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탑 내부

MARINE
Special Theme

해양생물로부터
미래의 바이오에너지가
생산될 것이다.

. 김세권 교수

화학연료인 석유는 매장량이 한정적이고 연소시켰을 때 발생되는 이산화탄소가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알려지면서 석유를 대체할 에너지자원 개발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원자력 에너지, 태양 에너지, 바이오매스(biomass, 생물이 태양 에너지를 축적한 것) 등이 미래의 에너지원으로 부상하였다.
그러나 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과 해일에 의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폭발사고로 인해 이러한 대체 에너지의 주력으로 간주되었던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었고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의 건설은 재검토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에 무궁무진한 태양 에너지와 그 축적물인 바이오매스를 새로운 에너지 자원물질로 이용하는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폭발 사고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 폭발 사고

지구 전체 바이오매스 총량은 탄소로 환산하였을 때 1.0X1012톤 이상으로 추정되며, 이는 연간 에너지 소비량의 100배, 석유 매장량의 5배에 해당하는 엄청난 양이다. 또한, 바이오매스 총량의 10분의 1은 광합성에 의해 매년 재생산되는 특징도 있다. 특히 해조류, 미세조류, 해양 미생물 등 바다 속 바이오매스로부터 에탄올, 메탄, 수소, 바이오디젤 등 바이오에너지를 개발할 수 있다.

해조류로부터 에탄올 생산

식품으로 일부 이용되는 해조류는 바다에서 대량 생산되며 무궁무진한 바이오메스(에탄올)의 원료라 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해조류는 녹조류, 갈조류, 홍조류에 속하는 대형 해조로, 연안 지역에 분포하고 있지만 전 세계 바다에서 생산되고 있어 그 생산량은 열대우림 지대 생산량을 능가한다. 에탄올 생산을 위한 육상 바이오매스를 재배하는 것에 비하면, 해조류 바이오매스는 자연 발생적으로 생육하며, 생육 장소가 광대한 바다이기 때문에 육상의 식용 농작물의 경작지나 물이 필요하지 않고 농약 투여에 의한 환경부하가 없는 것도 큰 장점이다.

자이언트 캘프
자이언트 캘프

해조 성분 중에는 에탄올 연료로 적합한 셀룰로오스계 다당류, 전분계 다당이나 고분자 황산화다당, 알긴산, 만니톨 같은 당알코올 등 여러 당질이 대량 함유되어 있다. 또한, 해조는 육상 바이오매스에서 볼 수 있는 셀룰로오스계 다당의 추출을 방해하는 리그닌을 함유하지 않거나 아주 소량만을 함유하기 때문에 에탄올 발효의 원료로 이용하기 쉬운 바이오매스라고 할 수 있다.
해양 바이오매스로부터 에탄올을 생산하는 공정은 해조류의 건조, 분쇄, 액화, 당화 등의 전처리를 거쳐서 에탄올 발효 및 정제 순서로 진행된다. 바이오에탄올 생산에 있어서 글루코오스 1분자로부터 생산되는 에탄올은 2분자로 한정되기 때문에 에너지 소비가 적은 효율적인 에탄올 발효공정 도입이 필요하다. 다시 말해, 에탄올 발효에 적합한 당질이 많이 함유된 해조를 탐색하여 이를 대량으로 양식할 수 있는 방법이 확립되어야 한다. 또한 당질 회수율이 우수한 액화 당화법의 개발, 효율적인 발효 미생물의 탐색과 배양 방법, 에너지 투입이 적은 에탄올의 정제 방법 등이 확립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원료인 해조를 대량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므로 유망한 해조류의 대규모 양식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육종기술을 통해 성장이 빠르고 기후변화에 민감한 환경에서도 잘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해조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식품 생산 목적으로 이용되는 기존의 해조류 양식 방법은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인력 대신 인공지능 로봇이나 드론을 사용하거나 자동화 원료 채취선 등을 개발하여 스마트 농장처럼 바다목장의 개발이 이루어져 생산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
현재 해조를 사용하는 에탄올 발효과정 중 생성되는 에탄올의 농도는 비교적 저농도이다. 그러므로 미생물의 유전자 정보가 담긴 DNA의 특정 부위를 잘라내고 편집하는 유전자 가위 기술을 활용한다면 고농도의 에탄올을 만들어 내는 균주개발이 가능해지고 머지않아 해조류로부터 에탄올이 생산되어 에너지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해조류 또는 광합성 세균으로부터 바이오수소 생산

