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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E
Special Theme

해양생물자원의 활용 :
고부가가치로 활용되는 생선 콜라겐

. 김세권 교수

21세기에 들어 환경오염, 인구 증가, 식량 부족 등 인류가 맞선 여러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전세계적으로 해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정부도 해양생명공학을 기반으로 하여 국가의 새로운 성장동력 산업을 육성할 목적으로 지난 2004년도에 ‘해양생명공학사업’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해양생물자원에서 놀랄 만한 새로운 기능성 물질들이 수없이 발견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국가 동력산업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산업적 성과를 이루지 못했다. 그 이유는 이러한신기능 물질을 상품으로 개발하는 것, 즉 그것을 산업화하는 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 해양생물자원을 이용한 산업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공장에서 연중 생산하는데 필요한 양의 원료가 확보되어야 한다. 그런데 모든 해양생물이 대량으로 생산되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양식 기술 개발이 요구되지만 양식은 1차 산업이라는 이유로 R&D투자가 미미한 상태이다.
둘째, 첫 번째 이유에 기인하여 해양생물 산업화를 위한 대기업의 관심이 적다는 것이다. 매출액을 높이고 세계적인 상품을 개발하는데 필요한 원료가 대량으로 확보되지 않으니 대기업은 해양생물을 이용 및 개발하는데 소극적이다. 그리하여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이 생산되는데 중소기업의 경우 대부분 R&D를 전담하는 연구소가 없어 연구력이나 인력이 하이테크의 해양 바이오기술을 습득하기 쉽지 않으며, 마케팅 부분에서도 취약해 상품개발과 시장 진입을 통해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무엇보다도 자금력이 약한 중소기업이 상품개발을 위해 새로운 시설에 투자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 조차 해양 바이오 산업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평생 해양생명공학을 연구한 학자로서, 특히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가 해양생물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과거에 대해 큰 아쉬움을 느낀다. 무궁무진한 가치를 지닌 해양생물자원의 수많은 기능을 연구하고 미래의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필자는 본고에서 고부가가치 상품개발이 가능한 생선껍질 콜라겐의 기능과 새로운 활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현재 해양 생물자원을 활용하는데 있어서 대규모 원료 확보가 가능한 것은 수산가공 부산물이다. 수산 가공 공장에서 원료어를 처리할 때 어피, 어두, 내장, 어뼈 등 수산가공 잔사가 대략 50%를 차지한다. 우리나라에서 수산물 가공 시 부산물로 얻어지는 약 28만톤의 어피는 일부 사료 또는 비료로 이용되기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부분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채 폐기되어 환경오염을 야기시킨다.
하지만 최근 생선껍질의 주 성분인 콜라겐의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버려지는 수산가공 부산물의 새로운 활용이 검토되고 있다. 생선껍질의 주성분은 콜라겐 단백질로, 예로부터 콜라겐은 젤라틴과 같은 식품에 이용된 소재이다. 최근에 콜라겐은 건강식품, 화장품, 그리고 바이오테크놀로지 연구에 이용되는 세포 배양용 코팅제 등으로 그 용도가 광범위하게 확대되고 있다. 또한 콜라겐이 갖는 높은 생체 친화성과 세포 접착 촉진 활성을 살려 인공뼈를 비롯하여 재생 의료용 재료로도 개발되고 있다.
기존 콜라겐 산업에서는 소나 돼지 같은 포유류 유래의 콜라겐을 사용했으나 광우병을 일으키는 프리온(Prion)을 위시하여 인간과 가축에 공통의 병원체가 발견되면서 인체에 안전한 콜라겐을 확보하고자 생선 콜라겐 활용에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최근 진행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생선 콜라겐이 포유류 콜라겐보다 우수한 기능성을 가진 것으로 밝혀지면서 그 가치를 새로이 인정받고 있다. 이로 인해 일본에서는 생선 콜라겐이 포유류 콜라겐에 비해 2~3배 고가로 판매되고 있다. 예를 들어, 체중 1kg의 양식산 틸라피아 비늘에서 약 1g의 콜라겐을 정제할 수 있기 때문에 400톤의 틸라피아에서 400kg의 콜라겐을 생산할 수 있다. 이것은 의료용 단가로 계산하면 그 경제적 가치는 약 2,004억(200억엔)이 된다. 생산 가격에 비해 몇배 더 높은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

그림1. 콜라겐 섬유, 콜라겐분자, 젤라틴, 콜라겐펩타이드의 관계를 나타낸 도식도.

