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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MARINE
우리나라 거북과 뱀 전문서
「한국 파충류 생태도감」
금년 5월 4일에 출간된 ‘한국 파충류 생태도감’은 오랜 기간 파충류와 양서류를 연구해온 3인의 저자 이정현, 김일훈, 박대식이 공동 출간한 책으로 우리나라에 서식 중인 파충류의 분류 및 현황, 생태 등을 짜임새 있게 정리한 것이며, 오랫동안 파충류 연구에 몰두해온 저자들이 자신들의 연구 결과는 물론 국내외 연구 논문과 보고서까지 면밀히 분석하여 650여 장의 사진과 함께 책 안에 녹여냈다.


오늘 만나볼 저자 중 한 명인 김일훈은 「해안사구 내 표범장지뱀의 이동특성과 행동권」, 「한국 바다뱀(진정바다뱀아과와 큰바다뱀아과)의 분류와 분자계통」 이라는 연구 논문을 발표하여 석·박사 학위 논문을 받을 정도로 파충류에 대한 사랑이 지대했으며, 현재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 전임연구원으로 일하는 동시에 한국양서·파충류학회 총무간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번에 출간된 ‘한국 파충류 생태도감’은 크게 3개의 챕터로 거북목, 유린목_도마뱀아목, 유린목_뱀아목으로 나누어지며 세부 항목은 아래와 같다.
거북목
바다거북과
푸른바다거북 Chelonia mydas
붉은바다거북 Caretta caretta
매부리바다거북 Eretmochelys imbricata
올리브바다거북 Lepidochelys olivacea
장수거북과
장수거북 Dermochelys coriacea
자라과
자라 Pelodiscus maackii
중국자라 Pelodiscus sinensis
남생이과
남생이 Mauremys reevesii
늪거북과
붉은귀거북 Trachemys scripta elegans
유린목_도마뱀아목
도마뱀부치과
도마뱀부치 Gekko japonicus
도마뱀과
도마뱀 Scincella vandenburghi
북도마뱀 Scincella huanrenensis
장지뱀과
아무르장지뱀 Takydromus amurensis
줄장지뱀 Takydromus wolteri
표범장지뱀 Eremias argus
유린목_뱀아목
뱀과
누룩뱀 Elaphe dione
구렁이 Elaphe schrenckii
무자치 Oocatochus rufodorsatus
유혈목이 Rhabdophis tigrinus
대륙유혈목이 Hebius vibakari
능구렁이 Lycodon rufozonatus
실뱀 Orientocoluber spinalis
비바리뱀 Sibynophis chinensis
살모사과
쇠살모사 Gloydius ussuriensis
살모사 Gloydius brevicaudus
까치살모사 Gloydius intermedius
코브라과
얼룩바다뱀 Hydrophis cyanocinctus
먹대가리바다뱀 Hydrophis melanocephalus
바다뱀 Hydrophis platurus
좁은띠큰바다뱀 Laticauda laticaudata
넓은띠큰바다뱀 Laticauda semifasciata


거북과 뱀으로 대표되는 파충류는 약 3억 1,000만 년 전 지구에 처음 나타났으며, 중생대에 들어서는 ‘파충류 시대’라 일컬어질 정도로 그 시대를 온전히 누리고 망라한 파충류 최고의 전성기였다.
하지만, 2022년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평가에 따르면 현재 파충류들은 1만종 가운데 21% 이상이 절멸의 위험에 처해있다고 한다. 이는 인간에 의한 환경 파괴와 불법 포획 등으로 인한 것으로 이러한 상황이 가시화될 경우 머지않아 멸종 위기에서 멸종의 단계를 거치며 파충류의 절멸로 이어질 것이다. 이를 경각하기 위해 멸종위기 야생동물 및 양서류·파충류의 생태를 연구해 온 3인의 전문가들이 힘을 모아 ‘한국 파충류 생태 도감’을 출간하게 된 것이다. 저자 김일훈을 만나 영광의 시대를 거쳐 온 신비한 동물 파충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Q1. 어떻게 보면 생물 중에서 가장 호불호가 강한 생물이 파충류가 아닐까 합니다. 왜 파충류인 뱀에 관심을 가지게 됐나요?
