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탑 내부
MARINE
Marine and people
국가보호생물 3관왕 ‘점박이물범’의
개체 보전과 연구에 매진하는
박겸준 연구원
크고 맑은 눈망울과 회색털 그리고 동글동글한 몸체에 반점 무늬가 얼룩덜룩 퍼져있는 점박이물범은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종 1급인 해양동물이다. 점박이물범은 현재 서해 최북단의 백령도와 서산 가로림만에 서식하고 있다. 194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 해역에 약 8,000마리가 넘게 살았다고 하는데, 무분별한 포획으로 개체 수가 급감하다가, 현재는 심각한 기후변화 및 서식지 감소로 백령도에 150~400마리, 서산 가로림만에 10~20마리 정도가 서식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한때 우리나라 바다에 자유로이 서식하던 바다사자 ‘강치’가 어느 순간 멸종돼 사라져 버린 것처럼 점박이물범 역시 그 수순을 밟아가듯 매년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데. 점박이물범의 멸종 위기를 막기 위해서 우리는 과연 어떠한 노력을 해나가야 할까? 점박이물범의 개체 보전과 연구를 이어나가는 국립수산과학원의 박겸준 연구원을 만나 그 해결책에 대해 논의해보도록 하자.
Q1. 안녕하세요. 국립과학수산과학원에서 해양포유류 관련 업무를 보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 박겸준입니다. 2000년경부터 고래연구를 시작하였고, 학위를 받은 후 지금까지 계속 고래류 연구를 지속해왔습니다. 저희 연구소에서는 고래뿐만 아니라 해양포유류에 속하는 다른 종들도 연구하고 있는데요. 점박이물범이 가장 대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안용락 본부장님이 이전에 저희 고래연구소에 계시면서 점박이물범을 대상으로 위성추적 연구 등을 수행하셨었는데, 제가 바통을 이어받아 연구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Q2. 해양수산부 지정 보호대상 해양생물인 ‘점박이물범’이 환경 오염 및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등으로 인해 개체 수가 매년 감소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해양보호생물은 점박이물범 외에도 상괭이, 해마 등 여러 종이 있는데요, 해양보호생물의 등급과 기준은 무엇이며 어떤 식으로 보전 관리되고 있나요?
해양수산부는 2006년 「해양생태계의 보전 및 관리에 관한 법률(타법개정 2011. 07. 29. 법률 제 109776호)」을 제정하여 이를 근거로 생존을 위협받거나 보호해야 할 가치가 높은 해양생물을 보호생물로 지정 관리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보호대상해양생물」이라 칭했는데, 2019년 7월 1일부터 공식 명칭이 「해양보호생물」로 변경되었습니다. 해양보호생물은 CITES(멸종위기동식물의국제거래에관한협약)의 부속서나 IUCN(국제자연보존연맹)의 Red list처럼 등급이 매겨지지는 않고 단일 등급으로, 동일한 수준으로 보존됩니다. 보존 방법으로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로는 포획 및 채취, 이식, 보관, 유통 등을 금지하여 상업적 거래를 막고, 두 번째로는 서식지 등에 대한 보호조치를 강구하기 위한 보전계획 수립, 세 번째로는 현재의 개체군으로 지속적인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더욱 적극적인 보존 행동으로 종의 증식 및 복원을 위한 조처가 진행됩니다.
Q3. 점박이물범은 매년 봄이면 중국에서 한반도로 내려와 늦가을에 다시 중국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한반도 내에서는 인천 백령도, 충남 서산 가로림만 등에만 서식한다고 하던데요. 점박이물범이 서식지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일까요?
점박이물범이 물 밖에서 휴식을 취하는 장소를 선택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먹이 접근성, 포식자 회피, 사회성 등이 주요 조건입니다. 백령도와 가로림만을 찾으면 점박이물범이 먹이를 입에 물고 있는 모습이 자주 관찰되고는 합니다. 이곳이 먹이 분포도가 높아 점박이물범이 선호하는 지역이기는 하지만, 포식자인 백상아리와 범고래에게 쉽게 노출된다면 먹이가 많은 다른 곳들이 있는데, 굳이 여기를 휴식 장소로 선택하지 않을 것입니다. 즉, 점박이물범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관건은 포식자 접근이 어려운 지형적인 요건과 쉬운 먹이 접근성이 제일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점박이물범은 사회성 있는 동물로 종종 그룹으로 휴식을 취합니다. 큰 그룹을 수용하고 사회적 상호작용이 가능한 휴식 장소로 백령도와 가로림만을 선호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그룹 경계를 통해 포식자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라고도 생각됩니다.