콜라겐은 세포와 세포 사이에 간격이 존재하며 세 가닥의 사슬이 삼중 나선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섬유상 단백질이다. 콜라겐을 가열하면 특정한 온도에서 삼중나선이 분리되어 사슬이 따로따로 흐트러지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젤라틴이다(그림 참조). 콜라겐은 일반 단백질분해효소에 의해 분해되지 않지만 젤라틴은 여러 단백질분해효소의 작용을 받아 쉽게 단편화 되는데, 이것을 콜라겐 펩타이드라고 한다. 콜라겐 산업에서는 그 용도에 따라 콜라겐, 젤라틴, 펩타이드를 선택하여 알맞게 사용하고 있다.

어류 콜라겐과 포유류 콜라겐은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두 콜라겐의 기본 구조와 생화학적 성질에는 큰 차이가 없지만, 어류 콜라겐이 갖는 독특한 구조와 성질이 있다. 포유류의 콜라겐은 사슬이 어류의 경우와 다소 차이가 있다. 이로인해, 특성면에서 서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콜라겐을 폭넓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젤라틴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때 변성온도를 알아야 한다. 콜라겐의 변성온도는 3중나선 구조가 파괴되어 흩어져 젤라틴으로 변하는 온도를 말한다. 동물에 따라 변성온도가 다른데, 사람, 쥐, 소의 콜라겐 변성 온도는 약 40°C이며 이들 동물은 소위 온열동물이므로 살고 있는 환경온도와 상관없이 약 37°C의 체온을 유지한다. 즉, 변성온도가 환경온도보다 약간 높다.
그러나 어류는 변온동물이기 때문에 체온이 서식환경의 온도와 거의 같다. 참치는 비교적 따뜻한 바다에 사는 물고기로 환경온도의 상한은 약 25°C이며, 참치 콜라겐의 변성온도는 환경온도보다 조금 높은 약 27°C이다. 한편, 차가운 바다에 서식하는 대구의 환경 상한온도는 15°C정도이며 대구 콜라겐의 변성온도는 약 16°C이다.
결국 동물의 콜라겐 변성온도는 서식 환경온도의 상한보다 조금 높게 설정되어 있는데 이것은 몸속에서 콜라겐을 분해하는 메커니즘과 관련이 있다. 대부분의 몸속 콜라겐은 섬유로 구성되어 있기에 섬유 상태의 변성온도는 용액 상태의 변성온도보다 20°C 정도 높다. 따라서 우리 몸이 40°C 이상 고열이 나도 몸속 콜라겐은 그 즉시 변성이 일어나지 않는다.
콜라겐을 젤라틴으로 만들어 효소로 분해시킨 펩타이드는 그 종류에 따라 항고혈압 활성, 항상화 활성, 피부장벽 기능개선, 골다공증 효과, 항암 효과, 향균 효과, 비만 예방 효과, 면역활성 효과 등 다양한 생리기능성을 나타낸다. 따라서 콜라겐 그 자체보다는 부가가치가 높은 콜라겐 펩타이드의 기능성에 맞추어 다양한 제품개발이 이루어져야 할것이다.
필자가 명태껍질로부터 만든 펩타이드(글리신-프롤린-류신)가 시판되고 있는 혈압약(Captopril)과 유사한 혈압 강화효과를 나타낸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림2. 항고혈압 명태껍질 펩타이드의 고혈압 억제효과

최근 국내 주요양식산업에서 사료의 가격상승에 의한 생산비용의 증가와 어가 하락으로 수익성이 압박을 받아 자주 적자 경영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양식산업과 어류 콜라겐 산업을 일체화한 새로운 산업을 창출할 수 있다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림3. 일본에서 시판중인 콜라겐 제품
김세권 교수

김세권 교수

프로필(Profile)

-전 부경대 화학과 교수, 연구특임교수
-전 한국해양대학교 석좌교수
-전 한양대 석좌교수
-현 한양대 대우교수
<수상 내역>
-스위스 Marine Drug 학술지로부터 최우수논문상(2020)
-이란 정부가 수여한 제33회 Khwarizimi 국제과학상(2020)
-대한민국 학술원으로부터 학술원상(2015)
-한국과학기술한림원으로부터 목은생명과학상(2012)
-산학협동재단으로부터 산학협동대상(2003), 미국 유화학회로부터 최우수논문상(2002)
-2014년부터 4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과학자(Thomson Reuters)로 선정
<출간 도서>
-세계 첫 “해양생명공학” 대학 교재 ‘Essential of marine biotechnology, Springer 2019’,
-해양생명공학 백과사전 ‘Encyclopedia of marine biotechnology, Vol 1~5, Wiley 2020’ 등