미국 경제학자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지난 2002년 저서 수소경제에서 수소가 화학연료를 대체하고 인류의 전통적 사회 구조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맥킨지는 2050년이 되면 수소산업 분야에서 연간 2조5000억 달러의 부가가치가 창출되고 세계적으로 3,000만 개가 넘는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수소가 미래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무한하고 친환경적이기 때문이다. 수소는 우주 질량의 75%를 차지하고 있다. 수소로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부산물로 만들어지는 것은 물밖에 없다. 이산화탄소 등의 유해물질은 전혀 배출되지 않는다.

광합성 미생물에 의한 수소 생산 체계(PSA: pressure swing adsorption, BTL: biomass to liquid)

수소는 물을 전기분해하는 방법 외에도 산업단지에서 발생되는 부생수소를 활용하거나 수증기의 성질을 바꾸는 방법, 도시가스나 LPG의 성질을 바꿔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 등 총 21가지 방법을 통해 얻을 수 있다.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에너지 비중을 높이려면 수소의 활용이 필수적이다. 날씨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들쭉날쭉한 친환경 에너지를 안정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낮 시간에 많이 생산되는 잉여 전력으로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만들어 놓으면 장기간 대용량으로 에너지원을 보관할 수 있다. 배터리는 충전 이후 방전이 시작되지만 수소는 손실이 없다.
수소는 단위 중량 당 발열 에너지가 석유보다 3배 높고 연소에 의한 대기오염의 염려가 없지만, 어느 방법이나 수소 제조에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최근 태양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해양 광합성 세균을 이용한 바이오 공정이 수소 생산에 가장 유력한 제조방법으로 부각되고 있다. 광합성 세균이 수소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혐기적 상태 및 조사, 그리고 질소원이 필요하다. 이때 발생되는 기체는 수소가 90% 이상이고 나머지는 탄산가스다.
해양성 광합성 세균은 종래의 담수성 세균에 비해 수소 생성능력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앞으로 보다 광범위한 탐색이 이루어진다면 보다 높은 수소를 생성할 수 있는 우수한 해양 세균의 발견이 가능할 것이다.
한편, 다시마나 미역과 같은 해조류로부터 직접 수소 생산도 가능하다. 해조에 함유되어 있는 당질은 사탕수수에 함유되어 있는 설탕보다 이론적으로 최대 수소 수율이 높을 뿐만 아니라 생산성도 높일 수 있다.

참다시마 양식
참다시마 양식

다시마 성분 중 박테리아가 수소 발생에 이용되는 성분은 주로 만니톨이다. 만니톨은 포도당보다 수소 원자를 2개 더 가지고 있어 1몰의 수소를 더 발생시킬 수 있어 수소 발효의 기질로 적당하다.

사탕수수는 육상 바이오매스 중 가장 생산성이 높은 식물 중 하나로, 헥타르 당 생산성, 즉 수확량은 연간 70~100톤에 이른다. 다시마 생산성은 이보다도 높은 약 145톤이다. 물론 수분함량을 고려하면 생산성은 비슷해 보이지만 사탕수수는 1년에 한 번밖에 수확을 못 하는 반면, 해조는 두 번 수확이 가능하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해조에서 얻어지는 발효 기질의 연간 수확량은 사탕수수보다 많다고 볼 수 있다.
다시마와 사탕수수의 수소 생산량을 비교해보면, 1km2의 땅에서 재배한 사탕수수에서 얻어진 수소 생산량은 320,936Nm3로 하루 발전량은 1,495kWh였으나, 1km2 해역에서 다시마를 재배하여 얻어진 수소 생산량(이모작)은 615,385Nm3로 하루에 사탕수수의 거의 두 배에 이르는 2,866kWh의 전력을 얻을 수 있어 약 280세대 전력의 보급이 가능하다고 한다(Notoya, M(Ed) Seaweed Bio Fuel. 177-189, 2011 CMC). 표1은 다시마와 사탕수수의 전력량을 여러 가정을 근거로 하여 계산한 결과이다.

