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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BIO

화장품으로 탄생한 자원관의
첫 번째 상용화 자원
해양미생물 ‘마이크로코커스 루테우스
(Micrococcus luteus)’

. 편집부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해양바이오뱅크는 해양생명자원에 대한 연구를 통해 유용한 소재를 발굴하여 제품 개발에 필요한 해양바이오 소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 등에 소재 자원을 제공하는 은행으로, 2018년부터 운영돼 오고 있다. 해양바이오뱅크에서는 지난 2022년 10월 ‘마이크로코커스 루테우스(Micrococcus luteus)’라는 해양미생물을 분양하여 최초로 화장품 출시에 성공했다. 자외선 차단, 피부암 예방 등에 효능이 있다고 밝혀져 화장품 개발에 활용된 ‘마이크로코커스 루테우스’ 라는 미생물은 무엇이며, 이를 통해 상용화에 성공한 화장품 ‘파이코어 디퍼런씨(piCore Differensea)’의 개발 및 출시 과정은 어떠했는지 미생물자원실 권용민 선임연구원을 만나 들어보도록 하자.

그림 1. M. luteus 현미경 관찰 사진

그림 2. M. luteus 도말 사진

Q1. 그동안 해양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온 결과 해양바이오뱅크에 등록된 균주인 ‘마이크로코커스 루테우스(Micrococcus luteus)’라는 해양미생물을 원료로 화장품 상용화에 성공했다고 들었습니다. ‘마이크로코커스 루테우스’라는 해양미생물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사람의 입, 코, 점막, 호흡기 등이나 포유류의 피부 등에 서식하기도 하며, 육상뿐만 아니라 새우, 해면, 해조류, 갯벌, 퇴적토, 해수 등 다양한 해양 환경에서 서식하는 편성호기성 세균입니다. 현미경으로 관찰시 구균의 형태(그림 1)를 가지고 있으며, 도말된 형태 관찰시 밝은 노란색 색소(그림 2)를 띄는 그람양성균의 세균입니다. 영양상태가 충분하지 않은 환경에서도 오랜 기간 동안 살아남을 수 있으며, 보고에 따르면 적어도 34,000 ~ 170,000년 이상 생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무해한 세균이기는 하나 면역력이 약한 사람들에겐 병원성 세균으로 돌변할 수 있는 기회감염성 세균입니다. UV 차단, 피부암 예방 등 효능이 있는 유용물질을 생산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 미국, 유럽, 일본, 중국 등에서 화장품 원료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Q2. ‘마이크로코커스 루테우스 MI1125 균주의 효소 활성’ 기술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본 균주는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 호지킨 림프종, 급성 골수단구 백혈병, 림프육종, 흑색육종과 같은 항암제로 사용되고 있는 아스파라기나제(asparaginase)와 세정제나 의류(섬유 표면 처리), 식품(밀가루 반죽) 등에 사용되고 있는 프로테아제(protease) 효소 활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미생물이 생산하는 이들 효소*는 사람의 질병을 치료하기도 하고, 우리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이용될 수 있습니다. 위 효소활성을 바탕으로 ‘마이크로코커스 루테우스 MI1125 균주 및 이의 용도’라는 내용으로 지난 4월 특허출원(10-2023-0047302)을 완료하였습니다.

*효소: 단백질의 일종으로 촉매제 역할을 하며, 생명체를 유지하는 다양한 반응들은 대부분 효소에 의해 이루어집니다.이당류인 유당의 분해, 다당류인 녹말의 분해, 세포 내 포도당 유도나 각종 생화학 반응, 핵산(DNA, RNA) 및 단백질의 합성 등에 효소가 관여하고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미생물 효소는 식물이나 동물의 효소보다 안정적이고 활동적인 특징을 가지고 있어 주목받고 있습니다.

Q3. 해양바이오뱅크에서 해당 미생물을 ㈜라비오라는 화장품 원료생산 업체에 분양하고, (주)본에스티스에서 해당 균주를 원료로 하여 화장품을 출시하였는데요. 그 과정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해양바이오뱅크는 해양바이오산업 활성화를 목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분양 후 산업화(상품화)가 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연구만 중점적으로 수행해 오던 연구진이다 보니, 우리가 확보·관리·연구해 오던 미생물과 연구 기술이 제품 출시로 연결되는 사례를 경험하는 건 특별한 경험이기도 했습니다. 학술적 결과를 논문으로 게재하는 것과 달리 신기했고 보람되기도 했습니다.
단지, 분양 후 제품 출시까지의 과정이 모두 생소했기에 관련 규정을 면밀히 검토하거나, 유관기관의 사례를 조사하거나, 전문가를 통하여 법률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진행 과정에서, 해양수산부 주무관, 자원관 산업화지원팀과 최완현 관장님, 대내외 전문가, 그리고 무엇보다 미생물자원실 최그레이스 실장님의 적극적이고 발 빠른 대응이 있었기 때문에 해당 미생물이 원료로 사용된 ‘파이코어 디퍼런씨’ 7종 제품(그림 3)이 출시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블루바이옴

그림 3. ‘블루바이옴’ 리페어 제품 파이코어 디퍼런씨(piCore Differensea) 7종:
클렌징폼, 토너패드, 세럼 미스트, 세럼, 수딩크림, 멜팅 크림, 선 프로텍터

