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탑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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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MARINE

바다의 보물, 괭생이모자반

. 고영호, 김경미, 장형석

‘초대받지 않은 손님’, ‘민폐왕’, ‘어민 골칫거리’, ‘바다 불청객’은 모두 최근 뉴스에서 괭생이모자반(Sargassum horneri)을 일컫는 단어이다. 이는 중국발 괭생이모자반이 대거 유입되며 우리나라 연안을 항해하는 선박들과 양식장에 큰 피해를 입혔기에 불명예스러운 별칭이 붙은 것이다. 하지만, 천의 얼굴을 가지고 다양한 효능을 지닌 모자반류의 식물들은 알고 보면 우리에게 친숙하고도 유용한 해조류 중 하나이다. 괭생이모자반을 포함한 여러 모자반류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모자반(Genus Sargassum ), 너는 누구니?

‘모자반’이라고 하면 대부분 “그게 뭐야?”, “그런 식물이 있었어?”라고들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톳’이라고 하면 톳밥, 톳무침 등 다들 맛있게 먹어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우리 섬, 제주도를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잘 알고 있을 국(몸국)의 주재료도 바로 모자반(또는 참모자반)이라고 불리는 모자반류의 한 종이다. 그리고 바닷가를 걷다 레게머리를 한 바위를 본 적이 있다면, 또 하나의 모자반류인 지충이(Sargassum thunbergii)가 바위에 붙어 자라는 모습을 본 것이리라. 이처럼 모자반류는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서 살아가는 식물이다. 모자반류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에서 더 이야기하도록 하자.
모자반류는 갈조식물에 속하는 해조류의 한 속(genus)으로 전 세계적으로는 360종이 알려져 있으며(Algaebase), 우리나라에는 괭생이모자반을 비롯해 30종이 보고되어 있다(2023 국가 해양수산생물종 목록집). 모자반류는 생김새가 육상식물과 비슷하지만, 기능은 많이 다르다. 뿌리와 비슷하게 생긴 부착기와 줄기, 잎을 가지고 있으며, 여러해살이이다. 또, 바다에서 생활하는 모자반류는 물 속에서도 많은 빛을 흡수하기 위해 똑바로 서 있는데, 열매처럼 생긴 기낭(내부에 공기가 들어있는 주머니 모양의 구조)이 물놀이용 튜브처럼 몸체를 띄워주는 역할을 하며, 해양생물들의 서식처와 산란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모자반속의 형태
모자반속의 형태

1. 모자반(Sargassum fulvellum (Turner) C. Agardh, 1820)
식물체는 암갈색이며 단추 모양의 뿌리에서 나온 줄기는 한 가닥으로 길어지며 윗부분에서 가지를 낸다. 줄기는 세로로 고랑이 있고 단면은 삼각형이다. 잎은 얇고 주걱모양이며 가장자리가 톱니모양이다. 기낭은 갸름한 구슬 모양으로 끝에 가시모양으로 작은 잎이 난다.

2. 괭생이모자반(Sargassum horneri (Turner) Agardh, 1820)
식물체는 황갈색이며 단추 모양의 뿌리에서 나온 줄기는 한 가닥으로 길어지나 가끔 두 갈래로 갈라지기도 한다. 가지의 윗부분에서 가지를 내고, 아랫부분의 줄기와 잎자루에 작은 가시가 많이 난다. 잎은 얇고 주걱모양이며 가운데에 줄무늬가 있으며 가장자리는 톱니처럼 홈이 파여 있다. 기낭은둥근 막대기 모양이며 끝에 작은 잎이 난다.

3. 톳(Sargassum fusiforme (Harvey) Setchell, 1931)
식물체는 녹갈색으로 손가락 모양의 뿌리에서 끈 모양의 줄기가 여러 개 나오며 가지는 아주 짧다.가지에 여러 개의 잎과 기낭을 가진다. 잎은 막대기 모양 또는 나뭇잎 모양이며 가장자리에 톱니모양 이 생기기도 한다. 기낭은 끝이 뾰족한 원기둥모양으로 때로는 잎의 윗부분이 부풀어 오르고 공기가 채워지면서 기낭이 되기도 한다.