다시마 사탕수수 단위
일모작 이모작 일본 브라질
수확량 14,500 25,000 7,000 10,000 톤/년 km2
당질량 1,160 2,000 980 1,400 톤/년 km2
수소 생산량 356,923 615,385 320,936 458,480 Nm3/년 km2
연간 발전량 606,769 1,046,154 545,591 779,415 kWh/년 km2
1일 발전량 1,662 2,866 1,495 2,135 kWh/일 km2

표 1. 다시마와 사탕수수의 재배에 의한 당기질에서 생산 가능한 수소량과 연료 전지 발전에 의한 전력량
(연료 전지의 효율은 1.7 kWh/Nm3로 계산)

최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의 강성균 연구팀은 심해에서 확보한 초고온 고세균(Thermococcus onnurineus NAI)의 개량 및 배양기술을 확립하여 개미산, 전분, 일산화탄소 등 재생자원으로부터 고효율의 바이오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하였다. 연구팀이 개발한 고온 혐기 생물반응기는 70~90℃의 고온에서 자라면서 산소를 싫어하는 고온 혐기 미생물인 고세균(NAI)을 발효조에 채운 후 일산화탄소 등의 원료 물질을 공급함으로써 고세균이 일산화탄소를 먹이로 수소를 생산하도록 하는 발효 공정이다(그림 참조).
현재 제철소 전로가스(LDG)는 약 60%의 일산화탄소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러한 부생가스를 이용하여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으로 해양 초고온 고세균이 부생가스 유래 개미산 또는 일산화탄소를 먹고 수소를 생산하는 방법이다. 고세균이 섭취한 일산화탄소와 개미산에서 압력 흡착 방식으로 가스를 분리하여 고순도 수소를 효율적으로 분리 생산하여 이를 연료 전지나 전기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고세균(NA)에 의한 바이오수소 생산, 분리 및 이용 모식도
고세균(NA)에 의한 바이오수소 생산, 분리 및 이용 모식도

미세조류로부터 바이오디젤 생산

1970년대에 두 차례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미세조류 연료화에 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 미국의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1978년부터 1996년까지 18년간 관련 연구를 수행하였으나, 석유 가격이 안정되고 미세조류의 대량 배양 시 우수한 종의 유지와 관리의 어려움, 분자적 미세조류 개량의 기술적 난관 등으로 연구가 지속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식량 문제, 환경 문제, 에너지 문제가 전 지구적인 규모로 발생하고 원유 가격이 급등함으로써 미세조류를 이용한 바이오디젤 생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금까지 주로 옥수수, 사탕수수, 콩, 유채, 팜(palm) 등의 바이오 연료로부터 에탄올과 바이오디젤을 생산했으나 이들 자원을 활용하는 데는 윤리적인 한계가 있고, 식량으로 활용되는 자원이 에너지 원료로 전환됨에 따라 식품 가격의 상승을 야기시킨다. 그러나 미세조류는 바다나 유휴 경작지를 이용하여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식량자원을 대체하여 바이오디젤 생산원료로 이용할 수 있다.
미세조류는 식물과 마찬가지로 광합성에 의해 이산화탄소, 물, 태양 에너지를 이용하여 유기물을 합성하지만 식물에 비해 증식 속도가 빠르다. 또한, 유전자 조작에 의한 기능 향상이 쉽고 다양한 종류의 물질도 생산할 수 있다. 기존 식용작물이 아닌 미이용 자원이라는 점에서 재생 에너지 자원으로서의 장점이 있다.
실제로 미세조류의 경작지에서 생산해낼 수 있는 단위 면적당 바이오디젤은 헥타르 당 약 58,700리터로, 이것은 대두 생산량인 466리터에 비해 약 130배에 달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과학학술지인 네이처(Nature)는 “원유의 검은 금”에 비유하여 미세조류로부터 만든 바이오디젤을 녹색금(green gold)으로 소개했다.

