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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 미생물 자원의 활용 및 전망

. 김세권 교수

해양은 육상과는 달리 고염, 고압, 저온, 저 영양 등이 존재하는 특수한 환경이다. 연안 해역 쪽은 생물의 생산에 필요한 영양이 풍부한 부영양 환경이며, 외양(外洋)으로 갈수록 유기물이나 무기물의 농도는 낮아지는데 놀랍게도 외양의 빈 영양 환경에도 수많은 미생물이 살고 있다. 유기물이 풍부한 연안이나 해양 퇴적물에는 ml 당 107 ~ 108의 세균이 분포하고 있으며,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외양에도 ml 당 104~ 106의 세균이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해양 미생물은 해양의 물질 순환 담당자로서 해양에서 많은 종류의 유기물 분해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여하여 해양환경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해양 미생물은 해양에 서식하는 동식물체에 부착하여 살아가기도 하고 동물의 장내나 식물의 조직 속에서 서로의 이익이나 편리에 의해 공생관계를 가지며, 기생이나 포식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와 같이 해양 미생물과 동식물이 긴밀히 연관되어 상호작용 한다는 것은 생물 간에 생리활성 물질과 같은 다양한 물질이 생산되어 서로 공생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생리활성 물질에는 항생 물질, 항 바이러스 물질, 독성 물질, 효소와 그 저해제, 호르몬, 정보전달 물질 등이 있다. 또한, 해양 오염의 환경 제어 즉, 오염, 오탁에 의한 연안 어장 환경의 피해 방지, 적조 발생 방지, 석유나 농약의 분해, 어패류 양식장의 오염 물질 제거 등 해양 환경을 유지하는데도 해양 미생물이 필연적으로 관여하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해양 미생물은 해양의 독특한 서식환경에 살아가기 위하여 여러가지 특징을 가진다. 30%의 염분 농도에서 최적 성장을 보이는 호염성, 바다의 90% 이상의 수온이 5ºC 이하이므로 낮은 온도에서 성장하는 호냉성, 고압력에 내성이 있어 380 기압 이상의 해저에서도 생육 가능한 호압성, 영양 물질이 적은 해수 중에 살아가는 일부 해양 세균들이 저 영양 환경에서도 적응하여 살아가는 저영양성 등이 있다. 최근 심해저에서 뜨거운 물과 가스를 내뿜는 열수 분출공에서도 미생물이 발견되었는데, 열수 분출공이 200~380 ºC에 이르는 열수를 초속 1-2m의 유속으로 분출하는데도 생존하는 초호열성의 특징 또한 지니고 있다. 해양미생물이 가진 이러한 다양한 특징들을 제대로 연구하여 활용한다면 소중한 미래의 자원이 될 것이다.

1. 해양 미생물의 생리활성 물질

해양 미생물의 생리활성 물질의 중요한 특징은 다른 생물과의 공생이나 공존에서 2차 대사산물이 생산된다는 점이다. 2차 대사산물이란 일차적인 생장기에는 생산되지 않고 배양이 정지기에 들어갈 때 생산되는 물질을 말한다. 2차 대사산물이 산업적으로 가장 중요하고 흥미 있는 제품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새로운 공정을 개발하기 위해 2차 대사의 성질을 이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모든 생물에서 1차 대사는 서로 유사하지만 2차 대사는 생물에 따라 다르다. 개개의 2차 대사산물은 비교적 소수의 생물에 의해서만 생산되며 약리적으로 활성이 있는 미생물 대사산물인 항생물질, 스테로이드, 알카로이드 등이 일반적으로 2차 대사산물의 범주에 속한다. 해양에서 분리된 방선균과 사상균에서는 육상유래의 것과 구분되는 특이한 구조의 새로운 화합물이 다수 발견되는데, 이것은 해양 미생물이 염도, 수압, 온도 등 육상과는 다른 생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제2차 대사계에 변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해양 환경에 고도로 적응된 균이나 특수한 해양 환경에 존재하는 균을 자원화하여 이용가치를 높이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해양 미생물 중 세균과 진균은 의약, 농약 또는 이들의 선도 화합물(lead compound, 천연물 추출물에서 처음 분리된 효능이 있는 화합물, 선도 화합물의 구조를 변경하여 더욱 안정성과 유효성이 높은 화합물을 찾아 신약 후보 물질로 활용할 수 있음). 아래 표1에 각각 해양 세균과 해양 진균에서 분리한 새로운 항균 물질, 항곰팡이 물질 및 항바이러스 물질을 나타냈다.

