분기가 적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가장 적합한 것은 알긴산이다. 알긴산은 갈조류의 대표적인 다당류로, 나트륨염에서 수용성 졸(sol)이 되고, 이때 마그네슘이나 칼슘 같은 특수 양이온성 금속 이온을 제거하면 그 염은 물에 녹지않는 겔(gel)이 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성질은 노즐을 사용하는 방사 방법에 적용하면 습식 방사가 가능하다. 알긴산이 방사될 수 있다는 성질을 발견한 것은 상당히 오래된 것으로, 제 1차 세계 대전 중에 영국에서 알긴산 섬유로 군사용 텐트를 만들어 사용한 바 있다. 알긴산 섬유 종이의 외관은 재래식 종이와 같은 인조견사 종이와 유사한 형태를 갖고 있으며, 음향 진동관, 즉 스피커의 소리가 나는 부분을 덮고있는 스피커 콘지(cone paper)로 사용되기도 한다. 원래 스피커에는 섬유소 종이가 사용되었는데 섬유 사이의 마찰음이 발생하는 결점이 생겨 이를 해결하기 위해 알긴산 섬유 종이로 대체하게 되었다. 알긴산 섬유 종이는 식용도 가능하여 식품의 내부 포장지로도 사용 가능하고, 더욱 흥미로운 것은 알긴산 섬유에 초산 바륨과 같은 시약을 처리하면 박막의 초전도 종이도 만들 수 있다.
해양 신소재 천연 액정
정보화 시대는 컴퓨터가 우리의 문명을 이끌어 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컴퓨터는 이제 하나의 문화를 형성하였고,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으며, 컴퓨터를 통해 매일 막대한 양의 정보와 영상들이 우리들에게 전달되고 있다.디스플레이는 정보를 전달해주는 컴퓨터와 인간 사이의 교량 역할을 하는 전자 표시장치로 움직이는 영상을 제공한다. 액정 디스플레이는 두께가 얇고 가벼워 휴대하기 간편하며 전력 소모도 적어 1980년대 이후부터 게임기, 벽걸이 TV, 고화질 액정 TV, 액정 네비게이터, 휴대용 액정 컴퓨터 등이 개발되어 활용되고 있다. 이와 같이 액정 디스플레이가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게 된 것은 액정 디스플레이의 표시 인자인 액정의 독특한 성질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모든 물질은 기체, 액체, 고체의 3가지 상태로 존재하며, 이러한 상태는 온도에 의존한다. 즉 물은 얼음(고체), 물(액체), 수증기(기체)의 3가지 상태를 가지는데, 0ºC 이하에서는 고체 상태로, 0ºC 이상에서는 액체로 존재하다가 100 ºC 이상이 되면 기체가 된다. 그런데 고체, 액체, 기체 중 어느 상태에도 속하지 않는 특이한 성질을 가지는 투명한 액체 상태가 생기는데 이것이 바로 액정이다. 액정은 ‘액체 결정’의 줄임말로 액체와 고체의 성질을 모두 갖는 제 4의 물질 상태이다.
대표적인 예로, 콜레스테롤 유도체인 콜레스테콜미리스트산(Choleslerolmyistate)은 20ºC의 상온에서는 결정형 고체 상태로 존재하며 이것을 71ºC로 가열하면 고체가 녹아 액체로 변한다. 이 액체는 물이나 알코올과는 달리 매우 혼탁한 액체로, 고체 상태도 액체 상태도 아닌 제 3의 상태로 변한다. 이 혼탁한 액체는 온도가 86ºC에 이르러야 맑은 액체 상태인 액정으로 된다. 액정은 전이방식에 따라 온도 전이형(thermotropic) 액정과 농도 전이형(lyotrophic) 액정으로 나뉜다. 농도 전이형 액정은 양친매성 물질(계면활성제)이 적당한 용매에 융해되어 액정 성질이 나타난다. 주로 생체막과 같은 생체구조중에서 많이 발견되며, 아직은 널리 이용되지 않는다. 우리가 액정이라고 하는 것은 온도 전이형 액정을 말한다. 온도 전이형 액정은 온도 변화에 따라 액정의 성질이 다르게 나타나며, 온도나 전기장의 변화에 의해 상변화를 일으키므로 표시장치나 온도센서 등에 이용된다. 액정 디스플레이에서 영상을 표시하는 가장 작은 입자를 액정 셀(cell)이라 부르며, 각각의 셀들이 빛을 반사하거나 차단하여 영상이 표시된다.