4. 지충이(Sargassum thunbergii (Mertens ex Roth) Kuntze, 1880)
식물체는 흑갈색이며 방석 모양의 뿌리에서 원기둥모양의 짧은 줄기가 나오고 그 줄기는 여러 개의 가지로 나누어진다. 가지의 끝에서 끈 모양의 중심 가지를 만든다. 중심 가지는 한 가닥으로 짧은송곳 같은 잎과 북 모양의 기낭이 모여나 중심 줄기를 덮는다.

모자반(S. fulvellum)

모자반(S. fulvellum)

괭생이모자반(S. horneri)

괭생이모자반(S. horneri)

톳(S. fusiforme)

톳(S. fusiforme)

지충이(S. thunbergii)

지충이(S. thunbergii)

여러 모자반을 다양하게 연구하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우리나라에 보고된 30종의 모자반류에 대해 목록을 구축하고, 다양한 모자반류를 확보하기 위해 전 연안 조사를 실시해오고 있다. 그 결과 경단구슬모자반, 알쏭이모자반, 잔가시모자반, 꽈배기모자반, 큰잎모자반, 짝잎모자반, 쌍발이모자반 등 총 27종에 대한 확증표본을 제작하여 수장하고 있으며, 모자반류을 포함한 해조류에 대한 대국민 서비스의 일환으로 유용한 남해의 바닷말, 유용한 서해의 바닷말 등 도감을 제작·배포하고, 해양생명자원통합정보시스템(MBRIS)를 통해 자원 및 도감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사는 곳에 따라 모양이 다양한 모자반류의 정확한 분류를 위해, 형태적 특징뿐 아니라 미토콘드리아 유전체 비교를 통해 모자반속의 계통과 진화역사를 연구한 바 있다.

검둥모자반(S. nigrifolium) 및 덤불모자반(S. yezoense)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체 지도

검둥모자반(S. nigrifolium) 및 덤불모자반(S. yezoense)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체 지도

최근 정부에서는 괭생이모자반을 국외반출 승인대상 ‘생물자원’으로 분류하였는데, 이미 미국 및 호주에서는 사료로 이용하여, 온실가스의 감소를 줄이는데 기여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괭생이모자반에 함유된 후코이단 성분이 항암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하여 식재료로 이용하고 있다. 국립해양생물자원관에서는 골칫거리로 알려진 괭생이모자반을 산업에 활용하고자 모자반속 생물이 가지는 효능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여, 괭생이모자반에서 콧속 염증 질환 치료에 대한 특허를 출원하고, 검은싸리모자반에서 여드름 치료 조성물을 발견하는 등 모자반류에 대한 모든 것을 연구하고자 힘쓰고 있다. 뿐만 아니라 비료, 식품, 신약 개발에 괭생이모자반을 활용하는 연구 또한 병행 중이다. 이처럼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괭생이모자반이 ‘골칫거리’나 ‘불청객’이 아닌 우리나라의 소중한 해양생물자원이며, 지켜나가야 할 보물로 만들고자 노력하고 있다. 시원한 바다가 떠오르는 여름의 문턱에서 이번 여름휴가 또는 여름방학에는 ‘보물’ 모자반을 찾아보면 어떨까?

출처
  • 강정찬, 김명숙, 홍성완, 김수강, 강민수, 김순찬, 이종철, 2019, 제주도에 서식하는 모자반류, Manta`s Marine Lab., 제주
  • 국립해양생물자원관, 2023, 2023 국가 해양수산생물종 목록집,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충남 서천
  • 이용필, 2008, 제주의 바닷말, 아카데미서적, 서울
  • 황미숙, 황일기, 김승오, 하동수, 옥정현, 이상래, 정승욱, 2016, 우리나라 연안의 모자반, 국립수산과학원, 부산
  • Guiry MD, Guiry GM, 2023, AlgaeBase, World-wide electronic publication, National University of Ireland, Galway(https://www.algaebase.org; searched on 18 May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