Q4. 대부분의 사람들이 대중매체를 통해 점박이물범에 대한 소식을 전해 듣고는 합니다만, 이 해양생물에 대한 지식은 부족합니다. 점박이물범은 어떠한 생물인지 그 생애를 바탕으로 설명해주시겠어요?
점박이물범은 기각류에 속하는데 발을 지느러미처럼 이용하는 동물을 말합니다. 기각류는 수중에서 주로 활동하면서 얼음 또는 육지를 오가는 반수적인 동물입니다. 수영과 잠수 능력이 뛰어나며, 휴식과 출산을 위해 얼음판과 육지를 이용하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털갈이 시에도 얼음이나 바위 해안에 올라갑니다. 수명은 명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30년 이상일 것으로 추측됩니다.
Q5. 점박이물범을 조사하러 백령도와 충남 가로림만을 오간다고 하셨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2010년 초기부터 점박이물범을 조사하기 시작했는데, 조사 초기만 해도 해당 지역민들은 점박이물범이라는 종을 잘 몰라 물개라고 부르고 있더군요. 그래서 당시 백령도에서 점박이물범이 가장 많이 올라가던 바위를 물개바위로 불렀습니다. 이를 바로 잡기 위해 저희 조사원들이 점박이물범에 대해 알리고 호칭도 바로 잡았고, 보호의 필요성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노력 끝에 이제는 점박이물범이 많이 알려지게 됐고, 점박이물범의 보존 필요성에 대해서도 많이들 인식하게 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Q6. 왜 해양포유류에 관심을 가지시게 됐나요? 그리고 점박이물범 외에 연구하고 계시는 다른 해양포유류가 있다면?
바닷 속 수많은 해양생물들은 제각각 개성과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제가 해양포유류에게 더 끌리는 이유는 인간과 비슷한 점이 많아서입니다. 처음에는 쇠돌고래과인 상괭이를 조사하고 연구하며 해양포유류의 세계에 입문하게 되었고, 지금은 우리나라 전 연안에 분포하는 해양포유류에 대한 분포도와 개체수 연구를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점박이물범 외에 괄목할 만한 해양포유류를 소개하자면 참돌고래와 낫돌고래 그리고 제주도의 남방큰돌고래를 들 수 있는데요. 이 돌고래들은 우리나라 연안에 분포하는 주요 돌고래류로 어업, 해운, 해양레저 등 인간의 활동에 많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라 추정되기에 분포와 생태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에 있습니다.
Q7. 한 때 백령도 주민들과 점박이물범 사이에 까나리 쟁탈전이 치열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결국 어민들은 까나리를 양보하며 점박이물범과 공생하는 길을 택하며 지금도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인류와 해양생물이 함께 공생할 수 있는 방법에는 또 무엇이 있을까요?
인간이 해양생물과 공생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는 공생이 인간에게도 이롭기 때문입니다. 영국 오크대학의 칼럼 로버츠(Callum Roberts)는 그의 저서 ‘The Ocean of Life: The Fate of Man and the Sea’를 통해, 생태학적 관점에서 인간의 지속 가능한 관리와 보호 노력이 해양생물과 환경, 그리고 인간에게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합니다. 해양포유류는 해양생태계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작용합니다. 그들이 사냥을 통해 특정 먹이 생물을 조절하고,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어업자원의 지속 가능성과 어민의 생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사회적인 관점에서도 백령도 점박이물범과의 공존이 백령도 주민에게 이익을 주고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이전에만 하더라도 백령도는 멀고 접근이 어려운 군사지역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었는데, 이제는 그러한 이미지를 넘어 점박이물범이 서식하는 자연친화적인 섬으로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찾는 친숙한 섬으로 변모하게 되었습니다.
Q8. 독도 바다사자(강치)는 30년 전 멸종이 되고 말았는데요, 점박이물범도 그러한 수순을 밟지 않기 위해 국가적 혹은 개인적으로 어떠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점박이물범은 천연기념물 지정, 해양보호생물 지정으로 법적인 보호받을 지위가 보장되었습니다. 그래서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것은 예방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시선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서의 혼획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혼획은 점박이물범뿐만 아니라 다른 해양포유류에게도 큰 위협으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혼획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들이 어업별로 적용될 필요가 있는데 여기에는 국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어민과 시민의 해양생태계와 종 보존에 대한 인식이 더 높아져야 할 것입니다.
Q9. 마지막으로 점박이물범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우리가 너희를 알리고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니 많이 찾아오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