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탑 내부
MABIK
FOCUS MABIK
‘2023 제17회 세계해양포럼(WOF)’
해양바이오 세션이 최초로 신설되다
전 세계 해양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바다의 미래를 논의하는 ‘2023 제17회 세계해양포럼(WOF)’이 부산 롯데호텔에서 개최되었다. 10월 24일 개막해 사흘간의 일정 속에서 진행된 세계해양포럼은 11개국의 해양전문가 89명이 참석하여 14개의 세션을 중심으로 발제와 토론을 이어나갔다. 이번 세계해양포럼은 이전과는 달리 해앙바이오, 해양금융, 소형모듈원자로(SMR) 선박 세션이 새로 신설되었으며, 처음으로 선보인 해양바이오 세션은 ‘지속 가능한 미래 성장 동력 해양바이오’라는 주제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최완현 관장이 좌장을 맡아 포럼을 진행하였다. 이 포럼을 통해 바이오경제 패러다임으로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해양바이오 산업의 중요성과 방향성을 가늠해보도록 하자.
우리에게 바다는 무엇일까?
제17회 세계해양포럼의 대주제는 친환경 첨단기술로 해양 청색 경제를 주도하자는 제안을 담은 ‘블루테크노미’ (Bluetechnomy) 였다. 이는 최완현 관장을 비롯한 각 기획위원들이 오랜 회의 끝에 도출해 낸 키워드로 세계 최초로 만들어진 합성어이다.
‘블루테크노미'(Bluetechnomy)는 해양 중심의 블루오션을 상징하는 청색 경제를 뜻하는 ‘블루’와 인류의 최첨단 기술인 ‘테크놀로지’를 합성한 단어로 어려움 속에서도 글로벌 해양 청색경제의 새로운 국면을 주도하자는 의미에서 책정된 것이다.
그리고 10월 24일 드디어 문을 연 세계해양포럼은 개막식 및 경제사상가 제러미 리프킨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당일인 24일에는 해양정책, 25일에는 해양금융 그리고 26일에는 조선해양, 해운항만 등과 관련된 세션으로 나누어져 세계 해양 관련 이슈와 현황들에 대한 연구 및 토론이 이루어졌다.
새로 개최된 해양바이오 세션은 26일 13:30분부터 시작되었으며, 최완현 관장의 의미심장한 화두를 바탕으로 해양바이오 산업의 가능성이 에둘러 제시되었다.
“우리에게 바다는 무엇일까요?”
지구 표면적의 71%를 차지하는 바다. 그리고 전 지구 생물의 80%가 해양생물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밝혀낸 해양생물은 고작 33만 종으로 80%의 해양생물 중 불과 1%도 안 되는 해양생물을 인류가 활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미지의 영역인 바다의 해양생물 대다수를 연구 분석하게 된다면 인류의 삶은 어떻게 변화하게 될까? 이러한 것을 생각했을 때 인류에게 바다의 존재가 무엇인지 심히 고려해 보며 해양바이오 산업의 도약 가능성에 대해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해양바이오 산업이라는 新성장 동력
해양산업 분야에서 해양바이오 산업의 중요성이 점차 부각되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국가 미래 전략 중의 하나로 ‘해양바이오산업 신성장 전략’을 수립하였고, 이러한 정책을 바탕으로 기업의 자율성 성장 지원체계를 구축하고 해양바이오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등 국가 산업 미래 전략 산업으로 육성 중이다.
“해양바이오 산업은 이제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인류의 미래를 재단해 나가고 이끌어 갈 위치에 올랐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 한국의 해양바이오 산업은 전 세계적인 해양바이오 시장 규모에 비하면 아직 미미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즉, 현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비중은 전체 산업의 6~7%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해양바이오 산업의 전문가들을 결집해 이 자리를 만든 것입니다. 해양바이오 산업의 정보를 나누고 시장의 규모를 함께 키워 나가기 위함인 거죠.”(최완현 관장)
최완현 관장의 제언 이후 본격적인 발제가 시작됐다. 발제자는 총 3인으로 캘리포니아 대학교 산타바바라 생화학과 교수인 ‘하버트 웨이트’ 그리고 라스팔마스데그란카나리아대학교 생명공학부 교수이자 BEA(스페인 조류은행) 센터장인 ‘후안 루이스 고메즈 핀체티’,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지구환경과학부(해양학 전공) 교수인 ‘김종성’이었다.
세 발제자는 차례대로 각자 연구한 내용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김종성 교수는 우리나라 갯벌의 블루카본으로서의 가능성과 잠재력에 대한 연구 성과를 발표하며,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갯벌을 보유한 다수의 국가들과의 협력이 불가피하다고 역설하였고, 하버트 웨이트 교수는 해양생물의 ‘생체 첩착 능력’에 주목하며, 홍합 접착 물질 전략 실행을 위한 연구의 필요성을 소개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발제한 핀체티 교수는 카나리아 제도에서 새로 발견된 미세조류와 거대 조류를 활용한 신물질 개발 연구 과정에 대해 알리며, 인류의 식량 문제와 생태계 위협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였다.
3인의 석학들에 의해 발제된 내용들은 패널로 참석한 과학기술전략연구소의 유경만 대표와 ㈜큐비엠의 전병엽 기술연구소장 그리고 경북대학교 홍지원 교수 등이 참석한 자리에서 바로 열띤 토론으로 이어졌다. 해양바이오 산업 활성화를 위한 시급한 과제와 이를 위한 발전 방향을 근간으로 진행됐던 이 토론 자리에서는 다음과 같은 의견들이 제시되었다.
“해양바이오 산업을 활성화하는 근거가 되는 관련 육성법이 없다 보니 정부에서 계획을 세워도 예산을 안정적으로 끌어오기 어렵다. 정부가 이 산업을 육성시키기 위해서는 5년마다 종합 계획을 만들어 체계적이고 전략적으로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제도적 토대가 마련해야 한다”(유경만 대표)
“현재 정부의 예산이나 인력 등을 고려했을 때 해양바이오 산업이 발전하기 힘들다고 본다. 국가가 마중물 역할을 해야 이 산업이 제대로 클 수 있다”(최완현 관장)

“20년 후 대한민국의 미래는 반도체가 아닌 해양바이오에 있을 수 있다. 국가가 이를 인식하고 정책적으로 이 산업을 육성해 향후 전 세계가 고민하고 있는 탄소 중립을 실현할 수 있어야 한다” (전병엽 기술연구소장)
해양바이오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처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협력이 수반되어야 하며, 이를 바탕으로 해양생물이 가진 잠재력을 발굴하고 연구하여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제품을 개발해 나가야만 한다. 해양바이오 산업은 타 산업에 비해 그동안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그만큼 육성할 수 있는 사업의 분야가 다각도로 열려있다는 장점도 있다. 즉, 블루오션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세계해양포럼이 미래 해양산업 분야의 길을 조금이나 밝게 밝혔기를 바라며,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이정표를 세워가길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