학부시절 인하대학교 생물학과에는 표본부라는 학회가 있었습니다. 야생에서 생물을 조사, 채집, 전시하는 활동을 하였는데, 당시 여러 생물군 중 양서파충류 파트에서 활동하였습니다. 당시에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생물에 대한 신비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표본부 활동을 하면서 재미삼아 접했던 양서파충류 분야에 대한 관심이 석사, 박사과정 진학으로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양서류와 파충류를 연구하게 되었습니다.
파충류는 연구할수록 신비로운 존재였습니다. 변온동물의 생리학적 특성, 높은 은신성으로 인한 조사의 어려움,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생활사, 먹이사슬에서의 중추적인 역할 등 다양한 생물 특성에서 다른 동물군과는 다른 특별함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꾸준한 연구의 원동력이 되어주었습니다. 덕분에 분류부터 생태까지 다양하고 꾸준하게 연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Q2. 책을 집필 조사하는 과정에서 힘들거나 어려웠던 점은 없었나요?
이번에 책을 집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자료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일부 종은 생태사진을 제공할 수 없었는데, 우리나라에서 살아있는 개체를 발견하기 어려운 종이 있었습니다.
장수거북의 경우에는 생태사진이 없어서 불가피하게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에 전시 중인 표본의 사진을 담았고, 얼룩바다뱀은 바다뱀 연구에 도움을 주셨던 대만의 국립핑퉁과학기술대학교에 계시는 Tein Shun Tai 교수님께 요청하여 사진을 받았습니다. 먹대가리바다뱀 역시 우리나라에서 샘플을 얻을 수 없어서 일본 수마 아쿠아리움에 갔을 때 수조에서 찍은 사진과 더불어 츄라우미수족관에 근무 중인 Takahide Sasai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아직도 멀었구나, 더 열심히 관련된 연구를 해야 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 근무하면서 해양파충류 분야를 많이 다루게 되었으나, 아직까지 국내에서 확보하지 못한 얼룩바다뱀이나 먹대가리바다뱀을 만나게 될 날이 기다려집니다.

사진 1 얼룩바다뱀 (출처: 대만 국립핑퉁과학기술대학교)

사진 2 먹대가리바다뱀 (출처: 일본 수마 아쿠아리움)
Q3. 책을 출간하게 된 연유와 과정에 대해서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번에 출간한 ‘한국 파충류 생태도감’은 2016년 발간된 ‘한국 양서류 생태도감’과 쌍을 이루는 책입니다. 양서류와 파충류는 생태적으로 많은 차이가 있으나 같은 「양서파충류학 herpetology」 이라는 학문으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파충류 생태도감을 발간함으로써 한국의 양서파충류 전체 종을 다루게 되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 ‘한국 파충류 생태도감’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해양파충류 전 종을 다룬 생태도감으로서 의미가 큽니다. 공동저자인 박대식 교수님, 이정현 박사님과 함께 2013년부터 해양파충류 분야를 연구하기 시작했고, 2015년에는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이 개관하면서 해양파충류를 보다 집중적으로 연구할 수 있었기 때문에 타 도서와 달리 해양파충류 파트를 제외하지 않고 함께 다룰 수 있는 기반을 다질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본 도감에서 다룬 분류학적 특징이나 생태적 특징의 중요한 내용을 영문으로 함께 제시하여 외국의 연구자들도 논문 이외의 방법으로 한국의 파충류를 공부할 수 있게 한 점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논문은 특정 종 혹은 분류군을 깊이 있게 다루고, 대부분 연구결과를 제시하기 때문에 생태나 형태특성을 알 수 있는 사진과 같이 직관적인 정보를 알기 어려운데, 본 도감을 통해 외국의 독자들도 한국의 파충류를 알아가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Q4. 이번에 출간된 책인 ‘한국 파충류 생태도감’을 보면 현재 우리나라에 서식 중인 파충류는 총 31종으로 거북목 9종, 뱀목 22종이라고 하더군요. 예년과 비교했을 때 현재 이 수는 얼마나 변화된 것이며, 현 상태를 어떻게 경각해야 할까요?