최근 해양동물 세포에 다량 존재하는 콜레스테롤류 화합물을 이용하여 액정을 제조하는 연구가 시도되고 있다. 오징어나 정어리로부터 추출된 콜레스테롤이 사용되었는데, 그 이유는 이러한 수산물의 내장이나 껍질에는 많은 양의 콜레스테롤이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아메리카 황오징어(Loligo paelei)의 경우 100g당 약 170~460mg의 콜레스테롤이 함유되어 있고, 신경세포 내에 있는 막 지질의 경우 30% 이상이 콜레스테롤로 구성되어 있어 콜레스테롤 공급원으로 활용이 가능하다.
해조류를 이용한 고온 초전도체 개발
극저온에서 전기저항이 급격하게 제로가 되는 물질을 초전도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전류를 잘 통하게 하는 물질은 도체, 반대로 전기가 통하지 않는 물질을 부도체라고 한다. 구리와 같은 금속은 온도가 상승하면 재료 내 원자들이 격자 진동을 하여 저항이 상승하게 되어, 전류를 흘리면 이러한 격자 진동에 의한 저항으로 전기가 소실된다. 반대로 금속의 온도를 낮추면 금속의 전기 저항은 소실되지만 절대온도 0 K(-273ºC)에 가깝게 냉각을 해도 금속 고유의 전기 저항은 남게 되어 전력을 소비하게 된다. 그런데 어떤 재료는 일정한 온도에서 갑자기 전기 저항이 제로가 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초전도(super-conductivity)라 한다.
초전도체 응용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온도이다. 초전도 물질은 금속, 유기물질, 세라믹 등에서 1천종 이상 발견되었으나 그 중 니오븀-티타늄 합금과 니오븀-주석 합금 등 5~6종만이 실제로 사용되고 있다. 그 이유는 초전도 현상이 매우 낮은 온도에서만 일어나므로 값비싼 액체 헬륨(4K, 276 ºC)을 사용하여 냉각시켜야 하고, 액체 헬륨 제조 시 필요한 기체 헬륨은 너무 가벼워서 대기 중에는 거의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엄청난 냉각 비용 때문에 고도의 정밀기계 이외에는 이용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고온 초전도체를 산업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전기가 잘 흐르는 얇은 막 형태의 전선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박막 제작기술은 이미 오래 전에 개발되었으나 고온 초전도 세라믹 전선은 만들기가 간단하지 않고 쉽게 부서지는 단점이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해양생물 자원인 알긴산을 이용한 새로운 형태의 전선 제조법이 개발중이다.
알긴산은 물에 용해되면 점성이 있는 액체가 된다. 이 수용액은 나트륨 이온이 수소 이온 또는 다가 금속 이온과 치환하면 겔화하는 성질이 있다. 이러한 성질을 이용하여 고온 초전도 세라믹에 필요한 금속이온을 전선 형태의 알긴산 겔에 결합시킨 후 표면을 태우면 고온 초전도 세라믹 전선으로 제조 가능하다. 알긴산법에 의해 제작된 전선(YBaCuO)의 온도에 따른 전기 저항은 온도가 내려가면 서서히 감소하다가 90 K 부근에서 전기 저항이 급격하게 감소하기 시작하여 85 K에 이르면 완전히 제로가 된다.
고온 초전도체는 응용분야가 매우 광범위하다. 전기전력분야에서는 현재 전선으로 사용되는 구리의 낮은 효율을 급격히 높여 열로 발생되어 낭비되는 전력을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전력으로 회복시킬 수 있어 상당한 양의 전력을 축적할 수 있게 된다. 전자 분야에서는 현재의 반도체 대신 초전도로 제작된 칩을 사용하면 컴퓨터의 성능을 지금보다 월등히 향상시킬 수 있다. 더 나아가서,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초전도 핵 자기공명장치(MRI)가 만들어지면 인체의 질병을 보다 정확하게 진단하는 것이 가능해져 오진을 방지할 수 있고 발병 초기 진단의 정확성도 높일 수 있다. 특히 선진국에서 개발 중인 고온 초전도 자기부상열차는 매우 빠른 속도(500km/h)로 수송분야에서도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이처럼 고온 초전도체는 여러 분야에서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새로운 산업혁명으로 볼 수 있다. 우리가 실제 섭취하는 미역과 다시마의 주요 성분인 알긴산을 이용하여 기존의 고온 초전도체보다 우수한 초전도체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은 해양생물자원에 존재하는 물질들이 고부가가치의 기능성 소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수중 접착제 개발
접착제는 신발 산업뿐 아니라 자동차 부품 조립과 섬유 제품의 봉제 대체로도 사용되면서 다방면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처럼 급증한 수요에 발맞추어 다양한 접착제가 개발되었지만, 아직 제대로 사용되지 못하는 환경이 있다. 바로 물속이다. 물은 접착제와 접착되는 물질 사이에 스며들어 접착 물질 자체를 약화시키거나 분해시키는 등 접착을 방해하기 때문에 흔히 물과 접착제는 대립한다고 인식된다.
