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탑 내부
MABIK
FOCUS MARINE
바닷속 미지의 해역 중광층 부분에 서식하는
신종 해양생물 15종! 미기록종 6종, 해양생물 156종을 발견하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는 지난 8월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미지의 구간인 중광층 영역의 해양생태계를 탐구하기 위해 동해 및 제주해역 바다를 찾았다. 심해가 시작되는 비밀의 영역이자 태양 빛이 도달하는 바닷속 가장 깊은 구간인 이곳 중광층에 도달하기 위해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는 과연 어떠한 방법과 기술을 도입해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신종 해양생물을 발견할 수 있었을까? 그 생생한 도전의 현장을 들여다보도록 하자.
심해의 문을 연 트라이믹스잠수 기술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실 연구진은 삼육대학교 이택준 교수팀과의 협업 하에 2021년부터 올해 5월까지 9차례에 걸쳐 심해 중광층 영역을 조사했다. 지금까지 중광층 영역의 연구가 어려웠던 이유는 심해에서 수면으로 올라올 시 호흡기, 림프계 근골격계 그리고 중추신경계에까지 문제를 일으키는 잠수병의 위험을 다스리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는 ‘트라이믹스잠수’라는 새로운 기술을 도입시도하였다. 트라이믹스잠수 기술은 세가지 기체(산소, 헬륨, 질소)를 혼합하여 깊은 수심 혹은 장시간 잠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로 공기의 구성 성분인 질소(78%), 산소(21%)의 경우, 깊은 수심대의 높은 압력으로 인하여 체내에 많이 흡수되게 되면 잠수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에 헬륨을 이용하여 구성 비율을 안전하게 낮춰주었다. 이를 바탕으로 생물다양성 연구의 핵심 서식지인 중광층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착수되었고,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중광층의 해양생물 서식 현황과 신종 해양생물 15종 및 미기록종﹡ 6종을 포함한 156종의 해양생물을 발견할 수 있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이다.
*미기록종은 우리나라에서의 서식이 처음으로 확인된 종
최초의 발견과 최신(最新)의 연구
중광층에서 새로이 발견한 156종의 해양생물 중 신종은 15종으로 파라탈레스트리스류(Parathalestris sp. nov.) 등 요각류 11종 및 애기불가사리류(Henricia sp. nov. 1, 2) 2종, 등각류인 유로무나류 (Uromunna sp. nov.) 1종, 새우붙이류인 로리에아류( Lauriea sp. nov.) 1종이다.
신종

- 파라탈레스트리스류(Parathalestris sp. nov.) : 강원도 고성군 수심 51.1m에서 발견된 파라탈레스트리스류는 크기 1mm 이하의 요각류로 모래나 진흙 사이에 서식한다. 요각류는 절지동물문 갑각류에 속하는 동물로 크기가 수 밀리미터도 되지 않아 육안으로 찾기 어려운 생물이다. 요각류는 대형 어류나 무척추동물의 먹이원으로 생태계 구성의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 애기불가사리류(Henricia sp. nov) : 강원도 고성군 54.8m와 울릉도 57.2m에서 발견된 2종의 애기불가사리류는 큰 암반지대에 서식하고 있는 것을 채집하였다. 애기불가사리류는 북극에서 우리나라 인근 해역에 이르는 북태평양 해역에 가장 다양한 종이 서식하고 있으며, 우리나라 제주에서 동해까지 이르는 해역에 15종이 서식하고 있다.
- 유로무나류(Uromunna sp. nov.) : 절지동물문 갑각류의 한 목인 등각류, 유로무나류는 울릉도 57.2m의 굵은 모래바닥에서 발견되었다. 등각류의 몸길이는 1mm에서 최대 27cm까지 다양하나 본 종은 800um로 매우 작은 종이다.
- 로리에아류(Lauriea sp. nov.) : 새우붙이류에 속하는 종으로 제주도 수심 35m에서 연산호 주변에서 서식하는 것을 채집하였다. 새우붙이류는 새우와 게의 중간 형태로 배는 접혀서 가슴에 닿으며 마지막 걷는다리가 작게 변형되어있다. 본 종은 걷는다리의 발끝이 두 갈래로 갈라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미기록종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는 이러한 신종과 미기록종 발견 외에도 지금까지 국내에서 희귀종으로 알려졌던 제주새우아재비(Uroptycus zezuensis )가 수심 71.3m 구간에 집단 서식하는 것을 확인하였고, 한류성종인 오지마애기불가사리(Henricia ohshimai )와 난류성종인 작은별 불가사리(Aquilonastra minor)가 60m 지역에서 서식처를 공유하는 것을 확인하였다. 특히 제주새우아재비(Uroptycus zezuensis)는 1972년 제주도 서귀포에서 처음으로 1개체가 발견된 후 공식적으로 발견된 기록이 없었다. 하지만, 이번 중광층 조사를 통해 제주도 문섬 71.3m 구간 등색관산호에 집단 서식하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중광층 해역에서 해양바이오의 지평을 넓히다
“트라이믹스잠수를 이용하여 중광층(수심 30~150m)을 조사할 당시 수심 40m 지역을 넘어서니 광량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수심 50m부터는 밤처럼 깜깜해졌습니다. 또한, 수심 20~30m 지역을 통과하면 수온도 현저하게 떨어집니다. 그래서 체온 보호를 위해 방한이 가능한 드라이슈트를 꼭 입어야 했습니다. 수심 속에서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게 수중스쿠터 및 고성능 랜턴, 채집망, 관병 등 해양생물을 채집하기위한 도구 등도 챙겼고요, 깊은 수심에서 장시간 잠수를 이어가기 위해 여유 탱크도 챙겼습니다. 트라이믹스잠수 기술을 이용했기 때문에 저희는 더블탱크(혼합기체)와 감압용 탱크 2개(50%, 100% 산소)를 구비했습니다. 처음엔 캄캄한 바닷속을 헤엄치는 게 익숙지도 않고 두렵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3년이라는 시간 동안 계속 바다와 육지를 오가고, 그러한 와중에 신종과 미기록종 해양생물들을 발견하는 등 뿌듯한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생물다양성실 이상휘 선임연구원)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는 앞으로 해수온 상승에 따른 수심대별 해양생물 분포 변화를 연구하기 위해 우리나라 전 해역을 대상으로 중광층 조사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이는 미지의 영역 위에 드리운 베일을 벗겨 새로운 가능성을 내포한 해양바이오 자원의 확보를 위해 중요한 일이며, 해양생물에 대한 탐구 영역을 넓혀 우리나라 바다를 이해하기 위해 앞장서서 해야만 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