[표 1] 해양 미생물에서 분리된 신규 항균, 항곰팡이 및 항바이러스 물질.

화합물 생산균 분리원
해양 세균
1) 항균 물질
Albyssomicin B~D Verrucosispora sp. 바다 진흙
Andrimid, Noiramide A~C Pseudomonas fluorescens 멍게
Bogorol A Bacillus laterosporus 환형동물
2,4-Dibromo-6-chlorophenol Pseudoalteromonas luteociolacea 해조
Lomemide A.D Actinomycete 바다조개
Quinolinol Pseudomonas sp. 해수
Diketopiperazine Pseudomonas aeruginosa 해면
2) 항곰팡이 물질
Basilskamide A.B Bacillus laterosporus 환형동물
Haliangicin류 Haliangium ochraceum 해조
Halolitoralin A~C Halobacillus litoralis 바다 진흙
3) 항바이러스 물질
Caprolatin A.B 그람 양성균 바다 진흙
Macrolactin A~F 그람 양성균 바다 진흙
해양 진균
1) 항균 물질
Auranticin A.B Preussiaaurantiaca 바다 진흙
Guisinol Emericellaunguisu 해파리
Modiolide A.B Parahpaeosphaeria sp. 조개
Pestalone Pestalotia sp. 해조
Varixanthane Emericella variecolar 해면
2) 항곰팡이 물질
Cladospolide D Cladosporium sp. 해면
Dihydrocolletodiol류 Varicosporinaramulosa 해조
Fumiquinazoline H.1 Acremonium sp. 멍게
Keisslone Keissleriella sp. 바다 진흙
Phomopsidin Phomopsis sp.
3) 항바이러스 물질
Halovir A~E Scytalidium sp. 해초
Sansalvamide A Fusarium sp. 해초

또한, 해양 세균과 해양 진균에서 항종양 물질의 탐색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종양세포를 사용한 암 증식 억제 활성의 측정은 비교적 간단하여 해양 미생물 대사산물의 스크리닝도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해양 세균과 진균에서 발견된 신규 항 종양 물질의 개수는 항 미생물 활성물질보다 많다. 표2에 해양 세균과 진균에서 분리한 신규 항종양물질을 나타내었다.

[표 2] 해양 미생물에서 분리된 신규 항종양 물질.

화합물 생산균 분리원
해양 세균
Abratubolactam C Streptomyces sp. 연체동물
Bisucaberin Alteromonas Haloplanktis 바다진흙
Octalctin A.B Streptomyces sp. 산호
Pelagiomicin A~C Pelagiobacte sp. 해조
Staurosporin류 Micromonospora sp. 해면
해양 진균
Acrtophthalidin Penicillium sp. 바다 진흙
Asperazine Aspergillus niger 해면
Communesin A.B Penicillium sp. 해조
Fellutamide A.B Penicillum fellutanum 어류
Kasarin Hyphomycetes sp. 산호
Macrosphelide Periconiabyssoides 성게류
Sansalvamide A Fusarium sp. 해초
Virescenoside M~U Acremonium striatisporum 해삼

이 외에도, 해양 미생물에는 항염증 물질, 효소 저해제 및 항산화 물질도 발견되었다(표 3).

[표 3] 해양 미생물에서 분리된 신규 항염증 물질 및 기타 활성 물질.