현재 한국의 파충류는 31종입니다. 이전 자료를 살펴보자면, 1907년 노르웨이의 동물학자 스테나이지(Stejneger)의 도감에서 21종(거북목 2종, 뱀목 19종)이 소개되었고, 1975년 강영선, 윤일병 선생님의 한국동식물도감에서 24종(거북목 4종, 뱀목 20종)이 소개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저희가 출간한 ‘한국 파충류 생태도감’에서는 31종(거북목 9종, 뱀목 22종)을 다루었으니, 결과적으로 파충류가 많이 늘어난 것으로 판단 내려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전 지구적으로 많은 생물들이 멸종하고 있고, 그러한 경향성은 기후나 환경변화에 크게 영향을 받는 분류군인 양서류 및 파충류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발견됩니다. 우리나라에서 파충류가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도감 사이의 시간 간격이 길고, 초기 연구에 비해 연구자가 늘어남에 따라 한국 연안에서 서식하는 새로운 종들을 추가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에 다루었던 울리브바다거북, 넓은띠큰다바뱀, 좁은띠큰바다뱀은 비교적 최근(2015년 이후)에 우리나라에서의 서식이 확인되었습니다. 근래에는 애완동물로 국내에 유입되는 외래종 거북류가 늘어남에 따라 생물 종수 역시 추가될 가능성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사진 3 모래사장으로 방류되는 푸른바다거북 (2017년 9월 제주 서귀포)

사진 4 유영하는 메부리바다거북(2013년 4월 강원도 고성)
결과적으로 한국에 서식하는 파충류의 종 수는 늘어나는 것으로 보이지만, 각 종별 개체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됩니다. 법률재정 등을 통해 야생동물에 대한 보호 노력이 커짐에도 불구하고 여전한 보신문화와 파충류에 대한 근거 없는 혐오감으로 인해 개체를 죽이는 행위, 서식지 개발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 때문입니다.
한국의 많은 파충류가 개체수 감소와 서식지 훼손으로 으로 국가적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해양보호생물 5종(장수거북, 푸른바다거북, 붉은바다거북, 매부리바다거북, 올리브바다거북), 천연기념물 1종(남생이), 멸종위기 야생생물 4종(Ⅰ급 비바리뱀, Ⅱ급 남생이, 표범장지뱀, 구렁이) 등 29%에 이르는 종(9종)이 이미 국내에서 법정보호종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고, 국제적으로도 바다거북 5종(Ⅰ급), 자라(Ⅱ), 남생이(Ⅲ) 등이 국가 간 거래가 금지된 보호 종인 실정입니다. 비록 종 수는 늘어나더라도 전체적인 개체 수 감소에 대하여 경각심을 가지고 보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사진 5 해양 환경에서 유영하는 넓은띠바다뱀 (2013년 7월 제주 서귀포)

사진 6 폐그물에 걸려 죽은 푸른바다거북 사체 (2021년 6월 제주 서귀포)
Q5. 지구에 서식하는 모든 생물은 서로가 공생하며 각자의 역할을 통해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파충류는 생태계 속에서 어떠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나요?
도감 서문에서도 언급하였지만 파충류는 생태계에서 곤충류, 양서류, 설치류, 조류 등을 잡아먹는 포식자이자 멧돼지, 오소리 같은 포유류, 매나 수리 같은 맹금류의 피식자입니다. 농경사회에서는 쥐 같은 설치류의 수를 조절하는 데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해양환경에서도 바다뱀은 작은 물고기를 섭식하고 맹금류나 대형어류(상어)나 고래류의 먹이가 되는 생물로서 역할을 합니다. 바다거북은 고도 회유성 해양생물로 성장과 번식을 위해 수천 킬로미터의 해양을 이동하기 때문에 먼 거리의 에너지 흐름에 기여하는 종으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Q6. 파충류의 멸종을 막기 위해 인류는 어떠한 노력을 해야 할까요?
