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탑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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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BIO
몽글몽글 피어나는 주홍빛 바다의 꽃 ‘밤수지맨드라미’
군락지 확대를 위한 자연복원에 성공하다.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제주 서귀포 문섬 일대. 밤송이처럼 동글동글한 연산호 밤수지맨드라미가 군락을 형성하여 주홍빛 물결을 일으킨다. 바위 틈틈이 꽃을 피운 듯 만개한 연산호들은 바닷속 세상을 아름답게 수놓는 것도 잠시. 기후변화 및 바다의 사막화 그리고 서식처 훼손 등으로 인해 연산호 군락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에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생태보전실에서는 감소하는 밤수지맨드라미를 복원 증식시키기 위한 연구를 진행하는 등 블루카본으로서의 잠재력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 자연복원에 성공했다. 이 반가운 소식과 값진 연구 과정을 직접 들어보기 위해 생태보전실 조인영 선임연구원을 만나보았다.

Q1 최근 자연복원에 성공한 밤수지맨드라미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밤수지맨드라미는 곤봉바다맨드라미과에 속하는 연산호의 한 종류입니다. 해양보호생물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되어 있는 국가보호종으로 제주도 남부해역에 주로 분포하고 있으며, 특히, 제주도 서귀포 연산호 군락지의 대표종으로 우리나라와 일본 인도양 일부에서 발견됩니다.
전체적으로 붉은색이며 폴립 끝에 오렌지색의 골편이 보여 밤송이처럼 보이기 때문에 밤수지맨드라미라는 이름이 붙어있습니다. 수심 5~35m에 주로 살며 암반지대에 고착하고 비교적 유속이 빠른 지역에서 삽니다.
Q2 예전에는 제주도 연산호 군락지에서 밤수지맨드라미를 쉽게 볼 수 있었지만, 현재는 서식지가 줄어들고 군락이 사라지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원인은 무엇일까요?
우리 자원관에서 2021년 서식실태 조사를 한 바에 따르면 제주도 서귀포 인근 밤수지맨드라미는 2016년에 비하여 서식지 피도(coverage)가 약 30% 정도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서식지가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전체적인 서식지 감소가 확인되는 것은 환경적 요인이 작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수온 상승으로 인한 번식력의 감소, 대형태풍, 저염 환경 등에 따른 성체의 감소, 그리고 환경변화에 따른 동일 지역 내 다른 산호 및 고착생물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현상 등이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폐어구, 낚싯줄 등의 물리적 영향과 더불어 갯민숭달팽이 등 다른 생물이 산호 폴립을 섭취하는 것도 개체 수 감소의 한 원인이 됩니다.

Q3 밤수지맨드라미는 2016년에 해양수산부에서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여 보호관리 하고 있는 종이며,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2021년에는 밤수지맨드라미의 서식실태를 조사하고 유성생식을 이용해 인공증식 기술 개발에 최초로 성공하였다고 들었습니다. 무성생식이 아닌 유성생식을 택한 이유는 무엇이며, 유성생식과 무성생식의 차이 그리고 증식 결과의 차이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무성생식은 모체와 유전적으로 동일한 자손을 생산하는 방법으로 산호는 다양한 종류의 무성생식 전략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성생식은 암수의 생식세포의 결합으로 다음 세대가 만들어지는 방법으로 부모와 다른 유전적 특성을 갖게 됩니다.
무성생식은 빠른 시간 내에 자손을 늘리거나 몸체를 키울 수 있어서 공간경쟁을 하는 산호에게는 중요한 생식방법입니다. 그러나 같은 유전자를 가진 자손을 만들기 때문에 환경변화에 매우 취약하고 변화에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현재 밤수지맨드라미의 감소 원인으로 환경변화를 일 순위로 꼽고 있는데, 향후 수온 변화 등에 따라 여러 가지 변수가 다수 생길 것을 감안했을 때 환경에 적응을 잘할 수 있는 개체를 생산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다른 지역에 이식을 했을 경우에도 적응을 잘할 수 있는 개체 복원 방식을 선호합니다. 이러한 모든 것을 충족시킬 수 있는 복원 법이 유성생식입니다. 당장의 숫자를 늘리는데 목표를 두기보다는 향후 세대를 이어가는 것까지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에 유성생식을 통해 다양한 후손을 만들어 환경변화에 잘 적응하는 개체를 생산해 내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4 산호는 어린 유생 시기에 얼마나 잘 붙느냐가 생존율과 직결된다고 하던데요. 이에 자연복원 시 산호에 붙일 구조물도 도예가를 통해 돌산호 형태를 재구성하여 흙을 구워내 만들었다고 들었습니다. 기질을 찾는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설명해 주시겠어요?