물속에 건축물을 건설하거나 치아 치료 및 외과수술 등 습윤환경에서 접착이 필요한 경우는 어떻게 해야할까? 한번 굳으면 물속에서도 충분한 강도를 유지할 수 있는 접착제는 있지만, 처음부터 물속이나 습윤환경에서 충분한 강도로 접착이 유지되는 접착제는 아직 개발되지 못했다. 그러나 바다 속 부착생물들이 어떻게 수중에서 부착해서 살아가는지를 탐구해보면 새로운 접착제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패류나 멍게 같은 여러 부착생물은 바위, 선박, 어망 및 발전소 등의 인공 구조물에 강력하게 부착하여 배의 속도를 감소시키거나 그물코와 취수관을 막는 등 문제를 일으키며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여 “부착생물(fouling organism)” 이라는 오명을 갖고 있다. 바다 속 부착생물들은 접착력이 상당히 강해 붙어있는 부착생물을 인위적으로 제거하는 것도 쉽지 않다. 만약 접착력이 약하다면 밀어닥치는 파도에 쉽게 밀려나가 생명을 유지하기 어려워지기에 스스로 보호하려는 생명의 오묘한 이치라 생각된다. 부착생물은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없는 강력한 수중 접착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부착생물 중 가장 대표적은 것으로 진주담치(홍합)를 들 수 있다. 진주담치는 굴과 같이 껍데기를 바위 표면에 부착시킬 뿐만 아니라 족사(byssus) 라는 실을 수백 가닥이나 분비시켜 몸을 고정시킨다. 족사는 실 부분과 빨판 형태의 면반(velum)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이 면반이 바위, 콘크리트, 플라스틱 등에 접착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 접착 강도가 강력하여 실 부분을 잘라내지 않고서는 면반을 떼어낼 수가 없다. 진주담치를 해수로 채운 수조 속에 넣어두면 족을 신축시키면서 족사가 한 가닥씩 뻗어 나오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이들 접착물질은 단백질로 구성된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 단백질 유전자를 찾아내서 유전공학적으로 접착제를 대량 생산하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사진1 진주담치의 족사 분비
실제로 진주담치에서 단백질 유전자들을 분리하여 유전자에 배열되어 있는 염기서열을 통해 아미노산 배열을 결정한 다음, 단백질의 유전자를 찾아내어 그 유전자를 미생물과 배양세포에 주입하면, 접착력이 있는 단백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포항공대 차형준 교수팀은 분자생명공학 생산기술을 활용하여 진주담치에서 유래한 접착 단백질의 유전자를 분리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형태의 하이브리드 생체접착소재 개발을 시도하였다. 새로운 형태의 수중 접착제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입증하였으며 진주담치 유래 생체 접착소재의 실용화에 앞장섰다. 앞으로 이러한 해양생물 유래 접착제가 실용화된다면 수중에서의 건축뿐만 아니라 치과 및 외과 의료 현장에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림 1. 진주담치(홍합)의 접착단백질 생산공정
문어 빨판 모사의 접착 패치 개발
문어의 8개 다리 중 하나는 다른 다리에 비해 짧고 가늘며 빨판이 없는 생식팔이다. 문어의 빨판은 거친 표면에도 접착을 가능하게 하는 돌출된 부분이 존재한다. 문어 흡반을 자세히 살펴보면 돔 구조 모양의 미세한 돌기가 있다(그림 2). 마치 컵 안에 공 하나를 넣어둔 것과 흡사하다. 빨판을 물체에 대고 누르면 빨판 표면의 수분이 옆으로 밀려나가면서 돌기 옆의 공간을 통해 안쪽으로 올라간다. 빨판을 누르는 힘이 약해지면, 탄성 고분자의 복원력에 의해 돌기와 물체 사이 수분이 있던 공간에 진공 상태의 빈 공간이 생기면서 흡입력이 발생하는 흡반원리이다.