화합물 생산균 분리원
해양 세균
1) 항염증 물질
Cyclomarin A~C Streplomyces sp. 바다 진흙
Lobophorin A.B Actinomycete 갈조류
Salinamide A~E Streptomuces sp.
2) 효소 저해 물질
B-90063 Blastobacter sp. 해수
Flavocristamide A.B Flavobacterium sp. 조개
Phrostatin A.B Streptomyces sp. 바다 진흙
해양 진균
1) 항염증 물질
Oxepinamide A Acremonium sp. 멍게
Phomactin A~G Phoma sp.
2) 효소 저해 물질
Cathestatin C Microascus longirostris 해면
Chlorogentisylquinone Phoma sp. 바다 모래
Epolactaene Penicillum sp 바다 진흙
Roselipin류 Gliocladium roseum 해조
Sculezoneone A.B Penicillum sp. 조개류
Xyloketal A Xylaria sp.
3) 항산화 물질
Epicoccone Epicoccum sp. 해조
Parasitenone Aspergillus parasiticus 해조
Hydroquinone Acremonium cf.roseogriseum 해면

해양 미생물의 유전자 재조합은 대장균, 고초균, 효모 등에서 연구한 방법을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해양 광합성 세균에서 분리한 플라스미드를 운반체로 이용하여 어류 성장 호르몬 유전자를 클로닝하면 그 유전자를 대량 생산할 수 있다. 성장 호르몬은 뇌하수체에 미량으로 함유되어 있기 때문에 개체에서 대량으로 생산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러나 유전공학 기법이 활용되어 각종 어류에서 성장 호르몬 유전자가 클로닝되어 그 유전자 구조가 밝혀지고 있다. 실제로 성장 호르몬 유전자를 어류에 도입시키면 성장 촉진 효과가 나타나 이 성장 호르몬 유전자를 수정란에 주입시킴으로써 짧은 시간 내에 크게 성장하는 슈퍼 연어와 같은 대형 어류를 만들어낼 수 있다.
해양 주자성 세균(magnetotatia bacteria)은 균체 내에서 유기 박막으로 덮인 자철광 초미립자를 생성한다. 이 같은 강자성 박막은 반도체의 기억장치에 필수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메탄 생성균과 수소 생성 광합성 세균과 같이 해수 중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생물도 있는데, 이들 미생물을 고분자 겔 안에 고정시킨 뒤 생물 반응기에 의한 메탄과 수소를 연속적으로 생산하는 방법도 보고된 바 있다. 이렇게 해양 미생물은 이산화탄소의 고정, 황화수소, 메탄의 산화에도 직접 관여하여 우리 생활에 직접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2. 해양 미생물로부터 바이오 촉매 개발

효소는 바이오 촉매로서 세포 내 여러 생화학 반응을 촉진하여 생명활동을 지속하게 한다. 효소는 상온, 상압, 중성 PH 영역에서 높은 활성을 나타내는 기질 특이성(특정 기질에 대하여 특정 반응만을 선택적으로 촉매 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효소를 바이오 공정의 촉매제로서 산업적으로 활용하는데 큰 이점이 된다. 효소 반응에는 가압 및 가열 장치가 필요 없고 순도가 낮은 기질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반응 장치나 운전 에너지, 반응 원료 관련한 비용도 절감할 수 있다.
생물들은 각기 속한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독특한 특성을 가진 효소를 가지고 있다. 열대 해역, 극해역, 천해역, 심해역, 심해저의 열수 분출공 주변 등 특수한 해양 환경에 서식하는 미생물을 대상으로 특유한 성질을 가진 효소가 탐색 되었으며, 이들은 산업적으로 이용가치가 매우 높다. 효소 산업은 2000년에 들어 급성장하고 있으며 이용 범위도 연구, 의약, 검사 시약, 식품가공, 전분 가공, 제당, 세제, 섬유, 제지, 양조, 축산, 유업 등으로 크게 확대되고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 해양 미생물 유래의 효소들이 개발되어 산업적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1) 심해미생물 효소

▲ 해저 열수분출공 주변의 해양생물(관벌레, 조개, 새우, 말미잘).

지구 표면의 약 70%를 차지하는 해양의 평균 깊이는 약 3,800m로, 해양은 대부분은 심해라고 볼 수 있다. 수심 3,800m의 심해는 2~4ºC의 저온이며 380MPa의 고압 환경이다. 특히, 열수 분출공 주변에는 300ºC 이상의 고온에서 메탄이나 황화수소를 함유하는 국소환경도 있다. 이와 같은 극한의 해양 환경에서는 생물이 살아가기 어려울 것 같지만 절족동물, 극피동물, 환형동물, 미생물 등이 서식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심해 생물로부터 환경 적응에 관련하는 특성을 가진 효소가 발견될 수 있다.