미세조류의 야외배양
미세조류의 야외배양

미세조류의 대량 배양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함으로써 지구 온난화를 방지하는 동시에 바이오디젤로 생산할 수 있는 녹색기술이다. 또한, 이산화탄소의 생물학적 전환처리는 자연계 물질순환의 기본원리인 광합성을 이용하는 환경친화적인 방법이며, 상온·상압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정이 단순하고 생산된 바이오매스를 유용물질로 활용하는 장점도 있다.

환경 스트레스에 의한 지질축적

대부분의 미세조류는 질소, 인, 칼륨과 같은 무기 영양소가 있으면 빛을 받아 이산화탄소를 탄소원으로 광합성을 하여 생육하는 독립 영양생물이다. 생육환경이 최적 조건에서 크게 변하면 미세조류 세포가 스트레스를 받아 지질을 유적(기름방울)으로 축적한다. 특히 질소가 결핍되면 재빨리 기름(Oil)을 축적한다. 질소결핍 이외에도 빛의 양, 온도, 이산화탄소 농도와 같은 물리적 요인, pH, 영양소, 독소 등의 변화에 의한 화학적 요인, 그리고 증식, 공생, 박테리아 등에 의한 생물적 요인 등이 환경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많은 종의 미세조류는 중성지질을 축적할 수 있고 건조 조체 당 50% 이상 축적하는 미세조류도 많다. 따라서 해양 미세조류 중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중성지질을 축적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진 해양 미세조류를 찾아내거나 유전자 조작을 통해 오일을 많이 생산할 수 있는 종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

미세조류(Navicula sp. JPCC DA 0580)의 생육과 오일축적(백색 부위가 유적)
미세조류(Navicula sp. JPCC DA 0580)의 생육과 오일축적(백색 부위가 유적)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방대한 해양공간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를 이용하여 태양 에너지와 해수 중의 영양분을 흡수하여 생육하는 대형 해조류를 대량으로 재배할 수 있다. 해조류는 에너지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식품 원료, 화장품 원료, 생리활성 물질, 화학공업 원료 등을 유용물질로 회수할 수 있다. 특히 해조류는 생물학적으로 해수 중의 탄산가스를 고정하여 성장하기 때문에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탄산가스로 인한 오염이나 화석연료, 원자력 발전 등이 갖고 있는 여러 문제를 방지할 수 있다.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해조나 미세조류와 같은 해양 바이오매스로부터 에너지를 생산하는 비용이 석유나 석탄과 같은 화석 에너지의 생산비용에 비하면 어마어마하게 높다. 하지만 중동, 중남미, 유럽, 미국 등 원유국과는 달리 에너지 자급률이 낮은 우리나라에서는 언젠가 화석연료의 고갈로 인한 에너지 부족 등의 문제가 대두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러므로 안전보장 측면에서 해양 바이오매스로부터 바이오에너지를 생산하는 기술 개발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김세권 교수

김세권 교수

프로필(Profile)

-전 부경대 화학과 교수, 연구특임교수
-전 한국해양대학교 석좌교수
-전 한양대 석좌교수
-현 한양대 대우교수
<수상 내역>
-스위스 Marine Drug 학술지로부터 최우수논문상(2020)
-이란 정부가 수여한 제33회 Khwarizimi 국제과학상(2020)
-대한민국 학술원으로부터 학술원상(2015)
-한국과학기술한림원으로부터 목은생명과학상(2012)
-산학협동재단으로부터 산학협동대상(2003), 미국 유화학회로부터 최우수논문상(2002)
-2014년부터 4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과학자(Thomson Reuters)로 선정
<출간 도서>
-세계 첫 “해양생명공학” 대학 교재 ‘Essential of marine biotechnology, Springer 2019’,
-해양생명공학 백과사전 ‘Encyclopedia of marine biotechnology, Vol 1~5, Wiley 2020’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