그림 2. 문어 빨판 구조 및 이를 모사한 접착 소재
성균관대 박창현 교수팀은 문어 빨판 내부의 미세돌기 구조의 역할을 규명하고 이를 모방한 접착 패치를 개발했다. 연구팀은 문어의 흡반 안에 있는 미세돌기가 접착 과정에서 접착에 방해가 되는 부유물과 물을 쉽게 밖으로 밀어내며 흡착컵 내부에 남은 물을 최소화함으로써 효과적으로 접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들 연구팀은 9c㎡의 고무 기판에 문어를 모사한 지름 0.1mm정도 크기의 흡반 5만개를 규칙적으로 배열시킨 뒤 접착 패치를 1만번 이상 물체에 붙였다 떼었다 반복하여 접착력을 관찰하였는데 접착력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을 확인하였다. 또한 문어를 모사한 빨판은 물기가 있는 곳에서도 접착력이 강하고 별도의 접착제가 필요하지 않기에 붙였다 떼어 내어도 물체 표면에 자국이 남지 않았다. 이것을 기반으로, 연구팀은 문어의 흡착 안의 미세돌기를 모방하여 화학 접착제 없이 물속이나 젖은 표면에서도 물체에 강하게 접착되는 문어 판 형태의 접착 소재도 개발했다. 이 접착 소재는 건조한 표면, 물에 잠긴 유리표면 및 실리콘 오일 속 유리표면에서도 높은 접착력을 나타냈다.
기존에 개발된 접착제들은 대부분 아크릴계의 화합물질 접착 소재를 이용하여 접착을 구현하는데, 이러한 화합물 접착제는 물속이나 젖은 표면에서 접착력이 급격하게 저하되고 깨끗한 환경이 요구되는 표면에 오염물질을 남기거나 손상시키는 문제점이 있었다. 하지만 빨판 모사 접착 소재는 습한 환경에서도 반복적으로 탈 부착이 가능하며 떼어낸 후에도 흔적을 남기지 않는 장점이 있다.
이러한 신개념 접착 소재는, 정밀 전자산업분야에서 디바이스 기판, 디스플레이 패널, 외부 액정을 조립하는 데 필요한 접착 기술을 개선시키고, 반도체 산업에서 사용하는 실리콘 웨이퍼, 정밀 소자 기판 등의 제작과정에서 습식공정의 효과적인 운반장치로도 이용될 수 있다. 또한 헬스케어용 장치에 융합시켜 신체 부착, 생체 이식형 소자의 고성능 진단 및 세포 조직 공학과 결합된 고효율 치료에도 응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처럼 해양생물이 가진 특수한 기능을 모방한 상품들이 개발되어 상용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키틴을 이용한 인공 피부 개발
키틴은 게나 새우 껍질에 존재하는 천연 고분자 물질이다. 키틴의 본체는 화학적으로 N-아세틸-D-글루코사민 잔기가 5,000개 이상이 결합한 분자량 100만 이상인 다당류이다.

그림3 키틴-키토산의 화합 구조
전세계적으로 수산식품 제조과정에서 폐기되는 키틴의 양은 매년 12만톤씩 증가하고 있다. 최근 일본, 유럽, 중국 등 세계 각국에서 키틴, 키토산의 뛰어난 기능성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다. 그 중 키틴으로 만든 인공 피부는 생체재료로서 화상이나 교통사고로 피부가 손상된 환자들에게 널리 활용 중이다.
피부는 체외층의 표피, 내층의 진피 및 피하조직으로 이루어진다. 피부는 강하고 탄력성이 뛰어나며 피하층에는 두꺼운 지방조직을, 그리고 최상층에는 단단한 각질을 가지고 있으므로 압박이나 마찰과 같은 기계적인 자극에 대한 저항력을 가지고 몸을 보호한다. 또한 몸 전체를 감싸며 중요한 내부 기관을 보호하고, 수분과 염분의 배출로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조절하는 등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심한 열상 등에 의해 표피가 파괴되면 진피도 함께 파괴되어 피부는 완전히 재생능력을 잃는다. 정도가 심하면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고, 손상 정도가 약한 경우에도 그대로 방치하면 환부는 양성 종양(주변 조직을 침범하거나 전이하지 않는 세포 덩어리, 예를 들면 자궁근종)으로 변하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화상에 의한 흉측한 흉터는 제거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좋은 치료 방법은 자기 피부 일부를 떼어내어 이식하는 자가이식이다. 피부는 자기 피부가 아니면 생착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식 가능한 피부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인공피부로 피부 재생을 할 수 밖에 없고 완벽하고 안전한 인공피부를 만드는 것이 의료현장에서 큰 꿈이었다.