2) 내열성 아가로오스 가수분해효소(Agarose)

식용 또는 공업재료로 활용되고 있는 한천의 주성분인 아가로오스는 홍조류인 우뭇가사리, 돌가사리, 비단풀 등에 함유된 난분해성 다당이다. 아가로오스를 분해하는 가수분해효소는 네오아가로비오스(neoagarobiose)나 아가로비오스(agarobiose) 등의 아가로올리고당을 생산하는 효소이다. 육상 미생물이 아가로오스 가수분해효소를 생산하는 일은 매우 드물지만 해저에 서식하는 미생물에서는 쉽게 관찰된다. 아가로오스 가수분해효소를 생산하는 미생물은 해저로 침강해오는 홍조류 유래의 잔사에 함유된 한천을 아가로오스로 분해하여 살아가는데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가로오스를 효소 분해하여 얻어지는 올리고당은 인체에 대해 항종양성, 항산화 활성, 면역 부활 활성, 보습성, 미백 작용 등의 생리활성 기능이 있는 것으로 밝혀져 이 생리활성 올리고당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아가로오스 가수분해효소의 탐색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일본에서는 수심 2,460m 해저의 진흙에서 얻은 세균(JAMB-A94주)으로부터 베타-아가로오스가수분해효소 유전자인 아가 A(agar A)를 클론화하여 바실러스(Bacillus) 발현계에 의해 재조합함으로써 아가로오스 가수분해효소인 아가-A를 생산하는데 성공했다. 이 효소는 60°C에서 15분간 가열해도 실활되지 않는 내열성 효소이며, 아가로오스가 고체화되지 않는 40ºC 이상의 고온에서 아가로오스에 대한 분해 활성이 높기 때문에 DNA를 아가로오스에서 전기 이동시킨 다음 겔을 용해하여 DNA를 추출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 있다. 아가-A 효소를 이용하여 DNA를 추출하는 키트가 이미 시판되고 있다.
또한, 일본 해구의 수심 4,152m의 해저 진흙에서 분리한 세균(Agarivorans)으로부터 베타-아가로오스 가수분해효소의 유전자인 아가A11을 추출하여 그 주된 생성물이 네오아가로비오스로 밝혀졌다. 이 물질은 미백 작용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어 미백 화장품에 활용되고 있다.

▲ 우뭇가사리와 돌가사리 및 아가로오스 분말.

3) 호냉효소

심해역 2~4 ºC 의 저온 환경에 서식하는 호냉균이나 저온 세균의 일부는 저온에서 높은 활성을 나타내는 호냉효소(cold-adapted enzyme)를 가지고 있다. 호냉효소는 일반 효소를 사용하는 것에 비해 여러가지 이점이 있는데, 가장 큰 이점은 저온에서도 높은 활성을 나타내어 열에 불안정한 기질에도 작용시킬 수 있는 것이다. 양적인 면에서도 일반 효소보다 소량만 사용하여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 지금까지 호냉성 단백질 가수분해효소, 지방질 가수분해효소, 아밀라아제 및 섬유소가수분해효소가 세정 보조제로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으며, 이들 효소를 이용하면 세탁기를 돌릴 필요 없이 낮은 온도의 세탁물에서도 높은 세정효과를 얻을 수 있다.
2017년 세계자연보존연맹은 해양 유입 미세플라스틱의 35%는 세탁 시 합성섬유에서 발생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저온에서 활성을 나타내는 호냉효소를 세탁에 활용한다면, 미세플라스틱의 오염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호냉효소는 식품용으로도 이용되고 있는데, 고기의 연화에 이용되는 단백질가수분해효소나 우유의 유당분해효소(B-galactosidase), 과즙의 추출이나 투명화에 사용되는 펙틴가수분해효소(pectinase) 등이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분야에서 저온에서 수행되는 여러 바이오 공정에 호냉효소가 이용될 수 있으므로 심해나 극해의 저온 환경에 서식하는 여러 생물로부터 호냉효소를 추출 및 개발하여 활발히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4) 해양 미생물이 생산하는 효소 저해제