이미 한국에서는 파충류를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법령을 세워 멸종위기의 종을 보호하고, 인공증식 및 자연 방류 등을 통해 야생 개체수를 회복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뿐 아니라,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국립생태원, 국립생물자원관 등 다양한 기관에서 연구와 보호 캠페인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인식개선이 상당히 이루어지 지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다만 건축이나 토목공사 등으로 인한 서식지 훼손 그리고 보신을 위한 불법적인 포획 등으로 인한 개체 수 감소는 제도적인 노력을 통해 감축해 나가야 하고, 심각한 해양 오염도 개선돼야 합니다. 최근 한국 연안에서 발견되는 바다거북의 장기 내에서 다량의 해양쓰레기가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해양 거북뿐 아니라 육상 거북에서도 드물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우리가 무분별하게 버린 쓰레기나, 철저하게 행하지 못한 분리수거로 인해 결국 죄 없는 생물들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쓰레기로 인한 폐해는 부메랑처럼 인간에게 되돌아오게 된다는 사실을 경각해야만 합니다.
전 인류적 관점에서 볼 때에는 위와 같은 노력에 더하여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나 이에 따른 해수면 상승 등 서식지 변화를 줄일 수 있도록 공동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에너지 사용을 줄이고, 환경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Q7. 가속화되는 환경 파괴와 기후 변화 속에서 인류와 해양·육지 생물이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기후가 상승하고, 이에 따라 해수면이 변화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변화하는 흐름을 우리가 단시간 안에 드라마틱하게 제어하고 바로잡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의 작은 노력이 합쳐졌을 때 비로소 작은 흐름의 변화가 생기고, 나아가 생태계 전반에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각자의 위치에서 작은 노력들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고, 분리수거를 철저하게 하며, 기후변화를 줄이기 위하여 화학연료 사용을 줄이는 등 각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면 되는 것입니다.
더 나아가 우리 주변에 많은 생물이 각자의 역할에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면 좋겠습니다. 야생생물에 대한 관심을 더 기울이고, 법률로 정해진 종 이외에도 많은 야생동물들이 서식지 내에서 편안히 잘 지낼 수 있도록 보살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 환경을 보호하고, 직접적으로는 보호활동을 위한 캠페인에 참여하거나, 자원봉사를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Q8. 마지막으로 ‘한국 파충류 생태도감’의 소개와 출간 소감 한 마디 부탁드려요.
이번에 한국 파충류 생태도감을 기획하고 작성하면서 가장 설레고 보람찬 일은 해양생물 전반을 다룰 수 있다는 기대감이었습니다. 한국의 파충류가 다른 생물 분류군에 비해 관심도 적고, 연구자도 많지 않습니다. 그 중에서도 해양파충류는 연구가 어렵고, 종 및 개체수가 적어 성과를 내기 어렵기 때문에 사실상 한국 연안에 생물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쉽게 연구를 시도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기존에 출간된 도감에서도 대상 종을 다루지 않았고, 최근의 생태도감이나 필드가이드북 등에서도 해양파충류는 빼고 다룰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최근에 들어 바다거북이나 바다뱀에 대한 연구를 꾸준히 해 왔기 때문에 본 생태도감에서 최초로 한국의 파충류 전체 종을 다룰 수 있었습니다. 그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회사의 업무가 전공과 연계되어 관련연구를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이 이러한 결과를 이끌어 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10년 이상 해양파충류를 연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도감에서 다루었던 바다뱀 5종 중 2종(얼룩바다뱀과 먹대가리바다뱀)은 한국 연안에서 확보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른 종에 비해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한 점입니다. 향후에도 꾸준한 연구를 통해 해당 종에 대해 알아가고자 합니다.
마지막으로 평소 존경하는 박대식 교수님, 이정현 박사님과 함께 완성도 높은 책을 집필했다는 점과 개인적으로는 처음으로 책의 저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는 점에 큰 보람을 느낍니다.
원고 감수_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김일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