상처 표면의 피복제는 합성 피복제와 생체 피복제로 나뉘는데, 전자는 이물 반응이 강하고 생체 친화성이 낮아 한정된 용도로만 사용된다. 생체 피복제로는 돼지, 양, 개 등의 피부가 극히 일부 사용되었으나 품질에 문제가 있어 실용성이 낮았고, 이후 닭의 난막, 사람의 양막(태아를 싸고 있는 얇은 막)도 이용하였지만 쉽게 구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가공품으로 동결건조 돼지껍질이나 콜라겐이 일부 이용되었다. 생체 피복제 재료로 사용할 대상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게 껍질에서 추출된 키틴이 생체 친화성이 매우 우수하고 향균력이 높아 훌륭한 인공피부 재료임이 밝혀졌다.
일본의 (주)유니티카 중앙연구소는 키틴 분말을 아미드 용제에 녹여 투명하고 점도가 높은 키틴 도프를 만든 다음 기어펌프(1㎟ 당 10kg의 가압상태)로 수송시킨 후 다공노즐을 통해 열수로 압출, 응고시킨 섬유다발을 만들었다. 이 섬유를 약 5mm의 길이로 잘라 폴리비닐알콜 섬유 바인더와 9:1의 비율로 혼합하여 물에 분산시켰다. 이어 약 150℃로 압축 건조시키면 부직포 타입의 인공피부가 만들어진다.
이렇게 만들어진 키틴 인공피부의 실효성을 검증하기 위해 생체 유래의 인공피부인 콜라겐 막, 동결 건조된 돼지의 진피(LDPS)와 건조 상태에서의 공기 투과도와 흡수 속도를 비교해보았다 (표 1). 키틴 인공피부는 다른 인공피부보다 통기도가 상당히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특히 피부조직의 흡수 속도는 키틴섬유 자체의 높은 흡수율과 적절한 흡수성을 나타내는 부직포 구조와 조합을 이루어 급속한 수분의 흡착이 일어났다.
키틴 | 콜라겐막 | LDPS | |
---|---|---|---|
공기투과도 | 120~150 | 70 | 6 |
흡수속도 | 10~20 | 2 이하 | 2 이하 |
표 1. 인공피부의 통기도 및 흡수 속도
키틴으로 만든 인공피부는 병원 22곳의 임상 검사에서 90% 이상의 양호한 결과를 얻었고, 치료기간 중에도 부작용이 전혀 발견되지 않았으며, 안전성 시험에서도 높은 안전성이 확인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안전한 인공피부는 일본에서 ‘베드키틴W’라는 이름으로 오래전부터 세계 80여국에 수출되고 있다. 게 껍질에서 추출된 키틴으로 만든 인공피부는 다른 재료들이 가진 결점을 충분히 보안한 상처 표면 보호제로 인증된 것이다.

사진2 인공피부(베스키틴W)의 치료 예
앞으로 수산가공 부산물인 새우 및 게 껍질에 들어있는 키틴을 활용하여 화상이나 교통사고로 손상된 피부를 흉터 없이 치료하며, 인공 고막, 인공 힘줄, 인공 인대, 인공 점막, 생체 흡수성 봉합사 등으로 개발되어 활용범위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까지 살펴 본 바와 같이 해양생물로부터 신물질이나 기능성 소재 개발하려는 연구는 학문적으로나 산업적으로 매우 중요한 분야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 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여 오랜 기간 동안 관련 연구가 활성화되지 못하였다. 앞으로 이 분야의 정부지원이 활발히 이루어져 미이용 해양생물자원으로부터 고부가가치의 가능성 소재 상품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김세권 교수
프로필(Profile)
-전 부경대 화학과 교수, 연구특임교수
-전 한국해양대학교 석좌교수
-전 한양대 석좌교수
-현 한양대 대우교수
<수상 내역>
-스위스 Marine Drug 학술지로부터 최우수논문상(2020)
-이란 정부가 수여한 제33회 Khwarizimi 국제과학상(2020)
-대한민국 학술원으로부터 학술원상(2015)
-한국과학기술한림원으로부터 목은생명과학상(2012)
-산학협동재단으로부터 산학협동대상(2003), 미국 유화학회로부터 최우수논문상(2002)
-2014년부터 4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과학자(Thomson Reuters)로 선정
<출간 도서>
-세계 첫 “해양생명공학” 대학 교재 ‘Essential of marine biotechnology, Springer 2019’,
-해양생명공학 백과사전 ‘Encyclopedia of marine biotechnology, Vol 1~5, Wiley 2020’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