생체가 생명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몸 안에서 여러 효소가 각자의 기능을 해야 하는데 그 활성이 너무 강하거나 반대로 약해도 신체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항상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효소 저해제는 효소와 결합하여 효소 활성을 억제하는 물질로서 효소 활성을 정상적인 수준으로 제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백질가수분해효소 저해제는 본 효소의 이상 활성에 의해 발병된 여러 질환의 치료약으로 폭 넓게 응용되고 있다. 현재까지 분리된 단백질가수분해효소 저해제는 단백질과 같은 고분자와 저분자인 유기화합물로 크게 구분되는데, 전자는 주로 동식물에서 유래된 것이고 후자는 방선균을 비롯한 미생물에서 유래되었지만 해양 미생물로부터 분리된 것은 연구 부족으로 인해 아직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최근 수많은 해양 미생물로부터 새로운 효소 저해제의 분리 및 특성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 앞으로 의학, 약학, 농수산 분야에서 활발히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당화효소 저해제는 당화효소 활성을 저해하여 전분의 소화흡수를 특이적으로 억제하는 역할을 하여 항비만약으로 응용되고 있다. 대부분 육상 식물이나 방선균으로부터 여러 저해제가 분리 및 동정 되었으며, 해양 유래의 미생물이 당화효소 저해제를 생산하고 있다는 연구보고는 드물다. 그러나 이마다(lmada)는 여러 해역에서 분리한 해양 미생물 약 5,000 균주에 대해 당화효소 저해제의 생산성을 조사하여 해저 퇴적물에서 저해제를 생산하는 방선균을 발견하는데 성공하였다. 이 방선균에서 분리한 당화효소 저해제를 항비만약으로 이용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또한, 최근 해양 방선균을 분리하여 N-아세틸포도당분해효소 저해제를 생산하는 균주인 피로스타틴 A, B(pyrostatim A, B)를 발견해냈다. N-아세틸포도당분해효소는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당단백질이나 당지질의 당사슬을 분해시키는 효소지만 뇨에서 활성이 상승하면 신장의 세뇨관 장애를 유발하고 당뇨병, 백혈병, 암환자의 혈중에서 이 효소 활성이 상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해양 방선균으로부터 발견된 이 효소 저해제가 앞서 언급한 질환의 치료에 효과가 있음이 밝혀져 머지않아 치료제로 개발되어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5) 해양 미생물 유래 미백제

정체됨으로써 생기는 것이다. 티로시나아제(tyrosinase) 활성을 저해하는 저해제는 멜라닌 생성을 억제시켜 미백 화장품에 응용되고 있다.
미생물 유래의 가장 대표적인 미백제는 육상 유래의 누룩곰팡이(Aspergillus)나 푸른곰팡이 속 사상균이 생산하는 코직산(lcojic acid)이다. 이 코직산은 티로시나아제의 활성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멜라닌 생성을 억제하는 작용도 있어 새로운 미백제로 개발되었다. 하지만 우수한 미백 효과가 입증되었음에도 안정성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확인되어 화장품 배합 금지 조치가 취해졌고 현재는 사용이 중단되었다. 이러한 배경에서 해양 미생물 대상으로 코직산을 대체할 새로운 티로시나아제 저해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마다는 바다 수심 100m 해저 퇴적물에서 사상균인 푸른점버섯균(Trichoderma viride) HI-7주를 분리하여 그 배양액에서 티로시나아제 저해제(5-hydrocy-3-isocyano-5-vimylcylo-pent-2 enone)를 발견하였다. 사람의 멜라닌 세포를 이용하여 이 저해제의 멜라닌 생성 억제 효과를 알부틴를 대조구로하여 조사 한 결과, 사진 3에서 볼 수 있듯이 알부틴과 동등 이상의 멜라닌 생성 억제효과가 관찰되어 새로운 미백제로 응용될 수 있다고 시사한바 있다.

▲ 해양미생물 티로시나아제 저해제의 멜라닌 생성억제 효과.