Q4. 이 해양미생물은 항염, 항산화, 보습에 뛰어나며 다양한 유해환경으로부터 ‘피부 생태계’의 최적 밸런스를 유지시켜준다고 하던데요. 비슷한 효능을 가진 다른 미생물은 없었나요? ‘마이크로코커스 루테우스’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주변 분들께서 이와 유사한 질문을 종종 하곤 하는데, 전 항상 “운이 좋았다”라고 합니다. 수요기업에서 요구하는 부분과 자원관이 보유하고 있는 뱅크 소재, 그것을 이어주는 연구부서의 보유기술 등의 합이 ‘잘 어우러졌다’라고 생각됩니다. 결국 제가 선택한 것이 아니라 선택을 받았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해당 균주 외에도 해양바이오뱅크에는 화장품으로 활용 가능한 소재들뿐만 아니라, 항균, 항바이러스, 항암 등 의약이나 식품 등에 이용 가능한 소재들도 다량 보유하고 있습니다. 향후 보유하고 있는 자원들의 추가 효능 연구의 필요성을 이번 계기를 통해 느꼈으며, 효능 면에서 해당 균주보다 더 우위에 있는 소재들도 상당히 존재할 거라 예상됩니다.

Q5.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해양바이오뱅크에는 산업적 활용이 가능한 추출물(항암, 항바이러스, 항균, 항산화, 항염증 등 5개), 미생물(효소, 색소), 미세조류(색소), 유전자원(조직 및 DNA), 화장품(주름개선, 미백) 등 5개 뱅크를 운영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대한 설명과 화장품 상용화에 큰 기여를 한 분야인 해양 미생물 뱅크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해양바이오뱅크는 유전자원, 추출물, 미생물, 미세조류, 화장품, 총 5개의 자원뱅크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올해 항생제 뱅크를 추가하고, 2025년도까지 대사질환 뱅크를 구축할 예정입니다. 2018년도부터 시작된 해양바이오뱅크는 그동안 원천소재 중심의 뱅크에서 목적형 중심의 뱅크로 고도화 중 입니다. 원천소재 및 수요자 기반으로 구축된 유용소재를 분양함으로써, 해양바이오산업 활성화에 마중물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5개 뱅크 중 해양미생물바이오뱅크에 대하여 소개하자면, 해양미생물은 육상 환경의 미생물과 다르게 고염, 고압, 고·저온 등 극한환경에서 생존을 위한 진화를 거듭해오며 특이한 이차대사물질을 생산하게 되었습니다. 해양미생물은 해양바이오뱅크 운영 자원 중 가장 많은 자원(소재)을 보유하고 있으며, 무한 혹은 대량으로 증식이 가능해 미래 부가가치가 높은 잠재 자원입니다. 이에 천연물, 의약품, 화장품, 생리활성물질 개발을 위한 대체 유용 소재로 부각 받으며 지속적으로 발굴, 확보하고 있는 동시에 가치 평가를 기반으로 유용성이 검증된 정보를 기업 및 관련 연구자에게 제공하고 있습니다.

Q6. 해양바이오뱅크에서는 현재까지 1,009건의 소재를 분양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중 이번 소재 분양으로 ‘파이코어 디퍼런씨(piCore Differensea)’라는 화장품을 최초로 상용화한 것은 큰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혹시, 이 외에도 제품 상용화를 위해 연구 개발 중인 해양미생물이 있다면?

5~6년 전 유산균의 시대가 도래 하며 각종 유산균 상품들이 앞 다퉈 출시되었습니다. 이에 한국, 미국(Generally Recognized As Safe, GRAS) 등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식품첨가물로 인정되는 유산균이 해양 환경에서도 존재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2~3년 전부터 분리 및 효능 관련 연구를 진행해왔습니다. 해양유산균을 이용한 미백 및 주름개선 등 기능성 화장품 원료 소재 관련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올 상반기에 특허출원을 준비하고 있으며, 향후 수요기업과의 기술이전을 통해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7. 마지막으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의 해양바이오뱅크가 가진 가능성과 역할 그리고 추구하고자 하는 목표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인간이라면 무병장수의 꿈을 그려볼 것입니다. 건강에 대한 관심은 항상 최우선순위이며, 이와 동시 바이오산업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는 꾸준히 증가하고 새로운 바이오소재 발굴에 대한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바이오소재로서의 육상생물 연구 및 개발은 오래전부터 포화상태에 도달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이를 대체할 해양생물자원이 새로운 대체소재로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해양바이오산업은 해양생물의 서식환경과 생명현상의 특수성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분야로 주목을 받고 있으나 해양시료(소재)·정보 확보의 접근성이 어려워 산업화 성공사례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초기 진입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해양바이오뱅크를 통해 산업적으로 활용 가능한 해양생명자원을 발굴 확보하고 있으며, 표준화, 고도화 및 품질 강화된 자원을 국내 해양바이오산업 분야 기업들에 제공함으로써 글로벌 경쟁력 향상에 중추적인 허브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더 나아가 생물다양성협약(Convention on Biological Diversity, CBD)과 나고야의정서(Access to genetic resources and Benefit Sharing, ABS)에 따른 국내 고유의 해양생명자원에 관한 주권강화의 초석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해양바이오산업은 국내뿐만 아니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미국, 유럽연합(EU) 등도 큰 관심을 기울이는 분야입니다. 이들 역시 지속적인 투자로 해양바이오소재 개발을 이어오고 있으며, 이를 통해 시장을 주도하고 기술을 선점하고자 합니다.그래서 국립해양생물자원관은 해양생명자원의 다양성과 지리학적 강점 그리고 미래 성장 가능성을 기반으로 해양바이오뱅크를 그 중심에 세워 미래 바이오산업을 이끌어갈 최대의 성장 동력으로 우뚝 서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