산호는 유생 시기를 거쳐 암반이나 바닥에 고착하여 평생을 살아가게 됩니다. 저희 연구팀이 주목한 점은 착상 시 산호가 선호하는 기질, 방향, 또는 생물학적 시그널이 있을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몇 년간 다양한 종의 산호의 유생을 가지고 기질의 종류, 색, 방향 등 다양한 요인의 선호도를 조사했습니다. 또한 산호 유생이 기질을 선택할 때 기질에 있는 미생물의 종류에 따라 선호도가 달라지는 것을 실험을 통해 확인하고 선호도가 높은 미생물 칵테일을 기질에 도포하여 유생의 부착 비율을 높였습니다.
Q5 복원 과정에 소요된 시간과 과정 그리고 특별히 기억에 남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밤수지맨드라미 증식복원은 2022년부터 시작하여 2년여의 시간이 걸렸습니다. 지난해는 해수 염도가 너무 낮아서 사육실에 적절한 해수를 구하지 못해서 고생하기도 했고, 추석 명절 동안 돌아가면서 나왔음에도 추석 당일 하루 쉬었을 때 물이 넘치는 바람에 사육 개체가 약해져서 회복시키느라 고생하기도 했던 기억이 납니다.
Q6 자연복원은 성공하였지만, 기후변화는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환경적인 영향을 고려한 관리 방법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기후변화가 해양생물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고 그 속도도 빠릅니다. 다양한 관리 방법이 있겠으나 먼저 생물이 스스로 가지고 있는 회복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술로써 시간을 벌어주는 것입니다. 종 내에 적응을 잘하는 개체를 확보하고 유전자를 이어질 수 있게 하는 것, 서식지의 이동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여 대체 서식지를 보전하고 적응 방향을 연구하는 것 그리고 인공증식 기술 개발 등을 통해 서식지 외에서도 지속적으로 종을 유지하는 관리 방안 등이 필요합니다.
Q7 밤수지맨드라미 외에 복원을 위해 연구하고 있는 다른 해양생물이 있을까요?
밤수지맨드라미 외에 다양한 해양보호생물의 복원을 진행해 왔으며, 현재 남해안 대표종이자 급격하게 서식지가 줄고 있는 빨강해면맨드라미, 개발압력 등의 영향을 많이 받는 보호생물인 기수갈고둥, 갯게 등 기수역에 서식하는 보호종, 연일 이슈가 되고 있는 나팔고둥 등 보호생물에 대한 증식복원 연구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Q8 마지막으로 점차 상승하는 해수 온도로 인해 보호해야 할 해양생물도 점차 늘어나게 될 듯합니다. 자원관에서도 이러한 문제에 대해서 경각하며 연구를 진행하고 있을 것 같은데요. 이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해양보호생물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우리가 미처 알아채기도 전에 빠르게 감소하는 종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이에 따라 자원관에서는 해양생물의 지속 가능한 이용과 해양생태계의 보전을 위하여 좀 더 체계적인 관리와 연구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재 자원관 연구진은 해양생물다양성 보전대책, 해양보호생물 연구의 중장기계획 등을 수립하는데 참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해야보호생물에 대한 서식실태, 증식복원, 서식지 외 보전기관 및 구조치료기관 운영 등에도 참여하고 있으며, 2026년 개관 예정인 해양보호생물 연구에 책임기관 역할을 할 국립해양생물종복원센터 건립도 추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