3. 전망

해양은 미생물학적으로 대단히 복잡한 환경이며 다양한 압력, 염도, 온도에도 수많은 종류의 미생물이 존재한다. 해양 미생물은 극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대사 과정과 생리학적인 능력을 개발하여 왔기 때문에 육상 생물과 상당히 다른 대사산물들을 함유하고 있으며, 이들을 잘 활용한다면 가치 있는 자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해양생물과 육상생물의 물리, 화학적 특성을 비교해 보면, 해양은 물로 구성되어 있으므로 생물 간에 원활한 정보교환을 위하여 많은 화학물질의 생산이 필요하다. 또한 해양 환경은 광에너지 흡수가 표층수로 제한되어 있고, 탄수화물보다 단백질 우위로 구성된 생물상이 우세하므로 먹이사슬이 매우 복잡하다. 따라서 매우 다양한 표면서식자와 공생자가 존재한다. 그러므로, 해양 미생물은 상업적인 가치가 높은 화합물이 존재하는 미답의 보고라 할 수 있다.
해양 세균은 고분자 물질 또는 효소를 생산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일부 세균은 DNA분해효소, 지방질가수분해효소, 알긴산분해효소, 단백질가수분해효소, 아가로오스가수분해효소, 섬유소분해효소, 에스테르가수분해효소 등 효소의 잠재 생산자로 이용되고 있다. 이미 기술한 바와 같이, 해양 미생물에서 항균, 항곰팡이 및 항 바이러스 물질, 함종양물질, 항염증물질, 항산화물질 및 효소저해물질 등 많은 생리활성 물질이 발견되고 있어 앞으로 이들을 활용한 새로운 의약품 개발이 기대된다.
무엇보다도, 해양 식물이나 동물은 원료의 대량 생산이 어려워 산업화하기가 쉽지 않지만 해양 미생물은 배양이 용이하여 활용 면에서 유리한 점도 있다. 지구 환경에 존재하는 미생물의 99%는 분리 및 순수 배양이 어려워 난배양성 미생물(viable but non-culturable, VBNC bacteria)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 메타게놈(배양이 어려운 미생물 전체를 대량의 염기서열분석기를 사용하여 한번에 유전자들을 동정하는 방법)을 활용하여 효소나 생리활성 물질을 만들어내는 유전자 발견이 가능해졌다. 메타게놈은 이들 VBNC 박테리아가 가지는 게놈 DNA를 환경으로부터 직접 추출한 혼합 상태의 DNA를 의미한다. 이들의 염기 배열을 망라하여 읽는 것으로 메타게놈 해석이 진행되고 있다. 차세대형 DNA 염기 서열 측정장치를 사용하여 방대한 염기서열 정보를 단시간에 얻을 수 있는 바이오 정보학 기술과 고속 대량 활성 검측 기술이 진보됨에 따라 유전자의 탐색이 가능해진 것이다.
지금까지 해양 미생물을 대상으로 한 메타게놈 해석이 해수나 바다 진흙에 있는 VBNC 박테리아나 공생 미생물을 대량 함유하고 있는 해면이나 산호에서 이루어져 여러가지 유전자들이 발견되고 있다. 또한, 이 유전자를 활용하여 새로운 효소뿐만 아니라 생리활성 물질의 개발도 가능하다.
앞으로 해양미생물에서 분리된 새로운 생리활성 물질이 인류를 위협하는 난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것을 기대해 본다.

김세권 교수

김세권 교수

프로필(Profile)

-전 부경대 화학과 교수, 연구특임교수
-전 한국해양대학교 석좌교수
-전 한양대 석좌교수
-현 한양대 대우교수
<수상 내역>
-스위스 Marine Drug 학술지로부터 최우수논문상(2020)
-이란 정부가 수여한 제33회 Khwarizimi 국제과학상(2020)
-대한민국 학술원으로부터 학술원상(2015)
-한국과학기술한림원으로부터 목은생명과학상(2012)
-산학협동재단으로부터 산학협동대상(2003), 미국 유화학회로부터 최우수논문상(2002)
-2014년부터 4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과학자(Thomson Reuters)로 선정
<출간 도서>
-세계 첫 “해양생명공학” 대학 교재 ‘Essential of marine biotechnology, Springer 2019’,
-해양생명공학 백과사전 ‘Encyclopedia of marine biotechnology, Vol 1~5, Wiley 2020’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